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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환생자와 8명의 아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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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나무램프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5
최근연재일 :
2022.11.01 20:30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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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32,747

작성
22.09.2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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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4)

DUMMY

***


그 후로도 지크를 대동한 엘렌과 루나의 순찰이 계속되었다.


땅의 정령 하나를 더 잡았고, 물의 정령과 빛의 정령도 하나씩 잡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잡자고 결정했을 때, 바위 밑에 숨어있던 불의 정령을 발견했다.


그런데 마지막 녀석은 만만치 않았다.


“거기 서~!”


숲속을 내달리던 루나가 경쾌하게 도약하여 굵직한 나뭇가지에 올랐다. 그리고 바로 목표물을 향해 활을 쏘았다.


화악-!


조그만 강아지 형상의 정령이 발끝에서 불을 내뿜으며 급격하게 방향을 틀었다. 루나의 얼음 화살은 녀석을 스치지도 못하고 흙바닥에 박혔다.


“와아, 진짜 잘 피하네.”


“감탄할 때가 아니잖아.”


뒤따라오던 엘렌이 가느다란 물줄기 수십 개를 부려 정령이 지나간 곳에 발자국처럼 남은 불씨들을 꺼트렸다.


“빨리 잡지 않으면 큰 화재가 날지도 몰라.”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리에겐 비장의 수가 있잖아.”


루나가 그렇게 말하고 있을 때, 지크는 가지가 울창한 나무 위에 숨어서 자신이 있는 방향으로 돌진해오는 불의 정령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제대로 몰았군.’


그가 녀석의 속도를 가늠하고 적당한 타이밍에 아까 엘렌이 준 유리구슬을 던졌다.


쨍강!


땅바닥에 부딪힌 유리구슬이 산산조각 나고, 그 자리에서 차가운 물안개가 일어나 정령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


놀란 정령이 펄쩍 뛰어오른 그 순간, 루나가 날린 화살이 사슬로 변해 놈을 포박했다.


“포획 성공!”


지크가 나무에서 내려오자 루나가 쪼르르 달려와 한 손을 번쩍 들었다. 그도 입매를 느슨히 하고 루나처럼 손을 들었다. 두 사람의 손뼉이 짝 하고 부딪혔다.


“정말 잘 했어요, 인간 지크 씨! 사냥꾼의 재능이 넘치네요!”


그때, 포박되어 있던 불의 정령이 급격히 몸을 부풀렸다. 녀석을 묶고 있던 얼음 사슬이 거친 불길에 약해져 끊어졌다.


투두둑!


엘렌이 그걸 보고 다급히 외쳤다.


“루나 조심해!”


“어?!”


루나가 뒤를 돌아보자, 체고가 2m를 넘어가는 늑대 모양의 불꽃이 커다란 주둥이를 벌리고 울부짖었다.


“카우우우-!”


루나가 뒤늦게 자신의 오판을 깨달았다.


‘평범한 하급 정령이 아니었어!’


동물 출신 하급 정령 중엔 종종 생전의 야성이 너무 강하게 남아있어 중급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개체가 나오는데, 그런 상태로 오래 살다보면 단순한 힘은 중급을 능가하는 경우가 있었다.


루나가 서둘러 활을 들었으나, 시위가 당겨지기도 전에 불의 정령이 그녀와 지크 쪽으로 덤벼들었다.


“피, 피해요 지크!”


루나가 두 팔을 벌려 정령을 가로막고, 끔찍한 고통을 각오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몇 초가 지나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


루나가 슬쩍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넓은 등이 그녀의 앞에서 굳건한 존재감을 드리우고, 그 너머로 바들바들 떨면서 뒷걸음질 치는 정령이 보였다.


한쪽에선 엘렌도 안색이 파랗게 질린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들 왜 그러지?’


호기심을 참지 못한 루나가 상체를 앞으로 빼서 지크의 얼굴을 훔쳐보았다가, 자매와 완벽하게 같은 심정이 되었다.


“······!”


온몸이 거대한 칼날 밑에 깔린 느낌이었다. 숨이라도 한 번 잘못 쉬면 그대로 뼈와 살이 뭉텅 잘려나갈 것 같은, 그런 압도적이고 살벌한 존재감이 지크로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다.


옆에서 보고 있는 우리도 이런데 그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고 있는 정령은 어떨까? 그녀들의 의문에 답하기라도 하듯, 정령이 꼬리를 말고 머리를 바짝 낮췄다.


“깨앵···”


감히 도망칠 생각조차 없이, 그저 자비를 구하는 구슬픈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살기를 거둔 지크의 눈동자에 흥미가 어렸다.


‘이게 되네?’


생긴 걸 보니 원래 늑대였던 녀석 같았고, 그럼 혹시 짐승의 생존 본능 같은 게 남아있지 모를까하는 생각에 살기를 뿌려본 거였는데, 예상보다 효과가 좋았다.


“이제 잡아서 내보내도 괜찮지 않겠소?”


“네, 네? 아, 네에···”


지크의 말에 엘렌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손을 움직였다. 곧 물방울에 실린 정령이 하늘 위로 사라졌다.


이어서 엘렌과 루나가 지크 앞에 모였다.


“구해줘서 고마워요, 인간 지크 씨!”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오.”


루나가 머쓱하게 웃으며 뒷머리에 한 손을 얹었다.


“아하하··· 지켜주겠다고 큰소리 쳐놓고 이렇게 되니까 조금 부끄럽네요.”


엘렌이 자매를 흘겨보며 핀잔을 날렸다.


“조금이 아니라 많이 부끄러워해야지. 다른 데 정신이 팔려서 다 잡은 목표를 놓치다니, 너 때문에 나도 인간 지크 씨 앞에서 고개를 못 들겠다.”


“미안, 미안. 그보다 인간 지크 씨, 아깐 엄청 굉장했어요! 눈빛만으로 정령을 팍 제압하는 그거, 정체가 뭐에요? 혹시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비술?”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오. 그냥 용병생활을 하다가 익힌 잡기 중 하나지.”


본래는 북부의 목동들이 가축을 노리는 맹수를 쫓아낼 때 쓰는 기술이었다. 다만 원본은 대상에게 엄준한 경고를 주는 수준에 그칠 뿐, 지크가 하는 것처럼 죽음의 공포를 체감시키진 못했다.


“그렇구나! 근데요 인간 지크 씨, 한 번만 웃어줄래요? 이렇게~”


“저도 부탁드릴게요. 한 번만 웃어주세요.”


루나와 엘렌이 양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지크를 바라보았다. 그림으로 그린 것처럼 예쁜 그녀들의 미소를, 그는 도저히 따라할 엄두가 안 났다.


그래도 시도는 해보는 게 예의 같아서, 그가 어설프게 입술을 움직여 얼추 미소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것만으로도 엘렌과 루나의 표정이 한층 더 화사해졌다.


“역시! 아까 그 무서운 얼굴도 멋있긴 한데, 인간 지크 씨는 웃는 얼굴이 훨씬 잘 어울려요!”


“저도 루나 말에 동의해요. 앞으로도 자주 웃어주시면 좋겠어요.”


지크가 그녀들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를 짐작해 봤다.


아무래도 방금 전 자신의 얼굴이 안 좋은 쪽으로 그녀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 같았다, 자신이 정색만 해도 그 순간이 떠오를 정도로.


“노력해 보겠소.”


그가 대답하면서 자신의 입가를 만지작거렸다. 최근엔 웃을 일이 별로 없었다보니 지금 표정이 어색했다.


그러자 루나가 맑은 웃음소리를 내며 지크의 팔을 가볍게 때렸다.


“인간 지크 씨가 노력할 필요 없어요!”


엘렌이 자매 옆에서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저희가 인간 지크 씨를 잘 보살펴서 매일 웃게 해드릴 거예요.”


다 큰 어른을 보살펴 주겠다고 의욕을 불태우는 두 사람의 태도가 좀 의아했지만, 그녀들의 따사로운 만큼은 확실히 전해졌다.


“신경 써줘서 고맙소.”


그가 다시 한 번 입가에 작은 미소를 걸었다. 이번엔 제법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왔는지, 그녀들이 한동안 멍하니 그의 얼굴만 쳐다봤다.


***


순찰을 끝낸 세 사람이 저택으로 돌아오고, 다 같이 모여 점심을 먹었다.


그 다음엔 이리스와 카밀라가 지크를 데리고 앞뜰의 정원으로 나갔다. 그리고 정원 한쪽에 있는, 돔 형태의 지붕을 가진 석조 정자에 오르고 그를 테이블 앞에 앉혔다.


그녀들이 무대 위의 공연자처럼 지크를 향해 허리를 숙여보였다.


“짜안~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추도의 발키리, 이리스와 카밀라에요!”


“반시들을 도와 인간의 혼을 안식으로 이끌어 주는 게, 저와 이리스의 일이에요.”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지독한 미련을 품고 죽은 인간의 혼은, 지상에 묶인 망령이 되어 끝이 보이지 않는 고독과 허무에 고통 받았다.


처형신 모리유가 거느린 에인헤랴르인 반시는, 그런 망령들을 거두어 주군의 궁전인 티르나노그로 데려갔다.


그곳에서 모리유는 가엾은 망령들에게 안식을 찾아주기 위한 의식을 거행하는데, 추도의 발키리는 이 의식의 도입부에서 진혼곡과 위령무로 그들의 애한을 누그러트리는 역할을 맡았다.


“설명만 들으면 재미없으니까 한번 보여줄게요. 준비됐지, 카밀라?”


“응. 바로 시작하자.”


이리스와 카밀라가 허리춤에 찬 단검을 뽑고, 그것을 든 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그리고 몸을 옆으로 돌려 서로 등을 맞댄 구도로 섰다.


“아아- 삶의 낭떠러지 끝에 매달린 자여-”


카밀라의 선창에 호응하여, 이리스가 우아한 동작으로 한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그리고 자매의 노래를 이어받았다.


“두려워 말라- 저 아래 흐르는 보드라운 물살을 보라-”


그러자 카밀라도 지크 쪽으로 한 걸음 다가왔다.


그 후론 마치 둘이서 한 사람이 된 것처럼, 혹은 한쪽이 다른 한쪽의 그림자가 된 것처럼, 그녀들의 목소리와 몸놀림이 절묘한 화합을 이루었다.


꺼질 듯 흔들리면서도 어떻게든 되살아나는 촛불이 떠오르는 애잔한 노래가 아련한 춤을 따라 타올랐다.


‘따뜻하군.’


보이지 않는 불빛이 영혼을 자애롭게 비춰주는 느낌이었다.


시간 감각을 둔하게 만드는 포근함이 발밑에서부터 서서히 차올랐다. 지크가 그 속에 완전히 잠겼을 때, 그녀들의 목소리와 몸놀림이 서서히 잔잔해지다가 완전히 멈췄다.


“어땠어요?”


이리스의 물음이 지크의 나른한 정신을 일깨웠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들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냈다.


“훌륭한 공연이었소. 내 말재주가 변변찮아 좀 더 제대로 된 찬사를 바치지 못함을 용서하시오.”


카밀라가 다소곳하게 선 채 방긋 웃었다.


“인간 지크 씨의 시간을 헛되이 빼앗진 않은 것 같아 다행이네요.”


이어서 그녀들이 테이블에 합석했다. 카밀라가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계속 입술을 달싹이는데, 이리스가 대뜸 선수를 쳤다.


“있잖아요, 인간 지크 씨. 카밀라가 인간 지크 씨한테 부탁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대요.”


“그걸 왜 네가 말해···!”


“네 꼴을 보아하니 눈치만 보다 날 새겠다 싶어서.”


카밀라가 자매를 부루퉁하게 노려보다가, 지크의 시선이 자신에게 머물고 있는 것을 깨닫고 얼른 말을 꺼냈다.


“실은 제가 요즘 새로운 진혼곡을 만들고 있는데··· 첫 소절부터 막혀 제자리걸음만 하는 중이에요.”


진혼곡은 유한한 삶에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노래, 처음부터 불멸의 존재로 태어난 그녀는 그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때문에 아무리 작곡에 시간을 투자해도 좋은 영감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리고 책상 위에서 얻는 지식으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차에, 운이 좋게도 진짜 인간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인간 지크 씨께 평범한 인간 분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면, 저도 영감을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부디 한 번만 저를 도와주세요.”


“나도 부탁할게요. 얘가 진혼곡을 완성해야 나도 거기에 맞춰 위령무의 안무를 짤 수 있거든요. 작업이 늦어지니까 너무 심심한 거 있죠. 대신!”


이리스가 검지 하나만 핀 오른손을 지크 쪽으로 척 내밀었다.


“여기 머무는 동안 언제든 당신만을 위해 춤추고 노래해줄게요. 신들도 누릴 수 없는 특권! 발키리를 자기 전속 가희 겸 무희로 부리는 최초의 인간! 기분 끝내줄 것 같지 않아요?”


지크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물론 그녀들의 춤과 노래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는 조건도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그의 관심을 가장 크게 잡아끄는 건 따로 있었다.


호루스 왕국과의 전쟁에서 전사한 동포들, 그리고 그 이전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동포들.


그들에게 아름다운 발키리들의 진혼곡과 위령무를 하나씩 바칠 수 있다면, 그들의 빈자리에 묻은 자신의 비탄도 조금은 흩어지지 않을까.


이윽고 지크가 입을 열었다.


“내겐 그대들의 춤과 노래로 기리고 싶은 이들이 많이 있지. 이야기가 길어져도 괜찮소?”


그의 작은 소망을, 그녀들이 부드러운 미소로 받아주었다.


“얼마든지요. 나도 카밀라도 이야기 듣는 거 좋아하니까 사양 말고 마음껏 얘기해요.”


“저희 청을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인간 지크 씨.”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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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북쪽의 환란(4) 22.10.28 24 0 19쪽
114 북쪽의 환란(3) 22.10.27 28 0 14쪽
113 북쪽의 환란(2) 22.10.25 24 0 12쪽
112 북쪽의 환란 22.10.24 23 0 16쪽
111 어둠 속의 은둔자(2) 22.10.21 25 2 17쪽
110 어둠 속의 은둔자 22.10.20 28 0 14쪽
109 가족 나들이(2) 22.10.18 31 0 15쪽
108 가족 나들이 22.10.17 35 0 12쪽
107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4) 22.10.14 27 0 12쪽
106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3) 22.10.13 26 0 13쪽
105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2) 22.10.11 27 0 13쪽
104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1) 22.10.10 22 0 14쪽
103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0) 22.10.07 37 0 16쪽
102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9) 22.10.06 24 0 13쪽
101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8) 22.10.04 29 0 12쪽
100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7) 22.10.03 37 0 12쪽
99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6) 22.09.30 33 0 12쪽
98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5) 22.09.29 31 0 14쪽
»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4) 22.09.27 34 0 12쪽
96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3) 22.09.26 35 0 13쪽
95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2) 22.09.23 36 0 13쪽
94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 22.09.22 43 1 15쪽
93 특별 공연(2) 22.09.20 57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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