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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환생자와 8명의 아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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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나무램프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5
최근연재일 :
2022.11.0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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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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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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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전생의 자매들

DUMMY

***


디아나가 수면 너머로 비치는 몽롱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여긴···?’


잔잔한 물결 속에 잠긴 그녀의 몸 위로 포근한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덕분에 물 온도는 헤엄치기 딱 좋은 수준으로 맞춰져 있었다.


‘이러고 있으니까 너무 좋다···’


신기하게도 물 밖에 있을 때보다 숨 쉬기가 편했다. 태아로 돌아가 엄마 뱃속에 있다면 이런 기분일까?


그때, 보드라운 물거품이 그녀의 머리를 찬찬히 쓰다듬고 지나갔다. 그 속에서 디아나는 무척이나 그리운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고생 많았어, 디아나. 이제 네가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으렴···”


***


“아나히타 님···!”


익숙한 침대에서 눈을 뜬 디아나가 다급히 상체를 일으켰다. 그녀가 멍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다 퍼뜩 정신을 차렸다.


‘방금 그 꿈··· 아나히타 님께서 계시를 내려주신 게 분명해. 잃어버린 걸 되찾으라니, 그게 무슨 의미일까?’


그녀가 한참 고민에 빠져있는데, 옆자리에서 루나가 부스스 고개를 들고 하품을 했다.


“하아암~ 안녕 언니··· 일찍 일어났네. 모처럼 일정 없는 날인데 더 자는 게 어때?”


그간 디아나는 성녀로서 연회신교의 사제들과 함께 후방으로 이송된 부상자를 치료하고, 친지들을 전장으로 떠나보낸 이들을 위한 기도회를 주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줄곧 연회신교 신전에서 머물면서 비상 대기 상태에 있다가, 어제 아카드 제국군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콜드헬름에 입성해 항복 협상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어온 뒤에야 겨우 황궁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디아나의 경호를 책임지느라 고생했던 루나가 언니의 허리를 끌어안고 투정을 부렸다.


“그냥 더 자자~”


“안 돼. 해야 할 일이 있어.”


“해야 할 일?”


“모후를 뵈러 갈 거야. 전쟁 때문에 잠시 가라앉았던 문제가 다시 떠오르기 전에, 해결을 해놔야지. 그래야···”


‘그 사람도 진심으로 기뻐하면서 돌아올 수 있을 거 아니야’라고 말하려던 디아나가 괜히 민망한 기분이 들어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루나는 말 안 해도 다 안다는 듯 히죽 웃었다.


디아나가 루나의 도움을 받아 외출 준비를 했다.


작년 생일에 테레사가 선물해준 드레스를 차려입은 디아나가 긴장한 얼굴로 각오를 다졌다. 그녀가 문 앞에서 루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다녀올게.”


루나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언니를 응원했다.


“힘내, 언니! 전부 잘 될 거야!”


디아나가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열었다.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던 시녀와 호위 몇몇을 대동하고 태후의 침실로 나아가던 그녀에게, 생각지도 못한 반가운 만남이 생겼다.


“작은 오라버니?”


리오네스 대공 에단 레온하르트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동생에게 인사했다.


“잘 지냈니, 디아나? 그렇지 않아도 네 얼굴부터 보러 갈 생각이었는데 잘 됐구나.”


“기별도 없이 짠 나타나시니까 깜짝 놀랐잖아요. 그런데 왜 혼자세요? 대공비 전하는 같이 안 오셨어요?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죠?”


리오네스 대공부부의 금슬이 얼마나 좋은지 잘 알고 있는 디아나가 살짝 걱정을 내비치자, 에단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일은 무슨. 엘리제는 프라이드킵에 잘 있단다. 공무를 명목으로 온 거라 혼자 온 것뿐이야. 폐하께서 날 조용히 부르셨거든.”


“그렇군요. 혹시··· 모후를 설득하는 일 때문에 오신 건가요?”


“그래. 네가 정말 많이 힘들어했다고 들었다. 진작 나서서 돕지 못해 미안하구나.”


“아니에요. 작은 오라버니도 프라이드킵의 일로 바쁘셨잖아요. 신경 써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그리 말해주니 고맙구나.”


마침 에단도 어머니를 뵈러 가던 길이어서, 두 남매는 함께 태후의 침실로 향했다.


침실 앞에서 태후의 직속 푸른 장미와 근위대가 함께 경비를 서고 있었다. 그들이 에단과 디아나에게 일제히 목례를 올렸다.


에단이 헥터를 대행하고 있는 노기사에게 물었다.


“하워드 경, 황제 폐하께서 모후와 함께 계신가?”


“예, 전하. 두 분 중 어느 분이 오시더라도 아뢰지 말고 바로 들여보내라 명하셨습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태후의 침실 안엔 냉랭한 정적이 가득했다. 고집스럽게 입을 다물고 있는 어머니를 답답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던 에반이 애써 웃는 표정을 만들고 동생들을 환영했다.


“둘 다 어서 오거라.”


디아나와 달리, 동생이 아닌 신하로서 입궐한 에단이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강녕하셨습니까, 폐하. 리오네스 대공 에단 레온하르트, 지엄하신 황명을 받들어 지금 도착했습니다.”


“가족끼리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고자 만든 자리다. 번잡한 예의는 잠시 접어두어라.”


“예, 형님.”


에반의 뜻을 헤아린 에단이 어머니와 가까운 자리에 가서 앉았다. 디아나 또한 에단의 반대편 자리에 앉았다.


“이쪽을 좀 봐주십시오, 어머니. 미욱한 둘째가 왔습니다.”


돌처럼 굳어있던 테레사의 입술이 그제야 움직였다.


“어서 오렴, 에단.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구나. 헌데 그저 어미 얼굴이 보고 싶어서 온 건 아닌 것 같고, 용건이 있다면 빨리 말하거라.”


어머니의 가시 돋친 태도가 에단의 목소리를 씁쓸하게 바꾸었다.


“지금 네메아에선 많은 이들이 이번 사태로 그분께서 옛 고향에 가지신 유대감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심한 작자들 같으니··· 신경 쓰지 말거라. 그분의 유대감을 지키고 싶다면 더더욱 네메아의 피를 물려받은 디아나를 지지해줘야지. 어리석은 자들의 입방정에 휘둘리지 말고 황실의 미래를 우선시해라.”


테레세가 주먹을 꽉 쥐고 언성을 높였다.


“챈슬러 가문이 황실이 좋아서 여태껏 충성을 다했다고 생각하느냐?”


제국의 안정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챈슬러 가문에게, 무황제로부터 정통성을 공인받은 레온하르트 가문은 대체 불가능한 선택지였다.


그러나 머지않아 그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생길 수도 있음을, 테레사가 지적했다.


“챈슬러 공녀가 그분의 자식을 낳으면, 챈슬러 가문은 그 아이를 황제로 세울 것이다. 에반이 디아나의 아이에게 황위를 물려준다고 해도, 제국의 귀족들은 서자보단 적자를 선호할 거야.”


테레사가 두 아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훈계조로 말했다.


“챈슬러 가문이 새 황가가 되면 우리 가문을 가만히 내버려 둘 것 같으냐? 디아나뿐만이 아니라 너희의 처자식을 위해서라도, 이대로 물러나지 말아야 한단 말이다.

애초에 공작가 영애보단 황녀이자 성녀인 디아나가 그분의 격에 맞는다는 걸 왜 모른단 말이냐?”


에단이 짤막하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설득에 나섰다.


“어머니··· 우리 누이가 제국 최고의 신붓감이라는 사실은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챈슬러 공녀의 입지를 흔드는 게 불가능하단 걸 어머니도 아시잖습니까.”


무황제로부터 직접 공작 작위를 하사받은 개국공신 가문의 후예인 레이나는 배경 자체도 디아나에게 크게 뒤지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는 일찌감치 아벨과 약혼식을 올렸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그와 동거하며 실질적으로 아내 노릇을 해왔다.


은둔생활 때문에 마법 학계를 제외하곤 디아나에 비해 명성이 떨어지는 것도 옛말이었다.


프라우스의 반란 당시 아벨을 내조하여 세운 공과, 이번 전쟁에서 프리첼 가문의 마법사들을 진두지휘하여 군용 마법 물품의 생산량을 대폭 늘린 업적 덕분에, 지금은 귀족 사회 전반에서 레이나를 이상적인 아내의 귀감으로 칭송하고 있었다.


“그런 건 다 부질없다. 그분께서 함께한 시간이 짧은 디아나를 두고 선뜻 챈슬러 공녀를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시간을 끌면 그분의 총애가 디아나에게 기울 것이다.”


테레사의 시선이 딸에게 옮겨갔다.


“네가 말해보렴 디아나, 그분께서 널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그래야 네 오라비들이 안심할 수 있을 것 같구나.”


디아나가 멍하니 아벨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대련으로 기분 좋게 땀을 흘리고 소소한 잡담을 나눌 때도, 즐거웠던 축제의 끝자락에서 뜬금없이 달맞이꽃 목걸이를 선물해줬을 때도, 산장에서 단둘이 시끌벅적한 술판을 벌였을 때도.


언제나 디아나를 향했던 그의 따스한 눈길이 그녀의 입가에 작은 미소를 그렸다.


“한 자락, 그 사람의 마음을 훔치긴 한 것 같아요.”


“역시···! 장하구나, 디아나. 너라면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요···”


테레사를 바라보는 디아나의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리고 디아나가 어머니를 향해 고개 숙여 간청했다.


“죄송해요, 어머니. 전 전부 빼앗겼어요. 더 이상 그 사람을 힘들게 하기 싫어요. 그러니까 제발··· 이제 그만하세요.”


그 순간, 테레사의 얼굴에서 모든 감정이 사라졌다.


“이 못난 것···!”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테레사가 성큼성큼 디아나에게 다가갔다. 화가 난 어머니가 여동생에게 손찌검이라도 할까봐 기겁한 오라비들이 서둘러 테레사를 말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테레사가 딸을 끌어안고 울음을 터트렸다.


“이 못난 것··· 이렇게 예쁘고 착한데··· 왜 자기가 연모하는 남자의 첫 번째 여자조차 되지 못하는 거야···”


유복자로 태어난 것도 모자라 어머니마저 정신적으로 몰려있던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내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아이.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미안해, 우리 딸···”


그럼에도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자기 삶을 희생해 온 가여운 딸이 누구보다 행복하길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을, 디아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괜찮아요. 전 정말 괜찮으니까··· 울지 마세요, 어머니···”


디아나가 테레사의 등을 보듬으면서 어머니가 흘릴 눈물을 조금 나눠받았다.


***


테레사가 어느 정도 진정되었을 때, 에단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 어머니···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아버지가 해주셨던 옛날이야기가 생각나서 프라이드킵에 보관된 옛 문헌들을 뒤져보다가 발견한 게 있습니다.”


네메아 왕국의 초대 국왕 시절, 큰 전공을 세운 변경백과 공주가 국혼을 올렸다.


변경백의 영지는 왕국의 북쪽 끝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몸이 약했던 공주는 자신이 그곳의 거친 기후를 감당하지 못하고 일찍 죽을 것을 염려했다.


그래서 남편으로 하여금 자신과 절친한 사촌 동생을 첩으로 들이게 하여, 자신이 죽어도 왕가와의 연대가 무너지지 않도록 안배했다.


그리고 예견했던 대로 자신의 죽음이 가까워지자, 사촌 동생에게 정실의 자리를 넘겨주고 조용히 임종을 준비했다.


그러나 사촌 언니를 진심으로 아꼈던 동생은 그걸 용납하지 않고 온 세상을 뒤져 그녀를 살릴 방법을 찾았다.


하늘이 도운 것인지, 동생은 죽은 지 얼마 안 된 사람조차도 되살린다는 학예신 바리의 비약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덕분에 공주는 목숨을 건졌을 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 이상으로 건강해지게 되었다.


공주가 건강을 회복하자 동생은 언니에게 정실 자리를 돌려주고 다시 첩이 되려고 했다.


하지만 생명의 은인을 자기 아랫사람으로 두기 싫었던 공주는, 남편과 아버지에게 동생을 자신과 대등한 정실로 인정해주기를 강경하게 요청했다.


그녀들의 우애에 감동한 변경백과 국왕은 기존의 관례를 무시하고 두 사람을 모두 정실로 공인했다.


“제국의 문화가 혼사에 있어선 국법보다 각 가문의 전통을 우선시합니다. 어머니께서 챈슬러 공녀를 대녀로 삼아 디아나의 의자매로 만들고, 둘 다 정실로 그분께 시집보내면 그럭저럭 명분을 갖출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에반이 손뼉을 치며 감탄했다.


“그거 참 명안이구나! 그렇게 하면 챈슬러 가문도 훗날 외척에 준하는 지위를 얻게 될 테니, 그들도 협상을 거부하지 않겠지.”


거의 천 년 전에 있었던 일화를 가문의 전통으로 우기는 게 좀 무리수이긴 했지만, 그거야 아벨이 헛기침 한 번 하면 아무도 토 달지 못할 일이었다.


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앉아있던 테레사가 자기 옆에 앉아서 훌쩍거리고 있는 디아나를 돌아보았다.


딸의 커다란 눈망울에 담긴 기대감을 확인한 어머니가 마침내 고집을 꺾었다.


“그래. 그렇게 하자. 우선은··· 챈슬러 공녀에게 사과하고 설득을 해야겠구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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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꿈의 종막(2) -完- 22.11.01 47 2 16쪽
116 꿈의 종막 22.10.31 26 1 12쪽
115 북쪽의 환란(4) 22.10.28 27 0 19쪽
114 북쪽의 환란(3) 22.10.27 31 0 14쪽
113 북쪽의 환란(2) 22.10.25 30 0 12쪽
112 북쪽의 환란 22.10.24 27 0 16쪽
111 어둠 속의 은둔자(2) 22.10.21 28 2 17쪽
110 어둠 속의 은둔자 22.10.20 32 0 14쪽
109 가족 나들이(2) 22.10.18 34 0 15쪽
108 가족 나들이 22.10.17 38 0 12쪽
107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4) 22.10.14 30 0 12쪽
106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3) 22.10.13 30 0 13쪽
105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2) 22.10.11 31 0 13쪽
104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1) 22.10.10 27 0 14쪽
103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0) 22.10.07 44 0 16쪽
102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9) 22.10.06 27 0 13쪽
101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8) 22.10.04 32 0 12쪽
100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7) 22.10.03 41 0 12쪽
99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6) 22.09.30 38 0 12쪽
98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5) 22.09.29 36 0 14쪽
97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4) 22.09.27 38 0 12쪽
96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3) 22.09.26 40 0 13쪽
95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2) 22.09.23 40 0 13쪽
94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 22.09.22 48 1 15쪽
93 특별 공연(2) 22.09.20 62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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