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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환생자와 8명의 아내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완결

나무램프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5
최근연재일 :
2022.11.01 20:30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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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3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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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3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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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매듭짓다(5)

DUMMY

***


레베카가 아벨과 타냐를 데리고 응접실에 있는 커다란 카페트 위에 올라섰다.


“그럼 출발한다~”


카페트 위에 빛으로 그려진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동시에 카페트 바깥 풍경이 일그러지고, 탁 트인 야외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


아벨이 멍하니 눈앞의 정경을 눈에 담았다.


높다란 절벽을 깎아 만든 파사드는, 인공적인 조형미를 극한까지 추구하면서도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고스란히 살린 걸작이었다. 아벨이 지금까지 본 그 어떤 궁전보다도 장엄했다.


가장 압권은 파사드 한복판에 있는, 높이가 족히 100m는 되어 보이는 황금문이었다. 자세히 보니 다이아몬드가 디저트에 뿌린 설탕 마냥 빼곡하게 박혀있었다.


레베카가 유쾌하게 자신이 사는 집을 소개했다.


“프로즌아크에 온 걸 환영해! 생긴 게 좀 거창하지? 우리 남편 취향이 듬뿍 반영돼서 그래.”


“선배님, 이건···”


아벨은 예전에 지웰시에서 이런 양식의 주거지를 본 적이 있었다. 다만 알카인의 블랙메이즈는 이렇게까지 대단한 규모가 아니었다.


“이건 아무리 봐도 드래곤의 레어 아닙니까? 남편 분께선 설마···”


레베카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지 뭐.”


때마침 황금문이 자동으로 활짝 열렸다. 저렇게 거대한 물체가 움직이는데 소음이 전혀 안 나는 게 무척이나 비현실적이었다.


카페트가 두둥실 떠올라 레어 안으로 진입했다. 양옆에 늘어선, 하나하나가 천년 넘은 고목을 연상시키는 열주 사이를 통과하여 쭉 나아가니 알카인 크기의 드래곤 수십이 드러누울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 나왔다.


그리고 정면 끄트머리에 있는, 결이 고운 대리석을 짜 맞춰 지은 연단 위에서 이곳의 주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하얗게 빛나는 비늘을 지닌 그 드래곤은, 알카인보다도 거대했고 그만큼 더 강했다. 알카인이 프라임에 근접했다면, 그는 당장 프라임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었다.


카페트가 연단 아래 내려앉자 드래곤이 입을 열었다.


“어서 오시오, 사령관. 나는 젤리두스 오브 프로즌아크, 현재 드래곤 종족의 로드를 맡고 있소.”


지상에 있는 모든 드래곤의 구심적 역할을 하는, 인간으로 치면 황제에 해당하는 직책이 상대에게 붙어있자 아벨이 평소보다 훨씬 꼼꼼하게 격식을 챙겼다.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로드. 로드의 영지와 동쪽으로 이웃한 인간 나라의 기사 아벨 레버넌트입니다.”


“오, 스스로를 낮추지 마시오. 귀하의 격에 맞지 않는 일이오.”


그래도 곧 장인어른이 되실 분이랑 맞먹는 것도 마음이 불편해서, 아벨이 간단히 목례를 올렸다.


그러자 젤리두스가 위아래 이빨을 가볍게 몇 번 부딪혔다. 아벨은 그게 인간으로 치면 웃음에 해당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듣던 대로 건실한 분이로군. 내 증조부이신 프라임 드래곤 크로노스께서 귀하를 무척이나 칭찬하셨지. 귀하가 오면 자신의 안부를 전해달라고 하셨소.”


“그렇습니까? 죄송합니다. 제가 현재 아즈라엘 시절의 기억이 없어서 그분의 존함을 들어도 떠오르는 게 없군요. 저랑 친하신 분 같은데···”


“친한 사이는 아니니까 괘념치 마시오. 그분께선 귀하한테 일대일 싸움을 걸었다가 73토막으로 절단되어 지금 요양 중이시지. 앞으로 최소 500년은 귀하와 마주치실 일이 없소.”


“아···”


아벨이 머쓱하게 입을 다물었다. 젤리두스가 이빨을 몇 번 더 부딪히고 말했다.


“인사는 이만하면 됐고, 이제 귀하를 여기까지 걸음하게 만든 나의 보물을 공개해야겠지.”


샤아아-


그 말이 끝나는 순간에 맞춰, 위쪽에서 푸르스름한 하얀빛이 눈송이처럼 쏟아져 내렸다.


우아하게 흩날리며 바닥에 내려온 빛의 눈송이는 여기저기서 뭉쳐져 얼음이 되었다. 얼음은 점점 자라나 보기 좋은 꽃과 덩굴, 나무가 되었다.


난데없이 생긴 환상적인 얼음 정원, 그 모든 것을 조형한 장본인이 눈부신 빛과 함께 젤리두스 앞에 등장했다.


그녀로부터 퍼져 나온 빛이 얼음 조형물들에 의해 산란하며 무지개로 피어났다.


아벨이 무지개 속에서 그녀의 모습을 찾아 두 눈에 새겼다. 최후의 발악을 하듯, 잔학하고 집요한 고통이 이전보다 훨씬 흉포하게 그의 심장을 물고 늘어졌다.


그러나 영혼으로부터 흘러넘치는 환희가, 아벨로 하여금 그런 사소한 것을 무시할 수 있게 만들었다.


***


검의 수리가 끝나면, 전투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가호를 새기기 위해 그녀를 찾아가는 것이 다음 수순이었다.


가호를 완벽하게 새기기 위해선 그녀가 작업하는 동안 바로 옆에 붙어있을 필요가 있었다. 이제는 그녀들과 일상적인 대화도 제대로 못하는 내게 가장 두려운 시간이었다.


멍하니 칼날 위에 올리어진 그녀의 손끝만을 바라보고 있는데, 후후 하고 웃는 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내가 이렇게 정교하고 섬세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안 나. 다른 자매들이랑 다르게 난 매사에 덜렁대서 실수투성이였거든.”


나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자기 일에 집중하면서, 그녀가 혼잣말을 하듯 말을 이어나갔다.


“어렸을 땐 나 혼자만 덜떨어진 것 같아서 많이 울었어. 근데 아무리 잘 숨어서 울어도 자매들한텐 금방 들키더라.”


그러면서 그녀가 자매들과의 추억을 풀어놓았다. 서툴고 어설픈 막내가 언니들의 따뜻한 격려를 받으며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내 목을 고통스럽게 졸랐다.


자매들끼리 서로 부족함을 채워주고 상처를 보듬어주며 이룩한, 더없이 완벽하고 행복한 일상을 내가 망쳐버린 게 분명했으니까.


그때,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 추억이 정말 값진 이유는, 덕분에 내가 이렇게나마 당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야. 당신을 만나고 나서 지나간 시간이 더욱 의미 있고 소중해졌어. 내 삶이 비로소 완전해졌음을 느꼈어. 고마워.”


그 순수한 눈빛과 천진한 미소 앞에서 더는 버티지 못하고, 나는 입에 물고 있던 침묵을 씹어 삼켰다.


“···그렇지 않아. 내가 전부 망가트린 거야. 나만 없었으면 그대들은···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를 용서하지 마.”


“어, 어어? 왜 울어?”


당황한 그녀가 보드라운 손길로 내 볼을 쓸어 물기를 닦아주었다.


“울지 마. 당신이 죄책감을 느끼길 원해서 한 말이 아니야. 얼핏 보기엔 맹목적이고 바보 같은 사랑처럼 보여도, 나는 이 감정을 갖게 되어 진심으로 행복하단 걸 알려주고 싶었어.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자매 모두가 그래.”


상냥하게 나를 달래는 그녀의 목소리에 줄곧 감춰져있던 작은 소원이 섞여들었다.


“그러니까 만약··· 만약에 당신이 우리 곁을 떠나 멀리 가버리게 되는 일이 생겨도··· 언제든 우리가 보고 싶어지면 미안해하지 말고 바로 돌아와. 우리는 언제까지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 소원이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나도, 그녀도, 그리고 모두가 알았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나 내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반드시···


***


젤리두스가 자신의 보물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목과 꼬리를 그녀 주변에 둘러 훌륭한 배경 소품이 되었다.


첫눈처럼 새하얀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그 위엔 아버지의 것과 똑 닮은 뿔 한 쌍이 돋아있었다. 시리도록 맑고 푸른 눈동자가 아벨을 향해 반짝거리고, 청아한 목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졌다.


“어서 와라 고독한 검의 방랑자, 스스로 영광을 버린 위대한 황제여! 나, 프로즌아크의 귀공녀 라네즈가 그대를 기다리고 있었노라!”


그녀가 만년설을 두른 산봉우리처럼 위풍당당한 자태로 아벨을 내려다보며 한 손을 척 뻗었다.


“험난한 여로를 극복하고 이 자리에 선 그대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괴리된 운명에 드리워진 황혼을 전부 걷어낼 수 없다. 그대여! 진정으로 나와의 신성한 언약을 수복하고 싶다면 시련의 격랑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결의를 보여라!”


열심히 준비한 대사를 읊는데 심취해 있던 라네즈는 아벨이 어느새 연단 위로 올라온 것을 조금 늦게 눈치 챘다.


“으앗?! 어, 언제 여기까지?”


그녀가 뭐라고 더 말하기 전에 그가 한쪽 무릎을 꿇고 정중히 한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나의 라네즈. 그대를 본 순간, 내가 그대를 만나기 위해 지금까지 살아왔음을 깨달았습니다. 부디 앞으로도 영원히 제 삶의 가장 큰 의미이자 행복이 되어주시지 않겠습니까?”


“어? 어어?”


벌써? 준비해 놓은 멋진 대사가 아직 많이 남았는데? 취미랑 좋아하는 음식이랑 이것저것 물어보려고 했는데? 같이 정원에 나가서 데이트도 하려고 했는데?


혼란에 빠져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라네즈를 향해 아벨이 싱긋 웃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화악 하고 새빨갛게 물들었다.


사소한 건 아무래도 좋아진 라네즈가 수줍게 자신의 손을 그의 손 위에 올렸다.


“···응. 잘 부탁해.”


라네즈의 손을 감싸 쥐고 일어난 아벨이 그대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사무치게 그리웠던 온기가 그의 심장에 박혀있던, 황금빛 검의 마지막 조각을 녹였다.


***


아벨과 라네즈, 그리고 타냐가 정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드래곤의 경이로운 마법 덕분에, 절벽 깊숙한 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원의 천장엔 푸른 하늘이 고스란히 비쳤다.


산책을 시작하고 얼마쯤 지나서, 처음 겪어본 연인의 포옹에 넋이 나가있던 라네즈가 정신을 차리자, 타냐가 참았던 폭소를 터트렸다.


“온갖 허세는 다 부려놓고 한 방에 함락··· 푸흣, 엄청 웃겼어. 내 인생 최고의 촌극. 만점 줄게.”


라네즈가 화끈거리는 얼굴로 소리쳤다.


“시끄러! 어쩔 수 없잖아. 오빠는 내 운명의 반려인 걸. 그렇게 멋지게 청혼하는데 어떻게 거절해?”


귀여운 연하의 매력을 어필하려는 타냐의 전략이 그럴 듯하다고 생각해서, 라네즈도 아벨에 대한 호칭을 비슷하게 정했다.


아벨을 가운데 놓고 그녀들이 계속해서 투닥거렸다.


“그건 그렇지. 쓸데없이 길고 이상한 말로 오라버니의 인내심을 바닥나게 만들어서 바로 청혼을 받다니, 라네즈치곤 머리를 잘 썼어. 칭찬해, 칭찬해.”


“그런 거 아니거든! 난 그냥··· 내가 제일 마지막이니까 존재감이 흐릿할까봐 최대한 강한 첫인상을 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너도 되도 않는 귀여운 척 엄청 했다며!”


“아닌데? 고양이 타냐는 원래 귀여운데? 넌 이런 거 없지?”


타냐가 고양이 꼬리를 아벨에 눈앞에 대고 살랑살랑 흔들었다. 어머니 도로테아로부터 배운 유혹의 꼬리질이었다.


“이 요망한 고양이! 그거 하지 마! 하지 말라고!”


라네즈가 타냐의 꼬리를 쳐내려고 팔을 휘둘렀지만, 타냐는 요리조리 꼬리를 놀려 라네즈의 방해를 전부 피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벨이 웃으면서 그녀들을 동시에 자기 품으로 끌어들였다.


“둘 다 너무 귀여우니까 진정해. 그리고 걱정하지 마. 조금 늦게 재회했다고 내가 그대들을 소홀하게 대할 일은 절대 없어.”


“네에~ 나는 오라버니를 무조건 믿어요. 하지만 꼬맹이 라네즈는 의심이 많으니까 잘 달래줘요.”


“나랑 동갑인 주제에 누구보고 꼬맹이래!”


타냐가 아벨의 뺨에 입을 맞추고 그의 품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혀를 살짝 내밀어 라네즈를 약 올리고 허공으로 뛰어올라 사라졌다.


“꼭 저렇게 얄밉게 군다니까.”


타냐가 자신을 위해 아벨과 함께하는 시간을 양보한 것임을 알면서도, 라네즈의 볼이 부루퉁하게 부풀었다.


아벨이 킥킥거리면서 손가락으로 라네즈의 볼을 콕 찔렀다. 프흐 하고 귀여운 소리와 함께 바람이 빠졌다.


“우우, 오빠까지 날 갖고 장난치지 마.”


“미안. 그럼 가실까요, 레이디? 최선을 다해 에스코트하겠습니다.”


금세 표정이 풀린 라네즈가 방긋 웃으며 아벨이 내민 손을 잡았다. 그녀가 아벨과 맞잡은 손으로 손깍지를, 다른 손으론 팔짱을 끼었다.


“어서 가자. 지금 오빠는 나만의 기사인 거야. 알았지?”


***


프로즌아크 내부 정원의 면적은 작은 도시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원래 드래곤은 레어를 지을 때 이런 장소를 따로 만들지 않지만, 젤리두스는 아내와 딸을 위해 인간들 사이에서 유명한 정원을 두루 참고하여 훌륭하게 정원을 꾸몄다.


정원의 곳곳엔 라네즈가 어린 시절부터 만든 얼음 조각상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건 내가 7살 때 처음으로 만든 거야. 좀 투박하지만 타냐랑 닮았지?”


원본에 비해 상당히 토실토실한 체형이긴 해도, 지금 아벨의 눈앞에 있는 얼음 조각상은 고양이 타냐의 특징들을 잘 잡아 표현하고 있었다.


“그래. 귀엽게 잘 만들었네. 작가의 장래가 기대되는걸.”


“헤헤, 기대해도 좋아.”


연인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라네즈가 이후에 만든 작품들을 제작 시기가 이른 순서대로 아벨에게 구경시켜주었다.


그리고 라네즈가 15살 이후에 만든 작품들은 단순한 조각상이 아니었다.


“와아···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


분수대 가운데에서 신명나게 춤을 추는 얼음 인형들을 보면서, 아벨이 감탄을 내뱉었다. 얼음 인형들의 반투명한 몸체 안쪽으로 시계의 것처럼 정교한 기계 장치의 모습이 엿보였다.


라네즈가 우쭐한 얼굴로 가슴을 내밀고 헛기침을 했다.


“엣헴. 내가 마도공학도 좀 하거든.”


그녀가 한 손을 멋지게 쭉 뻗고 분수대의 물에 자신의 마나를 불어넣었다. 순식간에 얼어붙은 수면에서 다양한 크기의 톱니바퀴와 기타 등등 다양한 기계부품이 돋아났다.


이어서 라네즈가 손끝에서 농밀한 밀도의 마나 덩어리를 쏘아내자, 부품들이 허공으로 떠올라 마나 덩어리를 중심으로 한데 뭉쳤다.


착착 조립된 부품들이 새로운 얼음 인형이 되어 먼저 만들어진 동료들의 군무에 참가했다.


짝짝짝짝-!


아벨이 혼자서 100명 몫의 박수를 쳤다. 라네즈가 그 반응에 만족하고 헤실헤실 웃었다. 다만 고난이도 마법을 전개한 탓에, 그녀는 꽤 지쳐보였다.


“잠깐 쉴까?”


아벨이 라네즈의 이마에 맺힌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주고, 그녀를 분수대 앞에 있는 벤치로 데려가 나란히 앉았다.


라네즈가 미리 준비해 놓았던 콘 아이스크림 2개를 소환하고 하나를 아벨에게 줬다.


“자, 오빠.”


“고마워.”


두 연인이 어깨를 맞대고 달콤한 분위기를 그대로 녹였다 얼린 것 같은 간식을 즐겼다.


그러다 문득 라네즈가 말했다.


“있잖아, 오빠. 언니들은 어떤 사람이야?”


아벨을 바라보는 라네즈의 두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그녀는 운명의 연인 못지않게 전생의 자매들에게도 흥미가 많았다.


“타냐가 겨우 이틀 먼저 태어난 주제에 가끔 언니 행세를 하는데 건방지기만 하고 별로야. 진짜 언니들은 다르겠지? 다들 어떻게 지내? 언니들도 나랑 타냐를 보고 싶어 할까?”


“그럼. 자매가 모두 8명이란 걸 알게 된 후론 다들 그대들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


아벨이 그리운 연인들을 떠올리며 라네즈에게 그녀들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줬다. 라네즈가 귀를 활짝 열고 경청하면서 중간 중간 언니들에 대해 받은 인상을 표현했다.


“레이나 언니는 정말 대단하네. 나도 언니의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


“디아나 언니는 참 착실한 것 같아. 빨리 일이 잘 풀려서 다 같이 모일 수 있으면 좋겠다.”


“엘렌 언니는 뭐랄까 개성이 넘치네. 그건 그렇고 나도 메이드복을 한번 입어보고 싶다.”


“루나 언니는 어른스러워서 멋있어. 동생들을 특히 잘 챙겨줄 것 같아.”


“이리스 언니는 타냐처럼 장난기가 많네. 그래도 타냐보단 훨씬 생각이 깊은 것 같아.”


“카밀라 언니는 나랑 성격이 비슷해. 분명 서로 엄청 잘 통할 거야. 그리고 언니의 노래를 꼭 들어보고 싶어.”


그렇게 두 사람은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다시 정원을 거닐고, 정경이 아름다운 곳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발코니로 나아가 대산맥의 아름다운 밤하늘을 구경했다.


정석적인 데이트였으나 이 모든 게 처음이었던 라네즈의 가슴엔 행복한 감정이 구름처럼 몽실몽실 피어났다.


아벨은 그녀가 무심코 날아가 버릴 것을 걱정하는 사람처럼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침실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런데 침대에 도착해도 라네즈가 자신의 팔을 붙들고 떨어질 줄 몰라서, 아벨은 그녀 옆에 앉아서 한참동안 곁을 지켰다.


“있잖아, 오빠.”


라네즈가 살짝 떨리는 숨을 내뱉고 말했다.


“타냐랑 했던 거, 나한테도 해줘.”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는 연인의 시선을 피하면서, 라네즈가 괜히 화난 척 투덜거렸다.


“걔가 혼자 오빠를 만나고 와서 엄청 자랑했다? 자기는 이제 어엿한 어른이니까 나랑은 다르다면서. 진짜 얄미웠어.”


“그랬구나.”


아벨이 나직이 웃으면서 라네즈의 발그레한 뺨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라네즈, 난 그대가 그런 이유로 나랑 밤을 보내는 걸 결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타냐나 다른 자매들을 따라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롯이 그대가 원해서 나와의 애정을 확인하고 싶을 때 다시 말해줘.”


“으음···”


라네즈가 고민에 빠졌고 아벨이 조용히 그녀의 선택을 기다렸다.


이윽고 그녀가 해맑게 웃으며 그의 손등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역시 오늘 밤은 오빠가 쭉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나, 오빠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진심으로 궁금해.”


그러자 아벨의 입가에 라네즈의 것 이상으로 환한 미소가 걸렸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도 오늘밤 그녀를 자기 옆에서 재우고 싶은 욕심이 가득했다.


“그럼 됐어. 고마워, 라네즈.”


아벨이 라네즈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조심스레 침대에 눕혔다. 이어서 그녀의 입술을 훔치고 말로다 다 표현할 수 없는 자신의 사랑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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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꿈의 종막(2) -完- 22.11.01 40 2 16쪽
116 꿈의 종막 22.10.31 22 1 12쪽
115 북쪽의 환란(4) 22.10.28 25 0 19쪽
114 북쪽의 환란(3) 22.10.27 29 0 14쪽
113 북쪽의 환란(2) 22.10.25 25 0 12쪽
112 북쪽의 환란 22.10.24 24 0 16쪽
111 어둠 속의 은둔자(2) 22.10.21 26 2 17쪽
110 어둠 속의 은둔자 22.10.20 29 0 14쪽
109 가족 나들이(2) 22.10.18 32 0 15쪽
108 가족 나들이 22.10.17 36 0 12쪽
107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4) 22.10.14 28 0 12쪽
106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3) 22.10.13 27 0 13쪽
105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2) 22.10.11 28 0 13쪽
104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1) 22.10.10 24 0 14쪽
103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0) 22.10.07 39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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