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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환생자와 8명의 아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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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나무램프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5
최근연재일 :
2022.11.0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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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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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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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매듭짓다(2)

DUMMY

***


생긋 웃는 타냐의 얼굴이 아벨에게 가까워졌다.


“이젠 내가 누군지 알아볼 수 있어요?”


“당연하지. 줄곧 그대를 찾고 있었는걸.”


아벨이 그녀의 볼을 찬찬히 쓰다듬다가 그대로 와락 껴안았다.


“바로 알아보지 못해서 미안해. 벨루스 일족이라면, 그대는 캐트시겠구나.”


캐트시는 처형신 모리유의 수제자이자 고양이를 너무 좋아해서 고양이가 되고 싶었던 마검사, 비비안의 후손이었다.

그 내력에 어울리게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고양이의 귀와 꼬리를 가졌고, 원하기만 하면 진짜 고양이로 변신할 수 있었다.


타냐가 속한 벨루스 일족은 그중에서도 가장 정통성이 강한 일족으로, 대산맥 심처에 터를 잡고 살며 대륙 최고의 암살자 집단으로 위명이 높았다.


“설마 그대가 먼저 나를 찾아올 줄은 몰랐어. 그대는 언제부터 전생의 인연에 대해 알고 있었던 거야?”


“서서 얘기하기엔 너무 길어요.”


타냐가 유연한 몸놀림으로 아벨의 품에서 쏙 빠져나온 다음, 한쪽에 있는 침상에 엉덩이를 걸쳤다. 아벨이 옆에 앉자 그녀가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랑 라네즈는 15년 전, 우리가 5살일 때부터 당신에 대해 알고 있었어요.”


새롭게 언급된 이름에서 그리운 잔향을 느낀 아벨이 보채듯이 타냐에게 물었다.


“라네즈? 남은 자매 한 명의 이름이 라네즈야? 둘이 같이 지내고 있었어?”


타냐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라네즈의 엄마는 타냐의 스승님. 전생의 인연, 언젠가 우릴 찾으러 올 운명의 반려에 대해 알려준 것도 스승님이에요.”


새로운 희소식에 아벨의 얼굴이 한층 더 밝아졌다. 타냐가 그걸 보고 방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당신을 만나러 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나와 라네즈의 전생은 당신의 전속 무장의 발키리. 당신의 무장을 관리하며 가장 오랜 시간 당신 옆에 붙어있었던 존재.

우리를 먼저 만나면 당신에게 걸린 금기가 너무 일찍 깨진다고 스승님이 말했어요. 그래서 꾹 참고 기다렸던 거예요. 당신이 운명의 인도에 따라 이곳으로 오는 날을.”


타냐가 아벨 쪽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아벨이 타냐가 원하는 바를 바로 파악하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머리카락의 결을 따라 움직이는 그의 섬세한 손길이 마음에 들었는지 타냐의 입매가 느슨하게 풀어졌다.


“그랬구나. 기다려줘서 고마워. 라네즈는 지금 어디 있어? 같이 오진 않은 거야?”


“자기 집에 있어요. 걔는 둔해서 잠입엔 소질이 없거든요. 원래는 전쟁이 끝나고 둘이 같이 오려고 했는데, 급하게 전해야할 소식이 생겨서 나 혼자 바로 왔어요.”


“급한 소식?”


타냐가 벨루스 일족의 정보망으로 얻은 아낙스 제국의 기밀을 아벨에게 알려주었다. 아벨이 안색을 심각하게 고치고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저쪽에서 그런 수를 준비하고 있었다니··· 모르고 있었으면 큰 피해를 입을 뻔했네. 정말 고마워, 타냐.”


“그럼 더 칭찬해줘요. 당신이 쓰담쓰담 해주는 거 좋아요.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솜씨가 훨씬 훌륭해요. 역시 내 운명의 반려. 만점 줄게요.”


아벨은 기꺼이 타냐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가 그녀를 무릎 위에 앉히고 아까보다 과감하게 손을 놀렸다. 신기하게도 어딜 어떻게 쓰다듬어주어야 타냐가 기뻐하는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전생에서 타냐가 언니들보다 아벨 곁에 오래 붙어있었던 만큼, 그의 무의식에 그녀를 대하던 습관이 강하게 남은 것 같았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타냐는 아벨의 다른 연인들이자 자신의 자매들에게 큰 호기심을 보였다.


얼마 후, 타냐가 따끈따끈해진 뺨을 아벨의 뺨에 부비면서 새로운 호칭으로 그를 불렀다.


“오라버니~”


본래 그녀가 노렸던 호칭은 ‘주인님’이었으나, 그것은 이미 엘렌이 선점했다는 걸 듣고 귀여운 연하의 연인으로서 입지를 다지기로 마음을 바꿨다.


타냐의 전략은 실제로도 효과가 뛰어났다. 이성의 고삐가 흐물흐물해진 아벨은 그녀에게 보다 격한 애정표현을 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는 게 점점 힘들어졌다.


“있잖아, 타냐. 꼭 오늘 돌아갈 필요는 없는 거지?”


아벨이 은근슬쩍 타냐를 밀어 침대에 눕히고 물었다. 그러자 타냐가 또랑또랑한 눈망울로 아벨을 올려다보면서 반문했다.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면 보내줄 거예요?”


살랑거리는 타냐의 꼬리가 아벨의 목덜미를 간질였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천진난만한 표정과 대비되게, 고양이 꼬리의 움직임은 그를 도발하는 것처럼 요망했다.


아벨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마구 쓰다듬어 줄 거야.”


그러자 타냐도 배시시 웃었다.


“역시 오라버니. 고양이를 다루는 법을 잘 아네요.”


그녀가 그의 등을 자신의 팔로 감싸며 속삭였다.


“오늘은 내가 오라버니의 애정을 독점하는 날. 언니들을 빨리 따라잡을 수 있게,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아벨이 미소를 그리고 있는 입술을 그대로 타냐의 입술 위에 겹쳤다. 그리고 두 사람은 동이 틀 때까지 둘만의 특별한 추억을 한가득 쌓았다.


***


이른 아침, 아카드군의 수뇌들이 사령관의 부름을 받고 지휘부 막사에 모였다. 와야 할 사람들이 전부 원탁에 둘러앉은 걸 확인한 아벨이 타냐가 전해준 정보를 공개했다.


“내가 개인적인 비선을 통해 알아본 바에 의하면, 아낙스 제국이 블랙메이즈 공작의 아들, 벤젠을 용병으로 고용했다. 놈은 닷새 정도 후 이곳에 도착할 것으로 추정된다.”


주위가 크게 술렁거렸다.


“흑룡공(黑龍公)의 아들···?!”


“맙소사···”


블랙메이즈 공작가, 그 가문의 내력은 아카드 제국의 건국 전쟁 시기로 거슬러 올라갔다.


제국 북서쪽에 있는 지웰시 지방은 고대로부터 희귀한 보석의 산지로 명성이 높았다. 그러다 400여 년 전쯤에 한 드래곤이 그 지방에 터를 잡았다.


그 드래곤은 특이하게도 자기 영토에 있는 인간들을 내쫓지 않았다. 대신 그들을 보석광산의 인부로 고용하고, 그 대가로 외침과 재해로부터의 보호를 제공했다.


마치 인간의 군주처럼, 그 드래곤은 그런 식으로 조금씩 자신을 섬기는 인간들을 늘려가며 주변 지역을 흡수했다.


그 결과 그 드래곤은 일반적인 드래곤의 영토를 아득히 넘어서는, 중간 규모 왕국과 필적하는 면적의 영토를 경영하게 되었다.


그리고 보석광선에서 나오는 막대한 수입을 밑천 삼아 인간의 나라들을 상대로 대부업을 벌이며 막대한 부를 쓸어 담았다.


발루스 산맥 동쪽의 완전한 통일을 목표로 하고 있던 전생의 아벨에게, 채무를 목줄 삼아 여러 국가들을 제멋대로 주무르는 드래곤은 앞마당에서 공생하는 야생동물 취급하기엔 너무 위험한 존재였다.


그래서 그는 드래곤에게 제국의 봉신이 될 것을 정중히 권했다. 하지만 드래곤은 황제의 친서를 받자마자 불태우고 이런 답서를 보냈다.


‘드래곤은 가죽 하나 제대로 못 입고 태어나는 미물에게 머리를 조아리지 않는다. 너희가 제국이라 부르는 하찮은 군체의 질서를 내게 거론하지 마라.’


전생의 아벨은 드래곤의 위트가 퍽 마음에 들었지만, 황제로서 제국의 위신이 손상된 사건을 웃어넘길 수는 없었다.


신생 제국에게 정면으로 도전한 용감한 드래곤, 알카인은 지웰시에 쳐들어온 황제에게 호기롭게 일대일 결투를 신청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미물 놈, 먹이사슬에서 너희 족속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되새겨주마!’


그리고 황제의 망치에 비늘 덮인 고기반죽이 되기 직전까지 두들겨 맞았다.


‘음··· 폐하께선 미물이라고 하기엔 너무 크시군요.’


덕분에 인간에 대한 자신의 오만과 편견을 버린 알카인은, 과거의 실수를 반성하고 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황제는 그를 제국의 공작으로 책봉하고 지웰시 지방을 영지로 수여했다. 그렇게 제국 최초의 이종족 귀족 가문 블랙메이즈 공작가가 탄생했다.


알카인이 전생의 아벨과 맺은 계약은 여러모로 특이한 점이 많았다.


블랙메이즈 공작은 전시에 주군을 위해 종군하는 의무를 지지 않는 대신, 자기 영지의 노동력 징발권을 포기하고 조세 수취권만을 행사했다.


그리고 자기 영지가 아니라 임페리얼 북쪽에 있는 투리스 산에 관저를 두고,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제국의 국경을 넘나드는 것을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제국에 대한 공납 의무를 면제받았다.


봉신의 가장 대표적인 의무 두 가지에서 자유로운 알카인은 그만큼 제국 중앙 정계와 연결이 느슨했다. 프리드리히 황제 이후 그의 얼굴을 직접 본 황제는 단 5명이었다.


아카드 제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비밀스러운 귀족, 그러나 개국공신 서열 9위로서 건국의 주역 중 하나였던 그의 막강함을 의심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것이 일부일지언정 그의 위광을 물려받은 아들에게 아카드군 전체가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였다.


은거했던 기간이 길어서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어두운 버질이 기가 막혀 중얼거렸다.


“이게 뭔··· 블랙메이즈 공작께선 우리 제국의 귀족, 그것도 개국공신이신데 그 아드님이 왜 아낙스 제국하고 결탁한 겁니까?”


부사령관 알렉스가 아벨 대신 그 질문에 답했다.


“공작께서 30여 년 전에 휴면기에 드셨는데, 벤젠 공자가 그 사이 멋대로 가병의 일부를 이끌고 국외로 나가버렸습니다. 그 후 대산맥 서쪽에서 용병단을 운영하며 세력을 불리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상황이 괴이해졌군요.”


아벨이 설명을 보충했다.


“녀석의 목적은 아버지로부터 독립하여 자기만의 나라를 세우는 것이라더군. 이번 전쟁에 참전하는 대가로 아낙스 제국 북방 개척지의 일부를 할양받기 했다고 들었다.”


아벨이 사령관의 권위를 담은 눈빛으로 부하들을 쭉 둘러보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스렸다.


“지금 우리 군의 무장과 편제로 드래곤의 군대와 전면전을 벌이면 피해가 커지겠지. 오늘부턴 공성을 중단하고 진지 보강에 집중한다. 이견이 있으면 말하도록.”


이견 같은 건 없었다. 모두가 절도 있게 군례를 올리고 각자 할 일을 하러 나갔다.


“냐아아옹~”


고양이로 변신한 채 막사 구석 옷걸이에 걸린 아벨의 코트 속에 숨어있던 타냐가 폴짝 뛰어서 원탁 위로 올라왔다. 아벨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연인들에게만 보여주는 다정한 얼굴로 물었다.


“기다리느라 지루했지?”


“아뇨. 일하는 오라버니의 모습. 멋있어서 좋았어요.”


“그랬다니 다행이네. 그보다 정말 대단한 은신술이야. 감탄했어.”


대단하단 말로도 부족했다. 기감이 극도로 발달한 그랜드 마스터나 아크메이지들조차 회의 내내 타냐의 기척을 감지하지 못했으니까.


“저희 일족의 비술이에요.”


타냐가 고개를 높이 들어 올리고 자랑스레 말했다.


“타인의 존재감에 녹아들어 나의 존재감을 감추는 기술. 오라버니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둘렀기 때문에, 오라버니 말곤 아무도 날 인지하지 못한 거예요.”


타냐가 두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말을 이었다.


“이걸 쓰면 전장에서 오라버니의 등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어요. 나도 같이 싸울게요.”


“마음은 고맙지만 그건 안 돼. 이 전쟁은 온전히 내가 감당해야할 과업이야.”


“그치만···”


타냐가 거듭 간청했지만 아벨은 시종일관 단호하게 거절했다.


잠시 후, 자리에서 일어난 아벨이 코트를 걸치고 실망감에 젖어 축 늘어져 있는 타냐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녀를 코트 앞자락 안쪽에 잘 숨기고 막사 밖으로 나왔다.


급하게 방벽을 세우고 참호를 파느라 군영 안이 부산스러웠다. 아벨은 조용히 군영을 빠져나와 인근에 있는 숲속으로 들어갔다.


아벨이 한적한 곳에서 걸음을 멈추자 타냐가 본모습으로 돌아와 그의 목을 끌어안고 매달렸다.


“떨어지기 싫어요. 이제야 겨우 만났는데···”


아벨이 타냐의 엉덩이를 가볍게 토닥이며 그녀를 달랬다.


“전쟁이 끝나면 바로 찾아갈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그러고 있기를 몇 분, 타냐가 아벨을 놓아주고 한 걸음 물러났다. 그녀가 자신의 눈동자처럼 푸른빛을 띠는 보석 하나를 아벨에게 내밀었다.


“이게 오라버니를 내가 있는 곳으로 인도해줄 거예요. 다치지 않고 건강한 모습으로 와서 또 타냐를 마구 쓰담쓰담 해줘야 해요. 알았죠?”


“약속할게. 라네즈랑 같이 며칠만 기다려줘.”


타냐가 방긋 웃는 모습으로 작별인사를 대신하고 가볍게 뛰어올랐다. 그녀의 몸이 풍경에 스르륵 녹아들어 사라졌다.


고요한 숲에 홀로 남은 아벨이 연인을 떠나보낸 아쉬움을 맑은 공기에 희석시키고 자신이 있어야할 자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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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꿈의 종막 22.10.31 21 1 12쪽
115 북쪽의 환란(4) 22.10.28 24 0 19쪽
114 북쪽의 환란(3) 22.10.27 28 0 14쪽
113 북쪽의 환란(2) 22.10.25 24 0 12쪽
112 북쪽의 환란 22.10.24 23 0 16쪽
111 어둠 속의 은둔자(2) 22.10.21 25 2 17쪽
110 어둠 속의 은둔자 22.10.20 28 0 14쪽
109 가족 나들이(2) 22.10.18 31 0 15쪽
108 가족 나들이 22.10.17 35 0 12쪽
107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4) 22.10.14 27 0 12쪽
106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3) 22.10.13 26 0 13쪽
105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2) 22.10.11 27 0 13쪽
104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1) 22.10.10 22 0 14쪽
103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0) 22.10.07 37 0 16쪽
102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9) 22.10.06 24 0 13쪽
101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8) 22.10.04 29 0 12쪽
100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7) 22.10.03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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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4) 22.09.27 3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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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 22.09.22 43 1 15쪽
93 특별 공연(2) 22.09.20 57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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