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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라 돌아라 강강수월래

왕녀의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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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어스름달
작품등록일 :
2014.12.01 23:43
최근연재일 :
2017.11.24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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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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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8.22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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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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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권능

DUMMY

메담 역시 알케니아의 말을 듣고 황당했나 보다. 어이없는 얼굴로 그에게 되묻는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겨우 당신들만 왔으면서 원군이라니요?”

나는 샤나프린을 돌아보며 그에게 물었다.

“혹시 완성한 거야, 샤니? 파크에게 배우기로 했던 그 비법을?”

“어느 정도 성과는 있었지만 써먹을 수 있을 정도는 아직 아닙니다.”

내 말을 듣고 혹시나 하고 기대하고 있던 메담은 샤나프린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알케니아에게 다급히 물었다.

“바르테인 군은 어디로 간 겁니까? 무슨 이유로 여왕님을 구하러 오지 않은 겁니까?”

“그들은 지금도 여왕님을 구하러 가는 중입니다. 다만 방향이 잘못 되었을 뿐입니다. 제가 마법으로 그들의 감각을 어지럽혔거든요.”

“뭐라고요?”

우리 모두 아연실색한 얼굴로 알케니아를 쳐다보았다.

“제 마법은 악마들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상대로는 큰 효과를 발휘하죠. 그 많은 사람 중 마법에 걸려본 경험이 있었던 이는 단 한 명도 없었고, 모두들 자신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알케니아의 설명을 들은 메담은 마침내 화를 폭발시키며 그에게 소리쳤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당신이 바르테인 군을 엉뚱한 쪽으로 유인했다는 뜻입니까? 도대체 왜....?”

메담이 하려던 말을 끝맺을 수 없었다. 불현 듯 아르만시아가 내 쪽으로 쏜살같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미리 진영을 짜두었던 그림자 매, 케이온지드, 메담, 켈리트는 잔뜩 긴장하며 일제히 그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과연 나의 지원이 없어도 이들이 아르만시아를 막을 수 있을까? 이는 의문으로 남게 되었다. 그들에게는 아르만시아를 상대할 기회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저 장면을 목격하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알케니아는 자신의 품에서 튀어나간 갓난아기를 바라보며 뒤늦게 메담의 물음에 대답해 주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파크가 그 짧고 뭉툭한 팔로 아르만시아를 멈춰 세우고 있다. 한껏 힘을 내어도 팽팽히 버티는 파크에게 분노한 아르만시아가 몸에서 칼날을 뽑아내 일제히 찌른다. 한줌밖에 안 되는 아기를 상대로 너무나도 잔혹한 공격이었다. 그러나 그 많은 칼날들은 파크의 몸을 꿰뚫지 못하고 모조리 튕겨져 나갔다.

“저건 무슨 마법이죠?”

나는 알케니아에게 물었다. 이런 질문을 던진 건 그 동안 파크에게 마법 외에 별다른 능력이 없다고 믿어왔기 때문이었다. 파크가 아르만시아를 상대하러 간 뒤에도 샤나프린과 함께 계속 날아온 알케니아는 내 옆에 착지하며 대답했다.

“저것은 더 이상 마법이 아닙니다. 마법은 밀도가 약해 아르만시아가 아닌 가장 약한 악마에 의해서도 손쉽게 파괴되어 버리죠. 권능입니다.”

“권능?”

이 때 그림자 매의 손에 들려 있는 정령왕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렇군! 인간의 육체는 아기일 때 진화적 잠재력과 재생력이 가장 뛰어나지! 궁극의 진화를 구현하기에는 그야말로 최적의 조건인 거야!”

파크가 지금 발휘하고 있는 능력이 궁극의 진화라고? 그렇다면 아르만시아와 똑같은 조건이라는 뜻이었다. 나는 알케니아에게 물었다.

“파크에게는 아르만시아에게 대항할 힘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래서 그에게 죽었던 거 아니었어요?”

“당시에는 확실히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파크님이 그런 힘을 가져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분에게 아르만시아에게 대항할 수단이 전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부활 후 그분은 자신의 구상을 실현해낼 충분한 시간을 얻었죠.”

아르만시아의 무자비한 공격을 몸으로 받아낸 파크가 이번에는 반격을 했다. 두 뼘도 안 되는 팔을 뻗어 자두 같은 주먹으로 아르만시아를 가격했다. 그러자 케이온지드의 육중한 공격에 맞아도 끄덕도 안하던 아르만시아의 몸이 움푹 패이며 수십 미터나 날아가 버렸다. 이 광경을 같이 지켜보며 알케니아가 말을 잇는다.

“아르만시아는 이 세계에 진출하기 전에 가장 먼저 파크님부터 죽였습니다. 자신에게 대항할 능력을 갖추기 전에 말입니다. 그 이유는 자신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존재가 파크님이었기 때문입니다.”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아르만시아를 때려눕힌 저 갓난아기에게 경외감을 갖게 된다. 고작 1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신에 버금가는 힘을 갖추다니.... 아니, 정령왕의 지적대로 아기의 육체이기에 궁극의 진화가 가능했던 건가?

“크윽.... 어떻게 된 거지? 같은 궁극의 진화라 해도 내 힘이 우위에 있거늘!”

아르만시아가 당황한 표정으로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그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너는 그 힘을 고작 1년 정도 사용했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몇 백 년이나 다루었었지.-

파크가 싸늘한 눈으로 자신을 배신한 부하를 노려보며 대답한다. 이에 노한 아르만시아가 다시 일어나 덤벼들었고 두 초월적 존재는 그야말로 상상할 수도 없는 싸움을 펼치기 시작했다.

“파크님과 저는 이 모든 걸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악마들이 붉은 바위족을 발견한 시점에서 아르만시아의 강림은 예정된 수순이었죠. 그래서 연합군을 엉뚱한 방향으로 인도한 겁니다. 그들이 여기 있어봐야 무의미한 희생만 늘어났을 테니까요. 여왕님도 그건 바라지 않으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바로 보셨어요, 알케니아.”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파크 한 사람이 연합군보다 더 강력한 원군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모두가 안도하고 있는 이때에 켈리트의 표정만은 점점 더 일그러지고 있었다.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급기야 그녀는 알케니아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알케니아가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한다.

“파크님 스스로 결정하신 거야.”

“그래도 네가 말렸어야지!”

“어떻게 말릴 수 있겠어? 파크님을 내가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어?”

“말도 안 돼! 그 동안 얼마나 헤맸는데, 찾아내자마자 이렇게....”

두 사람의 심상치 않은 대화를 들으며 나는 곧 무슨 상황인지 직감했다.

“파크가 궁극의 진화를 언제까지나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군요?”

알케니아가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대답해 주었다.

“파크님은 현재 육체의 모든 잠재력을 짜내어 궁극의 진화를 완성하셨습니다.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죽음뿐이죠.”

어쨌거나 자신에게 아르만시아를 막을 힘이 없다는 파크의 말은 사실이었던 것이다. 죽음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이번에도 나 때문에 희생되는 건가? 매번 아르만시아가 강림할 때마다 누군가 죽게 된다. 하이아온, 칸딘.... 그리고 이름도 알 수 없는 수많은 기사와 병사들. 기어이 이번에는 신까지 죽는구나....

“사실 저희는 오래 전에 근처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이 올 때까지 파크님을 쉬게 해드리며 말입니다. 여러 분들이 활약해주신 덕에 저희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힘을 비축할 수 있었지만 파크님이 권능을 구사하는 데는 시간제한이 있습니다.”

알케니아는 동굴 안에 남아 있는 붉은 바위족을 돌아보며 말을 잇는다.

“이제 곧 우리가 맡은 일을 할 차례가 올 겁니다. 파크님이 싸우시는 동안 이들을 모두 대피시키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그게 파크님이 나에게 맡기신 일이야?”

켈리트가 슬픈 눈으로 파크를 지켜보며 알케니아에게 묻는다.

“그래. 파크님 외에 단 한 명도 죽지 않게 하는 게 우리의 계획이었어. 파크님은 그것을 위해 또 한 번의 죽음을 각오하신 거야.”

단 한 명도 죽지 않게 한다. 그 말이 가슴 속에 큰 파문을 일으킨다. 파크와 나는 같은 목적을 갖고 있었구나. 실제로 그는 아르만시아를 날려버리고 여유가 생길 때마다 집결해 있는 악마들을 쳐부수며 우리가 달아날 길을 터주고 있었다.

“도대체 파크는 어쩌다 악마들의 신이 된 거죠?”

나는 조용히 알케니아에게 물었다. 그의 성격은 원래 그의 부하였던 존재들과 정반대였다. 게다가 지금 악마들을 사정없이 쳐부수는 걸 보고 있노라면 한 때 그들을 이끌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단지 제비뽑기의 결과일 뿐이라는군요.”

알케니아가 대신 파크와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샤나프린이 나의 의문에 대답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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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고) 미카엘 : 그런데 저한테는 왜 진 겁니까? 신의 권능을 궁극의 진화 뿐 아니라 모든 측면에서 몇 백년 동안이나 다루었으면서 말입니다. 

파크 : 당황했기 때문이네. 자네가 인간이 된 후에야 천사일 때 사용하지 못했던 신의 권능을 비로소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말일세. 솔직히 말해 내가 아르만시아에게 맞설 수단을 고안한 건 자네에게 영감을 받은 덕분이네.

(고) 미카엘 : 당황했다고요? 고작 그런 이유로 졌단 말입니까? 저는 당신의 절반 정도의 권능 밖에 없었는데....

파크 : 더 근본적인 이유는 당시 자네가 주인공 보정을 받았기 때문이네. 그 스토리에서 나는 최종보스였으니 자네에게 지는 게 숙명이었지.

(고) 미카엘 : 아.... 주인공 보정! (납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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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18 메틸아민
    작성일
    17.08.22 10:24
    No. 1

    이번엔 파크가 참 멋지네요.
    신다운 위엄!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7.08.23 23:15
    No. 2

    본문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파크가 잠에 집착한 것도 언젠가 아르만시아를 상대하는 순간이 올 걸 알고 미리 준비를 해두었다는 설정입니다.
    루시엘에서도 말한 바 있지만, 신은 미지의 존재로 남아 있어야 비로소 신으로 기능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물러나게 되었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부러워해라
    작성일
    17.08.22 11:04
    No. 3

    제비뽑기 ㄷ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7.08.23 23:16
    No. 4

    뽑기의 확률은 신이라 해도 용서가 없죠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Brav
    작성일
    17.08.22 11:34
    No. 5

    마지막 제비뽑기에서 딱 멈췄습니다. 휘렌델은 개인의 목숨으로 백성을 살리려고 했지만 결국 운명에 막히는 걸로 보이네요. 그런데 이 시점에서 볼 때 휘렌델이 효율적인 먹잇감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을 떼로 죽이고 힘을 키우는 방편도 있다고 보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7.08.23 23:59
    No. 6

    아르만시아도 그런 생각은 있을 겁니다.
    파크에게 철저히 봉쇄당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거죠.
    심지어 파크는 다른 악마들까지 상대하며 퇴로도 열어주고 있을 정도니까요.

    마지막의 '제비뽑기'는, 악마들의 신인 파크가 지나친 박애정신을 발휘하는 것에 의문을 품으실 지 몰라 언급한 것입니다. 그가 악마와 본질적으로 다른 성향을 갖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죠.
    내용이 너무 늘어질 것 같아서 뺐는데, 휘렌델이 찾은 파크와 자신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좀 더 심오하고 복합적입니다.
    우선 휘렌델은 '단 한 사람도 죽지 않게 하려는 계획'에서 파크와 자신의 공통점을 찾았습니다. '제비뽑기' 발언을 통해 휘렌델은 파크가 악마들을 이끌었던 게 자신의 뜻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 역시 자신의 의지로 왕이 된 게 아니었죠. 파크는 결국 악마들을 버리고 떠나 버렸고, 휘렌델도 그쪽 분야에서는 화려한 전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그녀는 커다란 차이점도 찾습니다.
    인간을 지키겠다는 목적 아래 악마들을 가차없이 공격하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파크가 어쩌다 악마들의 신이 되었는지를 휘렌델이 물은 까닭은 그가 '자신의 사람들을' 적대하는 이유가 문득 궁금해졌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그 행위에 대해서는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거부감을 느꼈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이 내용을 넣지 않은 건 휘렌델의 시점을 공유하는 독자분들 역시 악마들의 신으로서의 책임을 완전히 망각한 파크를 비난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랬다면 그의 영웅적인 행동으로 채워진 이번 에피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도 있었죠. 제비뽑기는 여기에까지 생각이 이른 독자분들로부터 파크를 변호하기 위한 장치로서도 기능하는 셈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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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 하극상 +4 17.10.16 468 5 6쪽
404 불청객들 +4 17.10.13 416 7 9쪽
403 어그러진 계획 +4 17.09.25 394 8 10쪽
402 깨어진 신뢰 +4 17.09.23 369 11 9쪽
401 공감자 +4 17.09.21 393 9 10쪽
400 최소한의 전투, 최소한의 희생 +8 17.09.19 493 10 9쪽
399 왕의 허가 +4 17.09.17 459 9 9쪽
398 정답 +4 17.09.15 507 9 10쪽
397 허심탄회 +6 17.09.13 392 10 11쪽
396 발뺌 +4 17.09.11 419 8 10쪽
395 격발 장치 +4 17.09.08 393 7 9쪽
394 갈수록 태만 +4 17.09.04 496 11 10쪽
393 형제 간의 사투 +2 17.09.02 370 10 10쪽
392 왕의 의무 +2 17.08.31 424 11 10쪽
391 충신 +4 17.08.29 400 8 10쪽
390 정령왕의 행방 +4 17.08.27 423 9 9쪽
389 복수의 화신 +4 17.08.24 469 12 9쪽
» 권능 +6 17.08.22 471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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