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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내 일상] 단편 : 초보 작가의 꿈

단편 소설 : ‘초보 작가의 꿈’


나는 초보 작가다.

2년 전 다니던 회사에서 짤리고 그동안 이것 저것 자격증 시험이나 공무원 시험 같은 곳을 기웃거리다가 최근에서야 문피아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와이프는 전에 받던 월급의 절반이라도 좋으니 어디든 회사 간판 붙어 있는 곳에 취직하라고 2년 전부터 노래를 불러댔다.

실업 초기에는 호기롭게 큰소리 텅텅 치면서 지냈지만, 6개월 전부터 와이프는 점차 나에게 말을 걸지 않게 되었다. 빨래도 안 해준다, 밥도 안 차려 준다.


“돈 못 번다고 밥도 안 줄거야?”

“취직하면 되는 걸, 당신 하고 싶은 글 쓴다고 그러고 있으니 나도 나 하고 싶은 대로 할거야. 맘대로 해.”

“내가 글 쓰는게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알아? 돈 벌려고 이러는 거라고.”

“내가 모를줄 알아? 회사 다니면 매일 출근하는 거 귀찮고, 윗 사람 눈치보는 거 싫으니까 그런 거 아냐? 남자가 말이야. 그런 거 싫다고 돈 안 벌어 올거면 왜 결혼했어? 애는 왜 낳고?”

“야! 내가 이 나이에 회사 못 들어가는거지 일부러 안 들어가는거니? 나도 고민 끝에 결정한 거라고.”

“그 고민 속에 나나 애는 없었던게 분명해.”

“아니라니까.”

“아니긴 뭐가 아냐?”


집에서는 더 이상 마누라 바가지에 글을 쓸 수가 없어, 나는 근처 도서관에 가서 글을 쓴다. 도서관이 지겨울 때에는 맥도날드에 가서 1천5백원짜리 커피 한잔을 시켜 놓고 직원들이 안 보이는 2층 구석자리에 하루종일 앉아서 글을 쓰기도 한다.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신작을 시작한지 3개월, 드디어 무료 연재를 끝내고 유료 연재에 들어갈 타이밍이 왔다!

나는 기쁜 마음에 와이프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나 이번주부터 글 쓰는 거 유료화 들어가.”

“그게 뭔데?”

“이제부터 글 쓰면 돈이 들어온다고.”

“정말이야? 오빠 글 쓰는 거 취미생활인 줄 알았는데, 정말 돈이 나오는 거였어?”

“아, 그렇다니까 글쎄···”

“와~ 그럼 얼마나 나오는데?”

“음···, 이게 한편 볼 때 100원씩 내거든, 그 중에서 60원 정도가 내 몫인데···, 그러니까 10명이 보면 600원이 되고 100명이 보면 6천원이 되니까···”

“하루에···, 6천원···?”

“응...거기서 세금은 따로 떼야지.”

“···”

“그래도 100명이면 인기 많은 거야.”

“···”


와이프는 시무룩해서 말이 없었다.

실망하는 와이프의 모습에 화가 나면서도 더 많이 벌어오지 못하는 나의 상황이 한심스러웠다.


예전에 회사 다닐 적에, 와이프랑 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 나는 아이랑 카트를 밀면서 뒤에서 따라가곤 했다. 

그래도 대형 마트라고 언젠가 한쪽 구석에 명품 코너가 생겼다. 

아내는 종종 그곳을 지나갈 때면 마치 아이들이 장난감코너를 지나갈 때 자동적으로 시선을 빼앗기듯이 명품 가방에 시선을 두곤 했다. 하지만, 이내 아내는 고개를 돌렸었다.

뒤 따라가던 내가 그녀가 눈여겨 보던 가방을 보고 가격표를 보았다.

80만원!

뭔 가방 한개가 이렇게 비싸!

그 이후로 한 2년 비상금을 모아 그녀의 생일에 이 가방을 사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나는 회사에서 짤렸다.


유료화를 시작하면서 나는 다시금 그녀에게 사주지 못했던 80만원짜리 명품백이 생각났다.

제발 대박 좀 나라! 와이프한테 명품 백 한번 사주게.


드디어 유료화가 시작되었다.

대박까진 아니어도 소소하게 수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뛸 듯이 기뻤다.

이제서야 전업 작가로서 와이프 앞에서 당당할 수 있을 테니까.

와이프에게 수입을 보여주자 와이프는 기뻐하면서도 걱정을 했다.

“이걸로 우리 세 식구 먹고 살긴 힘든데···”

“걱정마, 이제 곧 늘어날거야.”


어찌 되었건 다음달이 되어 첫 입금이 되자 나는 곧바로 마트로 달려가 와이프가 눈여겨 봤던 명품백을 샀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가 잠든 밤에 분위기도 살짝 만들면서 와이프에게 서프라이즈 선물을 했다.


“짜잔~~ 나 월급 탄 선물!”

“어머!~~”


처음에는 기뻐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아내는 눈물을 흘렸다.


“예쁘긴 한데···, 이거 다시 물러와요. 나 생활비로 쓰게.”

“생활비는 내가 계속 글 쓰면 또 들어올거야.”

“물러오라니까! 생활비도 모자라는 판에 명품백이 무슨 소용이에요!” 


와이프는 가방을 슬쩍 옆으로 밀쳐 놓았다.

모처럼 분위기를 내고 내친 김에 오랜만에 황홀한 밤까지 기대했던 나는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듯 멍하니 않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나의 마음을 몰라주는 아내가 살짝 원망스러웠다.

‘내가 주제 파악을 못하고 있는건가···?’

그래도 와이프를 사랑하는 내 진심은 이해해줬으면 싶었다.


결국 나는 명품 백을 포장지에 다시 싼 채 가져올 수 밖에 없었다. 물러 오라는데 그러긴 자존심 상해 싫고 해서 나는 와이프 몰래 명품 백을 옷장 안쪽 깊숙한 곳에 숨겨 두었다.


그 후로 나는 더욱 열심히 글을 썼다.

그리고 하루 1편에서 하루 2편 연재로 횟수를 늘렸다.

말이 하루 2편이지 하루에 1만자 이상을 쓰기는 초보 작가로선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매일 저녁 2편째를 다 쓰고 나면 열나게 타이핑을 해 댄 두 손은 뻐근했고, 입에서는 단내가 났다.


지성이면 감천인지 드디어 내 글이 베스트에 들기 시작했다.

많은 독자들이 호응해 주었고, 결국 예전에 회사 다니던 시절의 월급에 육박하는 수입을 얻게 되었다.


“이제 이거 들고 다녀···”

“어머, 이거 아직도 안 물렀어요?”

“자기를 향한 내 마음인데 어떻게 물러?”

“작가라고 말은 그럴듯 하네. 훗~”

“자, 어서 어깨에 걸쳐 봐.”


와이프는 못이기는 척 하면서 가방을 어깨에 걸쳐 맸다. 입가에는 커다란 미소를 띄운 채.


와이프는 더 이상 회사에 취직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집에서 웃음꽃이 피는 날이 늘어갔다.

이제는 와이프는 빨래도 해 주고, 밥도 맛있게 해 준다.


수년간의 어려운 시절을 돌아 우리는 이제 겨우 조촐한 회사원 정도의 삶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도 우리 세 식구는 마트에 갔다.


와이프는 저만치 앞서 가고 나와 아들놈은 서로 장난을 치면서 카트를 끌고 뒤 따라 간다.

와이프가 어딘가에서 멈춰서서 한동안 바라보다 다시 앞으로 간다.

그녀를 뒤따라 가다가 그녀가 바라본 곳을 보았다.


이번엔 명품 옷이다!

가격표는 1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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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작성일
» 내 일상 | 단편 : 초보 작가의 꿈 18-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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