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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R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3.08.17 21:36
최근연재일 :
2023.08.23 12: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438
추천수 :
5
글자수 :
50,373

작성
23.08.17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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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난 코딱지를 파기 싫었다.

DUMMY

꼴꼴꼴


투명한 유리잔에 맑은 액체가 채워진다.


“흐... 시발 존나 투명해. 마치 내 마음처럼.”


“지영아, 너 취했다. 그만 마시고 들어가 응?”


지영은 눈앞의 맑은 액체를 한 번에 목으로 넘겼다. 특유의 씁쓸함이 목을 자극했지만, 그 자극이 오히려 좋았다.


“싫다, 인마.”


“야...”


“......”


지영도 알고는 있었다. 이건 단순한 화풀이였다. 아니, 화풀이조차 아니지. 화를 풀 대상도 없이 그냥 술만 마시는데.


“지영아... 내가 아는 사장님이 있는데... 진짜 좋으신 분이야. 너... 한번 만나볼 없냐? 내가 잘 말씀 드려놨으니까...”


지영은 가만히 눈을 들어 걱정하는 친구 녀석의 눈을 가만히 바라봤다. 평소라면 욕을 하며 절대로 하지 않을 짓이었지만 세상이 우습게 되는 ‘듯한’ 초록포션의 힘이란 정말 위대한 것이었다.


“미안... 너도 알잖아, 내가 무슨 취급을 받았는지”


“지영아... 이번엔 다를 거야. 내가 진짜 사정 다 설명했어. 꼭 만나자고 하시더라”


“야! 넌 왜 그걸 네 맘대로!”


“니가 뭔데 그걸 말해! 왜 좀 잘나가니까 만만하냐?”


“씨발... 내가 반병신 되니까 존나 우습지? 개새끼...”


“... 민감한 일이란 거 알아. 하지만...”


“꺼져, 씨발”


대웅이 조용히 계산하고 나간 자리에는 꼭 연락하라는 듯 명함 한 장만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안다, 이런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 건지. 아마 두 번 다시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기회였다. 고맙지 않으면 그거야말로 사람이 아니겠지.


하지만 그렇기에 지영은 도저히 명함을 가져갈 용기가 나질 않았다. 하다하다 이제 친구의 인맥에 빌붙어 먹으라니.


물론 지영은 젊다. 아직 스물 하고도 일곱. 일하자면 막노동이라도 할 수 있을 나이다. 팔 한쪽하고 눈 하나가 멀쩡하다는 가정 하에.


세상에 키보드, 마우스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사무직은 거의 없다.


세상에 팔 한 짝, 눈 하나 병신된 육체 노동자는 없다.


세상에 경험 없는 놈을 관리 감독직에 임명할 미친놈은 거의 없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지영은 머리에 든 지식을 제외한다면 쓸모없는 인간이다. 물론, 그 머리 하나는 나쁘지 않다. 나름대로 한 번에 스카이 출신이니까.


근데 그게 뭐 얼마나 메리트가 있다고?


스카이 출신? 한국이란 나라에서 최고의 인재들만 모아놓은 곳이 맞기는 맞다. 그런데 그 수는?


일 년에 만 명씩은 졸업자를 배출한다. 이미 그것만으로 지영이 설 자리는 없다.


그리고 반병신 스카이보다 그냥 눈 좀 낮추고 서성한 중경외시 쪽을 구하면 얼마든지 구한다. 그것도 멀쩡하고 훨씬 상태 좋은 인간을.


띵동


지영은 주머니에서 낡은 스마프톤을 꺼냈다.


액정이 갈라지고 표면 이곳저곳이 금이 간 스마트폰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이놈은 침침한 빛을 내뿜으며 한 줄의 글귀를 뱉어냈다.


‘이지영 보호자님, 입원비가 많이 밀렸습니다....’


“이런 씨이... 발”


지영은 욕설을 토해내면서도 낡은 지갑을 열었지만, 그곳에는 퇴계 이황 세 분만이 조용히 주무시고 계실 뿐이었다.


지영은 나름대로 머리가 좋은 편이었다. 이미 스카이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미 말을 다 한 것 같지만... 조금 더 덧붙이자면


어지간히 어려운 문제도 책상 앞에서 고민하다 보면 답이 보였다.


인간관계 역시 무난하니 잘 돌아갔고.


여자친구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헤어졌지만.


일머리도 있는지 학부 연구생을 할 때도 칭찬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이건?


이미 병원비와 간병인 비용을 대느라 남은 자본은 0에 수렴한다.


의지할 부모는 이미 없다. 유일하게 의지했던, 할머니는 이미 치매에 걸려 자극했지만, 그가 손주라는 것만 알아볼 정도였다.


하다가 보면, 자신을 갈아내다 보면 답이 보였던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이전보다 몇 배는 열심히 살아도 이 문제를 풀 수 있을지 지영은 확신할 수 없었다. 아니, 이것 하나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가능성은 0이다.


가능성이 0인 문제, 더 붙잡아봐야 고통만 커진다. 결심을 굳히고 한강 대교로 향했다.


이미 깊은 밤이라 한강은 지영의 미래처럼 검고 칙칙할 뿐이었고 왜인지 주변의 바람과 물소리는 어서 깊고 편안한 어둠을 잠자리 삼아 쉬라고 권유하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몸을 던지려고 했는데...


“올... 라...에?”


잠자리 삼아 쉬라고 권유하는 게 아니었다.


한강물이 직접 맞이하러 올라오고 있었다!


그렇게 강물은 한 사람을 데려간 후 유유히 인천 앞바다로 느긋이 여행을 떠났다.







“............야!”


뭐지


“..............어나!”


‘뭐라고... 이미 죽은 사람한테’


“언제까지 퍼 자기만 할 거야! 일! 어! 나! 라! 고!”


빠악!!!


두개골을 뒤흔드는 강력한 충격, 그리고 그에 수렴하는 깊은 분노를 느낀 지영은 원하는 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주었다.


그리고 지영의 반응은 정말이지 어디 모자란 사람의 그런 반응이었다.


“.......에?”


그건 결코 눈 앞에 팔짱을 낀 여자가 미치도록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팔짱 때문에 안 그래도 커 보이는 그녀의 가슴이 더욱 도드라져서도 아니다.


쫙 뻗은 백옥같은 기럭지에 감탄한 것도 아니었다.


지영은 자신이 살아서 무언가를 보고 있는 이 행위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보통 죽은 사람도 보고 일어나서 행동할 수가 있나? 이건 좀 신선한데


지영은 그 가설을 실험해 보기 위해 손을 뻗어 그녀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그녀는 볼을 붉게 물들이며 손을 치켜들었다.


“읏... 이 미친 변태새끼야!!!”


짝!


‘음... 부드럽다. 그리고 졸라게 아프다. 근데... 살아있는 거랑 큰 차이가 없는데? 이렇게 되면 기독교의 천국과 지옥이 얼추 맞아떨어지는 게 아닐까?’


지영은 이전의 감촉을 되새김질하듯 손바닥에 남은 감촉을 깊게 음미했다. 그러곤 깨달았다.


‘내가 감히 예상하건대 난 지금 천국에 있다.’


“우으... 어째서 이런 변태가 걸려들어 온 거야...”


‘왜, 난 좋은데’


“씨잉... 다시 교체해버려야겠어”


‘...? 원래 산 사람이랑 죽은 사람이랑 로테이션을 돌리나?’


지영이 그 나름대로 누군가는 사소하고 변태라고 불릴지언정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바꿀 위대한 깨달음에 대해 깊게 고찰하고 있자 성추행 피해자가 빼액 외쳤다.


“변태!”


“...나?”


“그래! 너! 빨리 이리루 와!”


‘음, 원하신다면야.’


지영은 아까 오른손의 흐뭇한 감촉을 되새기며 그녀에게 발걸음을 옮겼다.


‘...잠깐, 오른손이라고?’


지영은 멍하니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무언가를 쥐고 쥐었다, 폈다,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오른손은 원래 몸에 붙어있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지영이 기억하는 둔탁하고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아니었다.


“힉?!”


주물주물


“진짜다... 부드러워”


“읏... 우으... 이런 미친놈아!!!!”


아까와는 비교하기 힘든 충격이 지영의 뇌를 강타했다.


꼴사납게 지면에 떨구어졌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씨발... 이거 뭐야...”


오른팔이 멀쩡했다.


군대에서 좆같은 견인포의 노후로 완전히 으깨져서 잘라낸 후 장착한 조잡한 인공 팔이 아니었다.


진짜, 피와 살이 흐르는 팔이었다.


“엄마...”


지영의 눈에서는 투명한 눈방울이 주르르 흘러나왔다.


“변태 주제에 뭘 잘했다고 울어!!”


옆에서 어이없다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지영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아까의 감촉을 상기하며 팔을 찾았다는 기쁨을 만끽했다.


‘...잠깐만, 나 진짜 바본가.


죽어서 팔을 되찾았어. 근데 뭐 어쩌라고?


살아서였으면 달랐겠지. 하지만 죽으면 끝이잖아.


진짜 살아서도 죽어서도 답이 없는 놈이구나 나는.


...그런데 죽어서 팔을 되찾을 수가 있나?’


“하... 원래 죽은 놈은 다 이런가?”


“근데 아까부터... 너 누구야?”


그러고보니 궁금하네. 저거 누굴까? 신일까?


“후우... 진짜... 난 디아나, 너의 심판관이다.”


‘음... 진짜 천국과 지옥인가.’


“그리고 넌 지옥행이지”


‘음... 진짜 지옥인가. ...어?’


“그게 뭔 소리야, 지옥이라니? 나 나름 열심히 살았어”


지영은 아무리 그래도 지옥은 가고 싶지 않아 항변해 보았지만, 그녀의 답은 서릿발보다도 냉엄했다.


“너, 자살했잖아.”


“............”


“그것만으로도 이미 지옥행 확정이야.”


싫다. 하지만 옳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도망쳤으니까,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아서 비겁하게 도망쳤으니까.


‘... 잠시만, 한강물이 올라온 걸 자살로 쳐줘? 이게 맞아?’


문득 든 생각에 지영이 무어라 입을 열려는 찰나 디아나의 경멸하는 눈을 보고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쓰레기, 넌 운이 좋아”


변태에서 쓰레긴가... 새삼 놀랍지도 않았다. 그것보다는 그 다음 말이 기다려졌다.


“너한텐 선택의 기회가 있으니까.”


선택의 기회...


지영은 자신에게 남은 기회가 있었냐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


“만약 네가 원한다면...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게 해 줄게. 뭐, 일 하나만 깔끔하게 처리해 주면?”


“... 여기도 살만한데, 굳이?”


“병신이야? 지옥행이라니까? 내가 지옥에 있겠어?”


지영은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여기가 지옥일 리가 없다. 아까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이해가 갔다.


“아무튼 너한테 선택지는 딱 두 개야, 일하고 광명 찾거나 아니면 지옥이나 가던가”


“... 근데 나 원래 지옥행이라며, 이렇게 빼돌려도 되?”


“술 마셨으니까 심신미약의 여지가 있지.”


“아하”


역시나 사는 곳은 다 엇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들이 있는 곳에서도 심신미약이라니... 한국은 올바른 길을 걷고 있었다. 아마도.


“그런데 일하면 뭐... 어떻게 되나?”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지영은 취직조차 해본 적이 없는 몸이었다. 그런데 신이 맡길만한 일이 있는지는 진심으로 의문이었다.


운동 좀 했다곤 하지만 그냥 적당히 한 수준에 지나지 않았고 머리가 좋은 편이라지만 세상에 지영보다 머리 좋은 사람은 널리고 널렸다.


“설명해줄게. 내가 이번에 새롭게 행성을 배정받았는데...”


“...예?”


지영은 입을 떡하니 벌렸고 그 입 안으로 불행한 파리 한 마리가 들어가 컥컥 댔다.


“행성을 배정받았다고. 행성 몰라?”


행성, 그러니까... 지구다. 아무리 작은 크기라고 하더라도 사람으로서는 ‘배정받는 일’을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의 크기.


“여튼... 그 행성의 나라를 다스리게 될 거야.”


“... 이런... 미친...”


“그럼 지옥 가던가.”


지옥에 간다는 선택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지영은 자연스럽게 그 일의 내용... 은 들었으니 보상을 들으려 하던 찰나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 너 신이라며? 그럼 네가 하면 되는 거 아냐?”


“절대 안 되. 그러면 레포트에 못 쓴단 말이야.”


“....? 뭐요?”


“아, 그런 게 있어. 뭐 어쩔거야.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아무튼 나보고 나라를 다스려라?”


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지영이 리더 역할을 해본 거라곤 학교에서 반장 역할이나 군대에서 소대장 역할을 해본 것밖에는 없다. 그런데 갑자기 나라를 다스리라니?


“왜, 싫으면 지옥 가라니까? 이런 기회가 쉽게 오는 게 아니야. 그리고 잘만 되면 대가도 확실하게 치러줄게”


“... 대가?”


“소원 1회 정도면 되려나? 어디보자... 네가 원하는 건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거나 혹은 부활이겠지? 네가 원하는 평안한 삶, 내가 이루어 줄 수 있어.”


“.......!”


“어때, 이제 좀 구미가 당기나?”


“그런데... 왜 나야?”


지영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특출난 장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본인을 선택한 이유를 도저히 짐작하지 못했다.


그나마 좀 특이한 점이라면 심심풀이로 대체역사 소설을 썼다는 것뿐인데... 솔직히 역사를 전문적으로 한 사람은 이 세상에 널리고 널렸을 터였고 그들의 지식이 지영보다 모자라다고 보기엔 힘들었다.


“아... 그거? 사람 구하는데 죽으려는 사람 중에 조건 맞는 게 너밖에 없더라. 그래서 물줄기 좀 옮겨서 잽싸게 낚아챘지.”


“... 물줄기?”


이윽고 지영은 그 ‘물줄기’의 정체가 무엇인지 깨달은 듯 입을 함지막하게 벌렸다.


“...너였냐?”


“어차피 너 죽으려 했잖아. 결과 값만 같으면 된 거지. 그리고 신 앞에서 그렇게 예의 안 차리고 말할 사람 많지 않아. 그 정도는 되야 일을 하지.”


지영은 할 말이 없어 입맛만 쩝쩝 다셨다. 그러다 잊고 있던 또 다른 선택지에 대한 생각이 떠올라 은근히 물었다.


“그런데 지옥은 어떤 곳이야?”


“말로 설명하기 싫은 처벌을 받을 거야.”


“예를 들자면?”


디아나는 잠시 생각하다 이윽고 소름이 끼친다는 듯이 부르르 떨며 말했다.


“온몸이 불타면서 코딱지 5,000톤 파서 바치는 게 형벌인 사람을 봤어. 아마... 몇 달 전이었는데”


그야말로 끔찍한, 지옥에 걸맞은 형벌에 지영은 몸을 부르르 떨고 디아나가 내민 종이에 재빨리 자신의 서명을 끼적였다.


“저... 열심히 할게요.”


“진작에 그랬음 좀 좋아? 그래도 네 형편에 맞춰서 약간의 도움 정도는 줄 테니 너무 걱정 말라구!”


그 말을 끝으로 지영의 몸 주위를 빛이 감쌌다.


작가의말

둘 중 어느게 나은지 판단해주시고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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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난 맛있게 저녁을 먹는데 실패했다. 23.08.17 43 0 11쪽
3 그대의 양친은 당나라 사람이오? 23.08.17 60 1 11쪽
2 첫 업무 23.08.17 49 0 11쪽
» 난 코딱지를 파기 싫었다. 23.08.17 83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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