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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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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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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4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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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5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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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건함 계획22

DUMMY

“전하의 제안을 어찌 생각하십니까?”


“흠... 되기만 하면 좋겠지”


“의외입니다.”


“뭐가 말인가?”


“그도 그럴게 한국 최대의 쌀 장사를 하시는 분 아니십니까?”


그 말에 노인은 혀를 쯧 차며 답했다.


“아무 의미 없네”


“그럴리가요.”


“지금 한국에 자작농 아닌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나 알고 말하는가?”


적어도 대다수의 한국 신민들은 자기가 직접 나라에서 땅 임대받아 자급자족이 가능한 상태였다. 예외가 있다면 상인, 군인, 어부, 기술자, 관료, 유목민 등... 의 소수의 사람만이 월급을 받거나 자신의 생산품을 가지고 교환을 하거나 하는 식이었다.


그러니만큼 한국에 화폐가 도입되어서 크게 타격을 받을 일은 없었다.


한국이 화폐를 사용한다고 해도 외국에서의 쌀 가치가 떨어지거나 그런 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화폐는 누누이 말했다시피 관리나 운송에 있어서 압도적인 우위가 있다.


사방팔방을 쏘다니는 상인 특성상 좋으면 좋았지 싫어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자네는?”


“예?”


“자네는 어떤가?”


“저야... 뭐, 화폐가 제대로 굴러가기만 한다면 문제는 없습니다만?”


젊은 사내는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속 편해서 좋겠군”


“그러니까 이제 은퇴해서 손주나 보시라니까는”


“허, 내 아직 이래 정정한데 손주는 무슨 손주. 그리고 손주놈은 이미 성인인데 내가 보면 뭘 본단 말인가. 증손주 나오면 생각해 봄세”


“엥? 벌써 다 컸다고?”


“너랑 일곱 살밖에 차이나지 않는 거 잊었냐”


그 말에 젊은 사내는 ‘시간 참 빠르네’라며 중얼거렸다. 원래 남의, 특히나 사촌동생같은 동생들은 참 빨리 크는 듯한 기분이 드는데 그 기분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아... 그건 그렇긴 한데... 씁. 그런데 오늘은 좀 한가하신가 봅니다?”


“아아... 교역 상대가 하나 줄었거든”


“아...”


노인이나 젊은 사내나 그 하나 줄은 교역 상대가 누구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권력이 달콤하기는 하지만 얽히면 좋은 꼴 보기 힘들다는 건 서로가 너무 잘 알고 있었으니까. 특히나 국가 주도의, 그것도 왕실 주도의 사업을 떠벌리고 다니는 것은 ‘화려한 자살행위’ 에 불과한 짓이었다.


“뭐... 그짝이야 알아서 하라고 하시고. 기왕 서울 오신 김에 아버지나 뵙고 가실렵니까? 지난번부터 약주 한사바리 할라고 벼르고 계신 것 같던데-”


“유감스럽지만 그럴 순 없겠군. 교역상대가 줄었다고 해도 하루 통째로 시간을 비울 순 없어서”


“쩝... 그러시면 어쩔 수 없구요.”


노인은 아쉬워하는 젊은 사내를 놔두고 훌훌 떠나버렸다.


젊은 사내는 잠시 그 모습을 보더니 이내 발걸음을 돌려 일행에 합류했다.







“충성”


“어, 앉어”


“예”


“병구야”


“예, 중대장님”


“오늘 신병 오는 거 알지?”


박병구는 어제 암기했던 오늘의 일정을 기억해내고는 답했다.


“예, 보병 하나 오는 거 말씀이십니까? 검사 특기 받고 오는 걸로 압니다”


“어, 맞어. 걔 네가 좀 잘 보라고.”


“아아... 걱정 마십쇼.”


“그래, 니 짬이 몇 년인데 알아서 잘 하겠지. 그건 별로 중요한 일 아니니까 넘어가고”


중대장은 서류 한 장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곧, 중사 진급이지?”


“맞습니다.”


“이야... 시간 참 빨라?”


중대장은 피식 웃었다.


“그래서? 장교 할 거야?”


“음...”


“야, 뭘 고민하냐? 나였으면 넙죽 받았다.”


“씁... 그게...”


“안 아깝냐? 훈장도 단 놈이. 니 대위까진 금방이야. 열심히 하면 소령도 달거고. 그러면 노후가 얼마나 든든한지 알지?”


“그건... 알고 있습니다.”


소령 자체의 봉급도 쎈데다 연금도 소령부터는 대위와는 비교하기가 힘들어서 소령만 달면 별 다른 인생 계획이 필요 없다고까지 할 지경이었다(적어도 재정적으로는 그렇다).


거기에 소령부터는 고급장교다. 즉, 일선에서 개처럼 죽어나갈 위험은 초급장교인 위관급에 비해서 현저하게 낮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도 망설인다고? 허... 난 이해를 못 하겠네? 군인만한 직업 많지 않다?”


식사도 괜찮지, 봉급 좋지, 집 멀면 관사도 임대해 주지, 대우 좋지... 왜 안할려 하지? 라며 중대장은 중얼거렸다.


“조금... 더 고민해 봐도 괜찮겠습니까?”


“이거 서류 이달 보름까지 내야거든? 이달 십일까지는 알려줘야해. 알겠지.”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가 봐라”


“알겠습니다, 충성”


“어야”


중대장실을 나온 병구는 짧은 머리칼을 마구 헤집었다.


“하아... 씨, 어떡하지”


확실히 군인은 좋은 직업이었다.


다만 그 보수의 대가는 몸으로, 어쩔 땐 피로 치러야 했으며 그건 얼마전에 결혼을 한 병구에게는 썩 달가운 일은 아니었다.


지금이라면 하사 몇 년 더 하고 제대할 수 있다.


다만 장교로 진급하게 되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특히나 병에서 장교로 올라온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충성, 분대장님?”


“왜”


“신병 왔습니다.”


“어이구... 우리 신병이 왔구만”


마침 머리도 아팠는데, 잘 됐다. 병구는 그리 중얼거리며 신병에게로 향했다.


“충!!!!성!!!!”


“어, 그래. 일단 짐부터 대충 풀자”


“알겠습니다!!!!”


신병, 목소리 한 번 크네. 병구는 그리 생각하며 신병 짐 푸는 걸 도와주었다.


“야”


“이병!!!!”


“아니, 너 말고.”


“상병, 김수?”


“넌 나중에 장교 할 거냐?”


“어... 예”


“한다고?”


“애초에 장교 할려고 입대 했습니다.”


병구의 물음에 김수는 명확하게 답했다.


“음... 알겠다. 넌 이제 가서 할 거나 해라. 난 신병 데리고 이리저리 돌아다닐테니까”


“알겠습니다, 수고하십셔. 충성”


손을 흔들어 대충 인사를 받아준 병구는 신병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한참을 걷던 병구가 입을 열었다.


“신병”


“이벼-”


“크게 말하지 말고. 나 귀 잘 들린다.”


“이, 이병 황구!!”


여전히 컸지만 아까보다는 나았기에 병구는 한숨을 쉬고는 황구를 바라보았다.


“서울에서 살더만?”


“예!!”


“목소리”


“예!”


“더, 작게. 지금 내 목소리로.”


“... 예”


이제야 들어줄 만 하네.


병구는 피식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서울 제3주거지 42번지? 맞나?”


“맞습니다!”


“좋은데 사네.”


병구는 언젠가 서울에 집을 사고 싶다고 생각했다. 생각만 했다.


“부모님은 농사 지으신다고 했지?”


“맞습니다!”


“그런데 넌 어쩌다 여기까지 왔냐?”


“부모님 꿈 이루어드리려고 왔습니닷!”


“출세?”


“예!”


가장 접근성 좋게 관료가 될 수 있는 방법이 병으로 입대하는 것이기는 했다. 잘만 풀리면 장교도 할 수 있을지 모르고.


“후우... 뭐, 틀린 방법은 아니긴 한데... 아니다. 너도 다 생각이 있으니 여기까지 왔겠지. 그너저나, 검사 특기 받았다고?”


“맞습니다!”


“... 목소리”


“맞습니다...”


“좋아, 그 목소리 유지하자고. 어쨌건, 검 좀 쓰냐?”


“어... 훈련소에서는 차석이긴 했습니다.”


“차석? 이야... 이거 크게 될 놈이었네. 따라와라”


“여기가 대련용 연무장이다. 앞으로 니가 토나오게 볼 곳이지.”


병구는 연무장 중 빈 곳의 표지판을 ‘사용 중’ 이라고 바꾸어 놓았다.


“자, 니 검 좀 보자”


“알겠습니다!”


... 잘 치네.


병구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나쁘지 않은 실력이었다.


공격해야 할 부분을 어느정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위험에 던지지 않는 검술.


정말 기본에 충실한 한국군 검술이었다.


이 기본에 충실이라는 말이 굉장히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처음 배우는 단계에서 이 ‘기본’ 만큼 중요한 게 없다. 기본이 탄탄해야 실력에 틈이 없고, 실력에 틈이 없어야 실전에서 죽을 확률이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


그리고 기본이 탄탄해야 위로 올라갈수록 별 탈이 생기지 않게 된다. 그러니 무언가를 배우는 초기 단계에서 ‘기본이 충실한’이라는 평가를 들으면 훌륭한 학생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


“잠깐 무장 좀 바꾸자”


병구는 방패 하나를 냉큼 집어들었다.


“뭐해, 들어와”


그 뒤는... 지루한 싸움의 연속이었다.


검방대 검방.


특히나 무기가 목검이다 보니 방패는 아주 굳건하게 서로를 지켜주고 있었다.


병구는 볼 장 다 봤다는 듯이 검과 방패를 원래 자리에 놓았다.


“대충 감이 오냐?”


“...예?”


“예는 무슨 예야. 감 오냐고”


“...”


병구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칼로 방패 부수기 힘들다.”


“...아”


“니가 그거 하나 부수고 있을 동안 사방에서 널 죽이기 위한 온갖 무기들이 날라들거야.”


“...”


“그리고 니 검 잘 쓰긴 하는데... 그것도 이등병 수준에서지. 적 고참병들은 너보다 훨씬 익숙할거야.”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집에 도끼 하나 남냐?”


“어... 도끼야 집에 하나씩은 있지 않습니까?”


석탄은 아직까지 산업용으로 주로 쓰이고 있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평민 가정집들은 보통 나무나 숯을 이용해 난방을 하거나 요리를 했다.


“도끼의 좋은 점이 뭔지 알아?”


“모르겠습니다.”


“장작도 잘 패지지만 그만큼 사람 골통이랑 방패도 잘 부순다는 거.”


“아”


“그리고 또 하나, 검은 니 이제 겨우 몇 개월 잡았지만 도끼는 적어도 몇 년 이상은 잡아온 물건이라는 거”


보통 평민이 나무를 사서 쓰지는 않는다, 보통 자기가 직접 나무를 해 오지.


그리고 보통 남성이라면 나무하는 건 일상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였다.


당연히 어느 부분에 힘을 주고, 어느 부분을 잡아야 하며, 만일 박혔을 때는 어떻게 빼야 하는지. 몸에 모두 숙달되어 있다.


“방패 부수는 법이야 대충 배웠을 거고... 나중에 외출이나 휴가 가면 도끼나 가져와. 아니면 사오던가.”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군복 다 받았지?”


“옙!”


“따라와!”


병구는 어느 창고에서 매끈한 나무조각 몇 개를 꺼내더니 황구에게 휙 던졌다.


“그거 니 갑옷 관절부에 잘 꿰매. 니 움직이는 데 불편하지 않게. 어쩌면 한 번 정도는 목숨을 지켜줄지도 모르지”


“이게... 뭡니까?”


“존나 단단하고 매끈한 원통모양 나무조각.”


“갑옷이 솔직히 존나 좋긴 해. 우리 졸인데도 이런 거 받고. 근데 겨드랑이나 관절부 일부의 방어는 좀 약한 편이거든? 그래서 거기로 화살이나 눈먼 창칼 맞고 죽는 놈 몇 놈 봤다. 그거 있으면 한방에 골로 가지는 않을걸?”


“아... 감사합니다!”


병구는 볼 일이 끝났다는 듯이 앞장섰고 황구는 그 뒤를 졸래졸래 따라갔다.


작가의말

병구... 황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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