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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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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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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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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건함 계획21

DUMMY

거친 바닷바람이 이마를 때리고 머리를 헝클어도 웃음이 지워지지를 않았다.


자신의 배를 중심으로 모여있는 일흔 아홉척의 함선들.


해군부가 창설된 이래 자신이 늘상 꿈꾸던 일이 드디어 현실이 된 것이었다.


“그리 기쁘십니까”


“기쁘지, 그럼. 이름만 있던 부서에서 제대로 된 해군부가 되었는데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고작해야 열 척의 호위함이 전부였던 해군부가 엊그제 같았다.


실제로도 해군부가 지금처럼 함대를 거느리게 된 것은 얼마 되지도 않은 이야기였다.


“자네도 그리 생각하지 않나?”


“아마 해군부 인원이라면 모두 그리 생각할 겁니다.”


“그야... 그렇겠지. 당연하지”


적어도 최근 들어온 해군부 인원들이 아닌 처음 창설될 당시의 해군부 인원이라면 모두들 동일하게 생각하리라, 적어도 최명호는 그리 생각했다.


그 전까지는 해군부는 밥만 쳐먹는 부서에 불과했으니까.


실제로도 주위의 시선도 그리 좋지 못했고 몇몇 사람들은 아예 대놓고 비웃을 정도였다.


단적인 예로 지금 해군부의 최고 수장은 해군차관인 최명호 자신이었다. 군 계급도 중장이나 대장도 아닌 소장에 불과했다.


소장이면 높아 보이지만(실제로도 전혀 낮은 계급은 아니다) 육군으로 따지면 여단장 정도의 위치에 불과하다.


현재 육군장관이 군 계급으로 상급대장이고 그 휘하의 참모부들의 참모장이 대장, 육군차관이 대장 계급인 걸 생각한다면 같은 ‘부’ 라고 생각하기란 굉장히 어려웠다.


인원 수 역시 육군부는 이제 5만을 넘는 군대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에 해군부는 이제야 만 명을 넘길까 말까 했다.


예산 편성 역시 마찬가지, 그나마 최근에는 해군부에도 규모에 걸맞는 예산이 주어지고는 있고 지영 역시 함대 편제에 관한 모든 걸 최우선적으로 처리해주겠다고는 했으나 그럼에도 규모 자체가 작아 예산 역시 육군부에 비해 적었다.


여튼간에 그동안의 해군부는 이런 상황이었으니 기존의 인원이 기뻐하지 않으면 이상하다는 듯이 답한 최명호의 답은 틀린게 하나 없었다.


최명호나 그의 보좌관이나 감명깊게 보고 있는 와중에도 북 소리와 나팔 소리가 울리면서 연이 떠오르고 신호기가 흔들린다.


그와 동시에 배들이 각자 정해진 위치로 기동하는 것은 나름 볼거리가 되었다.


그 기동이 정확했다면 더더욱 볼거리가 되었으리라.


“역시 대규모 함대 운용은 아직 완벽하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기존 인원들조차도 대규모 함대 운용을 해본 적이 없지 않나. 당연한 것이겠지”


최명호의 씁쓸한 말에 보좌관도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수 밖에는 없었다.


분명 기존의 인원들은 우수한 선원이자 해군이 맞다. 그걸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바다에 익숙했으며 배를 다룰 줄 알고 배 위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다만 그들이 훈련을 해 봐야 고작해야 열 척 남짓한 배로 훈련한 것이 전부였다.


개개인의 능력은 뛰어날지 몰라도 집단에서의 전투훈련은 그들도 사실상 이것이 처음인 것이다.


처음 하는데 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극히 일부로 있다고 쳐도 집단에서는 그 능력을 집단 전체로 퍼뜨릴 수 없다.


그럼에도 이들의 표정이 그리 나쁘지 않은 건 적어도 최악의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던 탓이었다.


“그래도 다들 열과 성을 다해 훈련에 매진하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겠지.”


해군부의 수장이 왔는데 대충하는 정신나간 놈은 없겠지.


그렇게 훈련을 한창 보고 있을 때 보좌관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말했다.


“차관님”


“무슨 일이지?”


“슬슬 점심식사 시간인 것 같습니다. 지금 훈련까지 하고 잠시 식사 시간을 가지는 게 어떻습니까?”


“벌써 그리 되었나?”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최명호는 그리 중얼거렸다.


하지만 해는 이미 중앙에서 따사로운 빛을 사방팔방으로 뿌려대고 있었고 집중력이 깨지자 배가 밥을 달라고 아우성쳤기에 점심때라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오늘 점심은 뭐지?”


“훈련의 일환으로 건빵과 훈제된 돼지고기입니다.”


그 순간 최명호는 진심으로 육지에 돌아가고 싶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해군부의 수장인 자신이 전투식량을 먹기 싫다고 도주할 수는 없었다.


“... 알겠네”


과연, 건빵은 더럽게 딱딱했고 결국엔 그도 어쩔 수 없이 건빵과 훈제된 돼지고기를 잘라서 잡탕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출정 전에 미숫가루를 나누어주는 방법도 생각해 볼만 하군”


아무리 그래도 이 잡탕보다는 미숫가루가 훨씬 맛있을 것 같았다. 적어도 미숫가루는 이것만큼 뒤죽박죽인 맛은 아니었으니까. 최명호는 진심으로 그리 생각했다.


그리고 미숫가루도 엄연한 전투식량이다. 부피는 적고 열량은 높으며 먹기에도 간편했다. 급한 전투 직전에는 훈제 돼지고기나 건빵을 섭취하는데 걸리는 시간보다 미숫가루를 타먹는 시간이 훨씬 적을 것은 당연했다.


절대로, 절대로 건빵이 맛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훈제 돼지고기가 맛이 없지는 않았다.


훈제 돼지고기는 평상시에도 찬으로 나오면 그냥저냥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약간 짭쪼름한 느낌이 있기는 했으나 그건 뭐 어쩔 수 없는 것이고.


하지만 그걸 건빵 잡탕에다가 섞어버리는 순간 맛이 굉장히 미묘해졌다.


조합이 맞지 않는? 그런 느낌이었다.


“저... 역시 그리 생각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하나만큼은 동의할 수 있었다.


언제 먹어도 그 맛이었다.


그리고 언제 먹어도 그 맛일 것이었다.


영원히








“원래는 더 일찍 자리를 마련하려 했는데 도무지 시간이 나질 않더군”


나는 그리 말하며 주위를 슬쩍 둘러보았다.


이전에 몇 번 본 것 같은 사람도 있었고 아예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들 처음엔 당황했겠지? 사실 상인... 이제는 사장들이라 해야겠군. 기업의 사장들을 이렇게 불러 모은 적은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점점 상업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고 나중에는 국가 단위에서 부흥시켜야 할 사업인 만큼 그저 방치하는 것은 썩 좋은 선택지는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사장들도 다 한국의 신민이고 그대들이 하는 행위들은 한국을 살찌우고 있는데 내 어찌 무관심하겠나. 이제는 약간의 여유가 생겼기에 그대들의 의견을 듣고 대화를 나누고자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네. 앞으로도 만들어 나갈 것이고.”


““““감사합니다, 전하!””””


“저... 전하, 앞으로라는 뜻은...”


“말 그대로이네만”


“그렇... 습니까?”


“음, 물론 내가 모든 사장들을 항상 만날 수는 없네. 나도 나지만 그대들도 바쁠 테니. 그래서 정기적으로 일 년에 한 번 정도 지금처럼 서른 명의 사장들과 자리를 가질 생각이야. 그대들이 자신의 업에 계속 충실하다면 최소한 일 년에 한 번은 만나겠군”


반대로 그 서른명 안에 들지 못하는 ‘충실하지 못한’ 사장들은 만나기 힘들 것이다. 다들 사장자리에 있는 능력있는 사람들이었기에 내 말 뜻을(그리 깊게 감추지도 않았지만) 알아들었다.


“전국 경제인 연합회, 줄여서 전경련이 이 모임 이름일세. 설립 목적은 그대들도 알다시피 소통을 위해서. 그대들도 그대들의 목소리를 내야하지 않겠나”


뭘 하든지 간에 개인보다는 단체가 목소리가 크고 힘이 좋은 법, 그들도 그걸 알기에 그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해한 것 같으니 계속하겠네. 우선... 자네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게 있는데...”


“말씀하십시오.”


한 늙은 사장이 말을 받아 주자 나는 냉큼 말을 이어갔다.


“자네들 돈은 뭐로 받나?”


“음... 보통 쌀로 받습니다.”


“아니면 옷감으로 받기도 하지요.”


“아니면 금이나 은도 받긴 합니다. 뭐, 그런 경우는 거의 없기는 합니다만”


금이나 은 빼고 다들 관리하기 힘든 물건들이다. 그렇다고 금이나 은으로 화폐를 대신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 뻔했다.


“관리, 힘들지 않나?”


이게 쌀 관리하는 것도 일이다.


집에서 20kg짜리 쌀포대 사다놓고 먹는 사람이라면 알 텐데 현대의 기술로 공정하고 현대의 기술로 지은 빌라나 아파트, 주택에서도 쌀벌레가 생긴다.


그래서 아예 그런 현상을 막고자 쌀통을 따로 사서 관리한다던가 혹은 소분하여 냉장고나 김치냉장고에 넣어놓았던 경우가 분명 있을 것이다. 특히나 여름철에는 무조건 말이다.


겨우 20kg짜리 쌀포대 하나도 이렇게 관리하기가 힘들다. 하물며 이곳은 기본이 80kg, 160kg가 기본 단위인데다 그런 포대들이 몇백, 몇천, 몇만 포대씩 턱턱 쌓여있다.


거기에 건물 역시 목조 건물이 대다수고(최근 지어진 식량창고들은 석재와 콘크리트 혼합이기는 하다) 그 말은 쥐가 파먹고 들어오기 참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이렇게 되니 보관하는 비용, 운송하는 비용이 장난이 아니다.


돈을 옮기고 보관하기 위해 돈이 나가는 현실이다.


옷감? 옷감도 마찬가지다.


젖으면 잘 말려야 하며 시간이 지나거나 햇빛을 너무 오래 받으면 해질 위험도 있었다.


무엇보다 둘 다 부피가 크다, 특히나 쌀 같은 경우는 진짜 자비없이 크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80kg짜리 쌀포대는 거대한 덩치를 자랑했다.


이들은 많은 돈을 관리하기에 이러한 문제는 예전부터 이미 깨닫고 있었을 것이다.


“흠... 그야 그렇지요.”


“동전을 사용하실 생각이십니까?”


정답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동전 이야기가 나온 건 전혀 이상하지 않다. 동전은 이미 옛날부터 이미 그 존재가 알려져 있던 거니까.


“정확히는 동전만 사용할 계획일세. 세금도, 월급도, 모두 다.”


“으음...”


“반발이 심할지도 모릅니다.”


반발이 심하다?


누가?


한국에 대지주라고 말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화폐가 도입된다고 쳐도 현 시대에서 쌀은 여전히 중요한 재화이다. 당장 한 해 농사가 망하면 그 한 해는 굶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쌀이 화폐로서의 가치를 내려놓는다고 해도 쌀의 가치를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감수해야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 아닌가?”


“허면 그 동전을 사용하기 좋게 저희가 미리 준비를 하면 되겠습니까?”


음, 역시 눈치가 빠르다.


내가 말 안해도 착착 진행되는게 참 좋구만


“음, 우선 화폐 초본을 좀 보세”


동전은 크게 5종류 1원, 5원, 10원, 50원, 100원이었다. 10원이 쌀 한 섬(160kg)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원래는 지폐도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지폐는 위조당할 가능성이 동전에 비해 높았고 거기에 10원이 쌀 한 섬임을 감안할 때 100원 이상의 화폐는 사실상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었다.


오히려 1원 밑의 단위를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내가 최대한 시장을 조사하며 만들어 보았는데, 어떤가? 그대들이 보기에는?”


작가의말

항상 똑같은 그 맛... 짬밥?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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