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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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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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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4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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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함 계획6

DUMMY

“... 그래, 팔은 좀 어떻던가?”


내 말에 후욱은 난감하다는 듯이 답했다.


“사실... 겉으로 보이게 되면 이미 심각한 거 아니겠습니까. 제일 좋은 방법은 째서 확인하는 건데... 그만한 수술을 매번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매번 하는 것도 하는 건데 매번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수술에 들어갈 때 벽에 고농도 알코올(술)을 부어서 최대한 소독하려고 하고 옷이나 의료기기들도 모두 삶아서 최대한 소독하려고는 하지만 최대한의 노력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분명 우리가 통제 못 하는 세균들이나 감염원은 있을 거고 운이 억세게 안좋으면 시름시름 앓다 죽겠지.


그리고 애초에 이번 수술 자체가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서 만든 기적에 가까운... 아니, 기적이다.


모르긴 몰라도 나중에 세계 칠대 불가사의에 끼워넣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성공해도 그걸 거의 매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그럼 질문을 바꿔서... 얼마나 갈 것 같나?”


“... 정말 송구합니다마는... 모르겠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인체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을 꼽으라고 한다면 당연하게도 눈 앞에 있는 진후욱 이 사람이다.


십 년 전부터 나랑 사람 째고 다니면서 아마 우리나라 그 어떤 사람보다도 사람 몸에 칼 제일 많이 댔을 사람이고 실제로 성과도 여럿 냈다.


즉, 그가 모른다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알 방도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 그래, 그대가 모른다고 하면 진짜 모르는 거지...”


“노파심에 드리는 말씀입니다마는... 빨리 참모로 빼시는 것을 감히 권해드립니다. 아무리 조심한다고는 해도 외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만큼...”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네”


팔 한 번 제대로 긁히면 그 때는 진짜 손도 못 쓰고 팔 잘라내야 한다.


물론 수술을 할 때도 언젠가는 팔을 잘라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진행했고 솔직히 하다가 안 되면 그냥 절제해버릴 생각으로 진행한 수술이었지만 그래도 기왕 성공하면 오래 쓰면 좋잖은가.


“이번 일도 거의 마무리 되어가고 있으니 내년 봄이나 여름, 늦어도 가을 쯤에는 불러들일 수 있겠군”


“그동안 무슨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후... 아니, 그러니까 누가 술 먹고... 하아...”

“보통 술 먹고 호랑이한테 물리는 일이 흔히 일어나지는 않지...”


솔직히 진하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 하다.


출정 전에 기분 좋게 한 두잔 걸치고 출정하려 했는데 호랑이한테 물려서 팔 뼈가 아작이 난 거니까.


억까도 이런 억까가 없기는 하지.


“여튼 그 전까지 최대한 의료지원선 지원할 테니까 계속 주시하게나.”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올해랑 내년에는 연구비 지원액 축소할 테니까... 그리 알게나. 나라 사정이 좀 어려워지는 바람에...”


“그리 조정하겠습니다.”







알고 있었다.


모든 게 내 뜻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걸.


그럼에도 마음속 한구석에서는 내가 원하는 일만 간절히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럴 리가 있나.


이곳의 상황은 점점 복잡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그렇지.


사건의 계기는... 그래, 얼마 전이었다.



“음... 애초에 강제할 명분은 충분하다는 것이군”


“그렇습니다, 전하. 애초에 탐라는 예로부터 반도의 여럿 국가들에게 복속을 청했습니다. 당장 아국에게도 복속을 청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이제 아국이 명실상부한 반도의 주인이 되었으니 충분히 복속을 요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복속? 난 그런 미지근한 단어 따위는 원하지 않는다.


“굳이 우리가 복속을 받아줘야 할 이유는 없지 않나? 일본과의 안정적인 교역을 위해서라면 탐라는 필수적이다.”


부산에서 제주로, 제주에서 대마도를 거쳐서 일본으로 가는 항로는 현재 가장 안정적이며 빠른 항로다.


우리가 남쪽으로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제주도라는 전초기지가 필요했다.


“탐라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넓다 해야 저들이 뭘 가지고 있겠나? 강대한 기병? 정예한 보병과 궁수? 그것도 아니라면 몇 년의 실전경험에 비할 전술과 전략적 교리들?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지 않나?”


넓다고 해 봐야 뭐 이번 남연해주 만큼이나 넓은 것... 비슷하려나?


여튼 남연해주 작전보다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 같은데...


항해에 걸리는 시간이야 그때나 지금이나 엇비슷 할 거고... 무엇보다도 제주도는 남연해주와는 다르게 자체적인 보급이 어느 정도 가능한 장소다.


제주도 말이 좋다고 해도 연해주 벌판을 뛰놀던 유목기병에 비할 바는 못 될 것 같고... 보병과 보병의 싸움? 그건 애초에 우리의 전문이니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


“신형 전투함이 늦어도 내년 겨울에는 나올 예정이다. 해군은 이미 호위함을 기반으로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고 있지 않나?”


내 말에 해군 차관, 최명호가 담담히 답했다.


“예, 전하. 전하의 성원 아래에 전 해군 장병이 일치단결하여 매일같이 짠 바닷바람을 맞아가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들 하나하나가 모두 정예이니 마음 놓으십시오.”


“그렇다는군. 아, 물론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게 아닐세. 작아도 전쟁이니 준비를 해야 할 것 아닌가. 보급품 쟁여두고, 채권 갚고 식량 다시 쟁이고, 해군도 수를 확충하고 여러 사절단을 보내서 탐라의 내부사정을 들여다봐야지”


전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임처럼, 영화처럼 장군에게 ‘자네에게 십만의 병사를 줄 테니 당장 역적을 토벌하라!’ 하면 장군이 ‘예! 소장이 적을 모두 베어내겠나이다!’ 하면서 말 타고 우르르 출격하는 일 따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 명... 즉, 추후에 편제를 할 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사단급 병력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최소 한 분기에서 반 년의 준비는 필요하다.


그것도 어느 정도 전쟁을 할 준비가 된 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나마 우리는 모든 병력이 상비군이라 조금 더 빠른 출격이 가능하다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준비 시간은 필요했고 특히나 보급의 부분에서는 더욱 까다로운 준비가 필요했다.


우리가 아무리 대량생산, 대량생산 노래를 부르면서 다양한 공법들을 통해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늘린 것은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수품의 생산량은 이번 남연해주 작전의 소모량을 따라가지 못했다.


즉, 미리 비축하고 준비를 해야 전시 상황 때 무리 없이 보급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같은 조건이라면 우리의 물자가 더 오래 버티기는 하겠지만 그건 같은 조건에서의 이야기고 전쟁은 결코 같은 조건에서 치러지는 법이 없다.


또한 고대의 전쟁에서 행군로는 굉장히 중요하다.


요즘이야 도로가 잘 뚫려 있고 여의치 않다 하면 천조국처럼 미친 물탱크차를 우다다 끌고 와서 수분을 공급할 수 있겠지만 지금 시대에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항상 행군로는 강이나 혹은 호수 등의 수원지를 끼고 있어야 하며 보급 부대가 보급을 할 수 있게 적당한 평지의 지형을 요구한다.


물론 저런 이상적인 행군로가 매번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수원지는 확보를 해야 한다.


괜히 예전에 청야전을 하면 우물에 독을 푸는 게 아니다.


보급이야 어떻게 수레 없이 낙타 등에 짐 지고 가면 된다지마는 물은 답도 없거든


“외교장관, 탐라쪽이랑 계속 외교적 연결은 만들어 놓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나?”


“예, 전하. 어차피 탐라국 사람들이야 외부와의 교역은 필수적이기도 했으니... 계속 통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그래. 계속 교역을 하며 서로 알아가는 거지. 우리 상인들 걸으면서 물 좀 먹을 장소라던가... 그렇지?”


“반드시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해하시라, 그냥 순수히 교역을 위해 길을 알아보는 것 뿐이니.


“그러면 일 군단을 해체하면 안 됬었던 것 아닙니까?”


“탐라국에 육군 전력의 칠 할을 쏟아부을 수는 없단 말이지”


남연해주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만일, 정말 만일 우리 본국에 무슨 문제가 생긴다고 하면 빠르게 복귀할 수 있었다.


다른 부대는 몰라도 적어도 궁기병여단은 애초에 유목민족의 전술까지도 어느 정도 흡수했으니 무조건 올 수 있다.


하지만 탐라국은 다르다.


아무리 안정적인 항해 경로라고 하더라도 침몰하는 경우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거니와 제주도 내에서도 움직이고 있을 테니 오는 데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게 된다.


“결정적으로 진하 준장은 이번 작전을 마무리로 참모부 쪽으로 아예 방향을 틀기로 했다.”


“... 예?”


아, 생각해 보니 육군장관도 모르고 있었네. 진하, 이놈 이거 보고도 안 하고 뭐 한 거야?


“아아... 보고를 하지 않은 건에 대해서는 장관이 알아서 조치하고... 여튼, 진 중장에게는 지병이 있다. 그걸 내 휘하의 수하들과 같이 고쳐는 놨는데... 언제 재발할지 모른다. 그리고 재발하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시피 하고.”


솔직히 나도 아깝다.


어떻게 생각하면 진 준장은 지금 한국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지휘관이다.


거기에 군 개편 이후에 대규모 병력을 이끌어 본 유일한 지휘관이기도 하고, 그 가치는 결코 작지 않았다.


“여튼 그런 이유로... 뭐가 이리 소란스럽지?”


소위 ‘높은 사람’들만 회의하는데 이렇게 소란스러울 일이 있나?


내 의문은 곧 풀렸다.


숨을 헐떡이는 시종 한 명이 내게 직접 달려온 것이다.


나는 가로막는 친위대를 막고는 그의 귓속말을 들었다.


아니... 근데 굳이 귓말로 해야 해? 거기다 숨차가지고 내 귀에 침방을 떨어지는 거 느껴지는데...


이 자의 얼굴을 치울지 말지 진심으로 고민하는 순간... 그가 내뱉은 한 마디에 내 고민은 깔끔하게 사라졌다.


주위의 소리가 멀다.


내 몸은 어느샌가 모두를 떨쳐내고 달리고 있었다.


가끔 내 앞길에 있던 무언가들이 ‘꺅!’ 이나 ‘어억!’ 같은 소리를 내었지만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고 왕비님이 회임하신 것 같습니다’


임신?


서연이가?


... 그럼 아버지는... 나겠지?


내가... 아버지...


이런 소식을 들으면 온갖 생각이 날 줄 알았는데 저 네 줄이 내 사고의 전부였다.


그 이외에는 놀랍게도 아무런, 정말 아무런 생각조차도 없었었다.


서연이가 있는 곳에 도착하니 그녀는 언제나처럼 웃으면서 반겨주었다.


“오빠, 오늘은 빨리 왔네?”


“응... 어...”


“앉아, 앉아. 뭐, 이리 빨리 왔데? 온 김에 애한테 인사나 해. 아, 아직 못 듣나?”


뭐라고 말을 하고 싶었는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무언가 가슴을 간질이는 수만 가지의 깃털이 있는데 그 중 하나조차도 제대로 말을 하지 못 하는게 지금 생각해도 바보 같았다.


그때 내가 뭘 했는지는 정신 없던 와중에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냥 최대한의 밝은 웃음을 짓고는 고맙다고 말하며 그녀의 배를 쓰다듬었지.


그게... 내가 그때 할 수 있었던 일의 전부였다.


작가의말

기다리시던 주인공 mk.2 on...!
그너저나 요즘 밤낮이 바껴서 진짜 죽을 것 같아요... 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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