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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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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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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30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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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농업혁신74

DUMMY

“뭐야, 원군은 더 없을 텐데... 너, 어디 소속이야?”


사휴의 말에 궁복은 식은땀을 흘렸다.


국왕 옆에서 붙어 다니며 이것저것 배우고는 있지만 정작 그가 정식적으로 임관한 적은 없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궁복에게 ‘너 소속이 어디야?’라고 물으면 궁복은 ‘저 한국인인데요’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을 여기서 한다?


그 말은 ‘내가 욕을 좀 많이 먹어서 오래 살고 싶은데...’정도의 의미밖에는 되지 않는다.


“야, 너 어디 소속이냐니깐?”


“음... 그게...”


“쌩 민간인이 여기 왔을 리가 없잖아. 너, 자기 소속도 모르나? 어휴...”


놀랍게도 쌩 민간인이 여기 온 게 맞았다.


궁복은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는 그를 보며 문득 잊고 있던 게 생각났다.


“아, 그... 제 신분을 증명해줄 문서가 있습니다.”


“...?”


그 말에 사휴는 더 아리송한 표정으로 궁복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군인은 아니다. 훈련소 마친 군인이 저렇게까지 얼빵했다?


수료고 뭐고 어디 연병장 구석에 쳐박혀 얼빵함이 빠질 때 까지 굴려질 게 뻔했다.


그렇다고 말로만 듣던 정보부나 비서실 소속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얼빵해 보였다.


과연 저런 사람에게 중요한 임무를 맡겨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리고 그 문제의 ‘문서’를 받아 든 사휴의 손은 벌벌 떨렸다.


‘문서’ 안에는 몇 글자 적혀있지 않았다. 다만 그 내용이 문제였는데...


‘내가 키워보는 아이다. 보급에 관련된 일들을 교육하도록


-한국왕 이지영(인)-’


“... 씨발?”


아무리 ‘문서’를 뒤져봐도 거짓된 구석은 보이지 않았다.


찍힌 인장 하며 필기체 역시 자신이 보낸 보고서에 적힌 서명에서 보던 그것과 같았다.


“너... 후배님이었니?”


그리고 ‘문서’의 효과는 피곤하던 보급 담당 참모도 얼굴에 웃음을 만연하게 만들며 입이 고와지는 놀라운 성능을 자랑했다!


“어... 아닙니다. 해군을 지망중이긴 한데... 아직 임관하지 않았습니다.”


“해군이 왜 육군 보급을 배우러 오냐? 엄밀히 말하면 내가 육군 보급만 할 줄 아는 건 아니긴 한데... 내가 육군이니까 아무래도 육군 쪽에 치우쳐져 있거든?”


궁복은 조심스럽게 답했다.


“전하께서 해상 보급 임무를 맡을 수도 있다고...”


사휴는 얼굴에서 웃는 낯을 유지한 채 애써 쾌활하게 말했다.


“그래? 그럼 후배님, 우선 내 막사로 가자. 아, 그냥 후배님이라 부른다? 어차피 나중에 임관할거니까?”


“앗, 편하신 대로 불러 주십시오.”


“그래, 그래. 너도 그냥 선배님이라 불러”


“예? 하지만...”


“그럼 임관도 안했는데 계급으로 부르게? 그냥 선배님이라 불러”


“알... 겠습니다, 선배님”


막사에 도착한 후에 사휴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후배님, 엄청 기대받고 있나 보다?”


“분에 넘치게도... 그렇습니다.”


세상 어느 누가 해상 보급을 배우기 위해 이만 명이 넘는 대단위 병력의 보급을 경험하고 배우러 온다던가?


적어도 지금의 한국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 말은 궁복, 장보고가 언젠가는 이만한 군대를 이끌 사령관, 혹은 그에 준하는 자리에 앉게 되리라는 것을 암시했다.


“해군 쪽이면 대외 원정인가...? 흠... 전하의 생각은 도통 알 수가 없으니... 짐작가는 거 있니, 후배님?”


“솔직히...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저에게 수송선의 개량점에 대해서도 궁리해 보라 하셨으니...”


“하긴, 대륙으로 뻗어 나갈 곳이 마땅치 않기는 하지...”


사휴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몇 번 두드리다 말했다.


“어차피 전하의 생각은 우리 같은 범인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태반이니... 그냥 일이나 배워 가는 게 좋겠군. 우선... 군단장님을 찾아 뵙고 보고를 드린 후에 술이나 한 잔 하자.”


“알겠습니다... 네? 술이요?”


“아, 씨. 한 잔은 괜찮아. 서로 모르는 사인데 뭘 알려주고 말고 할 게 있나. 서로 좀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야지. 가볍게 한 잔 하면서 이야기나 하자고. 그리고 원정 온 지 삼 년이 넘어가면 좀 이렇게 풀어주기도 해야지”


궁복은 조용히 이 곳의 풍경을 떠올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도의 거리와는 너무도 비교되는 풍경, 삼 년 이나 이곳에 즐길 거리가 없이 있다면 방해 안 될 정도의 낮술은 괜찮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오늘은 마실 수 있게 허가 나온 날이야. 운이 좋았지.”


아주 가끔 있는 날이기는 하지만, 사휴는 그렇게 덧붙였다.


진하도 장병들의 스트레스는 대강 짐작하고 있어서 날을 잡아서 교대로 병사를 위무하기 위해 음주를 허락하고는 있었다.


그리고 마침 운이 좋게도 오늘은 사휴도 그 명단에 포함된 날이었다.









“전하, 보급실험 대대가 재밌는 발명품을 하나 만들었다는데 보시겠습니까?”


보급실험대대면... 거기지? 내가 컨테이너 만들고 실험 한다고 존나게 굴렸던 곳.


“재밌는 발명품?”


“베틀입니다.”


베틀이... 딱히 재밌는 발명품은 아닌 것 같은데.


안 그래도 목화에서 입질 안 와서 답답해 죽겠는데 베틀 이야기를 들으니까 더 답답해 죽겠다.


내 생각보다 목화를 동아시아의 기후에 맞게 개량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작업이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힘든 건 아니다.


왜냐하면 난 그쪽으로 아는 게 하나도 없거든.


그러니 과기부한테 예산 쥐어주고 기다리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그런 이유로 섬유가 대량생산 될 일이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방적기와 방직기가 발달할 일도 없고, 필요도 없다.


재봉틀?


그건 만드는 방법도 모르는데?


더군다나 내 인생을 살면서 재봉틀을 본 적이 없다.


기가시간에 바느질 정도는 해 본 것 같기는 한데...


“보시면 분명히 만족하실 겁니다.”


저렇게까지 말하면... 안 보는 게 미안한 지경이다.


나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대체 무얼 만들었길래...”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보았다.


날아다니는 북을.


... 저게 왜 여기에 있지?


“하하! 이게 저희 대대원들이 만든 베틀입니다. 초심자들도 조금 더 빠르게 천을 짤 수 있게 했지요!”


산업 혁명 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한 번 쯤 들어봤을 플라잉 셔틀.


그런데 저게 왜 지금 나왔을까?


구조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


내 궁금증은 이어진 보급실험대대장의 말에 해결이 되었다.


“이게 전하도 아시다시피 저희가 갑옷 안에 삼베 천으로 된 옷을 입지 않습니까?”


“그... 렇지?”


“헌데 이게 싸우다 보면 삼베 천으로 된 속옷이 찢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지요.”


그건... 그렇다.


아무리 우리 갑옷이 동 시대의 갑옷에 비해 앞서간다고 해도 완벽한 방어력을 제공해주지는 않는다.


당연하게도 빈 틈 정도는 있고 그걸 최대한 보완하겠답시고 안에 옷을 껴입는다.


사실 이건 모든 갑옷이 비슷하지만... 여튼 그래서 우리는 맨 안쪽에 통기성이 좋으면서도 상당히 질긴 삼베옷을 맨 안쪽에 입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이 시대의 디지털 반팔 티 라고 생각을 하자.


여튼... 이러한 장치에도 삼베 옷이 찢어지는 경우는 꽤 있는 모양이다.


“그러면 전선에서 병사들이 삼베 천을 덧대어 입게 되는데 이 삼베 천이라는 게 워낙에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습니까?”


내가 베를 짜는 걸 볼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하품 나오게 느린 수준이었다.


왜 산업혁명의 시작이 면직물 사업이었는지를 대충 알 수 있게 해 주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나 할까? 굳이 경험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야 그렇지”


“해서 저희 대대에서 이러한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이러한 물건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보급하여 널리 사용한다면 전 군에 큰 보탬이 될 것입니다.”


“...헌데 이러한 것을 어찌 만들었나? 이건 분명...”


스프링 같은 게 필요하다고 알고 있는데, 아닌가 베어링인가? 구조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들어가는 부품을 만들기가 빡세서 그냥 손 놓고 있었는데.


“흠흠... 여기 보시면 도르래가 있습니다. 이걸 북이랑 연결한 뒤 양 쪽에 북이 튀어나오지 않게 막고 사람이 발판을 밟으며 도르래에 연결된 줄을 당기면...”


철컥!


북이 날았다.


“이리 반복하면 됩니다. 북을 일일이 움직이지 않아도 되니 훨씬 편해졌지요.”


아, 도르래.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앞선 도르래 기술을 가진 이들은 바로 보급실험대대다.


왜냐고?


화물 상자와 연계한 거중기 만들고 개량한답시고 맨날 도르래를 만지작거렸을 테니까.


그러니만큼 이들에게는 이 플라잉 셔틀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 생각을 해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지.


“전하께서 늘 사람이 할 일을 최대한 기계에 맡기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 가르침을 따랐을 뿐입니다...헤헤...”


하, 내가 기계 기계 타령한 게 아주 쓸모 없는 일은 아니었구만?


나는 묘한 뿌듯함을 느끼며 물었다.


“이 베틀은 대대원들과 함께 만든 것인가?”


“예, 전하. 모두의 지혜를 모아 만들었습니다.”


이게 집단지성인가?


여튼 이 플라잉 셔틀은 아주 혁명적인 물건이다.


목화의 재배에만 성공한다면 곧바로 자신의 진가를 증명하겠지.


그게 아니더라도 삼베나 기타 천을 짤 때도 확실한 생산성의 향상을 이끌어내겠지.


“비서실장”


“예, 전하.”


“보급실험대대원 전원 1계급 특진이다. 다음 진급식 때 반영하라 육군장관에게 전하라. 또한 다음 달에 연봉 2년치를 가산하여 지급하겠다. 이것 역시 재무차관에게 전하도록”


“알겠습니다, 전하.”


““““감사합니다, 전하!!!””””


“대대장”


“예, 전하!”


“그대는 이 베틀에 대한 설계도와 시제품을 만든 뒤 직접 보고하러 오도록”


“알겠습니다, 전하.”


내가 이곳에 온 뒤 벌써 십육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이곳의 사람들은 내가 전해 준 잘게 찢어진 파편을 받아들이고 조금씩 발전하고 있었다.


솔직히 지금 적히고 있는 수학 공식 중 반은 나도 모르는 것들이다.


이건 내가 수학을 잘못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여튼, 우리나라는 점점 실사구시 이용후생의 학문과 정신, 그리고 기초가 될 수학과 과학 등의 학문이 조금씩 자리를 잡고 성장하고 있었다.


비록 그 성과는 아직까지 눈에 띄게 보이는 것은 없지만 0.1과 0은 전혀 다른 법. 몇십 년 후에는 더 달라져 있겠지.


작가의말

권력 앞에서 한없이 착해지는 선배님...


오탈자 지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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