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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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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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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9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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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혁신68

DUMMY

나는 내 옆에서 꾸물거리는 것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내가 쳐다보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건 계속 꾸물거리며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너... 여기 처음 왔을 땐 빨리 일어나서 말 타러 가지 않았냐?”


“귀찮아... 이불이나 줘”


조금 유감스러워진 내 아내, 서연이는 내가 빼앗아간 이불을 향해 손을 휘적거렸다.


“어휴, 애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담”


“... 여기선 자유롭게 있게 해준다며”


그 자유가 이런 느낌일 줄은 몰랐지. 점점 사람이 미인 히키코모리 상속녀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그리고... 내가 느낀건데...”


“뭘?”


“아침 햇볕 받으면서 이불에 파묻혀 있는 거... 푹신하고 따사로워서 좋아...”


그야 그렇겠지


“오빠도... 나랑 어때? 하루에 한 시간씩...”


“...”


“진짜 좋아...”


서연이는 나른한 표정으로 이불을 슬쩍 들치고는 팡팡 두들겼다.


“거기다 지금 오면 예쁘고 따뜻한 아내도 기다리고 있는데...?”


“... 그걸 자기 입으로...”


“나, 예쁘다며?”


그건 그렇지.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흐아앙...”


햇빛이 눈부셨는지 그녀는 묘한 소리를 내며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어휴, 적당히 시간 지나면 일어나서 밥이나 먹어”


“오늘... 바빠?”


“정말 유감스럽게도 오늘 좀 바쁜 날이거든”


산업단지, 물론 내가 있던 곳의 산업단지를 생각하면 사실 그 이름을 붙이는 것 자체도 민망한 수준이지만 어쨌건 종합산업단지 건설 계획이 오늘의 주 일정이었다. 제지공장부터 시작해서 온갖 공장을 만들 곳을 설계해야 하니 뺄 수도 없는 노릇이지.


“...치”


“며칠 지나면 시간 빌 거야”


아마도? 내 말에 그녀는 꾸물거림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래서 저게 뭔 뜻인지 설명 좀 해줄 사람?


“알았어... 잘 다녀와”


“어야, 점심에 시간 나면 밥이나 같이 묵자”


“응...”





배고파...


오빠가 나간지 얼마나 된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무언가가 먹고 싶었다.


대충 시계를 보니 한 시간 정도 지난 것 같았다. 이것도 신기하단 말이지, 시간을 이렇게나 정확하게 알려준다니


물론 지금의 내 관심사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물건이었기에 나는 하품을 하며 담요를 둘둘 둘러맸다.


어째선지 예전보다 더 추워진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그것보다 그냥 보드러운 담요가 온몸을 감싸고 있는 이 느낌이 기분 좋았다.


나는 언니의 방 앞에서 문을 두들겼다.


“언니이... 밥 먹었어?”


언니는 문을 열고서는 부드럽게 나를 바라보며 답해 주었다.


“같이 먹으러 갈까?”


착한 언니... 가끔 잔소리를 하는 오빠와는 다르게 언니는 항상 따사로운 햇님처럼 웃어준다.


“우웅...”


그래서인지 나는 나도 모르게 언니한테 안겨 뺨을 부벼댔다. 아, 이거 촉감 좋아. 향기도 좋고. 이거 무슨 꽃 향이더라...?


내가 현재 나에게 허락된 최대의 포근함을 느끼고 떨어지자 언니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밥 먹으러 갈까?”


“응... 뭐 먹을까?”


“아침이니까 가볍게 먹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런데 전하께선...?”


“오빠... 나 버리고 일하러 갔어... 내가 유혹까지 했는데...”


“어머나”


언니는 살짝 볼을 붉히며 시선을 살짝 아래로 내리깔았다. 이런 거 보면 귀엽단 말이야...








“흠, 추천이라...”


“그 말씀대로입니다, 전하. 바쁘신 것이야 알지마는 워낙에 뛰어난 인재인지라...”


우리 한국에도 추천 제도가 있기는 하다. 다만 추천인이 지는 부담이 크고 어지간하면 다이렉트로 나와 만나기 때문에 어지간한 인재가 아니고서야 추천을 하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지금 학교나 공채가 어느정도 자리 잡은 지금은 추천을 해도 이미 시험에 통과한 자를 넌지시 알려주는 정도에 그쳤다.


“교육차관님이 그렇게 칭찬하실 정도면 분명 대단한 인재일 것임은 맞으나... 오늘 일정이 너무 많은지라”


오늘은 할 거 많은 날이니까


“그래도 최대한 빠르게 시간을 잡아 보도록 하지요.”


“감사드립니다, 전하. 분명 전하께서도 마음에 들어하실 것입니다.”


“차관께서 추천한 인물이니 분명 그리하겠죠”


현재 교육차관은 임명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다. 당연하게도 추천을 할 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추천을 했다는 건 추천하고자 하는 사람의 실력이 이미 어느 정도는 검증이 되었다고 보아도 된다.


나는 그와의 대화를 대충 마치고 시미온과 이나를 비롯한 서양의 기술자들, 그리고 우리의 과기부 인원들과 함께 회의를 시작했다.


음, 정정한다. 회의같은 정적인 활동이 아니라 뭐라고 해야 하나... 체험 삶의 현장? 약간 그런 느낌이다. 우리 과기부 연구원들과 기술자들이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 조금 정도는 알게 될 것 같은 느낌이야.


“흠흠... 이곳의 인원들이 쌓은 자료들이 상당히 훌륭해서 이 정도의 규모라면 충분히 감당 가능 할 것 같습니다, 전하”


“그리고 전하께서 고안하신 동물을 이용하여 동력원을 얻을 수도 있게 설계하였으니 만일 겨울에 수력이 부족해지더라도 일정 부분 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한국어는 상당히 익숙해진, 아니 사소한 부분, 예를 들면 높낮이라던지 하는 정도를 제외한다면 사실상 한국인에 가까워졌다. 애초에 머리가 좋고 습득력이 좋은 사람들이기도 하고, 배 안에서도 계속 부족한대로 연습했을테니 그럴 법도 하지.


“다만 한국이 원래 쓰던 종이인 한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설계가 필요합니다.”


“음, 그건 나중에 해도 됩니다.”


한지의 역할은 종이 본연의 역할보다는 그 이외의 역할에 치중될 생각이니까. 예를 들자면 창호지라던지 하는 부분에서 말이지. 한지가 종이로서의 역할을 다할 경우는 정말 장기적으로 보존해야 하는 귀한 문서나 혹은 서예 정도가 끝이 아닐까 싶었다. 애초에 일반적인 기록은 종이와 펜 혹은 연필을 이용하기 때문에 느긋하게 먹 갈고 붓으로 멋들어지게 쓸 시간과 여유는 없거든.


“다 철 부품으로 바꿨네요? 이거 재고 관리는 되나?”


철제, 특히 질 좋은 강철로 이루어진 정교한 톱니바퀴들은 여기서 굉장히 비싸다.


내가 즉위하고... 즉위? 즉위보다는 빙의라는 말이 맞으려나? 하여튼


내가 빙의하고 가격과 생산성에 많은 신경을 쓰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싼 놈이라는 사실은 틀림 없었다.


“그래서 기초 부품 공장 역시 신설할 생각입니다. 여기 오십 육 쪽을 보시면...”


“오호, 과연... 하긴, 지금 제철제강청 인원들은 상당히 숙련된 이들이니 이들을 책임자로 해서 만들겠다는 거군요?”


“예, 전하께서 늘 경험의 전수가 중요하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부품을 만들 때의 방법을 교본으로 작성하여 교육하고 현장에서 같이 일을 한다면 자연스럽게 숙달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요, 언제까지 바쁜 연구원들 붙잡고 톱니바퀴 만들라고 시킬 순 없죠.”


사실 시킬 순 있어, 있는데...


연구원들한테 톱니바퀴 제작을 맡겨버리면 다른 일을 못 하잖아.


그건 엄연한 국가적 손실이다. 내가 눈 뜨고 있는 한 그 꼬라지는 못 보지.


시계 같은 걸 만들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절대 없으리라, 아마도.


... 엄밀히 말하면 지금 제철제강청의 일부 기술자와 연구원들은 더 정확한 시계를 만들기 위해 거듭해서 개량에 들어가고 있다.


그러니 더더욱 제철제강청의 인원을 쪼개서 톱니바퀴를 만들 수 없지. 빨리 독립시켜야 한다.


... 고작 세 개를 봤을 뿐이다.


제지공장과 톱니바퀴 공장, 그리고 그 두 공장을 연결할 철도의 모습.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이미 하루는 다 가서 어느덧 노을조차 사라진 어두컴컴한 밤이 찾아왔다.


“...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퇴근들 하셔야죠.”


“... 정말 그래도 됩니까?”


“벌써 아홉 시가 넘어갑니다. 슬슬 퇴근 하셔야죠.”


나는 말을 마치고서는 자료를 주섬주섬 챙겨 비서실장에게 맡기고서는 자리를 떠났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저들은 밤을 새며 더 논의할 것을 알기에.


걱정도 걱정이지만 실로 비효율적인 일 아닌가. 서로 논의해야 하는데 혼자 애써봐야 뭘 하겠냐고.


싸늘한 밤공기가 몸속 깊숙이 파고드는 것을 느끼며 나는 궁전으로 가는 마차에 몸을 뉘였다.


“바로 침실로 가실 겁니까?”


“아뇨, 집무실로 갈 겁니다.”


아직 다른 일들이 남았기에 벌써 잘 수는 없지.


그리고 현대인인 나는 벌써부터 자는 것에 대해 아직도 적응이 안 된 상태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처음부터 이 시간에 잔 적이 없으니 적응이고 자시고 따질 것도 없지.


이제는 까마득한 기억이지만 대학생 당시에 취침시간은 대략 12시 전후로 기억하고 그 이후에도 1시 전후로 잤던 거 같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 내 나잇대 사람들은 아마 11시~2시 이 사이에 잘 텐데.


여튼 그런 나에게 있어서 아직 10시 정도는 한창 활동하고 있을 시간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산업단지 건설을 제외하고도 내가 할 일은 그대로이며, 만일 이 일을 방치한다면 이 책임은 내일의 내가 져야 했다.


난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어떤 쌍욕을 퍼부을지 대충 짐작이 가기에 굳이 그런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일을 미루지 않고 하면 한꺼번에 일을 밀려서 할 상황이 거의 발생하질 않지 않나?


굳이 일을 한꺼번에 몰아서 힘들게 하는 사람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고 똑같은 일일 텐데.


“실장님도 퇴근하세요, 오늘 너무 늦었네”


“아닙니다, 비서실장이 전하보다 먼저 퇴근하는 건 문제가 있지요.”


“에이, 비서실 당직 인원 있잖아요. 그 사람 남기고 퇴근해요. 이제 열 시 넘어가는데 언제까지 있으려고.”


나한테나 활동할 시간이지 이 시대 사람들은 이제 꿈나라에 들 시간이다.


이거, 생각보다 적응하는데 오래 걸렸다.


어쩐지 가끔씩 표정들이 썩더라고.


“그 당직 인원이 접니다... 전하”


아, 오늘 퇴근 없는 날이시구나.


아니, 그런 것보다 비서실장이 당직을 서는 날이 있었나? 분명히 초임 비서실장은 그런 적 없던 것 같은데


... 아, 애초에 그 양반은 나보다 일찍 퇴근한 적이 없으므로 생각할 여지조차 없구나


“그래요, 자정 지나면 알려 주세요. 그 전까지는 업무를 봐야 할 것 같으니”


“예, 전하”


그리고 그날의 업무는 한 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작가의말

점점 이불과 친해지는 우리의 왕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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