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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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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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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1.07.3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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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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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만주의 난6

DUMMY

진하는 높고 견고해 보이는 성벽을 암울하게 쳐다보았다.


"젠장..."


"목소리를 조금 낮추시지요. 병사들이 들을까 두렵습니다."


부관의 말에도 진하의 어두운 표정은 좀처럼 펴지지가 않았다.


"부관, 공성전 중 하책이 무엇인지 아나?"


"그야... 성을 직접 공격하는 것이지요."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


고대로부터 현대전까지 성이나 요새를 공격하는 측은 보통 수비측의 몇 배에 달하는 병력이 필요하다. 그러고도 승패를 장담하기가 어렵다.


이겨도 거기에 소모된 인력, 물자 등을 생각하면 마냥 웃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성을 공격하는 방법 중 최하책은?"


"그야... 그저 성벽을 올라 적을 공격하는 것이지요."


화약이 나온 후의 성과는 다르게 고대의 성벽은 그 높이가 상당했다.


왜냐하면 공성무기의 화력이 약했던 시기이니까.


그런 성벽을 올라간다? 중간에 떨어져 죽기 딱 좋았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군은 오로지 그 방법밖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


"... 이건 정말 아닌데"


본국에서 출발할 때 공성병기 따위는 없었다.


최대한 은밀히 출발해야 했으니 공성무기를 챙기기란 힘들었으니


오히려 군량과 물자도 최소한으로만 챙겼을 정도인데


고구려? 이들에게도 변변한 공성장비가 있을 리가 없었다.


방금 막 부활시킨 신생국에게 그런 고가의 병기가 도대체 얼마나 있겠는가.


고작해야 충차 몇 개와 조잡한 투석기 몇 개만 존재할 뿐이었다.


이런 공성병기가 있어도 힘든게 공성전인데 병기조차 없으니 미래가 암울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쯧... 고구려의 중군에 서신을 보내라. 이런 개죽음은 받아들일 수 없노라고."


"허나... 장군, 괜찮으시겠습니까?"


부관의 걱정은 타당했다.


이번 전쟁은 한국으로서도 굉장히 중요한 전쟁이었다.


그런데 그걸 한낱 장수가 자신의 판단으로 차질을 빚게 할 수도 있는 결정을 내린다?


앞길이 창창한 진혁에게 있어서는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님이 분명했다.


"하? 애초에 이 부대의 지휘권은 바로 나에게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개죽음을 받아들일 생각은 추호도 없다. 우리가 공성전을 하길 원한다면 최소한의 병기 정도는 주어야지!"


"하아... 소장은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버림패가 아니다. 본국에서 정예병을 차출해서 온 것이란 말이다. 본국에 대해선 별로 걱정할 것 없다."


"허면 당은 어쩝니까?"


부관의 질문에 진혁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이내 아까보다 더 어두운 목소리로 자그맣게 말했다.


"... 이 작전은 실패다."


"...장군!"


"아무것도 없는 병사 8천이 성벽에 들이받아봤자 성을 며칠 안으로 떨어뜨릴 순 없어. 차라리... 전선을 물리고 방어전을 준비하는 것이 좋겠지."


요동지방의 일부 성을 내어준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고구려로 들어가는 방어선은 총 3차까지 깔려있었고 국경 근처의 성곽들은 1차에 불과했으니.


"고구려의 중군에 서신을 보내겠다. 이 근방의 모든 것을 불태우고 후퇴해야 한다고."


"저들이... 그걸 받아들이겠습니까?"


진혁의 제안은 분명 이 전쟁을 조금 더 유리하게 끌어갈 수 있다.


국경지역의 성을 점령한다고 해도 그 주변의 시설이 없다면 단순 방어거점 그 이상의 존재는 안 될 것이기에.


하지만 고구려에게 있어서는 이 땅은 언젠가 되찾아야 하는 고토다. 이 전쟁이 끝나고 나면 이 결정에 대한 대가를 몇 배로 치를 것을 생각한다면...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상관 없다. 애초에 우리는 독자적인 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부대 아닌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우리만이라도 후퇴한다."


애초에 진혁과 그 군사가 이곳까지 공성하러 온 이유는 그저 '요청을 받아들였기 때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반대로 말하면 거절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도 원칙적으론 문제가 될 건 없다.


"전하께서 원한 그림은 아니겠군"


한편 진혁의 말이 전해지자 고구려 중군은 난리가 났다.


"무엇이 어쩌고 어째? 이런 오만한 자가...!"


"대체 어쩌자고 저런 자를 원군으로...!"


자신들의 땅과 민심을 내동댕이 친 채 후퇴하란 말인가?


목표를 바로 앞에 두고?


나라를 다시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일어난 고구려에게는 모욕과도 같은 발언이었다.


다만 모든 이가 그렇지는 않았다.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군'


아직은 앳된 구석이 조금 남은 그는 조용히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공성을 하다가 공격을 받으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차라리 태세를 정비하는 것이 나을지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절대로 안 된다는 것.


전선을 앞으로 옮기고 이 성들은 최소한의 병력으로 포위를 해서 굶겨 죽이든 아니면 진혁의 말대로 후퇴해서 전열을 재정비하든 둘 중 한가지는 골라야 한다.


'하지만 전자의 책을 행하기엔 병력이 부족하다.'


고구려 역시 아직은 기반이 불안정한 상태. 아직도 한국의 물자원조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물론 1, 2 년만 있으면 어느정도 회복이야 하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오라버니"


이런 우중충한 막사와 어울리지 않는 맑고 고운 목소리에 그는 살짝 웃으며 돌아보았다.


"수영"


다른 여인들과 다르게 전장에 나온 소녀. 남들은 뒤에서 수군대지만 그에게는 둘도 없는 여동생이었다.


"그의 제안을 어찌 생각하세요?"


"그러는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그 말에 위 아래로 상처가 있는 입꼬리를 끌어올린 그녀는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당연히... 후퇴해야지 않겠어요?"


"너 역시도 나와 생각이 같구나"


"후훗... 저들 중 대부분은 저 말이 그리 틀리지 않다는 걸 알고 있을 거예요. 지금이야 감정에 휩쓸려 저리 되었지만... 조금만 시간을 지나면 정신을 차릴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누이동생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더니 이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다른 여인처럼 선이 곱거나 피부가 새하얗지는 않았지만 그에게는 그 누구보다 사랑스레 여겨졌다.


"많이 배웠구나."


"오라버니의 덕이지요."


"허나... 지금은 시간이 없다. 수영, 네게 어려운 짐을 지워야겠구나."


"저 역시도 어엿한 장수. 오라버니께서는 개의치 마시고 저에게 영을 내려 주시지요."


그는 그 말에 더욱 흡족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고선 이내 입을 열었다.


"우리의 가병을 이끌고 가 그들을 도와 방어준비를 하거라. 강적을 맞는 것이니 허투루 준비해서는 아니 된다."


"걱정 마시어요, 오라버니."


그녀가 난리통인 막사를 소리없이 빠져나가자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막사 안을 둘러보았다.


자신처럼 이 의견이 옳다 생각하는 것 처럼 보이는 이들이 몇몇은 보였지만 분위기 때문에 쉽사리 말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한시가 급한데도...'


그깟 땅, 조금 떼어주면 어쨌단 말인가. 어찌되었건 전쟁에서 승리해야 국가도 살아남는 것을.


그럴 것이었으면 한국에 땅을 떼어주겠다는 소리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동자로 주위를 슥 살폈다.


'... 이리도 나약하게 군단 말인가.'








한편 그 시각 한국에서는...


"당나라... 당나라라."


모든 관료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기에 나는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를 겨우 깨달을 수 있었다.


속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입 밖으로 내뱉었던 모양이다. 진짜 사람이 집중하고 있으면 이렇게 되긴 하는구나...


"전하,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어떻게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고의 아들 8천이 타지로 나가 있는데요."


"전하..."


일부 관료들이 감동한 듯한 표정을 짓고 나를 바라보았으나 지금 그런것에 신경쓸 때가 아니었다.


"이번 전쟁을 보며 느끼는 것이 없습니까?"


"....."


그 누구 하나 쉽사리 나서지 못하고 있자 나는 말을 이어갔다.


"저들은 각각 몇 만의 군세를 이끌고 전쟁을 벌입니다. 허나... 아국은 어떻습니까? 고작해야 3만이 되는 병력만이 있을 뿐입니다. 이래서야 적에게 제대로 대항할 수 있겠습니까?"


수비의 이점이 있다지만 그것도 우리가 최소한의 힘이 있어야 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을 땐 우리에겐 그 힘이 없었다.


"이대로 있어서는 아니 됩니다. 최소한의 국력은 지니고 있어야지요."


내 말에 재무장관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지만 나는 애써 무시하며 준비했던 말을 꺼내었다.


"여튼 고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앞으로 3년, 그 안에 육군을 5만명의 규모로 확충하고 훈련하고자 합니다. 정병 5만이 있으면 적어도 우리가 적의 침입에 맞서 대비할 시간은 충분히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냥 몇 달 훈련시키고 전쟁에 내보내는 그저그런 잡병이 아니다.


국가에서 나오는 월급을 받고 오롯이 훈련에 매진한 정예 상비군 5만명이다.


이들이 있으면 이 불안한 안보를 조금이나마 든든하게 만들 수 있겠지


"3년... 유예기간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흠. 설마 고가 경을 그렇게까지 혹사시키겠습니까?"


안 그래도 할 일도 많은데 광탈하면 곤란하지.


당신은 앞으로 몇 년이고 여기서 굴러줘야 한다고.


"육군장관, 문제 없겠지요?"


"그렇습니다, 전하!"


자신만만한 그의 답변에 나는 살짝 덧붙였다.


"우리의 주적은 저 거대한 당입니다. 지금이야 모르지만 미래에는 반드시 그리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관은 이를 유념해주세요."


"걱정 마십시오, 전하. 소신이 장관으로 있는 한 적들은 감히 우리를 넘보지 못할 것입니다."


"훌륭하군요, 장관."


나는 그의 대답에 흡족한 마음으로 답하며 차를 홀짝였다.


이게 처음엔 왜 마시는가 싶더니 나름 차마다 맛과 향이 다르더라.


그리고 마실 때 마음을 차분히 해주고 냉정을 되찾게 해주는 게 나랏일을 볼 때는 차만한 것이 없다 싶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차는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내가 몇 년째 차를 마시다 보니 관료들도 따라 마시기 시작했고 이게 들불처럼 번져 간 것이었다.


하긴, 일반인들에게 황실이 하는 것은 확실히 유행거리가 될 만 하지.


나도 잘 모르고 있던 내 무형의 힘에 대해 확인한 기분이랄까..


여튼 나는 녹차의 맛과 향을 느긋하게 즐기며 다음 보고를 받을 준비를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나에게 느긋함은 아직 허락되지 않은 것 같았다.


"큰일! 큰일입니다, 전하!!"


"하아... 지금 회의 중인것 안 보"


"당군이! 당군이 고구려 국경을 돌파하였습니다!!!"


젠장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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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제주도는 적법한 한국의 영토2 +2 22.09.12 388 9 11쪽
147 제주도는 적법한 한국의 영토 22.09.09 408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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