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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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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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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1.05.2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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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1쪽

나는 코딱지를 파기 싫었다.6

DUMMY

"전하,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그 질문에 나는 웃으며 되물었다.


"경 생각에는 이것이 무엇일 것 같습니까?"


"흐음... 돌을 깍으신 것입니까? 이걸로 집을 지으려면..."


나는 피식 웃으며 병사에게 신호했다.


쿵!!!


벽돌은 힘껏 바닥에 부딪혔지만 모서리가 살짝 가루가 된 것 빼고는 큰 이상없이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경들의 생각대로 새로이 집을 지을 물건입니다. 고가 고안해 보았지요. 만들기도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그저 모양만 만들고 굳히면 되니까요. 강도도 저만하면 이번 겨울정도는 충분히 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저걸로 집을 몇십만 호나 지어야 합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 걱정일랑 할 필요가 없을 듯 하오. 일부는 알아서 집을 복구했을테고... 애초에 집이 완전히 무너진 곳이 얼마나 되겠소이까?"


"후후... 경의 말이 옳습니다. 그렇다곤 해도 몇만 가구나 되는 집을 뚝딱하고 지어낼 수는 없지요. 누가 와도 그건 불가능 할 것입니다. 잠시간 불편해도 공용생활을 강제하는 수 밖에는..."


"확실히... 그렇게 하면 부담이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어차피 저들이 알아서 겨우내 집을 복구할 것 아닙니까? 구휼미도 충분한 양을 확보하였으니 이번 겨울은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문제는 저 망할놈의 반란군을 제압하는 것이 우선이겠지요."


"반란군이래봐야 잔당에 불과한 것 아닙니까?"


"그런 것치고는 보고에 따르면 식량이 지나치게 많이 비축되어있고 물자 역시 넉넉해 보인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전투가 힘겨워질 것 같습니다만..."


"허어... 그런 일이."


그 와중 몇몇 대신들의 얼굴이 살짝 굳어지는 걸 본 나는 살짝 미소지었다. 아무래도 저들이 먼저 움직이면 나한테는 강력한 명분이 생기니까.



***



좌우를 둘러본 노인이 입을 열었다.


"모두... 모이신 모양이오."


"상좌평, 무슨 일로 모이라고 한 것입니까?"


상좌평, 오늘날로 치면 국무총리 같은 직책이다. 능리 국가의 2인자라고 할 만한 권력을 쥔 사람.


"몇몇은 눈치챘을지도 모르겠지만... 전하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네."


"상좌평의 말이 맞습니다. 원래도 왕권이 강화되어 있기는 했습니다만... 요새는 더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저희에게 땅뙈기 하나 내어주시지 않으려고 하신다니요."


그 말에 노인은 혀를 쯧 찼다.


"그 정도라면 내가 모이라고 했겠는가?"


"무슨.. 말씀이십니까?"


"하아... 아직도 눈치채지 못했단 말인가."


그는 한숨을 내뱉으며 얼마 전 지영이 나누어준 한글교본을 책상위에 던졌다.


"이게 뭐라고 생각하나?"


"한글 교본..."


"글쎄... 난 아무리 봐도 살생부로밖에는 여겨지지 않네만"


좌우의 안색이 모두 딱딱해졌지만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이 늙은 몸으로도 저 교본을 이해하는데 채 이틀이 걸리지 않았네. 아무리 아둔한 자라도 일주일이면 읽고 쓰는데는 문제없이 될 것이야. 그게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그제서야 노인의 말을 이해했는지 일부 관료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저희 목에... 목줄이 채워졌군요."


"목줄이 아닐세, 목줄이 아니야... 지금 우린 망나니의 칼 앞에 목을 쭉 빼고 있는 셈이란 말일세!!!"


"그, 그게 무슨?!"


"잘 생각해보게. 만약 이번 전하의 제도가 시행된다면 남쪽 지방의 민심은 당연히 전하를 지지하게 될 것이야. 거기에 누구라도 알기쉬운 글자... 방금 말한 반란군... 이 모든 게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일세."


노인은 음울한 목소리로 말을 맺었다.


"전하께서 귀족들을 숙청하려 하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저희는 이 십제가 다시 일어서는데 공을 세운...!"


"전하의 병력이 너무 비대하지 않나? 못해도 2만의 병력을 전하께서 다스리고 있네, 이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겠나?"


"그... 럴수가..."


"숙청에서 살아남으려면 두 가지 뿐일세. 얌전히 엎드려 개가 되던가... 아니면... 먼저 치던가"


"허억..."


"크..."


모두가 놀란 와중 한 젊은 남자는 조용히 손을 들어올렸다.


"자네는...?"


"나솔 이술이라 하옵니다. 헌데... 전하께서 굳이 숙청을 계획하실 이유가 있사옵니까?"


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뜻이... 너무 크신게지. 전하께서는 아예 천하를 보고 계신 모양이시더군"


"허허..."


"여튼... 살아남으려면 움직여야 하네. 아무것도 못 하고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럼... 어찌해야 하면 좋겠습니다."


"병사를 모아야지. 적어도 만은 있어야 할 걸세. 그러니 모두 자금을 모으게나."



"전하, 상좌평의 자택에서..."


"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꽤 눈치가 빠른 사람이 있는 모양이었다.


"흐음... 아무래도 일을 조금 서둘러야겠군요. 병관좌평"


"에, 전하"


"내일까지 장부를 가져오도록 하세요. 그리고... 말 안 해도 아시겠지요."


"물론이옵니다."


"외부는 경에게 맡기지요. 내부는 고가 직접 해야겠습니다. 또한 전선에도 전해서 차질 없게 해 주세요."


"맡겨만 주시옵소서"


병관좌평이 예를 올리고 나가자 급격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그너저나... 이 몸에 들어와서인지 조금 무뎌진 느낌이 든다. 사람을 죽이는 일인데도 별 거부감 없이 일을 진행하다니... 직접 죽이지 않아서인가...?


지금 숙청을 감행하면 적어도 1년 정도는 행정이 마비될거다. 하지만... 감행할 만한 가치는 있다.


어차피 호족, 귀족이라 할지라도 국가의 전체 인구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을 버림으로서 개혁을 단행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해야만 했다.


나는 그리 생각하며 손에 든 찻잔이 떨리는 것을 무시하고 한 입에 털어넣었다.



나는 질긴 가죽 갑옷 위에 사슬갑옷까지 껴입고 나서야 그 위에 옷을 덧대입었다.


사람 일이야 모른다지만 여기서 칼 맞고 객사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아무래도 '디아나의 가호'는 노화에 의한 죽음만을 방지해줄 뿐 그 외의 죽음은 막아주지 않는 것 같았다. 하긴, 그것까지 되었으면 그냥 내가 전쟁 나가서 공격 다 쳐맞고 말지. 어디까지나 내가 그 고통을 다 겪어낸다는 가정하에서지만...


"후우... 가볼까"


나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대전으로 향했다. 대전에는 이미 좌우에 신하들이 시립해 있었다.


"경들은 고개를 드시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들 중 9할은 죽는다. 바로 나에 의해서.


저들은 이걸 알고 있을까?


모른다고 해도 큰 상관은 없다. 곧 시체가 될 사람들의 의견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니까.


어떤 미사여구를 시작으로 일을 집행해야 할지 고민하던 나는 피식 웃었다.


어차피 명분이야 충분하지 않은가. 그럼 재빠르게 지른다.


화려한 공격보다는 투박한 일격으로.


"상좌평"


"예, 전하"


"고는 조금 섭섭합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온지... 혹시 소신이 모자란 것이 있다면..."


"그런것이 아니라... 얼마 전 여기 계신 중신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지 않습니까? 고만 쏙 빼놓고 말이지요."


그의 얼굴이 굳어지면서 무어라 하려고 하기 전에 나는 재빠르게 품 속에 있던 죽간들을 집어던지며 외쳤다.


"감히 반란군과 내통하며 고를 시해하려 하다니!!!! 뭣 하느냐! 역적의 무리를 당장 붙잡지 않고!!!!"


그 한마디에 곳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내 친위병력들이 우르르 달려와서 숙청대상들을 포박했다.


나도 안다. 저들중 일부는 진정으로 억울한 자들도 있을 것이라는 걸.


하지만 나에겐 그걸 일일히 밝혀내고 있을 시간도, 의지도 없었다.


"전하! 소신은 억울하옵니다!!!"


"이건 모함이옵니다!!!"


"전하아아아아!!!"


붙잡히지 않은 일부 대신들은 그저 담담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하... 이리도 빨리 움직이실줄은 몰랐사옵니다."


"허어... 상좌평, 죄를 인정하는 것이오?"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미 살 가능성은 없지 않사옵니까?"


"상좌평이! 상좌평이 모두를 사주하여!!!"


"전하! 소신은 억울하옵니다!!!"


애처롭다. 내 정책이야 어찌되었던 결국엔 나를 치려했던 자들인데.


하긴... 애초에 내가 이리 급진적으로 나오지 않았으면 좀 괜찮으려나.


하지만... 내 특성이 증명하듯, 난 현대인이다. 이곳에 녹아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거다. 그럴바엔 새 판을 짜서 이곳과 나의 괴리를 줄여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상좌평을 제외하고 전부 끌고가도록 하세요. 잠시 나눌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오나 전하!! 이 자는 역적의 수괴이옵니다!!"


"병관좌평... 고는 이야기가 하고 싶다고 말하였습니다. 비록 반역의 죄를 저지르긴 하였으나 어찌되었건 십제의 원로이니. 좌평의 충심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이미 포박당한 자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 명을 받드옵니다."


이렇게 하여 상좌평과 나, 둘만의 자리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전하의 뜻대로 된 것을 감축드리옵니다. 비록 엉성한 계획이나 오히려 엉성해서 당했사옵니다."


그 말에 나는 살짝 투덜거렸다.


"원래는 이리 급히 움직일 생각은 안 했는데... 그대들이 일찍 움직이는 바람에..."


원래는 한글을 전국에 배포하고 어느정도 소문을 내서 부족한 관료들을 재보충 할 시간을 준비하려고 했다. 그 기다리는 시간동안 조금 더 속을 떠보는 등 밑작업을 하려 했었지.


그런데 예상치도 못하게 이번에 상좌평이 움직여버린 것이다.


"그러셨사옵니까... 소신이 궁금한 것을 여쭈어도 되겠사옵니까?"


"왜 그랬냐고? 이미 대충은 짐작하고 있지 않습니까..."


"... 역시 그렇습니까..."


"사실 반 쯤은 지른 감도 없잖아 있지만..."


"크하하하하하하하!!!!!!"


"무엇이 그리 웃깁니까?"


그는 기분좋은 듯이 한참을 껄껄 웃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상대가 예상치 못한 시간에 치는 수... 훌륭하십니다."


"허... 칭찬이십니까"


여기서 날 칭찬할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어찌되었건 소신도 십제를 위해 목숨을 바친 신하이옵니다. 젊을 적에는 전장에 나가 싸우기도 했었는데... 허허. 크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옵니다. 전하, 부디... 앞으로는 신중히 움직이시옵소서. 연은... 중원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옵니다."


어?


"훌륭한 자질을 가지셨으니 주위를 조금만 둘러보시면 훌륭한 군주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겠사옵니다."


"그게... 무슨..."


"다행히 소신의 목숨이 가치있는 곳에 쓰여 다행이옵니다..."


... 알고 있었다고? 그럼 왜 이런 짓을...


나는 그를 바라보았으나 이미 그의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상좌평!!"


"부디... 대업을....이...루......."


작가의말

주인공은 사실 노빠꾸 직진남이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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