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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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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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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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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농업혁신29

DUMMY

“부르셨습니까, 폐하”


무언가를 읽던 고연후는 자신이 부른 자가 오자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시오, 장군. 보아하니 훈련 중이었나 봅니다?”


“그러합니다, 폐하.”


“그래··· 훈련은 잘 되어갑니까?”


“물론입니다. 이대로만 하면 지난날의 위대했던 고구려를 만드는 것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그 말에 고연후는 기분 좋게 웃었다. 옛 고구려의 영광. 한 때는 중원도 함부로 대하지 못했던 만주의 대국. 그 달콤했던 시절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온 몸에 힘이 솟는 듯했다.


“헌데, 어쩐 일로 소장을 찾으셨습니까?”


“장군과 상의할 일이 있어서지요.”


고연후는 잔을 들어 목을 축인 뒤 말했다.


“장군, 과인은 장군을 정말 높이 평가하오. 분명 장군은 앞으로 고구려군을 이끌 대들보가 되겠지.”


“과찬이십니다.”


연개소문의 겸손에 고연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구태여 부정할 필요 없소. 정말 다행히도 그대 여러 젊고 능력 있는 장수들이 많으니 다행이지. 그 중 가장 두각을 보이는 것은 바로 장군이고. 과인은 미래의 고구려군을 이끌 능력 있고 젊은 장수들이 더욱 다양한 경험을 하였으면 좋겠소. 한국에 파견된 군사고문단의 책임자가 만호 장군인 것도 그 일환이고.”


연개소문은 그저 고연후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었다.


“우리는 이미 한 번 실패했소. 그 어떠한 변명을 붙여도 그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지.”


패자가 백 번 이유를 붙여봐야 패자는 패자다. 그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그것이 억울하면 승자가 되면 된다, 특히나 역사에서는.


“그 강성했던 우리의 조상들도 실패했다는 것이오. 과인이 감히 장담하건데 과거를 그대로 답습하면 고구려는 그 때와 동일한 결말을 맺을 것이오. 그게 10년 뒤가 되었건 100년 뒤가 되었건.”


“하여 한국과 동맹을 맺지 않았습니까? 심지어는 한국이 당에 책봉 받는 것도 눈 감고 넘어갔습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오. 남쪽의 맹방을 구했으니 이제 우리도 바뀌어야지. 얼마 전 한국에 파견된 만호 장군이 보내온 서신이오. 한 번 읽어 보시오.”


연개소문은 그 서신을 공손히 받아 내용을 확인했다.


‘한국의 궁기병 양성은 순조롭게 되어가고 있다··· 이대로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제대로 된 궁기병이 양성될 것이다··· 이들의 궁기병이 양성된다면 아마 나중에 우리에게 파병할 때 이들이 함께 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대비해서···(중략)


그동안 한국에 있으면서 한국의 군사를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그들은 우리보다 무예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싸우고 지킬 수 있었다. 그들 개개인의 무예가 특출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한 몸처럼 움직였고 그들의 방어와 공격은 오로지 그들 장수의 명에 의해서만 행해졌다···


또한 그들의 무기와 갑옷은 유지 및 보수가 굉장히 용이하며 그 방어력은 아국의 개마무사의 방어력에 비할 만하다. 그들의 무장은 병과별로 통일되어 있어 장수가 지시할 때 굉장히 편리한 점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병과는 전투에서만이 아니라 전투 외적인 부분에서도 나뉘어져 있었는데 이는 전투병력의 전투능력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그들이 우리에게 기병과 궁술을 배우고 있지만 우리 역시 그들의 군제를 배워야 한다. 아국 역시 그들에게 군사고문단 파견을 요청할 수 있으니 그리하면 아국의 군사는 한층 더 진일보할 것임에 틀림없다···’


만호의 서신을 몇 번이고 읽은 연개소문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만 장군은 거짓을 고할 성격이 아닙니다. 그가 그렇게 느꼈다면 아마 그게 옳은 것이겠지요.”


“그렇지. 과인도 그렇게 생각하오. 하여 이미 한국에 군사고문단을 요청하였소. 과인은 장군이 이들과 함께 행동하였으면 좋겠소이다.”


“태왕께서 원하신다면, 물론 그렇게 하겠나이다.”


“음, 부탁하오. 분명 좋은 기회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소이다.”


‘한국이라···’


만호의 그 칭찬이 반만 맞아도 굉장히 귀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연개소문은 가만히 주먹을 쥐었다 폈다.






“고구려에서 군사고문단파견을 요청했다고요?”


“그렇습니다, 전하. 자세한 내용은 서신을 확인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니··· 이해를 못 하겠네? 고구려가 우리한테 배울 게 있나? 솔직히 고구려군이랑 우리 한국군이랑 1대1 매치 붙으면 우리가 질걸?


의아함을 느끼며 서신을 보자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개개인의 실력이 아니라 조직력과 제도에 대해 배우고 싶은 것 같았다.


있는 놈들이 더하다더니··· 솔직히 고구려군은 저렇게 안 해도 강하지 않나? 암만 그래도 밥그릇 다 주기엔 좀 그런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씁··· 육군장관이랑 의논하고 답 준다 하세요.”


“예, 전하.”


외교장관 이은이 나가고 나서 나는 한참동안 고민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가장 껄끄러운 적이 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고구려였다. 무작정 퍼주는 것은 좀 곤란했다.


“비서실장, 육군장관을 불러오세요.”


아무래도 조금 길게 논의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내 말을 들은 육군장관도 난감한 듯 말했다.


“고구려군의 객관적인 실력은 아군보다 위입니다. 그런데 아군의 선진 제도까지 배운다면··· 쉽지는 않을 겁니다.”


“역시 장관도 그리 생각하는군요.”


“다만··· 아국이 그 방법을 전수한다고 써먹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우리와는 상황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


좀 뻔한 말이긴 한데··· 실상이 그렇긴 했다.


우리가 군사제도를 빠르게 바꿀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군권을 꽉 쥐고 있었던 것과 무관들이 나를 지지했다는 점, 온 나라를 장악하여 기득권층을 일소하고 군제 이외에도 정부 조직까지 싹 다 바꿔서였다.


하지만 고구려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아예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나처럼 쉽고 빠르게 가지는 못한다는 거지. 물론 꼭 우리 군제를 따라하지 않아도 조직력의 증강이야 일어나겠지만···


“그리고 특히 의무대와 같은 것들은 쉽사리 따라하지 못하지 않습니까?”


“그거야 고도의 교육이 필요하니 그렇지요.”


의사가 뚝딱하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잖아.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어차피 이걸 아국이 거절할 명분은 없지 않습니까?”


“그렇죠.”


만약 거절하려면 조약을 파기해야 할 거다. 그러는 순간 우리의 남연해주는 날아갈 가능성이 높고. 거기에 덤으로 그동안 쌓아온 우호관계도 싸그리 날라가겠지. 왕실 결혼 덕에 전쟁이야 못 하겠지만··· 이전과 같은 협력관계는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그럼 받아들이고 그들에게 전수하시지요. 다만··· 이번 개혁 이전의 것을 전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무리 동맹이라고는 하나 아국의 밑천을 전부 까발릴 필요는 없겠지요. 적당한 선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제일 무난합니다.”


“하긴··· 그들의 군사고문단도 분명 그럴 것입니다.”


설마 자기 밑천 다 까발리면서 알려주겠어? 그게 가능한 건 상대방과의 격차가 크게 날 때나 가능하다. 솔직히 군대 체급이 저쪽이 더 큰데 이쪽에서 막 퍼주기는 좀 그렇지.


“장관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허면 이번에도 장관이 수고 좀 해주셔야겠습니다.”


“예, 전하. 그렇다면 규모는 어떻게 할까요?”


“중대에서 대대 인원 사이가 딱 적당하겠군요. 그 밑으로 보내면 너무 성의가 없어 보일 테고··· 그 이상 보내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말입니다.”


거기에 고구려 병사 규모나 수준을 생각하면 딱 저 정도가 맞는 것 같다. 애초에 저들은 이미 다 훈련된 병사들일 텐데. 아예 새로운 것을 배우는 우리랑은 상황이 다르지.


“알겠습니다. 인원을 추린 후 보고드리겠습니다.”


고구려쪽 문제가 해결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쪽에서도 사신이 왔다.


“그래··· 어떻게 되었습니까, 장관?”


내 말에 이은은 표정을 살짝 찌푸리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전하께서 기대하신 결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뭐가 어떻게 되었길래?


“우선 일본이 전하께서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하며 갑옷은 삼천 벌을 주문했습니다.”


삼천 벌이면··· 백미 구만 석이다. 결코 적은 것은 아니다만··· 내가 기대한 것에 비해 좀 적은데


“조금만 더 썼으면 좋았을 텐데요. 한 오천 벌 정도라도···”


“대신에 일본 측에서 우리의 철을 구입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건··· 좀 막 거래하기 뭣한데.


내가 비잔티움 상인들하고 거래한 것은 그들에게서 얻어낼 것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먼 거리를 가는 철이라 유통마진도 엄청날 것이라 고위층에게만 돌아갈 것이 뻔했고 유럽의 제철 기술과 인구, 치고 박고 싸우는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로마의 기술자들의 지식을 얻을 수 있지.


거기다가 우리가 당장 내세울 확실한 교역품이 강철 밖에 없었던 탓도 있고 아까도 말했듯이 거리가 먼 것도 있었다. 우리가 강철을 마음껏 팔아치워도 저들이 우리를 적대할 일이 없으니까.


“하··· 강철 제품을 수출할 생각은 있어도 강철 자체를 수출할 생각은 없는데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럼 그것은 거절 의사를 밝히겠습니다.”


“음, 그렇게 하세요.”


그로부터 대략 세 시간 정도가 지난 후 이은은 한숨을 내쉬며 나를 찾았다.


“일본 측 요구가 완강합니다. 아국과 일본이 우호 관계임을 내세우며 강철의 판매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분명 거절 의사를 밝히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허나··· 너무나도 완강합니다. 계속 물고 늘어지니··· 일본측도 전하와 직접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눈치였습니다.”


“못할 것은 없지만··· 알았습니다. 우선 고가 내일 그들과 만나 대략적인 틀을 잡아 보도록 하지요.”


그게 될까 모르겠지만.


“예, 전하. 그럼 외교부에서 자리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날, 내 앞에 앉은 것은 저번에도 보았던 탄정소필, 즉 탄정대의 차관이었다.


“국왕 전하를 다시 뵙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그동안 강녕하셨습니까?”


“걱정해주어 고맙습니다, 탄정소필. 잘 지냈습니까?”


“전하께서 이리도 외신을 걱정하여 주시는데 못 지낼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그게 왜 나 때문이야. 그냥 네가 잘 지낸 거지···


“그렇다니 다행이군요. 아, 그렇지. 마침 아국에서 새로이 개발한 차가 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실례가 안 된다면 외신도 한 번 맛을 볼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지요. 곧 차가 나올 겁니다.”


이 홍차 만들어 보겠다고 고생 좀 했다. 애초에 우리나라가 홍차가 발달한 나라가 아니었어서···


하지만 먹을 것이나 마실 것이나 선택지가 넓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이야기였다. 원래 이런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삶의 질을 높이는 거라고.


작가의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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