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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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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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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30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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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남북동맹6

DUMMY

한창 고구려에서 동맹조약문을 씹고 뜯고 맛보고 있을 무렵 한국은...


"하... 내가 살다살다 이런 국보를 이렇게 멀쩡하게 볼 줄은 몰랐는데"


아름다운 금빛 향로에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여러 조형물들이 내 시선을 남김없이 강탈했다. 지금 당장에라도 오를 수 있을것만 같은 산, 그 산에 흐르는 계곡물,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봉황.


국보 287호 금동대향로, 나도 박물관에서 한 두번 본게 전부였다. 그걸 이렇게 다시 볼 줄은 꿈에도 몰랐었지.


"이것이야말로 우리 한국 장인들의 정수라고 할 만 합니다, 전하"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걸작을 이런 시대에 만든 것 자체가 이미 이 나라의 전신인 십제의 금속기술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했다. 물론 이 기술이 일부 극소수에만 있겠지만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 아닌가.


만일 저 정교함으로 총을 대량생산 한다면? 대포를 대량생산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동아시아를 주름잡는 열강의 군대도 꿈은 아니었다.


그걸 떠나서 이 향로의 아름다움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가치를 다하고도 남는 걸작이 아닌가.


"헌데 전로의 건설은 도대체 어떻게 되어가고 있죠?"


내 질문에 제철제강청장은 송구하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수그렸다.


"그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쉽지 않을 것이야 이미 예상했어요. 허나 진행상황이 없다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는게 아닌지?"


베세머 전로의 작동방법은 지극히 간단하다. 고로에서 빼낸 선철을 전로에 담고 산소, 없으면 공기라도 쏘아주면 된다. 이미 방법을 알고 있음에도 진행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나로서는 당연히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 풀무와 연결된 곳으로 쇳물이 다 빠져버립니다... 크기를 작게 해보았는데도..."


"크기를 작게 해봤나요?"


"그것이... 소인들이 약 100 킬로그람까지 무게를 줄여 제작했는데도 쇳물이 빠져나온지라..."


으음... 100KG까지 무게를 줄였는데도 강철을 만들어낼 수 없다니. 몇 톤 단위의 쇳물이야 기계장치가 필요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몇십 킬로그람의 무게 정도는 인력으로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내 예상은 보기좋게 비껴가고 말았다.


"이리 되면 새로이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네요..."


지금까지 쌓아온 데이터가 쓸모없지는 않을 것이었지만 적어도 안정적이고 강한 동력원을 얻기 전까지는 써먹을 수 없는 데이터였다. 쓰지도 못할 데이터에 집착해서 안될 땅을 계속 파느니 차라리 새로운 개척지를 찾는 것이 나았다.


내 머릿속을 뒤적인 결과 지금 시대에서 그나마 쓸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도가니 제강법이었다. 이것마저도 고구려의 협조가 없다면 유연탄의 부족으로 쓰지 못하겠지만 지금은 그것도 아니었다. 연료값이 무지막지하게 들기는 하지만 아주 감당못할 정도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론 원자재의 극복을 위해선 국내의 유연탄 광산을 개발해야 하는데...'


그게 말이 좋지 그 유연탄이 북한 땅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엔 노가다로 찾고 찾고 찾아서 힘들게 광산을 만들고 해야 겨우 '원자재' 하나를 확보할 수 있었다.


'와... 이거 아무리 쑤셔봐도 각이 안 보이는데'


지금 만든 고로도 겨우 100kg 남짓하는 소형 고로였다. 내가 기억해낸 설계를 기반으로 해서 이리저리 주물럭대며 만들어냈지만 끽해봐야 100kg의 작디작은 사이즈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래도 고로야 어찌저찌 쓸만하게 만들어냈으니 패스, 하지만 강철만큼은 도저히 답이 보이질 않았다.


"하아... 우선은 경들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세요, 지원은 아끼지 않을 테니..."


내 말에 제철제강청장은 그저 고개를 숙이고서는 물러났다.


사실 그를 갈궈도 뭐가 나오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답답해서 이랬을 뿐이지.


그저 제철제강사업을 통해 킬로그램, 그램과 같은 도량형에 익숙해져가고 있다는 게 그나마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지금 도량형은 모두가 다 쓸 필요 없이 필요한 사람들끼리만 통일해서 써도 별 상관이 없으니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 밑이 껌껌해진 여러 기술자들을 보며 나는 '한국사람 빨리빨리'의 깃발을 맥없이 내리는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천천히 차근차근 합시다..."







그녀는 곱디고운 이마를 찌푸리며 사신단에게 되물었다.


"정녕 한국의 왕이 그리 말하였더냐?"


""소인들이 어찌 감히 황상앞에 거짓을 고하겠나이까!!""


그녀는 그런 말을 믿을만큼 고지식하지는 않지만 한가지는 확실했다. 자신의 사신 배요경이 목 없는 귀신이... 아니, 목만 있는 귀신이 되어 돌아왔다는 것이었다.


"이... 천한 오랑캐 놈들이 어찌 감히 이럴 수 있단 말이더냐!!"


"폐하, 당장 저 동이들을 벌하심이 옳은 줄 아옵니다. 그나마 저 토번놈들은 오랑캐치고는 예의를 아는 축에 속하나 저들은 그것도 아니지 않사옵니까? 저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천방지축 쏘다니면 동북의 국경에 환란이 끊이질 않을 것이옵니다."


그녀는 머리가 지끈거려오는 것을 느꼈다. 아니, 벌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 도대체가 군대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이미 예기치 않은 양면전쟁을 치르고 있는 당이었고 추수철임에도 불구하고 몇 십만의 청년들이 낫과 괭이 대신 창칼을 들고 전장에서 피를 흩뿌리고 있었다.


여기서 토번전선의 군을 빼고 고구려로 돌린다? 그리 현명한 방법은 아니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줄 알았던 그들에게 또 다시 등 떠밀고 전쟁터로 보내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야말로 수나라의 오판을 또 범하는 격과 크게 다를바가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양면전선을 유지하는 것도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동쪽 오랑캐놈들의 밥 말아먹은 싸가지는 둘째치더라도 반도와 만주가 하나되어 싸우면 당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되었다. 당나라를 거꾸러뜨릴 정도의 전력은 아니지만 발목을 잡고 등골을 빼먹으며 상당한 출혈을 일으킬 정도는 충분히 된다는 것이다.


"저들을 토벌할 군대가 있는가? 만약 없다면 차라리 짐은 저들과의 싸움을 일단락 맺고자 한다."


"폐하! 저들은 감히 황상을 욕보이고 대국을 욕보인 자들이옵니다! 그런 자들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는 것은 대국의 수치이며 황상의 위엄에 해가 가는 일이옵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시옵소서!"


"누가 손을 내민다 했느냐. 그저 틀어박혀 산해관에만 있는다면 저들도 별 다른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하여 전력을 집중해 토번의 난을 마무리 하고 전열을 가다듬어 동이를 멸하는 것이 짐이 생각하는 상책이니라."


그녀의 타협책에도 일부 관료들, 특히 장군들의 불만은 얼굴 밖으로 표출될 정도였다. 오랑캐치고는 강성한 적이긴 하나 결국엔 오랑캐 아니던가. 이제야 나라의 틀을 잡는 놈들일테니 10만 군사만 있다면 능히 멸할수 있노라고 대부분의 장군들이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는 측천무후, 이미 내치에서 뛰어난 실적을 올리며 공포정치로도 유명한 여제 아닌가. 아무리 불만이 있다고는 하나 결국엔 끌어오르는 울분을 꾹꾹 눌러 참으며 그저 물러나는 것 이외에는 큰 방법이 없었다.







한편 당이 그리 돌아가든 말든 한국과 고구려는 여유로이 동맹조약에 서명하고 공식적으로 둘이 한 편이라는 것을 주변에 퍼트렸다. 조약의 내용도, 지금의 상황도 모두가 조약에 반대할 상황은 아닌지라 두 나라의 동맹은 아주 수월하게 이루어졌다.


솔직히 여기서 파토내는 놈이 이상한 놈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당을 적대하기로 한 이상에야 양국의 동맹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여기서 당국이 우리와 고구려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면 두 나라중 하나와 손을 잡는 것인데... 지금 상황에서 당나라 체면에 그럴리도 없고 그걸 옳다구나 하면 받아줄만큼 고구려와 우리는 멍청하지 않았다.


"이로써 북방에 든든한 울타리가 생겼습니다. 이제 우리는 든든한 방벽 뒤에 숨어서 빠르게 번영하는 날만 남았군요."


최소 몇 십년짜리 울타리다. 우리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은 없었다. 원래 북방국격은 항상 골칫덩어리였는데 그게 이렇게 풀려버린 격이니까.


"재무장관, 노비들은 잘 일하고 있습니까?"


노비, 내가 지주세력들과 기득권층을 재빨리 숙청하며 대부분의 노비들은 일반인이 되었다. 전화를 겪고도 이 한반도 안에 300만 정도의 인구가 있는 이유에는 대부분의 노비가 해방된 탓이 컸다.


지금 남아있는 노비는 악질 범죄자들밖에는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나를 적대한 반역자들, 끔찍한 범죄자들 정도가 노비로 남아있을 뿐이었다. 이들조차도 무려 8만명에 이를 정도니 처음에 예전에는 오죽했을까 싶었다.


당연하겠지만 노비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나라 입장에서 보면 밥만 먹는 식충이와 다를 바가 없다. 다만 이들 노비의 장점이라면 바로 고용할때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어떤 노역과 노동을 시켜도 들어가는 인건비는 밥값 이외에는 들어가질 않았다. 이들 8만명의 노비가 전국에서 치수시설을 보수 및 신설하며 도로를 깔 땅을 닦고 있으니 그 작업속도는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가끔 나조차도 '어? 벌써 이 정도나 했다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그렇습니다, 전하. 전하께서 모든 공사에 안전을 강조하시어 작업속도가 살짝 느려지기는 했으나 그만큼 사상자 수가 확연하게 줄었습니다. 이대로만 진행된다면 이번 계획은 무리없이 성공할 것입니다. 또한 예산의 소모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니 재무부에서는 추가적인 예산 사용처를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호오... 그 정도란 말입니까... 그럼 대강 얼마정도의 예산이 남을까요?"


"현재 재무부의 예상으로는 50만 석 정도의 예산을 아낄 수 있을것 같습니다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함부로 사용처를 잡기가 조금 저어됩니다."


나는 그 말에 동의를 표했다.


"실로 그 말대롭니다, 장관. 자금이 더 들더라도 상관 없으니 최고의 성과를 뽑아내는 대만 집중해 주세요."


"전하의 기대에 부응해 보이겠나이다. 전하께서 원하시는 대로 이루어질 것이니 부디 안심하여 주십시오."


나는 뭘 그렇게까지 오버하냐 싶으면서도 재무장관의 기분을 생각해 그저 빙그레 웃어주었다. 아니, 무슨 공 일곱개 모은 것도 아니고 원하는대로 이루어져?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도 모르면서.


솔직히 나에게는 이곳의 왕 생활보다는 그저 가족들이랑 함께했었던 그 소소하고 소박한 행복이 훨씬 좋았었다. 그 소박한 일상을 떠올리던 도중 내 머릿속으로 불길한 생각이 하나 스쳐갔다.


내가 이 세상을 발전시킨 후에도 나는 원래의 가족을 선택할 수 있을까 하는


작가의말

월요일 좋아~ 월요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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