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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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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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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1.08.04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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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만주의 난7

DUMMY

당군이 곧 이곳으로 들이닥친다는 소문 정도는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당군이 오면 맞받아치면 된다. 단지 그 뿐이다.


그리고 항상 그렇듯이 이곳에서 당군은 원정군의 입장이다.


성의 사거리에서만 벗어나 싸우면 싸워 이기지 못할 이유도 없다.


고구려 부흥군의 수장, 고연후는 자신의 애검을 슬며시 어루만졌다.


서서히 들리는 발자국 소리와 가까워지는 흙먼지, 높이 치솟은 창칼과 깃발을 바라보며


"태왕! 당군이 가까이 왔습니다!"


태왕.


고구려의 군주에게만 붙여지는 자긍심 넘치는 칭호.


그리고 이곳은 다시 되살아난 고구려가 당군을 무찌를 첫 전장이다.


"당황하지 마라! 대열을 갖추고 적을 막아라!"


"태왕의 명이시다! 전군 방진으로!"


부하장수의 호령에 고구려군이 한 몸 처럼 움직인다.


창으로 이루어진 벽이 맨 앞에, 그 뒤에는 궁수들이 호시탐탐 적을 노렸고 기병은 양 날개를 든든히 받쳐주고 있었다.


그야말로 표준적인 진형이라 할 만 했다.


'적은 보군이 대다수다... 그렇다면 우리가 딱히 밀릴 이유도 없다.'


물론 기병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수는 얼마 되지 않았다.


자신들의 8천 기병이라면 충분히 작살내고도 남는 숫자에 불과했다.


당군이 고구려를 얕보아서 이런 결정을 내렸느냐?


그건 절대로 아니다. 당나라가 워낙 체급이 큰 것일 뿐, 고구려도 동북아의 강자였다. 만만히 보고 들어갔다가는 오히려 역공을 당한다. 이미 역사상에 그런 사례가 바로 앞에 있지 않은가.


'돌궐... 토욕혼...'


당에 견주어도 그리 꿇리지 않는 강국들. 그리고 돌궐과 토욕혼은 유목민족인지라 당나라는 기병을 아낄 처지가 아니었다. 다른 것은 다 몰라도 기병 하나만큼은 당나라를 압도하는 나라들이었으니까.


어떻게 보면 고구려에게는 다시 오지 않을 마지막 기회이리라.


무조건 붙잡아야 한다.


고연후는 그런 다짐을 가슴 속에 새기며 검을 번쩍 들었다.







"초전에서 승리했다는 말입니까?"


내 말을 육군장관이 기쁜듯이 받았다.


"그렇습니다, 전하! 고구려의 태왕이 당군을 맞받아쳐 크게 승리했다고 합니다!"


"... 장관"


"예, 전하. 무엇이든지 하명하십시오."


굳이 이런 좋은 분위기를 깨고 싶지는 않지만...


"이것이 승리라고 생각합니까?"


나는 이것이 승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초전에서 이겼다고? 그래, 전투에서는 이겼다.


그래서?


그들이 궤멸하였나?


그게 아닌 이상 당군은 성 근처에 진을 치고 성과 서로 의지하며 우리의 공격에 대항하겠지.


공세로 나서면 손해가 커지는 쪽은 이쪽이다.


차라리 방어를 하며 적의 전력을 갉아먹은 후에 공세로 나섰다면 좋았겠지만... 이미 일이 벌어져 버렸으니.


"허나 전하. 전하께서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당은 더 이상의 원군을 보내지 못할 겁니다."


"그야 모르지요. 저희가 한번이라도 당이었던 적이 있습니까?"


적을 정확히 모르는데 어떻게 적의 행동을 예상하고 움직일 수 있을까.


우리의 기준으로 당을 판단했다가는 크게 다칠게 뻔한데.


"뭐가 되었건 방심은 금물입니다. 다행히 우리 병사들은 뒤로 물러났다고 하더군요."


일부 관료들은 그를 처벌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나는 그 목소리를 묵살했다.


내가 보기에도 딱히 잘못된 점은 찾지 못하였으니


"우선 전쟁을 계속 지켜보죠. 이제와서 추가로 움직이기란 굉장히 힘들 테니까요."


이 이상으로 병력을 빼면 국토방위도 힘들어진다.


이미 전체 전력의 3분지 1에 달하는 병력이 고구려에 파견나가 있는데 더 파견한다는 것은 웃긴 일이지.







"태왕 폐하."


"... 말하라."


"소장의 생각으로는 잠시 물러나심이 옳은 줄 아옵니다."


모두가 대충은 알고 있던 말이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내뱉자 막사의 분위기가 우중충해졌다.


"... 정녕 그것이 옳은가?"


"적어도 소장의 생각은 그러합니다."


이대로 공세를 지속해봐야 별다른 성과를 얻기란 어려웠다.


서로간에 전력이 엇비슷해진 탓이었다. 서로간에 전력이 엇비슷하면 당연하지만 수성측이 공성측에 비해 몇 배는 유리하기 마련이다.


그것을 알기에 고연후도 입을 꾹 다물고 듣기만 했다.


"시간이 주어지면 유리한 것은 바로 아국이옵니다, 태왕. 후방이 안정된다면 아국이 끌어낼 수 있는 전력은 몇 배로 늘어날 것이옵니다."


"허나 그 전에 당의 전쟁이 끝나면 어찌하려 그러오?"


"큰 전쟁 이후에 바로 군을 동원할 수는 없을 것이옵니다. 그들이 준비하고 군을 보내는 시간보다 아국이 준비하여 방어태세를 갖추는 쪽이 월등히 빠릅니다."


당나라에서 이곳까지 오는 시간만 해도 달은 걸린다. 그리고 대군을 움직이려면 사람만 움직이는 것이 아닌 엄청난 양의 보급품도 정리하고 움직이게 된다.


그에 반해 고구려는 이미 반 이상 안정된 후방을 다독이고 수비 준비를 하면 된다.


시간 싸움에 있어선 고구려가 압도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다행히 아군 중 일부가 이미 방어준비를 마쳐놓았다고 합니다. 저들 역시 엄중히 후퇴하는 아군을 함부로 치지 못할 터이니... 지금이야말로 잠시 물러날 기회이옵니다."


"하아... 너무도 아깝구나. 잃어버린 땅을 모두 되찾을 수 있는 기회였는데"


고연후의 한탄을 그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조만간 고구려는 잃어버린 땅을 모두 되찾을 것이옵니다."


"... 그래. 후퇴하자"









보통 후방의 보급부대를 맡게 되면 별 다른 할 일 없이 전쟁이 끝나버린다.


분명 보급부대 그 자체는 약점이지만 그것은 적도, 아군도 아는 사실이기에 방어병력을 배정하고 방어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이런 타이밍에 당군이 보급을 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마치 고래들이 먹이를 노리듯 서서히 거리를 좁혀오는 당군 기병을 보고 기겁한 진하가 외쳤다.


"젠장... 수레를 벽 삼아 항전해!"


"뭐 하는 거요, 장군! 우리의 임무는 이 물자들을 지키는 것이오!"


"익!... 저들의 기병에 휩쓸려 나가고 싶으면 그리 하시던가!"


"보급품을 모두 잃으면 전방의 군이 어찌 될 지 모르는가!"


진하는 당군 쪽을 노려보다가 침을 타악 뱉었다.


"빠르게 대오를 정비해! 잠시간은 시간을 끌어볼 테니..."


나름 호기롭게 외친 그였으나 그와는 별개로 불안한 듯이 그의 손은 창을 만지작거렸다.


"창병 앞으로! 적을 어떻게든 막아!"


적 기병의 돌격은 그 무게와 충격량만으로 이미 흉기나 다름없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당군은 마갑을 두텁게 입은 중갑기병이 아닌 경기병이었다.


그래봐야 당하는 입장에서는 거기서 거기인 피해량이지만 중기병과 경기병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저지가 가능하다는 점.


장창을 내밀어봐야 이빨도 안 먹히는 중기병과는 다르게 경기병은 잘 짜여진 창병방진으로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한국 최고의 정예병이라고 감히 자신할 수 있는 자들.


그의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그들은 기병을 향해 창을 날카로이 겨루고 있었다.


"궁수들! 노리고... 쏴랏!"


하늘을 가르는 파공음이 울리고 얼마 되지 않아 힘차게 달려오던 당군 기병들은 그대로 땅바닥에 거꾸러지기 시작했다.


"계속 쏴라! 적이 아직도 오지 않나!"


문제라면 그건 당군 기병의 극히 일부라는 점. 세상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자랑하는 나라답게 기병 역시도 그 수가 결코 적지 않았다.


"적이 온다! 대비하라!!"


화살비를 뚫고 들이닥친 당군의 기병. 그들은 자비라고는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한국의 창병들에게 짓쳐들었다.


"지금이다! 움직여라!!!"


기병과 창벽이 부딪칠 것 같았던 그 순간 창벽은 빙글 돌며 횡대에서 종대로 진형을 부드럽게 바꾸었다. 그것도 고구려 장수가 입에 거품을 물며 지켜야 한다고 했던 보급품 수레를 끼고!


말만 들어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냥 정예가 아닌 닳고 닳은 한국의 백전노장들이 우글거리는 최정예병이라서 가능한 일종의 묘기였다.


방진을 갑자기 횡대에서 종대로 바꾼다? 이건 쉬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돌다가 방진이 느슨해지면 방진으로서의 의미가 없었고 돌던 도중에 서로 밟고 밟히는 일도 허다했다. 일종의 금기,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지금에서야 일어난 것이다.


들어가면 죽는다.


당군의 머릿속에 든 생각이었다. 하지만 전속력으로 달리던 기병이, 그것도 다수의 기병이 급정거를 하는 방법은 불행히도 없었다.


"지금이닷, 찔러어어!!!!"


"""찔럿! 창!!!"""


히히히힝-!!


아아악!!


한국의 창이 날아들자 속도가 죽어버린 기병들은 한 순간에 그저 고깃덩어리로 전락해버렸다. 기병의 가장 큰 무기는 속도, 그것이 수레들과 후열의 기병 사이에 껴버리자 없어진 것이었다.


"궁수들, 쏴!!"


슈슈슈슉!!


그리고 속도가 줄어든 기병은 보병들만의 밥이 아닌 궁병들의 밥이기도 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움직이는 적보다는 멈춰 있는 적이 더 맞추기 쉽기도 했고 말이라는 동물 자체가 워낙 크지 않은가.


그리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철과 화살지옥을 빠져나간 일부의 기병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로 검을 들고 있는 고구려의 중군이었다.


"형제들, 쳐라!"


"와아아아아아아!!!"


개미가 한 마리라면 떼어내거나 밟아죽일 수 있지만 그것이 수백, 수천 마리쯤 되면 오히려 몸이 덮여 버린다.


지금 당군의 모습이 딱 그러한 꼴이었다. 창을 한 번 내질렀지만 그 뒤로는 고구려군에 묻혀 사라졌다.


"좋아, 궁수들! 쏴라아앗!!"


시간을 벌겠다고 나선 한국군이 그냥 적을 씹어먹게 생겼다.


그 모습에 기세가 단단히 오른 고구려군 역시 당군 학살에 가담했다.


수천의 화살이 하늘을 날아 멈춰버린 당군을 잔혹하게 유린했고 수백의 기마대는 물 만난 고기마냥, 나무에서 과실을 따듯이 당군의 목을 쓸어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진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수군댔다.


"고구려 기병들은 괴물들이군"


아무리 우세라지만 고구려 기병은 당군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었다. 그렇다고 우르르 몰려간 것도 아니고 끽해야 몇 십 단위로 뭉쳐간 것이 전부였다. 거기에 마음껏 속도를 내기에도 제한되지 않은가.


그런 와중에도 오로지 피지컬빨로 고구려군은 당군을 씹어먹고 있으니 진하가 그런 말을 내뱉는 것도 어쩌면 무리가 아니었다.


그런 광경을 보며 진하는 작게 투덜댔다.


"보급품 신경쓰던 양반은 어디갔나 몰라"


작가의말

어디 갔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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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추석(추석 아님)기념 국가정보 +4 22.09.12 391 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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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제주도는 적법한 한국의 영토 22.09.09 401 9 11쪽
146 건함 계획24 22.09.06 385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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