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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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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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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7,459

작성
21.06.05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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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11쪽

땅을 파면 돈이 나와요

DUMMY

나는 바보다.


그게 아니라면 이번 년도 농사에 골뿌림법을 알려주지 못한 이유를 도무지 설명할 수가 없었으니까.


물론 어지간히도 바빴던 점은 인정하지만...


"전하"


"무슨 일입니까, 육군장관"


"그... 포로에 대한 처우는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아, 포로.


반군에 대한 문제는 거의 마무리가 되었다. 남은 것은 포로 뿐.


"흐음... 그리 말해도 고가 포로가 누구인지를 모르니 좀 난감하군요."


"곧바로 그들의 신상을 요약하여 드리겠습니다."


"좋아요."


육군장관이 오고 오늘도 나에게 노동력을 헌납할 재무장관이 등장하였다.


"전하, 신 재무장관입니다."


"들어 오세요."


그와 내 앞에 찻잔이 한 잔씩 놓이자 나는 차를 홀짝거리고선 말했다.


"예산안은 확정이 된 모양이군요."


"그렇습니다. 각기 여러 부서로 추가할당을 하였으나 주로 빈민 구제를 위한 구휼미나 망가진 길을 수리하는 비용으로 나갈 것입니다. 자세한 것은 여기에 있사오니 한번 검토를 부탁드립니다."


"음... 좋아요. 견실하게 잘 짜여졌군요. 별 특이사항이 없는 한은 이렇게 진행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하."


안심하긴 아직 이르지, 재무장관.


"그래서 그 특이사항 말인데요."


"...예?"


그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져 가는 것을 보았으나 나는 짐짓 유쾌하게 말했다.


"예산이 15만석 정도 늘면 국가를 운영하는데 더 보탬이 되겠지요?"


"무, 물론입니다. 허나 그런 거금을"


"그 예산이면 전국의 호적을 재조사하고 신분패를 만들 수 있겠지요?"


"그, 그렇습니다. 하오나 전하..."


"그럼 그렇게 진행하세요. 예산은 고의 내탕고에서 즉시 지급해 드릴테니, 자 여기 증명서입니다."


나는 웃으면서 '날개를 활짝 피고 활강하는 송골매' 문양이 찍혀진 증명서를 내밀었다.


"저, 전하...."


"하하, 그리 감격하실 것 까지야."


그의 표정은 흡사 지옥에서 살아돌아온 사탄을 보는 천사의 눈 같았으나 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불만있으면 지가 왕 하던가?


"더 보고할 내용이 없으시면 이만 물러가도 됩니다, 재무장관"


"소, 소신 이만 물러나겠사옵니다... 훌쩍"


방금 운 거 아니지...?


하지만 내가 근 몇 달간 왕노릇을 하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저 양반은 엄살이 심하지만 능력만큼은 탁월하다는 것이다.


이번 일도 무리없이 해내겠지. 난 그리 믿어 의심치 않는다.






781년 3월 29일 수도 한성 근처의 밭


"호위대장"


"예, 전... 아니 도련님"


나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농민이 들고있는 허접한 작대기를 가리켰다.


"지금 제가 보고 있는게 농기구입니까?"


"외람되오나 그런 것 같습니다."


"... 작년 쌀 생산량이 얼마였다고요."


"예, 도련님 약 307만 석이었습니다."


어쩐지 이상하다 했다.


전라도의 평야만큼은 아니어도 한반도의 서쪽 지방에는 평야지대가 상당히 많다. 당장 경기도, 평안도만 해도 그런 평야가 널려있지.


그런데 고작해야 307만의 생산량에 85만 석의 1년 예산이라?


이건 뭔가 말이되지 않는다고는 생각했지만 지금 저 꼬라지를 보니 대충 이해가 갔다.


"아니, 이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명필이 붓을 안 가린다지만 그렇다고 붓은커녕 쥐 수염이나 쥐어주니 당연히 결과가 안 나올 수 밖에요."


심지어는 저들은 명필도 아니다! 그러니 당연히 결과가 개떡일 수 밖에 없다.


그나마는 전쟁이 한반도 중부~남부에만 국한되어 저 꼬라지인 것 같은데...


"하아... 제가 생각한 계획에 대폭적인 수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군요."


"죄송합니다, 도련님."


"아니요. 우선은... 이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더 둘러보고 싶습니다."


재무장관이 나를 말리러 왔지만 나는 부득부득 우겨서 충청도 지방까지의 지방순찰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리고... 상황은 개판이었다.


"아니! 무기가 없다고 농민들의 철을 공출해 가면 어쩌자는 겁니까!? 하아... 어째 아군이 진입했을 때 반발이 그다지 심하지 않다 싶었습니다."


아무리 이 시대 대중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평균적인 통치만 했었어도 백성들이 그렇게 고분고분 침입자를 맞이할 리가 없다.


심지어는 임진왜란 이후에 일어난 정묘, 병자호란 때 나라상황이 그렇게 개판이었어도 의병들이 일어났지 않은가.


"하... 철을 공출한다니 거 신박하네요."


"도, 도련님!"


철을 공출한다는 선택지는 그리 나쁜 선택지는 아니다. 전쟁이 열세일 때 취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니까.


단, 그 전에 민심이 어느정도 뒷받침이 된다는 가정 하에서.


"... 우선은 알겠습니다. 한국의 실태를 아주 잘 확인할 수 있었군요."


짜증이 솟구친다. 국가에 대한 충성? 산업 발전? 지금 상태로는 뭘 해도 형식적인 개혁이 될 뿐이다.





791년 4월 18일 궁성, 왕의 집무실


"하아..."


어디서부터 풀어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적어도 이번년도에 무언가를 더 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것.


이미 예산은 써 버린 뒤고 지금 철제 농기구를 만든다고는 해도 어차피 내년 농사 때부터 쓸 수 있을테지.


"전하, 그래도 내년부터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니 안심하시옵소서."


"어찌 그리 낙관합니까, 장관."


"우선은 남부지방의 농토를 확보한 것도 있고 농민들의 7할 이상이 국가에서 땅을 임대하였습니다. 분명 수확이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 7할 이상이요?"


갑자기 밝아진 내 목소리에 내무장관은 의아함을 느끼는 듯 하면서도 답했다.


"그렇습니다, 전하. 아직 행정력의 부재로 실시하지 못한 몇몇 지방이 있는 것은 맞지만 내년 농사철이면 모든 농민이 자작농이나 다름없게 될 것입니다."


"흐흐... 그렇단 말이지요."


"예, 전하"


"그럼... 내무장관, 한글에 대해 어찌 생각합니까?"


"예...?"


"흠흠... 정확히는 한글의 난이도에 대해 어찌 생각하냔 말입니다."


내무장관 설차는 잠시간 고민하다 나의 대답에 답했다.


"그야... 아주 쉽습니다. 멍청이라도 보름이면 충분히 깨우치고도 남을 시간입니다."


"그렇지요? 그 어떤 농민이라도 보름 정도면 깨우치겠지요?"


"... 설마 전하?"


내무장관의 물음에 나는 씨익 하고 웃어보였다.


"그 설마가 맞습니다. 이를 활용하면 전 백성들에게 한글을 보급하는 것은 아주 쉬운 문제겠지요. 실제로도 몇몇 부농이나 상인들은 이미 한글을 활용한답니다."


"허..."


"어차피 큰 돈이 드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하지만 한글을 깨친다면 신 농법의 전파도 훨씬 쉬워질 것입니다. 그럼 내년의 세수는 기대해 볼만 하겠지요."


내가 내무장관에게 설명한 정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1. 매년 땅을 임대, 혹은 연장할 수 있는 기간은 9월부터 12월 까지이다.

2. 땅을 임대하는데 있어 비용은 필요없지만 기초적인 한글 시험을 봐야 한다.

3. 각 마을, 도시의 게시판에 한글과 관련된 내용을 게시하고 필요할 시 각 관공서에서 한글 기본 교본을 나누어 준다.


그 기초적인 한글 시험이래봐야 현대라면 초등학교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확실히... 수확을 끝내고 한 열흘 이내만 투자하면 되니 농민들으로서도..."


"그래요, 거기다 직전 시험에서 보았지만 농민 출신 몇몇도 시험에 합격해 지금은 한국의 관리가 아닙니까? 의외로 숨겨진 인재가 있을 수도 있지요."


"이 정책은 신이 앞장서 즉시 추진하도록 하겠나이다."


"좋아요, 재무장관을 믿겠어요. 아, 그리고... 12월부터 2월 까지 철제 농기구 무료임대 사업을 진행할 예정인데..."


"전하, 예산이 모자랄 것입니다. 시간은..."


"그 때가 되면 세수가 확보가 될 텐데요."


"하오나 언제 장인들을 불러들여 괭이며 낫을 만들고 있습니까? 신년 예산이 확보된 시점이면 이미 늦을 겁니다."


"끄응..."


내 내탕고라고 해도 무한한 것은 아니다. 지금도 나는 국가에 대략 50만 석의 지갑을 연 상태였고 남은 것은 남은 계획을 위해서라도 아껴 두어야 했다.


"흠... 잠깐만... 요는 장인들이 일일히 만든 것만 아니면... 된다는 건데..."


"전... 하?"


"아니, 솔직히 그렇지 않습니까? 땅 파는 도구가 굳이 여러번의 담금질을 거치고 그럴 필요는 없잖습니까. 최소한의 내구도만 확보되면 된 거 아닌가요?"


그걸로 무슨 사람 죽일 것도 아니고. 그냥 최소한의 품질만 보장되어도 생산량은 확 늘어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있었다.


썩어도 준치라고 그래도 철제 농기구 아닌가.


"이건 고가 내탕고에서 따로 예산을 편성하여 진행토록 하죠."





791년 6월 4일 전라도 전주의 한 마을


"그러니깐... 땅을 빌리고 싶으면 공부를 해라 이거여?"


"허이구, 우리같은 무지렁뱅이가 천자문이라도 떼어야 하는갑지?"


농민들의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한글을 읽을 줄 아는 사내 하나가 방문 내용을 읽어주었으나 그 내용이 워낙에 상상 이상이던 것.


특히나 '낫 놓고 ㄱ 자도 모른다' 라는 속담에 200% 일치하는 그들이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나마 분위기가 이 이상으로 험악해지지 않는 것은 이들 중 대부분이 이미 국가에 세금을 제외한 무료로 땅을 임대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불안하다 여긴 한 사내가 그들 앞에 섰다.


"저... 저기 어르신들... 그 한글은 정말 익히기 쉬운..."


"허이구야. 귀하게 공부만 하고 자랐는갑지?"


한 농민의 비아냥에 관복을 입은 사내는 담담하게 말했다.


"저 역시 여러분과 별반 다르지 않는 농가에서 자랐습니다. 그 증거로 제 손에도 아직 굳은살이 박혀 있지요."


누구나 거짓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손은 그러기 힘들었다. 특히나 몇 년 이상에 걸쳐 농사를 하고 남은 굳은살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저조차도 한글을 나흘에 전부 익히고 지금은 관직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 고작해야 24글자밖에는 되지 않아요."


"허이구야, 한자가 24글자가 되지 않는다고? 예끼, 헛소리! 내가 예전 주인마님 댁에서 일할 때만 본 글자가 서른 글자가 넘는데 뭔 헛소리여!!"


사내는 씨익 웃더니 말아져 있던 죽간 하나를 주르륵 펼쳐 모두가 잘 볼 수 있게 들어보였다.


"그건 한자고 이건 한글이에요. 저 한성에 계시는 전하께서 모두가 글을 읽을 수 있기를 바라며 만드셨답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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