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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2024.04.19 00: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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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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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77,459

작성
21.05.2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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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20
글자
11쪽

나는 코딱지를 파기 싫었다.8

DUMMY

10월 초부터 각 마을에 방문이 하나씩 붙기 시작했다.


"여보게, 왕서방.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새로운 관료를... 뽑으니 뜻이 있는 자들은 모두 도전하라... 대충 이런 내용이네."


"우리같은 무지렁뱅이가 관직 나가서 뭐하게. 땅이나 파야지."


하지만 상인이었던 왕대희는 방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우대조건... 셈을 잘 하는자, 지난달 반포한 한글을 모두 숙지한 자..."


"왕서방, 뭐혀"


'나도... 관직에?'


왕대희는 상인 가문의 차남으로서 지금까지 돈만 만져오면서 살았다.


조금 과장 보태서 그의 집에는 없는 게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 어떤 희귀한 물건일지라도 그가 나서면 무엇이든 구할 수 있었으니.


하지만 세간 사람들의 시선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일단 한번 지원해 볼까...'


되든 안 되는간에 우선 부딪혀나 보자고 그는 그리 생각했다.


갑자기 잘 쓰고 있던 글자를 바꾸고 대소관료들을 싹 다 숙청했다. 그는 거기에 기대를 걸었다. 빈 자리가 큰 만큼 자신의 자리도 있으리라고.


다행스럽게도 한글 교본은 학자와 상인들부터 뿌려지고 있었던지라 그가 한글을 배우는 데는 그리 어려운 게 없었다.


"오늘... 술자리는 못 갈것 같네. 할 일이 생겼거든"


등 뒤에서 무어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는 모른체 하며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빨리 했다. 관복을 입은 자신을 상상하며.



그러니까 이 사건의 발단이 무엇으로부터 시작되었냐 하면...


"고가 알기로는 관료들 숫자가 많이 비었는데... 맞습니까?"


"예, 그러합니다."


"좋군요. 어차피 정부 조직도 뜯어고치려 하고 있었는데"


"...........예?"


내두좌평이 머리를 감싸쥐는 걸 보고 나는 피식 웃었다.


"예는 뭐 옙니까. 솔직히 지금 체재 전 국가꺼 그대로 따오는 거 아닙니까?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데... 쯧. 새 술은 새 동이에 담아야죠. 그런고로 고가 정부개혁안을 준비해왔습니다."


누가 그러더라 '내일 실행할 완벽한 계획보다 오늘 실행하는 충분히 좋은 계획이 더 좋다' 고.


"허, 허어... 한 번 보아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죠. 어차피 상의하려고 이 자리에 가져온 것이니"


내두좌평은 정부개혁안을 촤르르 펼쳤다.


"전하?"


"...?"


한참을 읽던 내두좌평은 의문이 든다는 듯한 목소리로 나에게 물어왔다.


"이... 과학기술부와 보건부는 무엇이옵니까?"


"보건부는 약, 위생 등의 업무를 담당하며 역병같은 재해에도 앞서서 나설 부처이고 과학기술부는... 으음. 쉽게 말해서 이런저런 것을 연구하는 부서입니다. 예를 들면 철의 제련법이라던지?"


"허어... 전하께서는 이것이 다른 부서와 같은 동렬에 놓을 정도로 중요하다고 보시는 것입니까?"


"당연하지요. 우리 한국은 만주나 중원에 비해 인력이나 자원이 모자랍니다. 그러면 최대한 질 좋은 장비와 제도로 무장하여 그 열세를 이겨내야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내두좌평은 수긍한 기색으로 내 자료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와 논의하고 토의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2성 9부제의 행정제도였다.


대략적으로 소개하자면...


국방성

-육군부

-해군부


내무성

-교육부

-외교부

-국토부

-재무부

-보건부

-법무부

-과학기술부


이렇게 하여 재무장관에는 설차가 자리했고 육군장관에는 사혁이 자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머지 부서는 얼떨결에 내가 관리하게 되었고.


하여튼 이렇게 개편을 하니 국가특성 한개를 또 얻게 되었다.


재구성한 행정조직

<현대식 관료제는 수천년의 인류가 경험을 쌓아 다듬고 세공한 가장 효율적인 관료제입니다. 비록 과거의 상황에 타협하여 그 효율성을 조금 떨어뜨렸다고는 하나 그 효율성은 과거의 제도에 비해 비교도 하지 못할 만큼 높을 것입니다.>

업무효율+10%


... 대숙청의 여파를 조금이나마 완화해 주려나.


여튼 이렇게 하여 조금은 나아질 줄 알았지만... 여전히 사람은 모잘랐고 결국에는 전국을 상대로 공채를 낼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동안에도 나는 계속 무혁과 단련을 계속했다.


확실히 효과는 있는지 내 몸에 근육이 더 선명하게 보이고 커지는 것 같았다.


... 적어도 내 눈에는


"적어도 300명 정도는 뽑고 싶군요."


내 말에 내두좌평... 아니 이제는 재무장관이 된 설차는 기겁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들의 녹봉은 감당이 되시는 것입니까, 전하?"


"... 그렇게나 예산이 모자랍니까?"


"많은 논밭이 피폐해졌습니다. 당연히 세금이 제대로 걷힐 리가 없지요..."


나는 그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에게 되물었다.


"고가 이번에 숙청을 하면서 얻은 재물 30만석을 재무장관에게 전하라고 했습니다만... 그렇게 해도 모자랍니까?"


"... 허어... 30만 석..."


"물론 왕실 예산으로도 조금 넣었습니다. 고가 따로 할 일이 있는지라. 여튼 30만 석이면 급한 불은 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설차는 잠시 셈하더니 표정을 살짝 풀었다.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행이군요. 그러니 이번 겨울간에 땅을 분배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년을 바라볼 수 있지요."


내 왕실예산은 제철을 위해 쓰여야 할 중요한 예산이다. 다행히 한반도를 가지고 있으니 일부 유연탄 산지를 확보할 수 있다지만 그거 파는것도 돈이고 고로 설계하는 것도 돈... 다 돈인데.


심지어는 난 코크스의 제작법도 모르고 제철을 할 때 재료배합 같은 것도 잘 모른다. 그저 고로와 베세머 전로의 설계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다행히다, 내가 역사학과라서. 고로와 베세머 전로는 인류의 철강역사에 한 획을 그은 물건이라 봐두고 있었거든.


"그래도 300명은 힘들 것 같습니다, 전하"


"허어... 머리가 아프군요. 그럼 몇 명 정도로 보십니까?"


"많이 잡아도 100명 정도로 봅니다. 지난번 숙청으로 인해 많은 인재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으니까요."


이거... 제철이고 뭐고 학교부터 세워야 하는 게 아닐까?


근데 그 교사는 또 어디서 구하고...?


인재의 부족이 절절하게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시험은 내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총 응시인원이... 십삼만여명이라고요?"


나는 멍청한 표정으로 드높고 넓게 깔린 죽간들을 바라보았다.


"헤...헤에..."


"재무장관, 정신 차리세요."


"아, 아예... 흐흐..."


...이 양반도 재정신은 아닌 것 같다.


자세히 보니 눈의 다크써클은 축 처질대로 처져있고 눈동자는 이미 풀려서 초점은 갈 곳을 잃고 있었다.


저거... 설마 나 때문이냐?


"시험 답안은 고가 직접 채점할 테니... 재무장관은 신경쓰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이것까지 시키면 죽지 않을까 싶다. 차라리 내가 혼자하고 말지.


"... 중국의 유학을 받아들여야 한다... 꺼지고..."


유학은 무슨 유학. 좀 실용적인거 가져오라니까


"폭력이 아닌 인과 의로 다스려야... 어휴"


시험문제를 제대로 읽기는 한 걸까?


"황무지를 개간하고 세금을 낮춰야... 그거 누가 모르냐고"


황무지 개간? 좋긴 하지. 근데 그게 세금 늘리는 그나마 쉬운 방안인거 누가 모르냐?


나는 던져버리려다가 그래도 그나마 정상적인 답변에 속하는지라 '세모' 칸에 죽간을 집어던졌다.


"소를 키워서 농사를 지어야 한다... 난 왜 이걸 생각 못했지?"


우경법. 소를 이용해서 농사를 짓는 방법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이 힘들게 농사짓는 것보다는 소를 이용해서 짓는 게 훨씬 편하고 수확량도 는다.


'이랑 고랑 파는것도 전파해야겠고...'


이랑, 고랑만 만들어서 농사지어도 수확량이 확 느는데... 생각을 못한 내가 바보지.


그 외에도 수많은... 그리고 독특한 의견들이 보였다.


술을 금지하는 금주령부터... 상인들을 몽땅 농사를 시켜야 한다는 등... 여튼 이런 저런 의견들을 제하고 나니 '동그라미' 칸에는 총 백 오십여개의 죽간이, '세모'에는 약 오백개 정도의 죽간이 놓여 있었다.


'동그라미' 칸에 놓인 사람들은 면접 후 합격하면 바로 채용하고 '세모' 칸에 놓인 사람들은 재시험 후 합격자만 채용하기로 결심한 나는 찌뿌등한 몸을 일으켰다.


"30601... 30601... 찾았다! 합격이다!"


"어? 왕서방? 자네, 시험보았나?"


"그렇네! 혹시나 했는데 합격했네! 이제 면접만 보면 나도 어엿한 관리가 되는 걸세!"


"허어... 놀랍구만. 설마설마 했는데..."


"자네도 보지 그랬나. 들리는 소문으로는 이번 시험에서 농민들도 몇 합격했다고 하네"


그 말에 괭이를 든 남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아니, 우리같은 농사꾼도 관료가 된단 말인가?"


"뭐, 소문으로 의하면 그리한다더만"


법으로 정해져 있진 않았지만 보통 관료가 되는 것은 글 좀 읽었다 하는 명문자 자제나 아니면 칼 좀 쓰고 활 좀 쏜다하는 사람들만 되어 왔었다.


하지만 이번 시험에서는 정말이지 폭넓은 신분층의 사람이 관료가 되는 시험에 합격을 한 것이다.


"30601번, 왕대희 수험생? 안쪽으로 들어오십시오"


"아, 예! 알겠습니다요!!"


왕대희는 뻣뻣히 굳은 움직임으로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30601번 왕대희라 합니다요!!'


"아, 반갑습니다. 왕대희 수험생, 편히 앉으세요."


왕대희라는 남성이 자리에 앉자 나는 그를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아무래도 비싼 옷 입고 있는 걸 보아하니 상인 아니면 명문가겠군.


"어디보자... 허... 수학 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하셨군요?"


"아, 그렇습니다요. 소인 평생 금, 은에 비단을 만지던 몸이라 계산은 누구에게도 안집지요, 헤헤..."


나는 그의 대답에 미소가 절로 나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대다수의 행정업무는 숫자놀음, 비전이 없어도 계산만 빠르면 지금 상황에선 반 이상은 먹고 들어갈 수 있다. 장차관의 자리에는 못 앉을지라도 실무진에서 높은 위치엔 충분히 오를 수 있다는 거지.


"좋군요. 호오... 동전을 사용해야 한다고요."


나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동전을 사용해야 한다? 맞는 소리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슨 쇳덩이를 쌀이랑 바꾸냐고 하지만... 화폐제는 꼭 실시해야 할 제도 중 하나다.


"혹...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간단한 것 아닙니까요. 언제 쌀가마니 들어다가 바꾸고 있겠습니까요. 하물며 소인만 해도 이런데 나랏님들은 수천 가마니, 수만 가마니를 나를 것 아닙니까요. 그거 다 시간이고 인력 낭비입니다요. 결국에는 돈 낭비입죠. 화폐를 사용하면 한 순간에 끝날 일은 지금 몇 번에 걸쳐서 힘들게 하고 있는데 당연히 바꿔야 하지 않겠습니까요?"


좋다.


자신이 아는 것만, 확실히. 그리고 경험을 토대로 정확히.


넌, 합격이다. 앞으로 집 갈 생각 하지 마라.


작가의말

노예 공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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