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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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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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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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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농업혁신17

DUMMY

당장 급한 일들의 방향을 정한 뒤 내가 향한 곳은 바로 진하 소장의 집이었다.


“아··· 전하”


그는 날 보자 놀란 눈으로 어떻게든 팔을 들어올리려 했다.


“괜찮습니다, 장군. 굳이 부상을 악화시키지 마세요.”


“예, 전하··· 죄송합니다.”


불편하나마 일상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을 보니 다행히도 부상이 아주 크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부상이 심했으면 이렇게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병상에서 맞이했겠지?


“그나마 큰 부상이 아닌 것 같아 다행이군요.”


“그렇습니다, 전하. 의사의 말로는 2~3년 정도 요양하면 이전처럼 돌아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3년이라··· 아무래도 돌아오면 그의 역할은 여러모로 바뀌어 있을 것 같았다. 지금도 젊고 유능한 장교들을 색출하는 작업은 여전히 진행중이고 진하 소장의 역할은 지금 내 부인이 맡고 있으니까.


“그렇군요. 그래도 이후에도 조심해야 할 겁니다. 한 번 부상을 당한 부위는 쉽게 다치니까요.”


“전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그러던 그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제 후임자가 왕비 전하라고 들은 것 같습니다만···”


“그 말대로 입니다. 능력도 좋고 같은 고향사람이라는 이점도 있으니까요.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내 말에 그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저도 그렇지만 대부분 장교들은 아마 수긍할 것입니다. 그만큼 왕비 전하의 무예실력이나 기마부대에 관한 지식은 조예가 깊었습니다.”


“음···? 그걸 장군이 어떻게 알고 있습니까?”


“실은··· 왕비 전하께서 군부에 간간히 놀러 오십니다. 활을 겨루기도 하시고 기마술을 겨루기도 하시지요. 그리고 병서를 보실 때 가끔 나오는 지식은 저희도 놀랄 정도입니다. 정작 육군장관은 모르는 듯 하지만요···”


“흐음···”


그녀가 그렇게 움직였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국가에 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라면 그녀의 자유를 제한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니까. 아니, 애초에 나부터가 그러고 있지 않나.


하지만 육군부에서의 일을 육군장관이 모르고 있다는 건 조금 문제가 된다. 이건 한 번 육군장관에게 언질을 주어야 하겠는데. 장관쯤 되면 그 능력 역시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한 부를 장악하고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그 부의 머리이자 통솔자니까.


“고도 왕비의 능력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군부에서 입증이 되었다니 더 안심되는군요.”


따로 알아봐야겠지만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별 탈은 없을 듯해 안심이 되었다.


그 이후로도 그와 몇 마디를 더 나누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기 몸 관리 정도는 알아서 하겠지. 애초에 그렇지 않은 사람이었으면 이 자리에까지 올라오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친위대장도 알고 있었습니까?”


무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친위대는 친위대끼리만 움직이다보니··· 죄송합니다.”


“아뇨, 죄송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알고 계셨는가 해서요.”


연신 죄송하다는 그를 겨우 말리고서야 나는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친위대 특성상 친위대끼리만 모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니까. 그리고 애초에 친위대는 육군부 소속도 아니니까 더더욱 그렇다.


“시간이 애매하니 점심정도는 먹고 궁으로 갑시다. 혹시 이 근처에 맛집 아는 곳 있나요?”


“죄, 죄송합니다. 저는 보통 집에서 밥을 먹다 보니···”


“그럼 고가 아는 집으로 안내하죠.”


나는 발걸음을 성큼성큼 옮겨 내가 아는 맛집으로 안내했다. 나름 한 나라의 수도답게 여러 먹거리 거리들도 많이 있었고 그 와중에는 당연히 인기있는 소위 ‘맛집’ 역시도 존재했다. 그만큼 잘 사는 사람들이 어느정도 있다는 거겠지.


“여긴 처음 와 보시죠?”


무혁은 어색한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런 걸 보니 외식은 처음인가?


“처음이니 주문은 고가 하지요.”


나는 곧바로 직원에게 순대전골 2인분을 시켰다. 분명 내가 알고 있는 순대의 개념을 퍼뜨려 알린 건 나인데 어째선지 내 손 맛은 이 집을 따라가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덕과 함께 푸짐한 순대전골이 나왔고 어느정도 끓고 나서 우리 둘은 수저를 들었다.


“가끔은···”


“예?”


“가끔은 외식을 하는 것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 말에 나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럼, 기왕 사는 거 맛있는 것도 먹고 좀 그러면서 살아야지.


“나중에 또 다른 맛집을 알려주도록 하죠. 분명 마음에 들 겁니다.”


감히 장담하건데 이 궁궐 내에서 서울 시내 맛집에 대해 잘 아는 건 바로 나 밖에 없을 거다.


“감사합니다, 그너저나··· 사람이 정말 많군요. 아까 거리에서도 그랬고···”


“좀 지나치게 복잡하기는 하죠. 조만간 재개발에 들어갈 생각입니다.”


솔직히 지금의 서울은 정리가 되지 않은 채 난잡했다. 그나마 그 규모가 작아서 이렇게 별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지 나중에는 무슨 문제가 터져도 터지리라.


“그렇습니까? 서울에 사람이 꽤 많을 텐데···”


“그들이 주거할 임시 주거지들을 생각하면 돈이 많이 들겠지요. 하지만 해야 할 일이니까요.”


아마 북방에 진출할 시기는 상당히 뒤일 터다. 그 말은 서울은 오랫동안, 혹은 영원히 수도 노릇을 해야했고 그에 맞게 계획도시로 설계해서 차근차근히 키워 나가야 했다.


그 고민거리는 머리가 아프니까 이만 생각하고 나는 남은 전골을 맛봤다. 비록 현대에서 내가 먹던 맛과는 다른 맛이었지만 이건 이대로 즐길 만한 맛이었다.


언젠가는 매콤하게 즐길 날이 오겠지.







“한국의 국왕 전하를 뵙습니다. 소장은 이번 군사고문단의 단장을 맡게 된 조의두대형, 만호입니다.”


“음, 조의두대형. 어서 오세요.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전하께서 길을 안배하시어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하하하,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귀공들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부디 한국의 기병을 강성하게 키워 주셨으면 합니다.”


만호는 자신감 넘치는 눈빛으로 내 말을 받아쳤다.


“걱정 마십시오, 전하. 산길을 평지처럼 내달리는 날랜 기병들로 만들어 놓겠습니다.”


“정말 믿음직하군요. 아국에서도 담당자를 귀공들과 친밀한 자로 임명하였으니 앞으로 지내시는데 불편함은 없을 겁니다.”


“전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허면 당장 그 담당자를 만나볼 수 있겠습니까?”


“여독이 쌓여있을 텐데 조금이라도 쉬지 않고요?”


“그저 간단한 이야기만 하고자 합니다.”


본인이 그렇다는데 내가 뭐라고 더 할 수는 없었기에 나는 비서를 불러 그를 안내하게 했다. 나중에 보고가 올라오겠지.




만호는 비서라는 자의 안내를 따라 궁을 걸으면서 궁을 살펴보며 말했다.


“한국의 궁은 아국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는 듯합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하지만 고구려의 궁궐 역시 굳세고 강맹한 기상이 느껴지는 것이 마치 고구려를 나타내는 것 같았습니다.”


비서의 답에 만호는 의외라는 듯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구려에 오신 적이 있으십니까?”


“지난번에 사절단으로 함께 했었습니다. 그 때 간략하나마 구경할 기회가 있었지요.”


“아, 지난번에 사신단에 계셨군요. 미처 볼라뵜습니다.”


“일개 수행원을 장군께서 어찌 다 기억하시겠습니까? 아,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담당자께서는 어떤 분이십니까?”


만호를 따르던 군사고문단들도 그건 궁금했는지 은근히 귀를 가까이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웃겼는지 아니면 그녀와 만날 그들의 반응을 상상한 것인지는 몰라도 비서는 살짝 웃으며 답해주었다.


“만나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그런 반응에도 궁금했던지 만호가 몇 번이고 다시 되물었으나 돌아오는 답은 한결같이 ‘만나면 알게 될 것’ 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하다 보니 어느새 궁기병 참모부라는 건물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곳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럼 고문단 여러분, 부디 한국에서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빠르게 사라져가는 그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신 만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서는 문을 두어 번 두드렸다.


“계십니까?”


“··· 들어오세요.”


‘···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을 받았지만 그는 곧 머리속에서 지우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곳에는 정갈한 제복을 입은 여러 사람들이 있었으나 유독 가운데의 그녀만이 눈에 들어왔다. 잘 빠진 검은색 제복에 양 팔 소매에 박음질된 쌍매의 표식, 왼쪽 가슴에 박힌 고서연이라는 이름과 오른 가슴에 붙여진 한국 왕가의 표식이라는 이삭을 문 매, 어깨에 달린 세 개의 별까지. 그 어느것도 다른 인물들과 비교되는 것이었지만 그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고서연이라는 이름과 그 얼굴이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만호였지만 어찌나 당황스러운지 눈을 끔뻑거리며 멍청하게 물었다.


“공주··· 전하?”


“후훗, 그렇게 불리는 것은 오랜만이네요. 여기 와서는 왕비나 부인이라고만 불렸는데. 여튼 궁기병 참모부장을 맡게 된 중장 고서연이에요. 모두가 저를 잘 아실 테니 일처리 하나는 쉽겠네요.”


고서연의 말을 듣고서야 퍼뜩 정신이 든 그는 냅다 바닥에 엎드렸다. 그가 움직이자 그제서야 정신이 든 나머지 고문단원들도 바닥에 엎드렸다.


“일어나세요, 이런 과한 예는 한국에서는 할 필요 없어요. 이번 건··· 반가움의 표시로 받아들이죠, 괜찮겠지요?”


그녀가 직접 손을 잡고 일으켜주자 만호는 멍한 표정으로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소문은 익히 들어 대충은 알고 있었다. 좋은 표현으로는 명랑하고 밝은 공주고 나쁜 표현으로는 천방지축 공주답지 않은 공주라고. 그리고 자신이 잘못 보지 않았다면 그녀는 더 자유로워졌으면 자유로워졌지 그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공주’의 모습에는 가까워지지 않았다.


“흠흠··· 어찌되었건 다시 인사 드리자면 제가 궁기병 참모부장, 즉 여기 있는 고구려 고문단 여러분과 함께 일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도 같은 고향사람 이니까 일이 조금 더 쉽겠죠?”


“하하··· 아무리 그래도 공주께서 장군이라니··· 이 일을 국왕 전하께서도 알고 계십니까?”


“그럼요? 전하께서 직접 권해 주셨는걸요?”


그녀의 대답 한 마디에 그는 불경스럽지만 문득 이런 말이 떠올랐다.


‘끼리 끼리 만난다더니···’


참으로 자유로운 영혼 한 쌍이었다.


‘이걸 태왕께 어찌 보고하지···’


애써 환하게 웃는 그의 표정과는 다르게 속은 점점 거멓게 썩어가고 있었다.


작가의말

자유로운 영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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