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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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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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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14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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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농업혁신13

DUMMY

어색한 침묵이 계속되던 중 한 관료가 용감히 나서서 말했다.


“그··· 전하. 왕비께서는 이 나라의 어머니와 같은 분이십니다. 그런 분께 어찌 군문의 험한 일을 감당케 하겠습니까? 비록 소신들이 무능하나 불충하고 불효하지는 않습니다. 부디 명을 거두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어머니의 모성은 그 깊이와 넓이가 바다보다 넓습니다. 그대들도 모두 그것을 아시겠지요. 그대의 말대로 어머니가 자식을 돕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오히려 어머니의 너른 사랑을 군문의 아들들에게 느끼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터입니다.


작게 보아서는 왕비의 뛰어난 능력을 썩히지 않아도 좋고 크게 보아서는 한국의 신민들에게 어머니의 따스한 모성을 느끼게 할 수 있으니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내 말에 그는 더 할 말이 없는지 슬며시 자리에 앉았다. 그가 자리에 앉자 또 다른 관료 한 명이 일어섰다.


“분명 왕비 전하의 그 높으신 뜻은 우러러보지 않을 수가 없으나 만일 험한 군문에서 그 옥체가 상하기라도 하면 한국 전체의 슬픔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그리되면 고구려와의 관계 역시 냉각될 터, 이는 한국과 전하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닙니다.”


“그거 이상한 말이군요. 고가 농사를 짓고 제철소 공사에 참여하며 무예를 갈고 닦고 병사들의 훈련에도 몇 번 참여하였을 때는 지금과 같은 격렬한 반대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설마 고의 몸은 무슨 강철로 이루어져 있었던 것입니까?”


내 말이 이어질 때마다 그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까딱 잘못 해석했다가는


‘내 몸은 별로 중요치 않았냐?’


‘ㅇㅇ 않음’


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한 문답이었기 때문이다. 사형당하는 것이 취미가 아닌 이상은 이 바보 같은 문답을 더 이상 할 이유가 적어도 그에게는 없었다.


물론 이들에게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일 것이다. 물론 여성의 인권이 우리가 흔히 알던 조선시대보다야 높았다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조선시대보다 높은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나 이 나라가 고구려나 신라의 후신이 아닌 내가 알던 백제의 후신이라면 이런 반응은 이상한 것이 아니겠지.


“뭘 그리 어렵게들 생각하십니까? 예전 신라에서는 여왕과 여제후, 여성 관료가 나왔고 지금 고구려에서는 수군제독이 연개소문의 여동생이지 않습니까? 과거와 현재가 이러한데 지금 왕비가 잠시간 이 일을 맡는다고 하여 문제될 것이 있습니까?”


그나마 다행인 것이 지금이 조선시대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어느정도 용인되었던 시기는 고작해야 몇 십년 전, 혹은 현재진행형의 일이었고 그렇기에 지금 관료들의 설득도 어느정도 진행되는 느낌이었다. 이미 몇몇 관료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뜻을 표하고 있었으니까.


원래는 몰랐는데 무리를 대상으로 한 설득, 즉 연설을 몇 번 해보니까 조금은 알겠더라. 개인보다는 무리를 설득하는 것이 훨씬 쉽다. 약간의 자극에도 더 흔들리고 그 흔들림은 곧바로 들불처럼 번져나간다. 지금도 그랬다. 여기에 있는 관료들, 나름 한국에서 머리 좋고 능력 좋은 사람들이 모였다. 그런 이들조차도 한 둘이 동조하자 조금씩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가


“자··· 더 반대할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만··· 그렇다면 이대로 일을 진행해도 괜찮겠지요?”


“전하의 뜻이 그리하다면 신들이 어찌 막겠습니까.”


“좋군요. 그럼 회의를 계속 합시다.”


안타깝게도 오늘 논의할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어질러진 자리를 치우며 다시 회의할 준비를 하고 있자니 고운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그럼, 전하. 소녀는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음? 물러나다니 어디를요?”


내 질문에 그녀는 의아하다는 듯이 내게 답했다.


“그야 당연히···”


“아니 국가정책을 논의하는데 중요 관료가 자리를 비워서야 되겠습니까? 이리 앉으세요.”


아니, 궁기병 관련해서 논의할 일도 있을 텐데 그 책임자가 자리를 비우는 것도 좀 웃기지 않아? 나는 돌아가려는 그녀를 회의실에 반강제로 앉혀놓았다.


“자, 이로서 정기회의가 시작될 준비가 모두 마쳐졌군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회의를 시작합시다. 각 부 보고하세요.”


“예, 전하. 우선 재무부부터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올해 예산 387만 석 중에 이미 배분된 것을 제외한다면 남은 것은 고작해야 21만 석에 지나지 않습니다. 채권까지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추가적인 세수나 유지비의 축소가 불가피합니다.”


“필요 없는 사업을 접자 이겁니까?”


“적어도 후순위로 미루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하긴, 채권만 500만 석 정도에 달한다. 그거 다 갚으려면 지금부터 돈을 깨작깨작 모아 두는 것이 좋았다. 특히나 이 나라의 예산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우리 재무장관님의 말씀이셨다. 당연히 듣는 게 인지상정. 딱딱히 굳어가는 장, 차관들의 애처로운 눈빛들을 애써 무시하며 나는 말했다.


“허면 장관이 생각하고 있는 후순위로 미룰 사업이 무엇입니까?”


설차는 살며시 사혁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아니 뭣만 하면 육군부만 패네, 저기는. 무슨 담당일진이여?


“신형 무장 보급사업을 뒤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안 됩니다! 무기 없이 어떻게 훈련을 한단 말입니까? 더군다나 군이 개편과 연계되어 있는 사업이 아닙니까? 이걸 미뤘다간 여러모로 문제가 생길 겁니다!”


“허면 군제개혁 자체를 뒤로 미루어야 합니다. 한 2, 3년 정도는 기다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군 유지비와 훈련비만 80만 석이라는 거금이 소모되고 있습니다. 현재 본국의 재정상황을 생각하였을 때 불가피한 조치라고 생각됩니다.”


“안 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쟁상황이었던 것을 잊으셨습니까! 지금 힘이 모자라서 아국의 정당한 영토인 남연해주에도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군제개혁마저 미루신다면 남연해주를 차지할 날은 더욱 요원해질 것입니다!


또한 무구를 생산하는 것 역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까? 특히나 갑옷이나 활 같은 경우에는 막대한 시간이 소모됩니다. 지금 당장 사업을 시작한다고 해도 최소 3년은 걸릴 작업을 2, 3년 미루자니요! 그럴 순 없습니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무심코 끄덕였다. 군용으로 쓸 만한 활을 하나 만드는 데 최소 3년은 소모되었다.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이 찍어낼 수 없는 무기라는 뜻이다. 거기다 우리가 활만 만드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몇 만 벌에 달하는 갑옷과 검, 창과 방패, 군장과 전투화 등등등··· 만들어야 할 것이 산더미였다.


사혁이 이야기한 것을 보았을 때 활의 제작시간만을 말한 것 같았으나 다른 생산품목도 생각해보면 전군 보급에는 최소 3~5년은 걸릴 것 같았다.


보급하고 끝인가? 신규 보급품에 맞춰서 훈련을 진행해야 했다. 이런저런 것을 생각해 보면 그가 언성을 높이며 반대하는 것이 이해가 갔다. 그리고 나 역시 어느정도 동의하는 바였고. 차라리 일찍 보급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건 미루면 끝없이 미루어질 가능성이 농후했기에 더더욱 말이지.


“재무장관, 다른 사업으로 하는 건 어떨까요? 이 사업은 굉장히 중요한 사업이니 말이죠. 그리고 육군부가 그동안 많은 양보를 해오지 않았습니까?”


“으음··· 전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육군부를 제외한 다른 사업을 조금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잡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죠?”


“우선 제2 제철소 건설을 보류하여야 합니다. 물론 지금 완공된 제철소 하나 가지고서는 마차철도와 육군의 신무기들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약간 벅찰 순 있으나 그 진행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제철소 역시 가동하다보면 개선할 부분이 분명히 나올 테니 차라리 지금 제철소의 문제점을 보완한 제철소를 건설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흐음···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번에 개성쪽에 제철소를 하나 만드는데 무려 백미 50만 석이 소모되었다. 현 육군 1년 유지비가 대략 80만 석인 것을 생각한다면 정말 어마무시한 예산을 들여서 만들어진 셈이다. 물론 만들어지기만 하면 그 값을 톡톡히 해내겠으나···


“개성 제철소가 있으니 조금 후순위로 미루어도 되겠지요. 그리한다면 대략 예산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습니까?”


“대략 40만석 중반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1차 건설과는 다르게 예산이 줄어들었다. 하긴, 똑 같은 시설을 또 만드는데 당연히 숙련도가 다를 것이고 그에 맞게 더 효율적인 건설이 가능하겠지. 그리고 그것은 당연하게도 예산의 절약으로 이어질 테고. 그렇다고는 하나 무려 10% 정도나 절약이 가능하다고 말하다니. 확실히 제철소를 급하게 건설한 것이 비용부담이 좀 컸던 것 같다.


“음, 그리 하면 되겠군요. 우선은 올해 전쟁채권을 떨쳐냅시다.”


전쟁채권은 다달이 붙는 이자도 일반 채권에 비해 높은 편이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털어내야 할 빚더미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최소 50만 석의 예산은 더 필요합니다. 또 다른 사업 긴축안을 생각해 놓은 것이 있습니까?”


이 말을 기다렸는지는 몰라도 그의 입에서는 장관들의 얼굴을 새하얗게 만드는 긴축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선 국가정보성의 예산을 삭감하고자 합니다. 대략 절반 정도 삭감하여 약 10만 석의 세수를 확보할 예정입니다. 또한 국토부와 과학기술부에서 공동으로 추진중인 북방 석탄 광산 개발 사업도 긴축하여 예산을 약 8만 석 정도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또한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올해 공채는 그냥 넘기셔서 비용을 조금 절약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전하께서 진행하시는 특산품 관련 산업에서도 대략 8천 석 정도는··· 거기에 외교부는 대 일본 관련해서 조금 손보면···”


··· 어질어질하다, 진짜. 사람이 얼마나 예산에 치여 살았으면 말할 기회가 생기자 마자 이렇게 죽일듯이 달려들지?


하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전쟁채권의 이자는 10% 였다. 즉, 100만 석의 빚이 있다 생각하면 년마다 고정지출로 10만 석의 비용이 나가는 건데 당연히 빡빡할 만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모내기법의 개발이 시원치 않은 게 가장 컸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내년엔 우리의 생산량이 급증하기 시작해야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그저 우리의 행복회로가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으음··· 우리 진정하고 천천히 논의합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눈이 번뜩이는 재무장관을 뜯어말리는 것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과거의 주인공이 지금의 주인공에게 빚을 선물...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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