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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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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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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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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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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농업혁신10

DUMMY

“전하, 김정국 국토부 차관이 왔습니다.”


“아, 들여보내세요.”


“전하를 뵙습니다.”


그는 천천히 들어와 내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음··· 저렇게 천천히 걸으니까 조금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어서오세요, 김 차관. 국토부 일은 어떤가요? 갑자기 2계급 특진하게 되어 많이 당황했을 텐데”


“전하의 지휘 아래 위 아래 모든 국토부 관료들이 힘을 내주는지라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게 어디 고 때문인가요, 김 차관이 잘 이끌어나가는 것이죠. 다행이네요, 일이 잘 되고 있는 듯하니”


국토부에서 일이 꼬이면 상당히 머리아파진다. 재무장관의 위상과 의존도를 조금 줄이기 위해 그를 장관에서 해임시킴으로서 국토부에 공백이 발생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이도 두 차관은 잘 이끌어 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무슨 일로 온 건가요, 차관?”


김 차관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입은 달싹거리기만을 반복하다 이윽고 큰 결심을 내렸는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입을 열었다.


“전하, 모내기법 개발을 미루셔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나의 시선은 오롯이 그에게만 향했다. 그런 내가 부담스러웠는지 그의 이마에서는 땀이 비죽 솟아났으나 그딴 건 내 알 바가 아니었다.


“흐음··· 차관이 되기 전에도 대충은 알고 있었겠지만 차관이 된 지금은 그대가 무슨 말을 한 건지 그 무게를 알고 있겠지요?”


모내기법 개발은 국가의 2대 중대사다. 하나는 철강 개발이고 다른 하나는 모내기법으로 귀결되는 국토개발사업이지. 상비군? 화폐? 물론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것들은 엄연히 2순위에 있는 사업들이다. 이 두 가지 사업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시도하기 어려운 사업들이라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하자면 이 국토개발사업은 국가 개혁의 첫 발자국이라고 해도 큰 무리가 없다. 그런데 그런 사업을 미루어야 한다는 것은··· 합당한 이유가 없다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보고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흔들림 없는 그의 말에 나는 슬며시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쳐다보았다. 긴장했는지 얼굴은 살짝 붉었고 숨소리도 조금은 거친 것 같았지만 눈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후··· 보고해 보세요.”


“예, 전하. 제가 자료들을 검토하니 저번 년도에 실험한 모내기법의 수확량은 최대한 동일 조건으로 농사지은 밭농사에 비해 대략 5할에서 8할에 해당하는 생산량의 증대를 이루었습니다.”


“그 자료는 고도 읽어보았죠. 분명 고가 기대하는 것 보다는 적은 생산량이기는 합니다만 동일 조건의 밭농사에 비해 노동력은 적게 들고 수확량은 많지요. 지난 전쟁으로 토지가 조금 비었으니 넓어진 경작지를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만, 아닙니까?”


내 말에 김 차관은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모르기는 몰라도 잔뼈 굵은 농사꾼들과 같이 일을 하는 그들이니 분명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본 것이겠지. 유감스럽게도 나는 농사에 대해 해박하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내가 이곳에 온 후 실무를 익히기 위해 이런저런 일들을 하기는 했지만 그 지식들은 어디까지나 각 처부의 보고서를 이해하는 정도의 지식이기 때문이다.


“정말 유감스럽게도 두 가지의 문제가 있습니다.”


두 가지나? 으음··· 별로 좋지 않은데


“첫 번째의 문제는 경작지의 부족입니다. 분명 전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인구가 감소하기는 하였으나 전하께서 즉위하시고 인구는 상당히 늘었습니다. 본토의 인구만 이미 380만을 헤아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차관의 말을 급하게 끊어먹었다.


“잠시만, 차관”


“전하?”


“설마 차관은 농지를 모든 농민들에게 균등하게 분배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까?”


“··· 아닙니까?”


“아닙니다. 하긴, 차관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자세히 모를 수도 있겠군요. 물론 넉넉하게 임대할 것이기는 하지만 모든 농토를 모든 농민에게 나누어 줄 수는 없지요.”


설마 우리가 본토를 n/1 해서 농민들에게 임대해 줄 거라고 생각한 건가?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는 건 몰랐나? 하긴, 바깥으로 싸돌아다녔으니 이런 부분은 무지할 수도 있었다. 그런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 바로 지금 차관으로서의 시간이겠지.


“그걸 제외하고서라도 문제가 있습니다. 국토 개발을 위해 국토부 관료들이 밤낮없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으나 장애물이 있습니다.”


“말하세요.”


그의 입에서 나온 답변은 내 생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호랑이가 많습니다.”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만 같았다. 한국사만 대충 봐도 한국에 호랑이가 얼마나 많았었는지 알 수 있다. 호환이라고 부르며 두려워했던 기록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명색이 사학도라는 놈이 이걸 까먹고 있었다니! 지난날의 멍청함에 박수라도 쳐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강행한다면 큰 피해가 발생할 터, 이 호랑이들부터 잡고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나 해서 묻는데 전 공사구역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의 입에서는 ‘아니오’ 라는 답변이 나왔다. 이거 ‘예’ 나왔으면 조질 뻔했다. 진심으로.


“음··· 알겠습니다. 이건 국무회의때 각 장관들의 의견도 들어야 할 것 같군요. 첫 번째 문제는 이것이 끝인 것 같으니 두 번째 문제를 들어볼까요”


아직 첫 번째 문제밖에 듣지 못했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으나 나는 가만히 그의 두 번째 문제를 기다렸다.


“두 번째 문제는 생산량이 모자라다는 겁니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모내기법을 개발하기 시작한지 길게 쳐줘야 2년이다. 길어보이지만 일년에 한 번 농사짓는 것을 생각하면 겨우 두 번의 실험만이 시행되었을 뿐이다.


“차관이 말하려는 이유가 고가 생각한 이유가 아니기를 빕니다.”


솔직히 아까 첫 번째 문제 때도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외부로 돌아다니다가 이제야 내부에서 일을 하는 것이니 겨우 눈을 감았던 것이다. 만약 내가 생각한 그 어처구니없는 이유라면 그의 관료생활을 기꺼이 끝내 줄 용의가 있었다.


“분명 모내기법이 획기적으로 생산량의 증대를 이루어 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만큼 위험부담이 큽니다. 밭농사에 비해 흉작이 들 변수가 상당히 많습니다. 거기에 국토개발사업에 들어간 비용까지 생각한다면 이 정도의 생산량의 증대는 오히려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땅이 이앙법을 받쳐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분명 휴경을 진행한 밭을 이용해 모내기법을 시행했음에도 이 정도이니 더 척박한 곳이나 휴경을 진행하지 않은 곳에서의 생산량은 더더욱 낮을 것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국토부 차관인 제 의견을 감히 말씀드리자면 우선 땅의 기운을 북돋을 방법부터 찾은 후 모내기법을 시행해야 옳다고 여겨집니다.”


그의 말을 끝까지 들으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무턱대고 모내기법을 시행하기에는 문제가 따랐던 것. 현대인의 관점을 가지고 있는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을 그는 보고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었다.


“그렇군요. 허면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제 생각으로는 모내기법 개발청의 인원을 돌려서 지력을 북돋아줄 방법부터 찾는 것이 옳다 생각합니다. 그리하면 모내기법의 개발은 뒤로 미루어지지만 대신 지력을 북돋을 방법을 널리 알리어 생산량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늘어난 생산력으로 아국의 재정이 더욱 튼튼해지면 그 때 모내기법을 점진적으로 시행하여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흐음··· 이 시대에는 비료 농법이라는 게 없던 시기다. 비료 농법은 동, 서양 모두 중세부터 시작되었으며 우리 한국은 고려시대 때부터 시행되었다고 알고 있다. 물론 경험 많은 일부 농민이 그 비슷한 것을 시행하고 있다는 가능성을 아예 부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공식적인 기록에는 없던 것으로 기억한다.


“확실히··· 모내기법 개발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 같군요. 내일이 국무회의니 그 때 더 심도 깊은 논의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고도 방안을 나름대로 강구할 시간이 필요하거니와 두 사람의 머리를 맞대는 것 보다는 장, 차관 전체가 머리를 맞대면 더 좋은 생각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더구나 국가 중대사인 국토개발사업에 큰 영향을 주는 결정입니다. 지금 우리 둘이 결정을 내려버리는 것은 좋지 않겠죠.”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하고 통보해도 되기는 하다. 근데 그럴 거면 장, 차관이 있을 이유가 없다. 그냥 실무진만 고용하고 나 혼자 결정하고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면 그만이니까. 근데 그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그들의 의견을 듣고 검토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했다.


“김 차관은 내일 있을 국무회의 전까지 배부할 자료를 만들어 오세요.”


“예, 전하. 허면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그가 인사를 하고 문을 나가기 전에 나는 살짝 덧붙여 주었다.


“차관”


“예, 전하”


“잘하셨습니다.”


“감··· 사합니다


그가 나가고 소파에 몸을 반쯤 파묻듯이 했다. 이곳에 대해 많이 알았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은 이곳을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이 문제는 그로 인해서 발생한 문제이고. 어느정도는 인지를 하고 있던 사실이었다.


정말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내가 제시하는 길은 구멍 숭숭 뚫린 목적지가 애매모호한 불확실한 길이었다. 물론 내가 제시하는 길이 지름길이라는 것은 분명하나 그 길의 목적지가 어디로 향하게 될 지는 나 조차도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현대인의 관점을 완전히 버릴 수 있다 가정한 후 버린다고 한들 그게 이득일지는 알 수 없었다. 현대인이기에 못 보는 게 있겠지만 반대로 보이는 것 역시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 경험해 왔으니까.


물론 언젠가는 두 방면에서 세밀하게 바라볼 수 있는 날이 오기는 할 것이다. 신의 힘이 깃든 이 정보창에 있는 ‘결함있는 선구자’ 페널티 특성, 이 특성을 해제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을 테니까.


그러고 보면 내 능력을 정확히 파악했던 것도 상당히 오래전이라는 사실을 문득 떠올렸다. 생각해 보면 이 역시 상당히 중요한 일인데. 물론 그 동안 이런저런 일로 정신이 없던 것은 맞지만··· 나는 작게 혀를 차며 내 정보를 확인했다.


작가의말

생각해보니 주인공 아직 페널티 다 못뗌...ㅋㅋㅋ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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