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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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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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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1.11.0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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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농업혁신9

DUMMY

"형님, 괜찮으십니까?"


걱정스럽게 물어오는 사혁의 모습에 설차는 그저 웃으면서 괜찮다고 답했다.


"허... 장관 자리를 하나 박탈당했는데도 그렇게 웃을 수 있소? 참 속도 편하시오"


"어차피 돌려줬어야 하는 자리다. 몇 달 일찍 반납했다 해서 문제될 건 없지 않겠느냐?"


사혁은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게 문제가 아니잖소. 잘못하면..."


"또 한 번의 숙청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차의 담담한 말에 사혁은 되려 불안해하며 주위를 슬며시 돌아보았다. 당연하게도 아무런 기척이 없자 사혁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참, 간도 큰 양반이우."


"또 다른 대숙청은 없을 것이라는 걸 뻔히 아는데 간이 크고 말고 할 게 뭐 있겠나?"


"장담할 수 있소? 전하... 저리 온화해 보이셔도 무서운 분이시우"


"음, 전하께서는 쓸 데 없이 피를 보는 성격은 아니시다."


그 증거로 그 때 한 번의 대숙청 이후로 피를 본 적은 거의 없다시피 했지. 설차는 잔잔히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첫 번째 대숙청도 어느정도 계산이 서 있으셨기에 한 것 뿐이다. 그리고 지금 대숙청을 진행해봐야 전하께서는 얻으실 것이 없다."


이제야 행정의 공백이 조금씩 메꿔지는 판인데 여기서 대숙청을 감행한다? 그렇다면 애써 건립한 학교나 이제서야 관직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의 길을 막아버리는 셈이 된다.


즉, 지금만큼의 행정력을 복구하는데 적어도 15년 이상은 낭비해야 한다는 계산이 섰다. 그리고 설차가 파악한 지영은 절대 그 시간을 낭비하려는 성격이 아니었다.


"으음..."


"내가 처벌받은 것 때문에 많이들 오해할 수도 있으나... 이건 숙청이 아니라 처벌이다. 애초에 그를 잘 못 보고 청장에 올린건 바로 나였지. 그리고 그의 직속상관도 바로 나다. 당연한 수순이었어.


너도 전하께서 상과 벌이 확실하다는 것 정도는 알지 않느냐?"


그 말에 사혁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영은 유능해 보이거나 공적이 있으면 바로바로 그에 맞는 보상을 주었다. 그게 금전적인 것이든 아니면 승진에 관한 것이든.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진하 소장이지... 지금 부상 때문에 진급식이 미루어지는 것 뿐 원래는 궁기병 참모를 맡기면서 중장 진급식도 같이 이루어질 예정이었긴 했어."


분명 호랑이만 없었어도 그리 되었을 테지. 사혁은 어이가 없었다. 창창한 무장의 앞길이 호랑이 때문에 턱 하고 막히다니? 물론 아예 막힌 것은 아니지만... 완전히 치유되었을 시점이면 그의 후배들과 더 빡세게 경쟁해야 하니 막히긴 막힌 셈이었다.


"그렇다니 안심이지만..."


"원래 한 번의 큰 공포가 기억속에 오래 남는 법. 전하께서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계신 듯 하더군"










내가 간단히 세안을 하고 나오자 비서실장이 이미 수건을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아, 고마워요. 이 실장”


“전하, 오늘은 학교 개교식이 있습니다.”


“아, 그게 오늘이었군요.”


“박 전 비서실장도 참여한다고 했었죠?”


내 말에 이 실장은 살짝 난처한 기색으로 답했다.


“의부께서는 몸이 편찮으십니다. 하여 참석하지 못 한다는 말을 대신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하긴··· 그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그럴 수 밖에 없겠지.


“무리 말고 몸 조리 잘 하라고 전해주세요.”


“예, 전하.”


나는 얼굴을 닦은 후 옷을 갈아입었다. 깔끔한 정복으로 갈아입은 후 간단히 아침식사를 한 후 학교 주변을 살짝 돌아보았다. 이전에도 보았지만 정말 잘 지은 건물이었다. 아직 고층건물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는 서울에 이게 떡하니 있으니 진짜 랜드마크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 경쟁률이 심했다지요?”


“예, 전하. 심하게는 28:1인 학년도 있었다고 합니다.”


“허··· 고가 알기에는 한 학년에 300명 정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러면 300x28이니까 8,400 명이 지원한 꼴이 된다. 그것도 그 어린 애들을. 솔직하게 까놓으면 진짜 배 곯지 않는 애들의 부모는 죄다 학교에 지원했다고 봐도 될 것 같았다.


“허··· 참. 정말 대단한 열기군요. 좋은 일이지요.”


어차피 올해가 아니어도 내년, 내후년도 있으니 그 때도 지원해 주었으면 좋겠다. 우선은 초등 1학년 입학 나이가 6~9세로 정해져 있기도 하거니와 매년 종합평가 하위 20%의 학생들은 추가시험을 보고 평가해 퇴학시킨다. 쉽게 말해 매년 자리가 난다는 것.


이 자리는 월반, 편입 등의 추가적인 인원들이 메꾸어 주겠지. 애초에 초중등 학교는 무상교육이기 때문에 집에 군식구 줄이려는 꼼수를 막기 위해 정해진 규칙이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쯤 되면 집에서도 농업 인력으로 써먹을 수 있기 때문에 고등학교부터는 없는 규칙이었다.


“그렇습니다. 사실 제 아들놈도 입학했습니다.”


“호오, 이 실장님의 아들도요? 몇 학년으로 입학했습니까?”


“2학년입니다. 애가 저를 닮지 않아 머리가 똘똘하니 어떻게 입학하더군요.”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잠시만. 그럼 입학식인데 부모란 사람이 이곳에 온 거야?


“이 실장, 그럼 휴가를 내지 그러셨습니까.”


“하하, 전하를 모시는 게 제 유일한 업무 아닙니까? 그것마저 남에게 미루면 제가 뭐가 되겠습니까?”


아니, 이 사람아. 애 첫 입학식인데 그걸 안 가준다는 게 말이나 되나? 나는 이마를 찌푸리며 곧바로 임시 휴가증을 작성했다.


“자, 가지고 가서 오늘 하루는 가족하고 보내세요.”


“정말 저는 괜찮습니다, 전하. 오늘같이 중요한 날 제가 전하를 모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 길게 끌기도 싫었다. 그냥 빨리 가셔.


“어어어어? 지금 고의 호의를 거절하는 겁니까? 빨리 받고 가세요. 지금 가면 안 늦을 겁니다. 비서실에 비서실장 혼자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이미 일정은 숙지하고 있으니 빨리요.”


“아무리 그래도···”


“아아아아 팔 아파. 아이고, 동네 사람들 여기 좀 보소! 비서실장이 국왕 팔 뽑는다! 아이고오오!”


내가 지랄을 하자 그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 바들바들 떨리는 휴가증을 공손하게 받았다.


“그, 그럼 염치 불구하고 오늘 하루만···”


“정말 괜찮으니 빨리 가세요. 이런 감격스러운 날에 아버지가 함께하지 못한다면 아들이 얼마나 슬퍼하겠습니까?”


내 말에 그는 입에 미소를 잔뜩 내건 채로 인사와 간단한 인수인계 후 빠르게 사라졌다.


“아, 부인”


그녀를 바라본 나는 순간 멈칫했다.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노란 저고리에 반투명한 보랏빛 겉옷이 치렁거렸다. 치마 또한 보랏빛이 은은하게 맴돌았는데 그것 또한 굉장히 우아해 보였다. 머리 장식 역시 길게 늘어뜨린 생머리에 여러 옥 장식들이 더해졌는데 과하지 않아 오히려 보기가 좋았고 길게 늘어뜨린 검은 머리는 그녀의 하얀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해 주었다.


활동하기 좋은 활동복 차림의 그녀도 아름다웠으나 이렇게 꾸며놓고 보니 진짜 예쁘긴 예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랄까··· 츄리닝만 입고 사는 미녀를 각 잡고 꾸민 느낌이었다.


“오늘따라 더욱 눈이 부시는군요.”


“오늘따라 더욱 느끼하시군요.”


··· 나 평소에 느끼했나? 아니, 말을 말자. 굳이 알고싶지는 않으니까.


“헌데 이 개교식이라는 것에 소녀도 참여해야 하는 것인가요?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그녀는 불편한 듯 겉옷을 치우려 했으나 뒤의 시녀는 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의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한국의 국모 아닙니까?”


“그런가요···?”


“그럼요. 궁에만 쳐박혀 있는 국왕이나 왕비가 어떻게 나라의 아버지요, 어머니겠습니까? 바깥 사정은 알지도 못할 것을. 적어도 이런 큰 행사에는 얼굴을 비추고 신민들의 삶을 살펴야 한다 생각합니다.”


그녀 역시 딱히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던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임으로서 대답을 대신했다.


“자, 갑시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개교식 장소로 이끌었다.


“국왕 전하께서 입장하십니다. 모두 정숙해 주십시오!”


나는 단상에 서서 입학생들과 그 학부모들을 죽 둘러본 후 입을 열었다.


“불타는 교육열을 가지고, 그 누구보다 눈부신 재능을 가지고 이곳에 오신 입학생, 그리고 학부모 여러분 진심으로 입학을 환영합니다. 이렇게 교육에 관심을 가져 주신 신민 여러분이 많다는 것이 고는 굉장히 기쁩니다.


오늘은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바로 우리 한국에 제대로 된 체계적인 교육 기관이 설립된 날이기 때문입니다. 강성한 한국을 위한 백년대계의 첫 걸음, 그 발걸음에 많은 신민 여러분의 열기와 성원이 함께하니 한국의 국왕으로서 고는 굉장히 기쁘고 감격스럽습니다.


돌이켜 생각하면 우리 인간의 문명이 지금까지 이른 데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탐구와 연구, 발견이 있었습니다. 불을 발견하고 불 피우는 방법을 알아냄으로써 칠흑 같은 어둠과 싸늘한 추위를 극복하였고 돌을 갈아 우리의 손을 대신할 도구를 만들기 시작하였으며 기둥과 벽을 세워 어둡고 축축한 동굴을 벗어나 아늑한 삶의 터전을 짓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인간을 발전시킨 것은, 인간이 낼 수 있는 힘을 발전시킨 것은 바로 지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지식을 배우고 받아들여 인간은 지금에까지 이를 수 있었습니다. 태초에 인간은 모든 것을 무서워하였으나 지금 세상의 중심이 되게 한 것은 바로 지식이었습니다.


입학생, 그리고 학부모 여러분, 우리 한국 역시 지금 태초의 인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바다 건너 세상을 무서워하고 있으며 대륙의 발전된 기술과 지식을 동경하며 그 힘에 두려워 벌벌 떨고 있습니다. 북방 유목민족의 기마대가 올까 노심초사하며 과연 내일은 한 끼를 제대로 먹을 수 있을지 안절부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상황을 벗어나고자 이 학교를 세웠습니다. 강자의 힘이 아닌 약자의 지식으로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이 길은 온갖 고난과 고초가 가득할 것이 분명하지만 우리의 열의와 절박함이라면 극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해 하나가 되어 지식을 발전시키고 계승시킨다면 이 열세를 뒤집고 우리가 우뚝 서는 날이 분명히 올 것이라 고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 날이 오기까지 우리는 끝없이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하다면 우리는 언젠가 이 모든 것을 뒤집을 것입니다.


지금 여기에 서있는 그대들이야말로 역전의 첨병입니다! 이전의 나약함을 극복하고 새로운 강함으로 무장시킬 우리나라의 새로운 기둥들입니다! 그러니 입학생, 그리고 학부모 여러분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약해지지 마십시오! 그리고 최후의 최후에 끝끝내 떠오를 밝은 태양을 다 함께 맞이합시다!”


작가의말

학교종이 땡땡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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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양면5 +4 23.03.24 238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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