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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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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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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7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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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농업혁신6

DUMMY

휘이이잉


찬 바람은 한 치의 자비도 없이 내 살결을 파고 들어왔다.


“전하, 이거라도 더 걸치십시오.”


이미 내 몸은 몇 겹의 털옷으로 둘러진 상태였지만 나는 그가 내민 털옷을 받아 한층 더 두껍게 여몄다. 바람이 계속 미친듯이 불다 보니 입을 열기만 하면 찬바람이 폐에 직빵으로 쳐박히는 느낌이라 말을 하기도 어려웠다.


“워, 원래 날씨가 이리 추··· 흐흡..”


“그렇진···”


무혁 역시도 찬바람이 불어오자 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래, 내가 봐도 이건 대답하기보다 다무는 게 맞아.


“꺄하하핫!”


나는 멍하니 긴 장발을 휘날리며 말을 달리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옷도 그렇게 안 두꺼워 보이는데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멀쩡하게 있을 수 있지?


“전하께서도 이리 오세요!”


안 가면 안 될까요? 라고 하기엔 주변에 너무 많은 눈이 있었다. 나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마냥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내 차디찬 얼굴을 봤는지는 몰라도 그녀는 살짝 웃으며 내게 사과했다.


“죄송해요, 전하. 오늘 날이 좀 쌀쌀하죠?”


“···”


뭐요? 쌀쌀이요? 내가 감히 말하건데 역대급 한파가 온 것보다 지금이 더 추운 것 같다. 난 처음으로 내 신부에게 온도를 느끼는 세포가 고장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분명히 그냥 사냥할 때 입는 가벼운 옷에다가 털 망토를 둘렀을 뿐인데?


내 반응에 그녀는 아련한 눈길로 북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 간만에 고향에 온 것 같고 좋네요.”


“···뭐가요?”


아, 속으로만 생각한다는 거 까먹었다.


“날씨가요.”


씁··· 이거 잘못하면 겨울마다 감기 달고 사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겨울철 사냥은 좀 자제하자고 해야겠어. 아니면 의류 기술을 좀 발달시키던지···


나는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데운 술병을 홀짝였다. 옛날에 무협소설 같은 거 읽을 때 데운 술 먹는거랑 물 먹는거랑 무슨 차이야? 그걸로 몸이 데워져?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아주 효과가 없는 건 아니더라고. 버프 효과 주는 포션마냥 쿨타임 돌 때 마다 먹어주면 나름 살 만 한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바람이 불면 싸늘한 냉기가 온 몸 구석구석 퍼지는 건 똑같았지만.


그런 나와 다르게 그녀는 말 위에서 현란한 자세를 취하며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난 내가 스스로 말을 썩 잘 타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기마술을 보자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모든 유목민족이 저런건가? 그렇다면 향후 북방 정책을 대거 수정해야 했다. 다수의 유목기병, 혹은 그에 준하는 기병을 양성하지 않는 한 화약이 나오기 전까지는 북벌의 북 자도 꺼내지 못 할 것 같다.


머리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북방 기병의 화려한 기마술과 몸에 익고 익은 기동전술과 전략, 그것이 제대로 발휘된다면 보병 위주인 아군은 허무하게 전투불능 상태가 되겠지. 진하··· 라고 했던가? 그가 왜 충격을 받아 그런 보고서를 올렸는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그는 이것이 최소한의 조치라고 생각했고 나 역시 이제는 그 생각에 동의하니까.


“전하! 같이 달려요!!!”


손을 흔들며 나를 부르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웃으며 말을 박찼다. 우선은 그녀와 함께 사냥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그것이 첫째였다. 골치아픈 일은··· 잠시 잊어도 되겠지.









집무실에서 서류 업무를 보고 있자니 문을 가볍게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비서실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하, 진하 소장이 왔습니다.”


“아, 들어오라 하세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이 열리며 그가 성큼성큼 들어왔다. 대충 180은 살짝 넘어보이는 키에 옷 너머로도 그 육체의 강건함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사람같지 않게 머리는 짧게 잘려 있었으며 조금 실없어 보이는 얼굴과는 다르게 눈동자는 고요한 바다와 같았다.


“아, 그대가 진하 소장이군요. 육군장관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보고서 역시 잘 읽어 보았고요. 계속 만나고 싶었는데 지금에서야 만나는군요.”


내 말에 그는 잠시간 침묵하더니 이내 경례를 하며 답했다.


“충성, 국왕 전하를 뵙습니다.”


역시··· 내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결정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겠지. 나 역시도 내가 그 상황이었으면 그랬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한국의 부는 무한하지 않으니까.


“하하, 자 앉으세요. 오늘은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군요.”


그래도 명색이 국왕인지라 내 제안을 거절하기엔 그랬던지 그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애초에 장군들은 나에게 기본적으로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남연해주 주둔군 철수 이전에 군을 위해서 이것저것 움직인 것이 많으니까. 그리고 숙청에서 내 편에서 참전하기도 했었고.


“우선은 고생하셨습니다, 진 소장. 그대의 부대의 분투에 힘입어 고와 각료들은 많은 것을 시도하고 이루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대와 그대의 부하들이 없었다면 이는 불가능 했을 겁니다.”


내 말에 그는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그저 임무를 수행했을 뿐입니다, 전하.”


“그저 맡은 바 일을, 그저 할 일을, 그냥 사람답게 사는 그 평범하디 평범한 행위조차 상황이 어려워지면 너무도 쉽게 손에서 놓는 것이 사람입니다. 하지만 진 소장은 그러지 않았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존중받을 만 합니다.”


“그 존중을 더 많은 이들이 받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바로 치고 들어오는 그의 답변에 나는 살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그가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자리에서 솔직하게 밝혀 준 것도 굉장히 고마웠다. 뒤에서 뒷담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직접 물어보는 쪽이 나한테는 더 좋고 편하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남연해주 합병은 계획되어 있던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생각도 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정확하겠군요. 우리는 그에 대한 그 어떠한 예산과 물자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쿠키를 하나 집어먹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현지의 반발이 그렇게 심할 것이라고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기껏해야 몇 십명 단위의 작은 마적 정도를 생각했는데 그들이 정규군 규모로 움직일 것이라는 것은 부끄럽게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지요. 그러한 요소들이 결과적으로 우리가 남연해주 문제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를 하고 싶군요.”


“···”


그는 입술을 꾹 다물고 그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진 소장, 섭섭한 것은 이해합니다. 조금 더 신경을 쓰지 못한 고의 잘못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정말 그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만일 이번 겨울을 북방에서 보내야 했다면 주둔군의 피해는 더 커졌을 겁니다.”


까놓고 말해서 겨울용 옷을 보급할 재원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유난히 추운 겨울에 북방 주둔군이 계속 잔존한다? 모르긴 몰라도 추위로 인한 비전투손실이 엄청났을 것이다. 그리고 남연해주의 유목민족들은 계속 우리의 전력을 갉아먹었을 것이고.


조금 늦은 감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난 아직도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고 있었다.


다시 생각하니 정말 암울하기는 하다. 확장전쟁도 아니고 새로 받은 자국 영토조차 감당을 못 하는 상황이라니.


강력한 군사력을 상징하는 두 마리의 매, 국왕의 권위와 권력을 상징하는 왕관과 보랏빛 배경, 한국의 위상이 사해로 퍼져 나가는 것을 상징하는 푸른빛 욱광, 그리고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는 황금빛 벼 이삭까지.


우리 국기에 담긴 의미와 현실은 너무나도 달랐다. 아, 그나마 내 권력이 거의 절대적이라는 부분에서 왕관과 배경은 얼추 맞아 떨어지나?


여튼 그도 내가 계속 낮춰서 이야기 하니 이 문제를 더 끌고 가는 것은 좋지 못하다고 생각했는지 그제서야 굳어있던 얼굴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하긴, 늘 그렇듯이 그들과 유가족들에게 충분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의 성의 표시는 하였다. 이 정도도 다른나라는 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을 때 높은 가산점이 있었겠지.


“이젠 느긋하게 이야기 해 볼 수 있겠군요, 진 소장. 먼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만”


“하문하십시오.”


“북방의 기마술이 어떠했습니까? 물론 고도 본 것이 있고 들은 것이 있지만 아무래도 장군들 중에서는 진 소장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


내 질문에 그는 잠시간 침묵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감히 말씀드립니다만··· 아군 기병 3천으로 적 기병 천을 당해내기 힘들 겁니다.”


지금 한국의 병력들은 대다수가 정예병이다. 충분한 훈련과 몇 번의 실전 경험을 가진 베테랑 전사들. 그리고 그것은 기병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기병을 상대로 3:1의 교환비를 점친다고? 그가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지는 않을 테지만 그래도 좀 충격적이었다.


“그들이 그리 강합니까?”


“그들의 기마술과 궁술은 가히 천하제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기동력과 사격이 더해지면 사실상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게 됩니다. 실제로도 제 군사들도 그렇게 많이 다쳤습니다.”


하긴··· 만약에 서연이 정도의 기마술을 가진 기병이 우르르 몰려다닌다고 생각하니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그래서 고구려에 군사고문단 파견을 요청하자는 보고서를 올렸군요.”


“그렇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궁기병 양성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들었습니다만”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궁기병이 개마무사보다는 양성이 쉬울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자원 소모 역시 적을 테고. 솔직히 다른 건 큰 문제가 아닌데 말이 문제다. 말 자체가 비싼 동물인데 그 말 중에서 좋은 혈통을 골라 훈련시킨 군마는 정말이지 비싸디 비싼 몸이다.


현대를 예로 들자면 말은 그냥 자동차에 비유하고 군마는 외제차 즈음에 비교하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명마라고 불리우는 것들은 람보르기니 뭐 그런 명품 업체의 자동차 정도면 이해가 딱 된다. 그런데 이게 자동차처럼 한 필만 있으면 되는 것도 아니고 최소 3필은 있어야 한다.


만약 그게 개마무사처럼 중갑기병이라면 말이 일찍 지칠 테니 여분의 군마가 더 필요해질 테고. 안타깝게도 그 정도까지 큰 지출을 할 정도로 개마무사가 아직은 끌리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적들이 궁기병을 쓴다면 우리도 궁기병을 써야지요. 어쩌면 가장 간단한 전략 아닙니까?”


“충분하지 않을 겁니다.”


확신에 가까운 그의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말씀을. 어떻게 전술적으로 그들의 기동과 기마궁술에 대등하게 끌어올린다고 해도 전략적인 부분은 전혀 따라갈 수가 없다. 유목기병 특유의 그 기동력을 잠깐도 아니고 지속해서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어쩔 수 없지요. 부족한 부분은 다른 부분에서 보충하는 수 밖에는···”


이미 우리는 기계식 십자궁과 같은 신형 대 기병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만약 이들 무기가 개발되고 궁기병의 양성에 성공한다면 적어도 대 기병 병과가 두 개는 생기는 셈이다.

한국-국기-최종본(진짜).png

한국 국기입니다! 그동안 보지 못하셨던 보라색 맛 한국!

동아시아6(외교관계-최적화).png

그리고 현 시점 지도입니다. 사실 저기에 동맹 여부도 넣고 싶었는데 이미지를 아직 찾지 못했어요...ㅠ 그래도 보시는데 문제는 아마 없을 겁니다... 아마...


작가의말

대체역사에 지도나 국기가 없는 걸 용납할 수 없어서 만들었습니다. 이럴땐 제 손이 똥손인게 원망스럽네요. 몇몇 국기들은 현대의 국기들을 가져오거나 창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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