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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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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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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8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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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남북동맹15

DUMMY

“이건···”


“아국에서는 미늘창이라고 부르는 무기입니다.”


그가 내민 것은 대충 2.5M의 길이의 미늘창이었다. 길게 쭉 뻗은 창 끝에 마치 도끼날이 달려있었고 반대쪽에는 기병을 끌어내리기 위해 있는 것 같은 끌개가 달려있었다.


“이것을 사용한다면 그동안 취약했던 기병에 대해 조금 더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생산비용은 조금 비싸지겠지만 충분한 가치가 있는 무기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장창처럼 아주 길지 않아 대인전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도끼날은 적 방패를 효과적으로 부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아국 신민의 대부분이 농사를 짓는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내려찍는 공격이 조금 더 능숙함 역시 기대해 볼만 합니다.”


나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동아시아에서 지금 보여준 미늘창보다 월등히 긴 장창을 사용한다는 보고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의 미늘창으로도 거리싸움에서 질 일은 딱히 없겠다 싶었다.


그리고 방패에 대항하기 위한 도끼 역시 좋았다. 과연 그동안 쌓인 데이터는 헛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보조로 검과 방패 역시 지급할 예정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검과 방패를 들어 보여주었다. 검은 대략 1m 길이의 양손검으로서 찌르기와 베기 모두 가능한 범용성이 높은 검이었고 방패는 지름이 대략 25~30cm 정도 되는 원형 방패였다. 방패 손잡이의 모습을 보니 대강 팔에 매다는 형태의 방패인 것 같았다.


“만일 적이 접근한다고 하면 검과 방패를 이용해 난전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습니다. 전하께서도 아시겠지만 검과 방패를 같이 쓰면 쉬이 당해낼 수가 없습니다.”


그건 맞지. 방패 하나가 추가됨으로써 적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빈틈을 노리기가 월등히 쉬워진다. 만일 적에게 접근한다고 하더라도 방패로 막는 그 순간에 빠르게 거리를 좁힐 수 있다.


“좋군요. 그 이외에는 더 있습니까?”


“제 개인적으로는 방금 전의 장비를 가진 보병, 적 기병에 더 효과적으로 대항할 장창병, 그리고 궁병과 기병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궁병 같은 경우에는 이번에 고구려의 활 몇 개를 입수했기에 이를 분석하고 있고 기병의 경우엔 아직 조금 더 생각을 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가 제시한 것은 나쁘지 않았다. 일반적인 보병 같은 경우에는 어느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대응력을 충분히 갖추었고 적 중기병의 돌격에 대항하는 장창병의 편제까지 마음에 들었다. 궁병 역시 마찬가지. 고구려의 활은 세계 최고의 활 중 하나다. 물론 대체적으로 유목민족의 활은 세계에서 손에 꼽는 활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고구려 활의 가치를 깎아내릴 순 없다.


저들의 활이 좋다고 하여 우리 활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고구려의 맥궁은 가히 천하제일이라고 할만 하지요. 허나 습한 기후에 취약하고 제작단가가 비싸니 잘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 그것 때문에 고민중이기는 했습니다. 재료도 재료거니와 습기에 약한 부분이 조금 걸리는지라···”


사실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은 바로 궁수의 양성이었다. 기병만큼은 아니지만 궁병 역시 나름 고급병종이었다. 활을 원하는 곳으로 제대로 날리는 것 역시 적지 않은 훈련이 필요했고 화살 역시 비싼 소모품이었으니.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들 중 하나가 ‘엥? 화살 그냥 그거 찍어내면 되잖아?’ 인데 우선 화살을 만드는 목재도 아무거나 만드는 게 아니다. 그리고 깃털 역시 아무거나 쓰는 게 아니라 균형에 맞게 깃털을 달아야 했다. 그리고 각궁만큼은 아니지만 깃털 역시 아교로 붙이기에 습기에 신경을 써야 했다.


괜히 삼국지 연의에서 제갈량이 조조한테서 화살 십만 대를 얻어와서 주유나 노숙이 ‘우와’ 한 게 아니다. 그만큼 화살이 나름 비싸고 가치가 있었기에 나온 반응인거지.


생각해보라. 만일 그 때 제갈량이 화살 십만 대 대신 돌멩이 십만 개를 가져왔으면 어찌되었을지.


“그래서 고가 심심풀이로 설계한 게 있는데···”


나는 그에게 내가 설계한 십자궁의 도면을 보여주었다.


기본적인 모양은 조선시대에 썼던 수노기와 엇비슷한 모양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곳에 쓰이는 화살 정도겠지. 주로 이런 연발 쇠뇌의 경우엔 사거리가 짧고 위력이 약하다. 아무래도 잼이 걸리지 않게 해야 하니 어쩔 수 없는 타협이리라.


그나마 중국의 연노의 연사력과 휴대성을 조금 희생시키는 대신 사거리를 늘린 것이 바로 우리의 수노기였으나 아직은 모자랐다. 어디까지나 메인 무기가 아닌 서브무기로서 쓰인 것이다.


이 탄도와 사거리를 조금 더 안정시킨 것이 바로 나의 화살이다.

“화살에 무슨 홈이···?”


그의 말대로 나의 화살대에는 홈이 파여 있었다. 바로 공기저항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홈이었다. 화살 끝에 깃을 붙이는 이유 역시 공기저항을 일으켜 안정적인 탄도를 유지하기 위해서고 산업시대에 나온 미니에 탄 역시 마찬가지다.


그루브라고 불리는 홈을 파서 탄도를 안정시켰지. 원추형 탄환의 깃털 노릇을 한 셈이다. 그걸 화살에서라고 못 써먹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애초에 내 화살도 어찌 보면 원추형이었으니까.


길이는 대략 15cm 정도에 홈이 파인 목재 화살대에 화살촉을 꽃고 고정시키면 완성이다.


“한 번 제작해 보세요. 분명 쓸만할 겁니다. 활 그거 오래 쏘기도 솔직히 힘들지 않나요?”


내 말에 그는 침묵했다. 분명 활은 유용한 무기지만 수많은 단점 역시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난 개인적으로 궁병과 쇠뇌병을 조합하면 꽤 괜찮은 결과를 낼 것 같았다.


“이러지 말고 조만간 날을 한 번 잡죠. 결혼식 끝나고 나서 고가 직접 공방으로 가봐야겠습니다.”


“그,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제가 휘하의 관료들과 머리를 맞대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겠습니다.”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여기서 갑옷에 대한 지식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은 누구도 아닌 바로 나겠지. 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데 귀찮다고 가지 않는 사람은 아니기에 그에겐 유감스럽게도 공방에 가서 직접 제작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전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준비하겠습니다.”


“당장 지금에라도 가고 싶지만 결혼식 준비 때문에···”


내 예상과는 다르게 결혼식 준비는 상당히 복잡했다. 아무래도 왕실끼리의 결혼이니 이것저것 절차가 많았던 탓이었다.


그것보다는 내가 결혼을 안해봐서인가? 정말 묘하게도 내 첫 결혼을 이세카이에서 하게 되는구나. 생각해 보면 첫 결혼이라는 것도 웃기다. 보통 결혼은 한 번만 하는게 관념이었는데 이미 난 자연스럽게 여러 번의 결혼을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하하 결혼식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습니까?”


“생각보다 신경써야 할 것이 많더군요”


“그래도 신방에 들어가 어여쁜 새색시를 보면 그런 고됨이 모두 녹을 겁니다, 하하하. 벌써 20년 가까이 되었지만 그날 밤만큼은 기억이 생생하더군요.”


“벌써 그만큼이나 되었습니까? 오래되었군요.”


20년 가까이면··· 한 열 일고여덟때 결혼을 했단 건데. 옛날이니까 조혼풍습이 있었다고는 하나··· 아닌가? 열 일고여덟 정도면 그냥 저냥 넘어가 줄 만 한가?


“하하 벌써 아들이 열 일곱입니다.”


“벌써요···? 아니, 잠깐··· 아내분 나이가···?”


“이제 서른 다섯 되었지요?”


그는 무엇이 이상하냐는 듯이 물어왔다.


35-17=18 야, 이 씨···


경찰아저씨! 여기에요, 여기!


“저, 전하?”


나도 모르게 경멸하는 표정이 나왔나? 나는 급히 표정을 갈무리하고 다시 빙긋빙긋 웃었다. 하긴, 이 때는 이정도면 적당한 거겠지. 아직 이곳에는 지엄한 아청법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기도 했다.


잠깐만···


설마 내 신부도···?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머릿속에 한 가지 그림이 그려졌다.


포졸이가 희번득하게 웃으며 내 양 손에 차디찬 수갑을 채우는 그 모습이. 그리고 모두가 경멸하는 눈길로···


히이익


상상만 해도 소름끼치는 장면인지라 나는 팔을 벅벅 문질렀다. 내 그런 상상을 알 턱 없는 그가 이상하게 바라보는 것을 알고서야 비로소 나는 멋쩍은 웃음과 함께 팔을 원위치로 되돌려 놓았다.


“흠흠··· 그래서 아들은 무엇을 한답니까?”


“절 따라서 무장을 하고 싶답니다. 해서 이번에 보는 무관 임용시험에 응시한다고 하더군요. 제 어미가 그리 말리는데도 한다고 부득부득 우기더니 결국엔 시험을 보겠군요”


“장관의 아들이니 분명히 좋은 장군이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전하. 실은 저번 고구려로 파견간 병사 중에 제 아들놈도 끼어있었습니다. 이번에 무사히 전공을 세웠다는 편지가 왔더군요”


“허어···”


나는 묘한 눈길로 그를 쳐다보았다.


“사실 저도 얼마 전에 안 사실입니다. 갑자기 사라져서는··· 물론 저는 어느정도 예상이야 했지마는··· 제 아내가 많이 울었지요.”


“아무리 그래도 어머니한테는···”


나는 말을 하다가 문득 내 생각을 했다. 생각해보니 내가 뭐라 할 처지는 아니었구나.


나는 머릿속으로 밀려드는 상념을 떨쳐내고 그에게 말했다.


“그럼 실력이야 이미 증명된 인재로군요. 전장에서 한 번 살아남았으니”


“그래도 시험은 봐야 하겠지요.”


그렇게 말하는 그의 입가는 헤벌쭉 벌어져 있었다. 하기사 자기 자식 칭찬해주는데 싫어하는 부모는 없겠지.


“한 번 만나보고 싶군요. 장관의 아들이라···”


“시험에 합격하고 난 후에 정식으로 소개시켜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지요, 장관.”


나는 그와 자식이야기를 더 하다가 몇 시간 뒤에야 헤어졌다. 들어보니 둘째 아들은 공부를 좋아해서 지금 한창 수학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계속 실력을 쌓으면 언젠간 만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딸조차 무예를 익히고 있다는 사실은 살짝 의외였지만 실력만 있다면 그녀 역시 받아들여줄 의향이 있었다. 남녀의 벽을 깬 첫 사례로 나름 적당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내가 백 마디 말로 떠들어봐야 첫 번째 사례가 나오는 게 여성들의 사회진출에 유리할 테니까.






내가 공주를 찾아갔을 때 공주는 방금 막 결혼식의 연습이 끝났는지 의자에 걸터앉아 쉬고 있는 듯 했다.


“결혼식 연습이 많이 힘들지요?”


“마땅히 해야 할 일인데 힘들고 말고가 있겠습니까? 전하께서도 한창 연습중이시라 들었습니다.”


그녀의 말대로 나도 요새 들어선 식순에 따라 연습중이었다. 그렇다고 엄청 힘든 연습은 아니었다. 그냥 결혼식의 예법을 익히는 것이니.


“헌데 공주, 고가 예전부터 묻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무엇입니까?”


“혹시··· 나이가···”


내 질문에 그녀는 ‘뭐 이딴 놈이 다 있지?’ 라는 표정으로 툭 내뱉어 주었다.


“이제 열 여덟입니다.”


아··· 철컹! 철컹!


작가의말

철컹철컹엔딩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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