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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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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2024.04.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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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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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77,459

작성
21.09.16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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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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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남북동맹12

DUMMY

한국은 수운이 발달한 나라다. 조선때도, 고려시대때도 수운은 중요한 국가 유통망이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 쌓인 반도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육로보다는 수로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굳이 육로를 설치하는 이유는 정말 간단했다. 언젠간 확장을 하다 보면 수운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고 또한 아무리 수운이라고는 하나 내륙지방까지는 닿지 않는다는 점.


전자의 문제보다는 사실 후자의 문제가 컸다. 자칫하면 물자가 해안지방에서만 돌 수 있으니까. 적어도 해안에서 내륙으로, 내륙에서 내륙으로 갈 수 있는 도로망은 상업 발전에 있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수리 시설은 잘 지어지고 있습니까?”


“현장의 관료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엎어야 할 부분도 있고··· 여튼 여러 부분에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그나마 예산이 풍족하게 주어진 덕분에 농민들의 반발을 어찌어찌 무마할 수 있었습니다.”


“불만이 없을 수야 없겠죠··· 아무래도”


“땅이라는 의미는 그만큼 크니까요.”


맞다. 전근대 시대, 특히나 이 동북아에서는 땅과 쌀이 주는 이름값은 남달랐다. 그저 먹고 살기 위한, 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와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래도 지지도가 폭락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여러가지로 노력했다고는 하나 아직은 이 땅의 대중들에게 각인된 것은 모자라겠지. 그런 와중에 땅 문제가 벌어졌으니···


“장관은 어찌하고 싶습니까?”


내 말에 그는 눈을 살짝 감았다 떼고서는 말했다.


“제 생각에는 한 발자국 물러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일정 지역부터 수리시설을 제대로 확충한 다음에 전하께서 준비하신 묘수를 베푼다면 타 지역의 백성들 역시 반발이 누그러들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환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기, 평양, 충청 이 세 지역을 우선적으로 진행하시고 남는 여력은 모두 도로망 건설에 투자하도록 하세요.”


“전하, 그리고 또 요청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마차철도의 건설에 필요한 철제 궤도가 모자랍니다. 생산 증대를 요청 드리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철도의 역사는 굉장히 오래되었다. 가장 오래된 기록이 기원전 600년이었고 그리스, 로마, 중국, 독일, 영국 등에서 아주 잘 써먹었다.


그런 좋은 물건을 우리라고 써먹지 말란 법도 없었기에 나는 마차철도 건설을 강행했다. 지금 철의 품질은 산업시대나 현대의 것에 비하면 싸구려 그 자체지만 마차 자체가 증기기관차에 비해 현저히 가벼우니 레일이 견딜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였다. 실제로도 실험을 통해 충분한 내구성을 증명해냈다.


“시간이 좀 걸릴 것입니다, 장관. 안 그래도 새로운 제철소를 만들 계획이기는 했습니다만”


“언제쯤 완공됩니까?”


“최소 반년은 기다려야 할 겁니다. 새로이 얻은 실험 결과를 모두 적용해서 건설하는 것이라 서요.”


새로 얻은 실험, 그것은 바로 강철의 대량생산이었다.


아니, 정정. 대량생산이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한 생산력이었으니까 그냥 ‘생산’ 정도로 하자.


베세머 전로. 정말 간단하게 설명하면 용광로에서 막 녹여낸 뜨끈뜨끈한 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공기나 산소를 불어넣어 탄소 함유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역사에 획을 그은 방법이니만큼 나 역시도 이 정도는 알고 있었다. 점토나 백운석으로 마감된 전로 안에 쇳물을 넣고 산소를 불어넣어 강철을 만든다. 대충 들으면 알다시피 굉장히 싸고 단기간 내에 강철을 양산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지난번 실패를 통해 전로사업은 사실상 좌절될 뻔했으나 유현철은 발상을 전환했다.


50KG의 철에 산소를 불어넣을 수 없다면 10KG의 철에 산소를 불어넣는 전로를 다섯 개 만들자!


그리고 이 얼핏 보면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발상은 실제로도 효과를 거두었다. 10KG 정도의 쇳물은 수력이나 인력을 이용한 풀무로도 충분히 감당 가능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중요한 것은 강철을 싸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솔직한 말로 고로나 전로를 크게 만드는 것도 우리에게는 벅찬 과제였다. 차라리 소형으로 만들어 제작기술을 축적하는 게 오히려 좋지. 어떻게 하다 보니 잘 풀린 셈이다.


해서 개성에 한 번에 강철 5톤을 생산할 수 있는 제철소를 지금 건설 중에 있었다. 10KG짜리 소형 전로 오백 개가 설치된 제철소란!


만들어지기만 하면 얼마간은 강철 문제는 없을 것이다. 적어도 강철을 만들어낼 제철소가 모자라다는 소리는 하지 않겠지.


“최대한 빨리 공급이 원활해지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들려옵니다. 길을 닦는 속도에 비해 철로를 놓는 속도가 너무나도 느립니다.”


“제철소의 건설을 조금 더 독려하도록 하지요.”


“알아주시니 감사합니다, 전하”


재무장관이 다음 내용을 보고하려는 듯이 서류를 뒤적거리던 그 순간이었다.


“전하, 고구려의 공주입니다.”


“하하, 벌써부터 신혼 분위기를 풍기시는 겁니까?”


“그런 건 아닙니다.”


나는 짓궂은 표정으로 물어오는 재무장관을 어떻게든 떼어낸 후 그녀와 마주했다.


“무슨 일입니까, 공주?”


“제 지아비가 될 사람을 만나지 못할 사람인가요, 제가?”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업무가 조금 바빠 신경을 못 써드린 것 같군요.”


“소녀와 잘 지내는 것도 업무의 일종 아니었나요, 전하?”


그녀의 당당한 말에 나는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지 못했다. 참 당당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저렇게 할 말 다 하면서 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마침 점심을 먹을 시간이기는 하군요, 식사 안 하셨으면 같이 하실까요?”


“예, 전하”


나는 그녀와 마주앉아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래, 한국은 지낼 만 한가요?”


내 말에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내게 되물었다.


“제가 온 지 하루도 안 된 것 같은데요?”


“아무런 말이 없길래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거든요. 보아하니 잘 지낸 것 같은데”


“조금 피곤한 것 빼고는 괜찮네요. 아 무료한 것도 추가해서”


하긴, 딱 봐도 활기참으로 넘쳐나는 그녀가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심심할 만도 하지.


“무료하다면 사냥이라도 가겠습니까?”


“새색시가 무슨 사냥을 가나요? 조신하게 궁에 있어야지.”


···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는 한 번 더 물어봐주기를 원하는 눈으로 나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기에 나는 그녀가 원하는 말을 해 주었다.


“사냥으로 이곳 사람들과 친밀해진다면 그것 또한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이 나라의 국모라면 당연히 여러 사람들을 알아야겠지요.”


“흠흠··· 전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계속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호호···”


난 너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여기까지.


“그 외에도 공주가 하고 싶다면 여기선 못 할 것이 없습니다. 공주도 왕족이라고는 하나 결국에는 사람. 사람이 즐길 건 즐기고 살아야지요”


“저 역시 그 말에 동의해요. 사람이 말라 죽을 일 있나요.”


“이야기가 통하니 좋군요. 공주의 이런 생각을 많이들 본받으면 좋을 것을”


“어머, 제 생각보다는 전하의 생각을 본받아야지요?”


그렇게 생각보다는 잘 맞는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주방장과 그 휘하의 요리사들이 음식을 상에 차리기 시작했다.


“이건··· 또 새로운 음식이네요.”


나는 약간 누리끼리한(?) 소스에 파묻혀 있는 면을 젓가락으로 집어 흡입했다.


“이건 크림 파스타라는 음식입니다. 고가 직접 만든 음식이죠.”


미안, 크림 파스타를 처음 만든 누군가.


그녀는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이 신기했는지 이리저리 구경하고 있었다.


“이건··· 면 인가요?”


“이런 면 요리는 처음이지요?”


“예··· 한국엔 정말 신기한 것이 많군요. 아니, 전하가 있기에 신기한 것이 많아진 것일까요?”


당연한 말이지만 후자가 정답이다. 내가 이곳에 와서 굉장히 슬펐던 것은 바로 먹을 것이 많이 없다는 것이었다. 현대의 조미료나 여러 식재료가 없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먹을 것이 이다지도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요리책을 하나 쓰고 있었다. 내가 기억나는 음식들을 하나하나 만들어가면서 쓰는 재미가 또 쏠쏠했다.


“이 맛··· 우유인가요?”


“우유로 만든 것이기는 하지요?”


“고소하고 부드럽네요··· 맛있어요. 이걸 전하께서 만드셨다고요?”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만든 건 여기의 주방장이지요.”


“하지만 전하께서 만들어내셨다고 하셨잖아요”


“요리가 취미인지라. 지난번의 샌드위치도 먹을 만 했지 않습니까?”


“음식을 하는 남자는 처음 봐요···”


하긴, 이 시대는 남자가 요리하는 것이 굉장히 이상하게 비추어질 수도 있는 시대다. 끽해야 아픈 아내를 먹여살리기 위해 죽을 하는 남편 정도가 있으려나?


물론 내가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냥 잘하는 것 하면서 살면 그걸로 좋은 거지.


“그래도 입맛에 맞으니 다행이군요. 흠··· 고구려에도 맛있는 음식이 있습니까?”


“맥적이라고 드셔보셨나요?”


“맥적···?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군요.”


“고기에 장을 발라 굽는 음식인데 정말 맛있어요. 부드럽고 냄새도 안 나죠.”


아, 그렇게 말하니까 대충은 기억나는 것 같기도 하다. 분명히 불고기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음식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갑자기 그렇게 생각하니까 꼭 먹고 싶네.


“언젠가 같이 먹으러 가고 싶어지는군요.”


그녀는 내 말에 꼭 꿈꾸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꼭 그런 날이 오면 좋겠네요···”


으음··· 이거 언젠가는 고구려에 한 번 정도 같이 다녀올 필요성도 있는 것 같다. 타지에서 평생을 살아가게 될 그녀인데 고향 방문 한 번 해주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나는 언젠가 그녀와 함께 고구려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왜 그녀의 앞에 있던 파스타는 흔적만 남기고 사라졌을까?


내가 생각하던 도중 파스타를 다 먹은 것이 민망했던지 그녀는 얼굴을 살짝 붉히고 접시를 슬며시 내밀었다.


“혹시··· 조금만 더 주실 수 있나요?”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공주님. 금방 대령하겠습니다.”


“다음부터는 조금 많이 준비하라고 하지요.”


“··· 저 평소에는 그렇게 많이 안 먹어요. 처음 먹는 음식이라 그만···”


작가의말

크기를 작게 많이 하면 풀무의 힘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

못한다고요? 그 정도까지 처참하진 않겠죠. 실제로 고대에 베세머 전로의 원리와 동일하다고 해도 좋을 초강법이라는 강철 제련법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65 아스리온2
    작성일
    21.12.12 06:53
    No. 1

    마차철도는 탈선에 리스크 때문에 말이 것는 속도로 움직었기때문에 많이느렀습니다 이 이유로 역마차 등 에게 겅쟁력에서 밀렸고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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