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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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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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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9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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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남북동맹10

DUMMY

그녀는 묘한 표정으로 책장을 뒤적였다. 평소의 그녀답지 않은 굉장히 산만하다고 볼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마마, 한국의 왕제라는 자는 어떻사옵니까?"


"그걸 갑자기 왜 묻는 거지?"


"지금 그의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었사옵니까?"


궁인의 그 말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껏해야 며칠을 만났을 뿐이건만 그녀의 속에는 어느새 지영이 강하게 각인된 상태였다.


"신기한 사람이더군"


이 감정은 결코 사랑이 아니다. 그녀는 그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한 눈에 반한다는 이야기도 세상에 아예 없을 것은 아니지만 결코 흔한 일은 아니었고 지영과 그녀의 사이에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영은 모든 면에서 달랐다. 작은 동작 하나하나가 달랐다.


'이질적인 남자였지...'


마치 매일 후라이드를 먹다가 하루 정도 민트초코맛 치킨을 먹은 느낌이 딱 이러할까? 모든게 새로우니 당연히 그 존재감이 강하게 자리잡을 수 밖에 없다.


"후후... 마마께서 혼인을 하는 날이 오는군요"


"혼인이라... 글쎄, 거짓말쟁이와는 혼인하고 싶지 않은데"


한국의 왕제라고? 그런 사람은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다. 물론 한국의 사정을 고구려의 공주인 그녀가 완벽하게 안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래도 한 나라의 왕족에 대한 정보가 아예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허나 한국의 사절단들은 이미 국혼의 논의를 하고 있사옵니다. 이게 거짓이라면..."


"글쎄... 저 사내는 누군가의 명을 받고 온 부하거나... 혹은..."


그녀는 말 끝을 흐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생각한 일은 일어나기 힘든 일이었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한 나라의 국왕이 여기에 직접 왔을 리는 없지...'


공주인 자신조차도 이리저리 쏘다니기 힘든 상황이다. 하물며 일국의 왕이면 오죽할까?


'하지만... 결코 작은 사람은 아니었는데...'


그녀는 의아함을 느끼며 책장을 덮었다. 사실은 이미 정답을 떠올렸었는데도.







"하하, 마음에 드시는가 봅니다."


"...글쎄다."


내 대답에 너무 성의가 없었는지 오히려 무혁이 펄쩍펄쩍 날뛰었다.


"글쎄라니요! 전 그토록 아름다운 여인을 본 적이 없습니다."


"... 그거야 그렇다 치고."


"하아... 이다지도 미인에 관심이 없으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의 반응에 나는 그저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예쁘냐고? 사실이다.


연예인 뺨치게 예쁘냐고? 글쎄, 취향에 따라선 그렇게 보일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런게 뭐 어쨌다는 거야. 어차피 난 이 곳에서 몇백년 이상은 존재할 사람이다. 그녀의 미모는 결코 낮은 것은 아니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살아가면서 몇 십명 정도는 만날 수 있겠지.


그리고 생판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남녀간의 감정이 그렇게 쉽게 싹틀리가 없지 않나. 그녀는 지금 나에게 '여친' 보다는 '여사친'에 가까웠다. 아니, 그냥 '여사친'이라고 정의해도 무리는 없다.


"그래도 재미는 있더군요."


꽤나 활동적인 성격이고 개방적인 성격인 것 같았다. 할 말 다 하면서 지내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아까도 말했지만 남녀간의 감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서로 지내면서 '친근감' 정도는 형성되어야 하지 않은가. 그런 기준에 있어서는 그녀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 했다.


"재미... 하하하..."


내 말에 그는 그저 허탈하게 웃었지만 뭐 어쩔거야, 사실이 이런데.


"서로 살면서 사랑은 안 해도 행복은 해야지 않겠습니까. 살다보면 정도 들고... 뭐, 운 좋으면 사랑도 할 수도 있겠지요. 까놓고 말해서 이 정도 되는 사람들의 결혼이 대부분 정략혼 아닙니까, 바로 사랑에 빠지는 그런 낭만적인 이야기가 있어봐야 얼마나 있을까요"


"그야... 그렇지만."


무혁은 무어라 더 말하려는 눈치였지만 나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대충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고 그걸 굳이 육성으로 듣고 싶은 생각은 없다.









호롱불이 힘차게 빛을 토해냈지만 모든 것을 뒤덮은 어둠에 금방이라도 덮여 사라질 것만 같이 위태위태했다. 새삼스럽지만 손전등 하나가 그리워지는 순간이 아닐수야 없었다.


"조심하십시오, 어떤 적이 있을지 모릅니다."


"궁 안이라는 것을 잊은 것 아닙니까, 무혁?"


"적어도 서울에 있는 궁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


살짝 질책하는 듯한 그의 말투에 나는 슬며시 시선을 돌렸다.


"미안합니다, 하지만 무시하기엔 좀 그랬어요."


이 시대에서 성인 여성이 밤에 성인 남성을 부른다? 오해받기 정말 딱 좋았다. 심지어 미혼 여성 아닌가. 꽤나 제멋대로 사는 그녀에게도 상당한 모험일 텐데도 불른 것을 보면 굉장히 중요한 용건일 것이었다.


"하아... 거의 다 도착한 것 같습니다. 저기 앞에 보이는군요."


"...안 보이는데요"


"저야 단련된 무인이 아닙니까."


그는 알지 모르겠지만 나 역시도 단련되었다면 단련된 무인이다. 첨단 기술로 둘러쌓인 무장집단에서 무려 1년 9개월동안 훈련을 받았고 그 훈련중에는 야간전에 관련된 훈련 역시도 포함되어 있었다. 내 기억으론 이럴땐 주변시와 이원시를 이용하면...


"안 보이네요"


"하하하"


암흑 속을 더 헤쳐나간 뒤에야 나는 공주를 만날 수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이리 으슥한 밤에..."


"소녀에게 말씀하실 것은 없는지요."


...갑자기?


저렇게 앞 뒤 다 잘라먹고 말하면 누가 아냐? 나는 쏘아붙이듯이 답하려다 겨우 목구멍 속으로 눌렀다. 이런 밤, 이런 장소까지 불러냈는데 시덥잖은 이야기는 아닐 것이고...


나는 여러 사실과 가정들을 검토하다가 이윽고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아무리 그래도 타국의 왕족에 대한 정보 정도야 고구려에도 있을 것 같은데...


아니, 것보다는 애초에 고구려의 태왕과 이야기할때는 그런 거짓말이 안 통한다는 것 즈음은 아니 한국왕과 고구려 공주의 국혼으로 이야기가 되었겠지.


"이런 곳에서 말할 작정은 아니었습니다만..."


내 말이 그녀 안에 있는 확신에 가까운 의심을 확신으로 바꾼 모양인지 그녀의 몸이 낮추어지려 할 때 나는 빠르게 그녀의 두 팔을 잡았다.


"..."


어찌 잡았냐고? 그 방법은 표적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그리 예를 차릴 것 없습니다, 공주"


"아닙니다, 소녀가 그동안..."


그녀가 계속 자신의 몸을 낮추며 사죄를 하려 하자 나는 그녀의 팔을 잡은 손을 더 세게 쥐며 말했다.


"애초에 그런 과도한 예의는 한국에 없습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불쾌했더라면 미리 어떻게든 말을 했겠지요. 그러니 그만 하시지요. 오히려 이러는 것이야말로 왕녀가 고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내 말에 그녀는 살짝 눈을 크게 하더니 이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 내 손에서 팔을 빼냈다. 그러면서도 궁금했는지 내게 물어왔다.


"헌데... 말은.. 어찌하여 계속 높이십니까?"


"부인될 사람에게 말을 낮추어야 합니까?"


"... 그러한... 것은..."


나는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하다면 문제는 없겠지요. 아니면 고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던가...?"


"..."


"그건 아닌 것 같으니 다행입니다."


"...조금..."


"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시군요."


"어떠한 면이?"


"소녀보다 더 천방지축일것 같습니다."


"큽... 크흠..."


평온한 표정 그대로 팩트를 들고 휘두르는 그녀의 말에 무혁은 자신도 모르게 얼빠진 소리를 내고 말았다. 물론 내 엘보에 다시금 원래 상태로 돌아왔지만.


"그 말 칭찬으로 듣는 것으로 해도 되겠지요?"


"적어도 결혼생활이 답답하지는 않을 것 같아 다행입니다."


이 결혼에 대한 그녀의 생각도 나와 비슷한 것 같아 다행이었다. 그래, 서로가 서로에게 적당한 수준의 기대만 하고 시작하는게 좋겠지. 그녀에게나 나에게나. 애초에 목표치를 적게 잡으면 불행할 일도 없다.


"이젠 슬 돌아가시는 것이 좋겠군요. 날이 찹니다."


"그리 하겠습니다. 평안히 주무시지요, 전하."


"공주도 편히 주무세요."


그녀와 헤어지고 난 뒤의 일은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태왕은 누이를 떠나보낸다는게 못내 아쉬웠는지 며칠만 기다려 달라 사정을 했지만 그 며칠조차도 금방금방 지나갔다. 아무래도 서로간의 우애가 돈독했던 모양이지?


여튼 이타이밍에 서로의 국혼은 상당히 좋은 카드였다. 당이 우리를 이간질 할 것이라는 것은 뻔하디 뻔한 일. 이런 상태에서 양국의 왕족, 심지어는 한 쪽은 왕이 알콩달콩하고 푸릇푸릇한 신혼이다? 이건 어지간해서는 이빨도 안 들어간다.


거기에 태왕과 그녀의 사이도 좋으니 더더욱 우리의 사이는 끈끈해질 테고.


"우리... 못난 동생을 부디 잘 보살펴 주시길 바라겠소...크흥!"


내 말 취소. 설마 태왕이 눈물까지 보일 줄은 몰랐다. 더더욱 놀란 점은 고구려측에서 딱히 놀란 기색이라고는 없이 '아, 이 양반 또 시작이네. 여기선 내가 하지 말라 했죠!' 같은 반응을 했다는 것.


"하하, 너무 걱정 마십시오. 아국의 전하께서는 부드럽고 인자하신 분이시니..."


어이, 너도 당장 그만둬. 쪽팔려 죽을 것 같으니까.


이런 내 반응을 즐기는 것인지는 몰라도 그녀는 가끔 내 방향을 보고 피식피식 웃어댔다. 너희 팔불출 오라버니나 잘 모시면서 저런 반응이면 참 좋을텐데


그리고 난 맹세컨데 저 울음섞인 작별이 세 시간 정도를 잡아먹을 것이라고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 어찌보면 무례일수도 있는데 오라버니가 동생 시집보내면서 저리 울고 있는데 '아, 우리 가야됨. 빨리 비켜!' 라고 말하기도 뭣한지라 우리 측 인원들은 대부분이 자기 할 일 하거나 혹은 눈망울을 글썽이면서 저 감동의 작별을 지켜보고 있었다.


해가 중천에서 내려오기 시작할 즈음에야 나는 총책임자를다그쳤다.


"이제 슬 출발하죠?"


이 정도면 우리가 많이 봐준 것이라 생각하는지 고구려측 인원들도 울며불며 매달리는 태왕을 강제로(...) 끌어냄으로써 비로소 우리의 귀국길이 시작되었다. 저쪽도 우리 못지않게 시끌벅적한 곳이었다. 왜 공주가 저리 자유분방하게 자라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유 일부를 엿본 느낌이랄까.


"마차가 많이 덜컹이는데 말을 타고 가도 괜찮을까요?"


"..."


진짜... 자유분방하단 말이야.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괜찮을 것 같나요?"


"네"


썩을.


결국 그녀는 빈틈없이 남장을 한 뒤에 말을 타고 나와 나란히 한국을 향해서 가게 되었다.


...아무도 모르겠지? 그래야만 할 텐데...


작가의말

고구려 공주(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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