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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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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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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3,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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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7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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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남북동맹9

DUMMY

분명 비슷해 보이는 기와집이고 초가집이었지만 한국의 서울에 있던 것과는 그 생김새가 제법 다르게 생긴 집을 한참이나 지켜보고 있자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무혁이 말을 걸어왔다.


"전하, 슬슬 숙소로 이동할 채비를 하시지요."


"아아... 미안합니다. 집들을 조금 구경하다보니 그만."


내 말에 무혁은 의아한 듯이 고개를 갸우뚱 거렸지만 그가 보는 시점과 내가 보는 시점은 다를 수 밖에 없었다.


뭐랄까... 정말 정교하게 만들어진 역사체험마을에 온 느낌이랄까?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다면 딱 이런 느낌일 것 같았다. 아니, 어떻게 보면 이미 과거로 시간여행은 한 것이나 마찬가진가...


"그럼 이동하시지요."


나는 그 말에 고개를 살짝 저었다.


"아직 태양이 중천에 있는데 무얼 그리 서두릅니까. 조금 더 거리를 돌아다니고 싶군요."


새롭고 색다른 장소를 여행하며 구경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기에 나는 이 기회를 숙소 안에 쳐박히는 것으로 날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고야 신붓감을 만나기만 하면 되는 것을요. 세세한 것이야 외교부가 알아서 준비하지 않겠습니까?"


"전하...?"


불안해하는 그를 향해 나는 키득키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전에도 말했듯이 고는 자유로운 영혼이랍니다. 그럼 배도 출출하니 군것질이나 해 볼까요!"


"저, 전하아아..."


나는 무혁을 비롯한 호위병들을 끌고 돌아다니며 이곳저곳을 쏘다녔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든 날 지키기 위해서 날이 바짝 서 있었지만 정작 나는 느긋히 먹을것을 손에 잔뜩 쥐고선 우물거렸다.


그리고 그런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들이 나에게 쏟아졌다. 하긴 옷도, 머리도 다른 어찌보면 이상한 사람이 뭘 계속 먹고 있으니 신기할 법도 하긴 하지.


그렇게 하루 정도 고구려 도성을 잘 구경한 나는 본격적으로 내 할일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그 할일이라는 것은 당연하게도 내 신붓감의 얼굴을 봐두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고구려의 공주라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을리가 없지 않습니까?"


"킁... 정 안되면 담이라도 넘죠."


"예... 예?"


무혁의 동그랗게 커진 눈이 나를 더 즐겁게 했다. 아, 순박하니 놀려먹는 맛이 있다니까


"그런 일이 없도록 일단 움직여 봅시다."


아무리 공주라지만 하루종일 궁 안에 쳐박혀 있지는 않지 않겠나? 정원을 산책한다던지 아니면 고구려인이니까 말 타고 활을 쏠 수도 있겠고... 여튼 싸돌아다니면 우연히 마주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궁궐이 넓다지만 그래봐야 얼마나 넓겠는가. 나는 하루를 날려먹은 뒤에야 고구려의 공주... 같은 사람을 마주칠 수 있었다.


"무얼 그리 쳐다보느냐, 무엄하다! 어서 공주 마마께 예를 갖추거라!"


고구려의 공주 중 한명으로 추정되는 그녀는 불쾌한 듯이 나와 내 뒤의 호위무사들을 쏘아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초반부터 점수 까이고 시작한 것 같은데...


"뿌득..."


아냐, 그거. 불안하니까 이 갈지 마.


"아하하... 저희가 한국에서 온 사신인지라 고구려의 귀한 분을 알아뵙지 못했습니ㄷ"


"그대들도 귀한 몸인 것 같군요. 여기엔 왜 온 거죠?"


부드럽고도 단단한 목소리가 내 귀를 간질였다. 와... 미인은 목소리까지 예쁜가?


"외신등은 그저.."


"그걸 믿으라는 것은 아니겠죠...?"


나는 무혁을 한 순간 쏘아보았다. 넌 가서 보자.


"하아...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우리 차나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공주님!!!"


허허... 저 공주님도 부하들 머리 깨나 아프게 하겠는데?


"그래서 그대는 누구인가요? 별 것 아닌 사람으로 속이려 하지 말아요."


나는 잠깐 고민하다 적당한 답을 하나 내놓았다.


"한국의 왕제, 이지영입니다."


... 정작 난 외동이었지만 그것까진 알려줄 의리는 없었기에 입을 다물었다.


"대단하신 형님 전하를 두신 덕에 저도 잘 먹고 잘 살고 있지요."


"그럴 줄 알았어요."


그녀는 그리 말하면서 찻잔을 우아하게 내려놓았다.


"소녀는 고구려의 옥명공주라고 합니다."


음... 분명히 둘째공주가 옥명공주라고 했던가? 그럼 맞게 찾아온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아까의 당당한 모습이 더 멋있군요."


"소녀가 왕제께 멋있게 보여야 할 필요는 없는 듯 합니다만..."


근데 나 별로 안 좋아하나봐... 반응이 쌀쌀맞네


난 묘하게 슬퍼지는 것을 느끼며 말을 이어갔다.


"크흠, 공주님의 명성은 저희 한국에서도 널리 퍼져 있습니다. 아름답고..."


"그 소문이 왕제께는 안 퍼졌으면 참 좋았을 텐데요."


"하하... 공주께서 절 너무 안 좋게 보시는 듯 한데..."


"아시면 다행입니다."


...집 가고 싶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소녀와 왕제님의 혼인을 원하는 모양이죠?"


와... 똑똑하다. 아니면 여기서의 내가 멍청해서 틈이 송송 나 있었거나.


"유감스럽게도 다른 신랑감을 찾고 싶군요."


0고백 1차임이라... 이건 좀 심한데. 나는 없던 오기도 생겨나는 것을 느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공주께선 제 어떤 모습이 마음에 안 드시는지요?"


"경박합니다. 왕족이라기보다는 한량 같군요. 훌륭하신 분을 형님으로 모셨으면 조금 정도는 본받으면 좋지 않을까요?"


어질기로 소문이 나 있다며...


하지만 나는 화가 나기보다는 웃겼다. 내 얼굴에 똥칠이랑 금칠을 동시에 하고 있는 그녀를 보자니 조금 더 속여먹고 싶어졌다.


"풍류를 아는 것이라고 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군요."


"풍류만 아는 것이 아니신지요?"


"그것은 공주께서 저를 짧은 시간만 보아서 그렇답니다. 이래뵈도 제가 할 줄 아는 게 꽤 많거든요."


예를 들면 차원여행이라던지. 물론 그녀의 표정은 변함없이 냉랭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하지요."


"그럼 아직 하나를 안 보신 것이군요? 공주께서 그 '하나' 를 보시기 위해 저랑 조금 더 시간을 보내보는 건 어찌 생각하시는지?"


"차라리 다른 여염집 아낙을 희롱하시지요."


희롱이라고 하니까 뭔가 표현이 이상해지잖아 이 여자야! 그냥 대화나 좀 나눠보자는 건데...


"처음 보는 사람을 편견으로 바라보는 것은 굉장히 좋지 않은 일입니다, 공주"


"옥석을 가리는데 굳이 오래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습니까?"


"지금 공주의 그 말씀은 제가 옥이라는 소리로 들리는군요."


내 천연덕스러운 말에 공주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말했다.


"조만간 왕제께 고구려의 유명한 의원들을 소개시켜드려야겠군요. 아니면 어의라도 불러드릴까요?"


"지금 제 앞에 있는 그대로도 충분합니다, 공주"


"우욱... 실례, 왕제께서는 먹은 것을 게워내게 하는 신묘한 재주가 있으시군요. 역시 사람은 한 번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되겠어요."


'왜 전하께서 저 여자랑 저리 하하호호 웃으며 담소를 하고 계시지...?'


'왜 공주마마께서 저 사내랑 저리 화목하신 것이지...?'


안타깝게도 오해를 불러온 두 사람은 그들의 착각을 잡아주기는 커녕 서로간에 말을 주고받기에 바빴다.


"체한 사람에게 아주 좋더군요. 이토록 도움되는 재주도 몇 없지요."


더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듯한 그녀는 내게 물어왔다.


"왕제께서는 평소에도 얼굴에 그리 철판을 깔고 사시는지요?"


"공주께서 원한다면 깔 의향은 있지만 그러기엔 제 얼굴이 너무 아깝지 않겠습니까?"


나는 빙그레 웃으며 공주를 쳐다보았다.


약간 뭐랄까... 신붓감이라기보다는 10년된 웬수친구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적어도 같이 살면 재미없지는 않겠다 싶었다.


"이것 보십시오. 공주께서도 싫다 싫다 하면서도 벌써 찻잔을 다 비우고도 이리 제 얼굴을 바라보고 계시지 않습니까?"


"다른 것은 몰라도 왕제의 배필이 된다면 백년해로 하기 전에 속이 터져 죽겠군요."


"호오... 일단 배필이 되는 것까지는 괜찮다 이거군요."


"...뭘 어떻게 들어야 그런 결론이 나오는 거지요?"


"글쎄요, 그건 공주 스스로에게 물어보시는 것이 빠를 듯 한데..."


그 말을 끝으로 나와 그녀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그리고 오늘, 나와 그녀는 어제의 그 장소에서 다시 만났다.


"하하, 이것 보세요. 공주님. 결국엔 또 만나지 않았습니까?"


"하아........."


그녀가 한숨을 내쉬든 말든 나는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러지 말고 모처럼 만났으니 얼굴 좀 푸시지요. 아, 이거라도 좀 같이 먹을까요?"


나는 내가 직접 만든 샌드위치를 슬쩍 건넸다. 과연, 호기심은 어쩔 수 없었는지 그녀는 자연스럽게 샌드위치를 받아들었다.


"이건...?"


"포장되어 있는 부분을 잡고 이렇게 베어물며 먹으면 된답니다. 어렵지 않지요?"


나는 샌드위치를 우물거리며 동시에 옆에 있던 생과일 주스를 홀짝였다.


"이래보여도 정말 맛있는 음식입니다. 공주께서도 먹으면 후회는 안할 겁니다."


"정말이지 왕족이라고 생각할 수 없군요. 풀밭에 앉아서 손에 음식을 묻히면서 먹는다니"


그녀는 그리 말하며 의자에 앉아 젓가락을 받아들고 샌드위치를 살짝 집어들어 물었다.


그녀의 입이 한 번 두 번 오물거릴 때마다 평온했던 그녀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해갔다. 워낙에 얼굴이 예쁘장하다 보니 이런 변화조차도 볼 만 했다.


"맛있지요?"


"꽤... 괜찮네요."


"거기에 있는 음료랑 같이 드시면 더 맛있습니다."


그녀는 내 권유를 받아들여 사과맛 생과일 주스와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어느새 젓가락은 탁자 위에 놓아졌고 그녀와 나의 차이라면 땅바닥에 앉아있냐 의자에 앉아있냐의 차이였다.


"먹을 만 했나요?"


"예에... 간단히 먹을 땐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사실 그거 제가 만들었는데, 마음에 들어하시니 다행이네요."


내 말에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피식 웃었다.


"사람은 뭐든지 재주 하나는 있군요."


"공주께는 죄송스럽게도 제 재주는 그거 하나만이 아니라서요."


그녀가 무어라 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호위무사 한 명이 내 바이올린을 가져오는 것이 더 빨랐다.


솔직히 말해서 엄청 좋은 바이올린도 아니었고 내 실력도 프로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들어줄 정도는 된다... 고 생각하며 나는 활을 들고 연주를 시작했다. 어차피 그녀가 바이올린이나 악보에 대해 아는 것도 아니고 틀린 걸 귀신처럼 찾아내기야 하겠어?


내가 들어도 들어줄만한 선율이 흘러나오기를 한 3분 정도, 연주가 끝나고 그녀는 살짝 놀란 기색으로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왕제께서는 정말 의외의 재주가 있으시네요"


작가의말

과연 지영이의 사업은 성공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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