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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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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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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23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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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농업혁신45

DUMMY

“먼 길을 왕래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치부경.”


“그저 외신의 소임을 다했을 뿐입니다.”


그건 맞지.


“내친왕께서는 무사히 잘 도착 했는지요?”


“그렇습니다, 전하. 내친왕께서는 한국이 굉장히 마음에 드신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니 다행이군요. 헌데... 이번 방한때 공사를 파견할 줄 알았는데...”


왜 안 보이지? 내 의문은 그의 답변에 말끔히 해소되었다.


“아, 실은 그 공사가 제가 없을 때 이번 사절단의 책임자인지라... 지금은 사절단을 이끌고 있을 것입니다. 아마 제가 돌아가고 나면 곧바로 만나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렇군요. 아국 공사는 이번 일본국 사절단의 행렬에 딸려 보내겠습니다. 괜찮겠지요?”


“물론입니다, 전하.”


아, 진짜 궁금하네... 얼굴이나 보고 좀 이야기도 나누고 싶은데... 이 양반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모르겠다. 확실히 편한 건 서연이 만났을 때가 편한 것 같기도...


아니지? 그 때는 그냥 내가 사고 쳐서 편한거였지. 아무리 그래도 내 부하들을 또 피곤하게 굴릴 수는... 굴릴 수는...


... 성과급을 두둑하게 주면 되지 않을까?


돈은 답을 알고 있는 법이다.


“치부경, 잠시 우리 이야기 좀 할까요?”


나는 최대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부디 그에게도 그렇게 보였기를 빌면서.


“어... 그러니까 내친왕 전하를 만나 뵙고 싶으시다는 것입니까?”


“예, 그냥 부부가 될 사이에 미리 대화도 좀 하고 얼굴도 좀 익혀두고 싶을 뿐입니다.”


“허나...”


“치부경도 좀 생각해 보세요. 부부가 될 사람들끼리 만난 적 한번 없다가 첫 섹... 아니 합궁일 때 만나는 게 말이나 됩니까?”


휴우... 버릇처럼 섹스라고 할 뻔했네. 과거에 많이 적응을 했다지만 아직도 이따금씩 나오는 현대의 산물에는 나조차도 당황할 때가 많았다.


“물론 일본국 입장에서는 조금 이상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이라는 나라가 이럽니다.”


아니지? 생각을 조금만 다르게 해 보자고. 생면부지의 남녀가 얼굴 한 번 못보고 결혼을 한 뒤에 얼굴과 이름을 알게 된 당일... 당일도 아니지, 몇 시간도 안 지나서 서로 야스각을 세우는 게 말이나 되냐?


“한국에 왔으니 한국의 풍습을 조금은 따라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일본국 입장에서 불쾌하다면 어쩔 수 없겠으나...”


한국왕은 이 사실을 기억할 것입니다.


참고로 나 의외로 쪼잔한 사람이다. 그리고 지금껏 열심히 공부한 역사적 지식이 생각날 만큼 기억력도 좋지.


“그... 알겠습니다.”


결국 그는 굴복했고 나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제 잘 돌아가지 않는 입을 열심히 털어볼 때가 되었군.


“그럼... 전하께서 방문하신다 이르겠습니다.”


이르긴 뭘 일러.


“그냥 나 혼자 갈 겁니다. 가서 그냥 차 한잔 하면서 간단히 이야기나 나눌 거에요. 뭘 굳이 번거롭게 준비하게 합니까?”


그냥 가서 노크 좀 하고 들어가도 되겠냐고 허락 좀 맡고... 그럼 되는 거지. 아, 맞다.


“내친왕께서는 식사 하셨습니까?”


“어...”


그 문답을 끝으로 나는 간단한 요깃거리를 챙긴 뒤 곧바로 아사하라 내친왕이 머무는 방으로 쳐들어갔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새로이 익힌 일본어가 어느 정도 들어 줄만 했는지 들어오라는 듯한 답변이 들렸고 나는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깔끔한(사실 더러우면 그건 그것대로 이상한) 방에 그녀는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던 것 같다. 저거 제목이... 한국의... 모르겠다. 한국의 까지는 큼지막한 글자인데 그 옆 글자들은 엄청 작아서...


“누구... 시죠? 그대 같은 사람은 사절단에서 본 적이 없는데”


“아, 저는 일본국의 사절단이 아닙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제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겠죠, 내친왕 전하.”


말 한 마디 하는데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되기는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었다. 외국어 공부를 조금 열심히 해놓은 보람이 있구만.


“아, 한국의 외교관이신가요?”


음... 외교 담당자기는 하지? 결국 최종 라인까지 올라오면 있는 건 나니까.


“헌데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그녀의 얼굴에 깃든 건 의아함이었다. 저 의아함이 불쾌감으로 번지기 전에 움직여야겠군.


그건 그렇고... 그녀는... 예뻤다.


서연이가 활발하고 귀여운 미인상이라면 그녀는 단아한 미인상이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정말 다행스럽게도 치열이 참 예뻐 보였다.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아무리 나라도 미혼의... 아니지, 이제 혼인을 앞둔 여자의 치아를 자세히 보는 것은 이 시대에선 확실한 결례라는 것을 알고 있다.


“간단히 식사라도 하며 이야기를 나누려고 왔습니다. 듣자 하니 아직 식사도 하지 않으셨다고 하던데”


“... 경은 내가 누구인지는 아시는 거죠?”


솔직히 말씀드려서 잘 몰라요. 아니, 우리 방금 만났잖아. 알면 오히려 더 무섭지 않겠어?


“이제 차차 알아가자고 찾아온 거죠. 앞으로 계속 얼굴 맞대면서 살 사이인데”


“... 예?”


“아무리 정략혼이라지만 기왕 하는 결혼 생활 잘 해야 하지 않겠어요? 솔직히 그렇잖아요. 첫 만남에 아무런 감정조차 없는 남녀 둘이 합궁하는 게 정상적인 건 아니니까. 그 전에 얼굴도 좀 보면서 이야기도 하면서 알아가면 좋잖아요?”


그녀는 진심으로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더듬거리며 말했다.


“네...? 아... 그... 혹시...”


나는 피식 웃으며 내가 가져온 바구니를 들어보이며 말했다.


“햄버거 드셔 보셨어요?”


싸구려 버거가 아니라 진짜배기 수제 버거란 말이지 이게. 물론 다양한 소스가 개발되지 않아 현대보다 맛은 떨어질 테지만...


“아... 전하를 뵈옵니다. 소녀는...”


“지나치게 격식을 차릴 필요는 없어요. 앞으로 부부가 될 사이인데 뭘 그렇게”


목례도 아니고 일어나서 뭔갈 하려는 거면 심히 부담스럽다고.


“아, 아직 내 소개를 안 했죠? 한국왕 이지영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해요, 아사하라 내친왕”

“앗... 그 소녀도...”


하긴, 이런 식의 인사는 그녀에게 많이 어색하겠지. 그래도 앞으로 한국에서 살아갈 사람이니만큼 천천히 익숙해질 수 밖에 없다.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지.


“좋아요. 그럼 식사라도 하면서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자고요.”


나는 햄버거를 들고 와앙 입에 베어물었다. 크으... 확실히 맛있다. 소스가 현대에 비해 부족해서 아쉽지만... 야들야들한 소고기 패티에 수제 치즈, 여러 채소가 어우러진 맛은 일반적인 햄버거로는 느낄 수 없는 맛이었다.


그리고 내가 햄버거를 먹는 모습에 그녀는 식겁하면서 나를 바라봤고. 아 그러고 보면 먹는 방식을 설명을 안 했구나?


“이건 햄버거라는 음식입니다. 이렇게 들고 먹은 뒤에 여기에 있는 수건으로 입을 닦으면 되지요. 우리 한국만의 고유한 음식이랍니다.”

양심에 찔리긴 하지만... 햄버거의 유래를 아무리 깊게 파고들어도 19세기나 될 테지만 우리는 무려 8세기에 햄버거를 만들었다. 고로 햄버거는 한식이 맞다.


... 아마도.


“이... 렇게 들고 먹는 게 맞나요?”


그녀는 어색하게 햄버거를 들고 조심스럽게 베어 물었다. 현대처럼 소스가 잔뜩 있는 게 아니라서 입에 그렇게 많이 묻지는 않을 텐데. 아, 소스 대신 녹아내리는 치즈가 묻기는 한다.


“맛... 있어요.”


우물거리며 햄버거를 삼킨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이야... 역시 해준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는 건 정말이지 뿌듯하단 말이지.


“다행이네요, 만들면서도 불안불안 했는데”


“... 직접... 만드셨나요?”


그녀는 더욱 놀란 듯이 내게 물어왔다.


“예, 식사를 안 하셨다고 들어서요. 이야기하면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걸로 준비했죠. 일본국은 육식을 안 한다고 들어서 살짝 고민하기는 했는데... 앞으로 한국에서 살면서 고기를 아예 입에 안 댈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생각하다가 햄버거가 적당하겠다 싶었죠.”


“아... 그...”


그녀는 당황스러워 하는 것 같았지만 그와 동시에 조금은 기뻐하는 것 같았다. 부디 내 착각이 아니면 좋겠는데.


“자, 식기 전에 듭시다. 식으면 맛 없어져요.”


방금 막 나온 햄버거가 싸늘한 시체처럼 식어가는 것도 영 못 볼 일이지. 나는 다시 햄버거 한 입을 베어물었다. 음, 역시 맛있어. 콜라가 없는 게 옥의 티로군.

하지만 콜라는... 탄산은... 내가 그 맛을 잊고 난 뒤에야 나오겠지? 새삼 내가 얼마나 축복받고 풍요로운 세상에서 살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한국은 어떻게... 괜찮았나요?”


“아... 예, 전하. 백성들의 얼굴이 밝고 거리도 활기차 보여 소녀도 참으로 즐거웠습니다.”


“좋은 여행이 된 것 같아 다행이네요. 조만간 서울 구경도 시켜줄게요. 지금 재개발 중이니...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그래도 5년 이내로 볼만해질 겁니다.”


지금 서울은 중앙 구역을 중심으로 8방위에 따른 북, 북동, 동, 남동, 남, 남서, 서, 북서 구역으로 재개발 되고 있었다. 물론 돈은 만만치 않게 들어가고 있지만 도시의 규모를 확장하고도 큰 문제가 터지지 않기 위해서는 도시 구역의 정비는 필수적이었고 우리는 그걸 점진적으로 시행하고 있었지.


거기에 중앙 구역에는 여러 관공서나 여가, 문화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바깥을 좋아한다 들었는데 마음에 들어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전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은혜라뇨. 부부가 될 사람끼리 나들이 좀 가는 것 가지고요. 오면서 보셨겠지만 한국에도 좋은 곳이 많습니다. 그곳을 돌아다니는 것도 하나의 재미겠죠.”


자주 돌아다니지는 못할 테지만 가끔은 갈 수 있겠지.


“방은 마음에 드나요? 일본과는 많이 달랐을 텐데...”


우리는 입식 생활이 기본이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는 온돌이라는 기가 막힌 난방 시스템이 있어서 그걸 살짝 손봐 보일러 형태로 고치는 것만으로도 추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좌식은 몸이 불편해서 영 별로다. 폄하하려는 건 아닌데 불편해. 그냥 그렇다고.


그렇지만 그녀에게는 어색했을 수도 있지. 정 뭣하면 그녀의 방을 다시 좌식 생활에 맞게 바꾸는 것도 고민해야 할 문제다.


“훌륭한 방을 주셔서 그저 감사드릴 뿐입니다.”


“그렇다니 다행이기는 한데... 불편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주세요.”


“예, 전하.”


작가의말

두 유 노우 햄버거?




김댕댕이//그걸 위한 기술 빼먹기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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