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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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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2024.04.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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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6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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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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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농업혁신30

DUMMY

“차 맛이 아주 좋습니다, 전하.”


맛없어도 좋다고 할 거면서. 하지만 그는 진짜로 이 홍차가 마음에 들었는지 내게 슬며시 물어왔다.


“혹시 한국을 떠날 때 이 홍차를 조금 챙겨가도 되겠습니까?”


“아, 물론이지요. 고가 말해 좋은 품질의 차를 챙겨 놓게 하겠습니다.”


아니면 그냥 내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해 한 거짓말이거나. 한 가지 확실한 건 표정의 변화가 없다 보니 먹지 못할 맛은 아니라는 것 정도였다.


그리고 가져가서 혹시 유행이 되면 차 무역도 하고 그러는 거지.


“전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뭐, 은혜라고 할 게 있습니까? 먼 길을 온 손님한테 작은 선물을 내드리는 것뿐인데요.”


작은 선물을 내어줬으니 넌 가서 한류나 유행시켜라··· 뭐 이런 말이지.


여튼,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나는 슬쩍 운을 띄었다.


“헌데··· 고가 들으니 아국 외교부와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다고 들었소만?”


“송구하오나··· 실로 그러합니다.”


“어허··· 그러면 안 되지요. 아국과 일본국은 우호국이 아닙니까?”


동맹국과 우호국. 분명 비슷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무게는 크게 다르다. 내 말에 담긴 뜻을 알아챘는지 탄정소필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실로 그러합니다. 한국의 건국 이래 일본과 한국은 두터운 우애로 다져진 우호국 아니겠습니까?”


하긴, 우호 관계를 맺은 역사가 오래되긴 했지.


한국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십제(왜 백제로 이름을 바꾸지 않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와 우호관계를 맺은 역사까지 생각해보면 무려 삼백 년 정도나 되는 굳건한 우호국이다.


“외신의 말이 맞습니다. 수교 이래 양 국은 서로의 문화와 법을 존중하며 지금의 관계에까지 이르렀지요.”


그러니까 너희도 우리 법을 존중하라고. 우리가 강철 안 팔겠다고 하잖아.


“헌데··· 외신이 알기에는 그런 법은 없는 줄 알고 있습니다만···”


말은 정확히 하자. ‘없었었다’ 지금은 당연히 있지.


“몇 달 전 고의 명령에 의해 한국의 무역거래법이 새로 제정되었습니다. 강철 역시 그 범주에 들어가지요. 고 역시 그걸 알기에 애초에 강철의 판매를 하지 않았습니다만···?”


선물 및 품질 보증을 한다는 의미에서 강철과 그 강철로 만든 검을 주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접대용 선물과 품질보증 스티커 같은 거였다고.


아무리 기억을 되돌려 봐도 내가 강철을 팔겠다고 한 적은 없다.


“허나··· 한국은 이미 아국에 갑옷을 팔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갑옷은 규제 품목에 들어가지 않으니 그렇지요?”


그니까 법 조항 바뀌었다고 알리면 좀 재깍재깍 확인 좀 해라. 하긴··· 이 양반은 탄정대 소속이니 엄밀히 말하면 이 양반 잘못은 아니지?


“강철로 만든 갑옷은 규제 품목이 아닌데 강철이 규제 품목이라는 것은 외신으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갑옷은 살상하기 위한 무기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어디까지나 보호를 위해 입는 방어적인 성격의 무장입니다. 허나 강철을 수출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 강철은 화살촉으로, 검으로, 창으로 바뀌어 남을 해하고 평화를 해하는데 사용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평화를 사랑한다 이 말이지.


최근에 닭 똥과 바다새의 똥 등을 모으려고 노력 중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비료(물리)의 원료를 얻기 위해서다.


“아국 역시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입니다, 전하. 신의 명예에 맹세코 전하께서 걱정하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 정말 확신할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외신이 감히 단언하자면···”


“정말 일본 신민들 중 아무도 그러한 생각을 품지 않았다고 단정지을 수 있습니까? 맹세는 그리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고는 우리 우호국 천황 폐하의 애민정신과 대다수의 선량한 일본국 신민을 존중하나 강철이 유출되었을 때 누구도 무기를 만들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할 수는 없지요. 그건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허나 전하!”


“그리고 외신은 가장 중요한 것을 깜빡하신 모양이십니다?”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만일 ‘우호국’의 일본의 수출요청을 들어줄 경우 ‘동맹국’인 고구려와 ‘조공국’인 당나라, 그리고 기타 우호국들의 수출 요청 역시 거부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게 사방팔방 퍼져나가다 보면 결국 그대들 일본국과 다투는 에미시들의 손에도 우수한 강철로 된 무구와 방어구가 주어질 터··· 정녕 그걸 원하십니까?”


“그··· 건···”


우리야 그런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우호국이니까. 하지만 당이, 고구려가, 혹은 강철을 얻은 다른 나라가 에미시들과 무역을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 자체가 없다. 저 탄정소필 역시 그걸 알아먹으니 조용해진 것이고. 예외가 한 번 생겨버리면 그 뒤에는 걷잡을 수가 없다.


“한국은 천하의 동맹국 외 그 어떤 나라에게도 타인을 해치는 무기 종류를 팔지 않으리라고 이미 무역거래법에 명시해 놓았습니다.”


“으··· 으음···”


거짓말은 안 했다. 느그들의 천하엔 비잔티움 제국이랑 유럽 대륙은 없으니까. 그렇다고 일본이 우리랑 동맹을 맺는다? 그건 좀 어려울 거다. 까놓고 말해서 한국이나 일본이나 굳이 동맹을 맺어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한국 입장에서는 부르면 거리를 탓하며 안 올 동맹에 가까우니 사실상 의미가 없고 일본 입장에서는 우선 보내야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며 보내지 않을 경우엔 한국에 명분을 주게 되니 굉장히 꺼림칙한 거래다.


차라리 서로 교역 열심히 하는 우호국으로 남아있는 게 좋지.


“잠시··· 생각을 정리해도 되겠습니까?”


“아, 물론입니다. 한··· 한 시간 정도 쉬다가 협상하지요.”




한국왕 이지영이 자리를 비우자 우시노하마 모리토모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이미 본국의 천황 폐하와 까마득히 위에 있는 좌우대신, 민부경, 병부경이 얽혀 있었다. 거기에 자신이 이미 강철을 구할 수 있다고 착각을 해버리는 바람에 어떻게든 강철을 구해서 가야 했다.


헌데 예상외로 외교장관이라는 작자도 그렇고 방금 자리를 비운 한국왕도 그렇고 강철의 판매를 반대하는 입장인 것 같았다.


‘망할 치부성 놈들··· 이거 하나 안 하고 도대체 뭐 한 거야?’


모리토모는 식어버린 차를 털어넣으며 치부성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런데 막상 치부성이 들으면 억울할 만한 것이 한국에서 보내준 무역거래법 개정안을 번역하고 다시 한국으로 보내고 무역거래상들에게 보내는 데도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즉, 모리토모 입장에서는 운이 너무나 안 좋았던 것이다. 차라리 일본에서 조금 더 있었다면 이 소식을 접하고 계획을 수정할 수 있었겠지만 그는 이미 한국에 있었고 지금 사신을 보내어봐야 일본에 도착하려면 빨라야 한 달 정도는 걸릴 터였다. 그것도 바닷길이 잘 따라줄 때의 이야기였다.


우호국임을 강조하며 들이밀었지만 오히려 한국왕은 ‘니들한테도 팔면 사방팔방으로 팔려나가고 그 팔려나간 철이 다시 니들 적국 손에 들어갈 텐데··· 그거 감당 가능하냐?’ 라는 식으로 반응했고 그 말에 모리토모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가능성이 낮기는 해도 충분히 발생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냥 협상을 없던 것으로 하고 물러나는 선택지 또한 모리토모에게는 불가능한 선택지였다. 이미 좋다고 전권을 넙죽 받아먹은 데다가 한국의 이야기 역시 영 부당하기만 하지는 않았던 까닭이었다.


‘이 바보 병ㅅ이 전권은 왜 위임받아서는···!’


모리토모는 땅을 치고 후회하였으나 이미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모두가 납득할 만한 거래를 이끌어 내야 했다.


‘갑옷을 녹여서 무기를 만들면···’


모리토모는 순간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뒤흔들어 그 생각을 떨쳐냈다. 어떻게 고정했는지는 몰라도 철판들은 상당히 견고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이걸 일일이 떼는 것도 일이거니와 떼어서 녹여 다시 무기를 만든다 해도 이전에 보았던 철 검만큼의 품질이 나오리라고 장담할 수도 없었다.


‘내가 철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냐마는··· 녹여서 이전만큼의 품질이 나오지는 않겠···지?’


그리고 만약 녹여서 제 품질이 제대로 나온다고 해도 이전에 말했던 만큼 갑옷을 다시 녹이는 것은 가격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이런 모리토모의 걱정과는 다르게 한국은 이미 고철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실험 중에 있었다. 물론 일본 역시도 한국에서 수입한 강철 제품을 다시 녹여 원하는 물질로 만들 수 있었다. 다만 기존 제철법인 타타라 제철이 일본의 똥철을 기준으로 한 거라 굳이 거기에 녹이지 않고 더 편하게 녹일 방법이야 많겠지만··· 모리토모로서는 이 모든 것을 알 턱이 없었다.




“어떻게··· 생각은 정리하셨습니까, 외신?”


“물론입니다, 전하. 평화를 사랑하시는 전하의 어심을 외신이 어찌 거스르겠습니까? 일본국은 한국의 우호국이자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로써 한국의 법을 따르기로 하였습니다.”


“그것 참 반가운 말입니다.”


이대로 포기할 양반들이 아닌데··· 흠, 도대체 어째서지? 그 해답은 바로 다음에 나온 말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하여 아국은 천황 폐하의 아들들을 보호하기 위해 보급형 갑옷 육천 벌과 농업 발전을 위한 각종 강철제 도구를 주문하고 싶습니다.”


아, 강철제 농기구 녹여서 무기로 만들겠다?


하긴··· 갑옷 그거 리벳 일일이 떼어내는 것보다는 농기구 고정 부분 작살내고 녹여서 무기 만드는 게 낫겠다. 일부는 농기구로 쓰고. 어차피 가격이야 아무래도 갑옷보단 농기구가 쌀 테니까.


거절? 당연히 할 생각 따윈 추호도 없었다. 선량하게 농사짓기 위해 농기구를 구입하겠다는데··· 그 누가 뭐라 할까?


“그러한 목적이라면 언제라도 환영입니다. 고는 일본국이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나라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국왕 전하. 전하의 결단으로 인해 아국은 더욱 풍요와 번영의 길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만백성이 모두 국왕 전하의 은덕을 노래할 것입니다.”


무슨 아이돌 팬클럽도 아니고··· 필요 없수다, 그런 거.


“하하하, 그 노래는 천황께 해야지요. 어찌 고에게 한단 말씀입니까?”


“하하, 전하의 평화를 위한 결단에 천황께서도 크게 감사하실 것입니다.”


“그리하여 주신다면 고로서는 정말로 감사한 일이지요. 양 국과 천황 폐하의 우의를 다시금 확인하게 되니 아주 기쁜 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세한 것은 이제 실무진들에게 맡기고 우리 두 사람은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마셔 보는게 어떻겠습니까?”


“어이쿠, 국왕 전하께서 권하시는데 외신이 어찌 감히 거절하겠습니까? 끝까지 따라갈 것입니다.”


“하하하, 아주 좋습니다! 자, 갑시다!”


여보 미안, 오늘 저녁은 야근 할 것 같아···


작가의말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입니다.
...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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