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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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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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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30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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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농업혁신18

DUMMY

그런 그의 속을 모르는 것이 분명한 그녀는 웃으면서 말했다.


“어쨌건 말에 대해서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들이 모였으니 기마병 육성은 생각보다 수월하겠지요?”


만호는 오늘따라 저 어 어여쁜 미소가 악귀의 미소처럼 보인다는 생각을 잠시 하면서 답했다.


“다행히도 공주님께서···”


“지금 전 고구려의 공주로서 서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아··· 흠흠, 죄송합니다. 참모부장님께서 기병의 지휘에 능숙하기도 하고 이곳 한국의 기병들도 한 나라의 정규병이니 생각보다 빠르게 육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족스러운 답이네요. 오늘은 간단히 대화만 나누기로 하고 본격적인 실무는 내일 들어가도록 하지요. 괜찮으신가요?”


“예,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만호가 눈물 젖은 보고서를 열심히 포장하고 고구려의 군사고문단이 일을 하기 시작한 지 한 달 정도가 지나자 대충 방향성이 잡히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유의미한 보고서가 올라오기 시작한 시점이 딱 이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만 조의두대형의 말대로라면 군마의 개량이 필요하다 이거군요?”


내 말에 만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그렇습니다, 전하. 저희가 한 달간 한국의 기병들을 본 바로는 현재 기병들의 실력 향상보다는 군마의 질적 향상이 우선이라 느꼈습니다. 기마병의 3할은 군마가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국왕께서 기병을 향상시키시려 하신다면 군마의 개량이 필수적입니다.”


그의 말은 틀린 것 하나없이 옳았다. 왜냐하면 우리의 기병은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라 한 나라의 정규병이라고 칭할 수 있을 정도의 훈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군마는 그렇지가 못했다. 고구려인들 눈으로 보면 당연히 모자람이 느껴졌을 것이다.


정말 안타까운 점이라면 군마의 개량은 하루이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최소 5년,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라면 몇 십년 정도는 투자해야 하는 사업이었다. 그 전에는 고구려에서 군마를 수입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아국의 태왕께서는 믿음직한 혈맹의 기병 정예화에 큰 관심을 쏟고 계십니다. 전하께서 말씀만 하신다면 튼실한 고구려의 준마들을 한국으로 불러오겠습니다.”


그 말에 나는 속으로 웃었다. 결국엔 돈 내고 말을 사라는 것 아닌가. 그리고 당연하게도 우리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애초에 고구려에게 준마를 구입한다는 선택지가 기본으로 들어있기도 하고. 조금 의외였던 것은 고구려가 먼저 우리에게 군마 판매의사를 밝혀온 것이다. 사람 생각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 딱 맞았다.


“그리하다면 감사할 따름이지요. 만 조의부대형께서 참모부장과 토의한 후 세세한 부분을 보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전하. 이것으로 인해 한국 기병은 더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또한 저희 역시 군마 개량에 대한 부분을 세세토록 전수하도록 하여 이 강성함이 만세토록 이어지게 하겠습니다.”


“역시 고구려는 아국의 믿음직한 혈맹이군요. 태왕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주십시오.”


“아국이야말로 아국을 신뢰하여 기병을 맡기신 전하께 감사해야지요. 태왕께서도 필시 기뻐하실 겁니다.”


이렇게 서로의 얼굴에 금칠을 해주다보니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화목해졌다. 그렇게 하하호호 웃기를 잠시 그가 표정을 갈무리하고 내게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허나 한국에서도 자체적으로 꾸준히 군마를 개량하는 법을 찾아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소장을 비롯한 고문단이 열과 성을 다해 방법을 알려줄 것이나 이는 고구려의 환경에서 효험을 본 고구려의 방법입니다. 아예 효험이 없지는 않겠으나 한국에 맞는 방법은 따로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귀중한 충고 고맙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고와 장관들이 모여 회의토록 하지요.”


사실 회의할 것 까지도 없었다. 유흥과 군마 개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한 가지 방책이 있었으니까.


바로 경마다. 어차피 서울을 재설계하면서 경기장을 만들 생각은 이미 하고 있었으니까 장소 문제는 조만간 해결이 되겠지. 더군다나 경마를 하면 배당으로 인한 수익이 조금이나마 떨어지게 된다. 물론 지나치면 해가 되겠으나 지금 생각해본 바로는 실보다는 득이 많았다.






“허 참··· 정말 끼리끼리 잘 만났군”


고구려의 태왕, 고연후는 만호가 쓴 두 번째 보고서(비공식)을 보면서 그렇게 내뱉었다.


“서연이 이야기인가요?”


고연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느낌상 그녀의 사랑스러운 동생 서연이 이야기임은 맞는데 반응이 뭔가 이상했다. 뭐랄까··· 감당 안 되는 짐이 하나 더 늘어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그래, 볼 테냐?”


“그렇다면야 감사하죠. 우리 동생은 뭘 하고 지내려나”


그녀는 흥얼거리며 고연후가 준 보고서를 슬며시 읽어보았다. 보고서를 차근차근 읽어 내려가던 그녀의 눈이 급격히 흔들리더니 고개가 삐걱거리며 고연후에게로 향했다.


“저··· 오라버니, 이 서신에는 새색시가 장군으로 일하고 있다는데요?”


“천방지축 둘이 모여 하는 일을 우리가 어찌 이해하겠느냐?”


고연후는 그녀의 질문에 대한 답을 그렇게 일축했다. 지영이 들으면 억울하다고 따지고 들 만한 발언이었으나 불행히도 지영은 여기에 없었고 그가 보기에는 둘 다 천방지축에다가 제멋대로 사는 족속들에 불과했다.


그에게는 새색시에게 덜컥 장군자리를 권하는 남편이나 그걸 받아들이는 아내나 거기서 거기였다. 물론 자신의 여동생이 이리저리 싸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결혼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저러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둘이 부부생활은 제대로 하는지조차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건 말도 안 돼요, 오라버니!”


“그냥 둬라. 그나마 부부사이가 화목하고 원만해 보인다고 하니 그만하면 충분하지 않느냐”


“하지만 이게 말이 되는 소리에요?”


고연후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녀의 심정이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잘못 말했다가는 외교적인 문제로 번질 수 있는 문제였다. 어지간한 소일거리도 아니고 무려 한 병과를 지휘하는 장군이란다. 자칫 잘못하면 한국의 장군 임명에 참견한 고구려라는 인상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불만이면 네가 직접 한국에 다녀오려무나”


진심이 아닌 홧김에 한 소리였다. 이미 충분히 머리가 아프니 그냥 입 다물고 조용히 있어주었으면 해서 한 말이었다. 그가 한 가지 깜빡했던 것은 고연 그녀는··· 자신의 동생을 지랄맞게도 끔찍하게 아낀다는 것이었고 한 가지 더 불행한 점이라면 행동력 또한 넘친다는 것이었다.


“정말이죠?! 그럼 다녀올게요!”


“··· 어?”


그가 얼빠진 소리를 하고 있는 동안 그녀는 어느새 일어서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그 먼 길을 무슨 나들이 가듯이 말 하고 있는 그녀를 보고있자니 어이가 없어질 지경이었다.


“··· 어휴”


고연후는 차라리 당나라와 전쟁을 하던 때가 더 편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했다.


“다 아버님 성격을 닮아서는···”







“··· 그래서 오셨다고요?”


“예, 전하”


태연하게 대답하는 저 얄미운 얼굴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절로 아파왔다. 그녀와 함께 온 고구려 태왕의 친서란 가관이었다. 요약하자면···


‘언니가 동생을 보러 가겠다는데 어찌 말리겠소. 알아서 하시오.’


였다.


아니, 한 나라의 공주를 그 동생이 보고 싶다는 이유로 방문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 그것도 이렇게 교통이 불편한 전근대 시대에 말이다. 나는 내가 동맹을 맺은 고구려 왕가의 성격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때라는 것을 느꼈다.


딱 잘라 말하면 다들 천방지축에 제멋대로였다. 아니, 생각을 조금만 해 봐도 가겠다고 졸라서 오는 공주나 이걸 또 허락해주면서 이런 친서를 써주는 왕이나 제정신이 박힌건지는 의문이었다.


“하, 하아···”


이걸 가지고 고구려에 외교적으로 따지기에도 굉장히 애매했다. 겉만 보면 동생이 걱정되고 보고싶어서 온 언니 아닌가, 망할 시스콤 같으니! 안 그래도 예산도 없단 말이다! 와서 밥만 축내지 말라고!


···라고 하고 싶었다. 물론 했다가는 바로 대 고구려 외교관계가 쫑나는 것과 함께 내 첫 번째 결혼생활이 산산조각이 날 테니 할 수는 없었지만.


“화, 환영합니다. 느긋하게 쉬다 가도록 하세요.”


그런데 기왕이면 빠르게 사라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다 못해 명절때나 와 주시면 안 될까요?


“그럼 국왕 전하의 호의를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제 동생은 어디에 있나요?”


“지금쯤 궁기병 참모부에 있을 겁니다. 비서관, 공주님을 정중하게 안내해 주세요.”


“··· 제 동생이 왜 거기에 있는 건가요?”


한 순간 그녀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느끼고 깨달았다.


얘, 이거 때문에 왔다.


아니, 상호 동의하에 이렇게 된 걸 왜 나한테만 걸고 넘어지냐고.


“한국의 장군이 장군부에 있는 것이 그리 이상합니까, 공주?”


나도 모르게 말이 딱딱하게 나와 버렸다. 에이 씨 몰라, 어차피 자주 만나지도 않을 처가인데. 어떻게든 되겠지.


“아무리 그래도 새색시한테 장군이라뇨? 그것도 한 나라의 공주인데···”


이쯤 되니까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요즘 일이 많아서 죽겠는데 이제는 뭔···


“그러니까··· 지금 고구려에서는 한국의 장군 임명에 문제를 거시는 겁니까? 그것도 사절단의 대표가?”


“그, 그건···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요! 전 그 아이의 언니로서···”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사석에서 다시 나누도록 하지요. 그게 맞지 않겠습니까?”


만일 이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계속 이어간다면 진심으로 이 사절단을 내쫓을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녀는 창백한 안색으로 물러났다.


“죄, 죄송했습니다. 전하··· 동생을 아끼는 마음에 그만···”


“비서관, 정중하게 안내해주세요.”


그녀가 조심스레 비서관의 안내를 따라 나가자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것을··· 느끼지 못 했다.


이런 것 때문에 한 나라의 공주가 왕한테 징징대서 온 다음에 타국의 왕한테 징징대는게 말이나 되나? 그것도 사적인 자리가 아니라 공적인 자리에서!


“괜찮으십니까, 전하?”


외교부 장관은 조심스럽게 내게 물어왔다.


“미안합니다, 잠시 혼자 있고 싶군요.”


“물러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다행히도 그는 군말 없이 깔끔하게 물러났다.


이럴 때 담배 한 개비 있으면 오죽 좋을까. 오늘따라 더더욱 담배가 그리운 하루였다.


작가의말

고구려 왕족 특:주인공이 어떻게 하면 빡치는지 잘 알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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