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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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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2024.03.26 23:5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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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48,262

작성
22.08.07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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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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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건함 계획16

DUMMY

“진 대장님, 어떻게 된 겁니까?”


“어떻게 되긴 뭘... 보는 그대로인데.”


노진은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짜증을 냈다.


“제가 부군단장에 이사달 소.. 중장이 군단장. 그런데 대장님께선...”


“그럼 내가 이 몸으로 나가 싸우랴?”


진하는 어림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팔에 대한 진실을 듣고 난 뒤로는 아예 직접 전선에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아버렸다.


“에이, 그래도 내가 뒤에서 잘 봐 주면 되잖나? 내가 전장에 나가지를 못하는 거지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경력이 어딜 가는 건 아닌데”


“에휴...”


“그리고 자네가 영 실력 없는 사람도 아니고.”


노진은 작게 혀를 차며 술을 퍼마셨다.


어디나 그 정도가 조금 다를 뿐 고위직에서의 정치적인 요소는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닌지라 당연하게도 그런 부분을 무시할 수 없었는데 노진은 대표적인 진하 쪽 사람이었다.


애초에 고구려 의용군 당시에도 한 솥밥 먹은 전우였고 이전에도 면식이 있는 사이였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파벌까지는 아니었지만 한국군에는 크게 세 라인이 있다고 할 수 있었는데 첫 번째는 전 병관좌평이었던 사혁의 라인이 있고 두 번째는 진하의 라인이 있었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사관학교 졸업생들을 필두로 생긴 라인이 있었다.


얼핏 보자면 사혁의 라인이 압도적일 것 같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어찌 되었건 간에 최대의 공훈을 세울 수 있는 곳은 바로 전장이었고 그런 전장에서 공훈이 가장 돋보일만한 직책은 참모장이나 여단장, 그 위로 가면 군단장 등등의 일종의 지휘관과 직속 참모 계통이었다.


그리고 지금 한국에서 가장 경험 많고 계급이 높은 지휘관은 누가 뭐래도 진하였다.


당연하게도 그를 따라다니면 실전 경험을 쌓으면서 공훈을 세울 수 있었고 그렇게만 된다면 빠르게 출세가 가능하긴 했다.


물론, 본인의 실력이 있다는 전제 하에서지만.


“나도 아쉽지만 뭐 어쩌겠나? 대장만 해도 낮은 계급은 아니니 그냥 만족하려네. 그리고 전장에서 몸 성히 돌아오는 사람이 뭐 얼마나 된다고...”


“... 대장께서는”


“닥쳐”


노진은 말을 이어나가려다가 술잔에 금이 가는 걸 보고 진하의 진심어린 충고를 받아들였다.


호랑이한테 팔 물린 대장과 그 밑에서 한 솥짬 먹던 술잔에 대가리가 박살난 소장으로 기록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조금 불경한 생각이기는 했지만 그런 머저리로 기록되는 건 진하로 충분하다고 노진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사달 중장에 대해서는 조금 아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흠... 이사달 중장이라... 넌 모르나?”


“저는 고구려 원정군 이후로 대부분 고구려에 있었던 터라...”


“아아... 맞다. 그랬지. 이사달 중장... 좋은 군인이다. 그리고 아름답지”


“예... 예?”


노진이 놀라거나 말거나 진하는 술잔을 빙빙 돌리며 말을 이었다.


“농담같지만 진짜다. 그 자식이 머리에 신경쓰는 걸 보고 있자면 머리에 쥐가 날 정도니까. 무슨 창포물이 어쩌구 저쩌구 그냥 좀 쳐 감고 말리던가”


“아...”


“그렇다고 능력이 모자란 사람은 아닌데... 아닌데... 하여간 골치 아프다. 그 자식 말 안장 보면 말린 창포들이 가득한 주머니가 하나 들어 있는데...”


노진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만 나왔다.


아니, 말 안장에 그런 건 왜 가지고 다닌단 말인가. 차라리 그럴 정신에 육포나 넣어가지고 다니던가.


“그래도 제 할 일은 다 하는 사람이라... 뭐, 큰 문제는 없을 거다. 아마...”


“푸흐... 대장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야... 오늘은 술이나 때리다가 내일 인사나 드려야겠군요.”


“그래, 내가 오늘은 회포나 푼다고 말해두었으니 이해할 거야. 자 마시자고.”







“흠... 그게 걱정이라고 후배님?”


“예... 아무래도 너무 과중한...”


사휴는 과자를 하나 집어먹고는 말했다.


“아닐걸?”


“예? 하지만 전 학교도 안 나왔고...”


“전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해군이 뭐 어쩌고 그런 이유도 있고... 그러니까. 아니, 생각해보면 그것도 이상하네? 고작 스물 하나둘에 해군 소령이면 감지덕지 아냐?”


육군 소령이어도 좋은 일이었겠지만 해군 소령은 이야기가 많이 다르다.


인원 자체가 많이 없는 해군인지라 지금 소령이 언제 중령, 대령을 걸쳐 소장까지 달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당장 현 해군차관도 이전에는 소령이었나 중령에 불과했었다는 걸 생각한다면 아예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건 그렇지만 부담도 어느정도 되는지라...”


“흠...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 후배님. 앞으로도 잘 해나가면 되지, 뭘.”


사휴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과자를 우걱우걱 집어먹었다.


“음... 내가 아버지한테도 이야기 좀 듣고 전하를 너보다는 먼저 모셨잖아?”


“아, 예. 그렇지요?”

“내가 전하를 모시면서 느낀 게 두 가지 있어, 뭐일 것 같아?”


“음...”


“전하의 다른 부분들도 물론 뛰어나시지만 진정으로 뛰어난... 절대에 가까운 게 두 가지 있어. 하나는 미래를 보는 눈, 하나는 사람을 보는 눈. 전하를 헐뜯는 사람들도 이것만은 절대 부정 못 할걸”


지영이야 신의 권능으로 내려진 시스템과 미래에서 살다 왔으니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소리였다.


“전하께서 널 그렇게 키우고 있다는 건 너한테 그만한 능력이 있다고 봐서겠지. 그러면 그냥 부담 가지지 말고 받아들여. 능력껏 자리에 앉는다, 우리 한국의 정신 아냐?”


“그럴... 까요.”

“그럼. 부담이야 뭐 어쩔 수 없긴 하겠지만 너무 짖눌리지 마, 후배님. 그러다 괜히 필 꽃도 못 피는 법이니까.”


대충 궁복의 고민거리를 들어준 후 사휴는 과학기술부로 이동했다.


어째선지 그곳에서 쓸 만한 거리를 찾아낸 탓이었다.


“아유, 그럼 이거 좀 빌려가도 상관 없지요?”


“아아, 뭐 쓰고 나서 돌려놓으시면 됩니다.”


“좋아, 감사합니다.”


사휴는 한 권의 연구일지를 펼쳤다.


“흠... 이거 만들기만 한다면...”


못해도 장군 진급은 확정이다.


훈장도 딸 수 있을 거고.


무조건적으로 부와 명예만을 쫓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마다하는 사람은 또 아니었던 사휴는 입맛을 다셨다.


“... 이러한 방법을 이용하면 식품을 길게 보관할 수 있으니 전 군의 전략, 전술적인 행동 반경이 상당히 넓어질 것임은 분명하지만 아직은 기술력이 모자란 것 같다...”


“전하께서 판 거면 분명 뭔가 있는데 말이야...”


처음엔 욕을 퍼부으면서 작업을 했지만 정작 보급체계를 구축한 모습을 보고 깨달았다.


이 의미 없어 보이는 작업이 얼마나 큰 효율성을 가져왔는지를.


사휴가 본 지영은 절대로 허튼짓에 돈을 쓸 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특히나 나라에 관련된 것이라면 더더욱


“흠... 일단 한 번 직접 만들어 봐야겠네”


어차피 이것도 보급 관련 연구가 아닌가, 사휴는 떳떳했다.


사휴라는 사람은 마음을 정했으면 바로 움직이는 습성이 있었다.


이제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것도 하나 만들고 싶었던 사휴는 곧바로 아버지를 찾아갔다.


“아버지!”


“음? 휴야, 네가 어쩐 일이냐? 지금은 바쁠 텐데...?”

“흠흠... 그 일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음?”


“돈 좀 주세요. 좀 많이”


업무시간에 당당히 쳐들어와 삥을 뜯으려는 아들을 보며 사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 진하 곁에 붙어있더니 사람이 조금 뻔뻔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으나 고개를 흔들어 겨우 그 생각을 떨쳐낼 수 있었다.


똑똑한 아들이니만큼 분명 뭔가 이유가 있었겠지.


“그래... 무슨 예산이 필요한지만 말해주면...”


“아니, 아니, 예산 말고 우리집 돈이요.”


“...”


“아들이 개인적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말이죠... 말 그대로 개인적으로 만들어 보고 싶은 거라서... 그리고 지금 나라 사정도 돈 들어갈 곳 많으니까...”


“아들아”


“예?”


“우리 집 사정은 걱정하지 않는 거니...”


“에이... 저 만들고자 하는 거 지원해주실 그 정도는 있잖아요.”


“월급은?”


“그거 포함해서요. 좀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얼마나 오래 걸리길래?”

“흠... 표본같은 거 따려면 최소 1년... 2년...에이, 탐라국 출전 전까지 어떻게든 해 볼게요!”


이쯤되면 대체 뭘 만들고자 하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지만 미우나 고우나 자신의 장남이었다.


“그래... 사내가 자기 이름 걸린 뭔가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데 아버지로서 도와줘야지. 얼마면 되겠느냐?”


“우선 백미 오천 석만...”


생각지도 못한 금액에 사혁은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일 년 예산을 삼 사백만 석씩 쌓아놓고 써서 그렇지 백미 오천 석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단적인 예로 한국의 10급 관료가 받는 연봉이 평균적으로 백미 이십 석 내외였다.


백미 오천 석은 한국의 10급 관료 250명의 일 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인 것이다.


사혁이 가라앉은 눈으로 사휴를 바라보자 사휴는 하하 웃으면서 말했다.


“사실 제 돈도 좀 썼어요. 한 삼천 석 정도...? 있는 거 없는 거 다 털어 넣었죠.”


세상 해맑은 미소에 사혁은 갑자기 혈압이 오르는 걸 느꼈다.


“어엌... 뒷목이...”


“아, 아버지! 이거 진짜 성공할 자신 있다니까는!”

“후우... 암만 그래도 삼천 석을 따 쓰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


“에이... 이거 성공하면 만 석이 뭐야, 못해도 십만 석은 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떡상 가즈ㅇㅏㅏㅏㅏㅏ”


“후우...”


“우선은 삼천 석만 내어주마”


“아버지!!!”


“만드려는 게 뭔지 알고 집안이 재산을 그리 턱턱 내어주겠느냐... 하아... 먹여살려야 하는 입이 몇 개인데”


“휴우... 알았어요. 그럼 그거라도 좀 빌려주세요.”

삼천 석의 지원을 약속받은 사휴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만드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을지도 몰랐다.


다만 그걸 비밀스럽게, 혼자 만들기 위해서라면 입막음 비용도 들어가는 법.


그래서 최대한 넉넉하게 자금을 준비하려고 했던 사휴였지만 안타깝게도 실패로 돌아갔다.


“에이, 그래도 육천 석이면 떡을 치지”


사휴는 언젠가 들었던 이야기를 되새기며 기쁜 마음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남자는 자신감이야, 자신감! 어깨에 힘 빡 주고! 그래, 그렇지!’


작가의말

지금으로 따지면 아들이 발명 하나 하겠답시고 몇 십억은 될 돈을 당당하게 달라하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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