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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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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2024.04.19 00: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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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77,459

작성
22.08.03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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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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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건함 계획14

DUMMY

“그래서?”


“예?”


“이대로 그냥 물러날 생각인가?”


사혁의 날선 말에 진하는 하하 웃으며 답했다.


“뭐 어쩝니까? 제 병을 낫게 할 수 있는 이도 없으니...”


“아깝지도 않나? 자네라면 나중에 필시 상급대장의 자리까지...”


“그것도 살아 있어야 오르는 자리 아니겠습니까? 전 그냥 대장 자리에서 만족할랍니다.”


“하... 이보게, 앞으로 군부가 활약할 일이 많은데 자네가 이리 빠져버리면...”


“에이, 뭐 군부에 저만 있는 것도 아니고...”


“군단급 병력을 지휘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자네랑 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었나? 왜, 육군장관이 직접 칼 들고 나가 싸울까?”


육군장관은 한 나라 육군의 수장이다.


그런 이가 야전에 나가 칼들고 설친다?


나라가 망하기 전에는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의사들이라면 내가 전하께 요청드려서 최고의 의사들을 붙여줄테니... 어떻게든 안 되겠나? 적어도 다음 탐라국 원정 때까지만이라도...”


“사실 이 결정 자체가 전하께서 강력히 주장하신 것이라...”


“... 그 정도로 안 좋나? 그런 것 치고는 멀쩡해 보이던데”


“시한부입니다. 언제라도 병이 다시 도질지 모른답니다.”


진하의 입에서 그런 소리까지 나오자 사혁도 더 몰아붙이지 못 하고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하아... 그렇다면 내가 뭐 권하기도 그렇군.”


“죄송할 따름입니다.”


“됐고, 군단장급으로 삼을 만한 인재들이나 좀 추천해 주게. 가장 가까이서 보고 판단한 자네가 가장 잘 알 것 아닌가. 직접 만나보고 좀 키워봐야지.”


“어... 우선 부군단장으로 있던 이사달이 좀 쓸만하긴 한데...”


“이사달 소장?”


“예, 저랑 있을 때 부군단장의 직책을 무리 없이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군단 참모였던 서연직 소장도 괜찮은 녀석입니다마는 아직 군단장직에 올려놓기는 조금 무리가 있지요. 거기에 어지간하면 참모직으로 돌아다니고 싶어하는지라...”


“서 소장이라면... 하긴, 그 자는 고급장교가 된 이후로 직접 사령부를 맡아본 경험이 없으니 무리가 있겠군”


“그리고 사휴 대령도 있습니다만...”


“에잉, 사람아. 아무리 내 아들이라지만 이제 막 대령을 단 녀석이야.”


“하지만 한국에서 제일가는 보급 전문가지요. 만일 탐라국으로 원정을 갈 거라면 절대 썩히면 안 됩니다.”


“하긴... 현 한국의 보급체계는 내 아들과 전하께서 직접 만드신 것이기는 하지. 그래도 군단장급은 아니야. 지금 대령을 단 것도 어느 정도 특혜가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네. 더 이상은... 선을 넘는 거야.”


그것도 그렇기는 했다.


고작해야 삼 사년 만에 대위에서 대령까지 진급을 했다.


공훈이 적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소장까지 올리기에는 위험부담이 굉장히 컸다.


“그리고 전하께서 보급쪽은 따로 생각중인 게 있다고 하시더구만.”


“흠... 그 궁복이라는 아이 말입니까?”


“아, 자네 밑에서 배웠다지? 어떤가?”


“몇 년 지나면 한 지역의 총독은 너끈히 맡을 인재입니다.”


“대단하군.”


“대단해지겠지요.”


“전하께서 쭉정이를 키우지는 않겠지. 듣기로는 로마까지 다녀왔다더만? 뭐, 그건 나중 일이고... 여튼 지금 자네가 추천할 만한 군단장급 인재로는 아사달 소장이 전부인가?”


“예, 제 할 일 정도는 충분히 해내는 믿음직한 친구입니다. 만나 보시면 후회는 안 하실 겁니다.”


“그래? 내 직접 만나봐야겠구만. 에잉, 그러니까 술쳐먹고 사냥을... 쯧”


“하하, 제 성정이 이런 걸 어쩝니까?”








“전하를 뵙습니다!”


“과한 예는 필요 없으니... 일어나도 좋네.”


내 말에 남자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그래... 자네가 그렇게 나를 만나고자 했다고?”


“예, 전하. 일개 신민에 불과한 제가 전하를 만나뵙게 되어 참으로 영광입니다.”


“흠... 내 비서한테 이야기 한 것과는 다른데. 분명...”


엄청 자신감이 넘치지 않았나?


하긴... 그래도 왕 처음 만나는 건데 긴장이 되긴 하겠지.


“그래서 날 만나고자 한 이유가 뭔가? 뭐, 대개는 비슷한 이유겠지만”


출세하고 싶어서


어떻게든 줄을 대고 싶어서


뻔하지 뭐


인맥, 혈연, 학연, 지연 등등등... 라인 하나 만들어놓으면 인생 쉬워진다.


특히 왕국에서 왕과의 라인을 하나 만들어놓는다?


순금으로 된 동아줄을 온몸에 빙빙 두르고 있는 것과 같다.


“질문을 하나 하겠네”

“하문하시지요.”


“욕심인가, 실력인가?”


내 말이 그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일까? 그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학자는 지식으로, 군인은 전과로, 장인은 걸작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법이지요.”


“하! 좋구만! 바로 이런 자세야. 그거 아나? 난 무조건적인 겸손을 굉장히 싫어한다네. 자신이 가진 건 제대로 드러낼 줄 알아야지, 그렇지 않나? 자신을 꽁꽁 감춰놓고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웃기지 않나? 실력에 걸맞는 자신감을 가지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네. 적어도 자신을 제대로 안다는 증거이지 않나?”


나는 내 옆에 있던 포도주로 목을 축였다.


“그러니 한 번 증명하게나. 자네도 알다시피 나를 만나려는 사람은 많아. 뭐, 개인적인 욕심도 있겠고 호기심도 있겠고... 대부분은 개인적인 욕심이겠지만 말야. 하지만 난 그걸 나쁘다 생각하지 않는다네. 자신의 능력에 걸맞게 욕심을 가지는 게 뭐 그리 잘못된 일이라고... 그래서, 자네의 증명은...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있나?”


“예, 물론입니다.”


“좋아! 그럼 가세”


무기 시험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나는 쇠뇌를 집어 들고 표적을 가리켰다.


“저, 200미터짜리 표적으로 하면 되나?”


“400미터로 하시지요.”


그 말에 내 옆에 서 있던 비서실장은 물론이요 참관했던 기계과학청장까지 모조리 그를 쳐다보았다.


“하, 400미터? 자신 있나?”


“예, 쏘십시오.”


하... 물론 이건 상당한 고급품이기는 할 거다.


딱 보니 도르래에 강철로 이루어진 탄력 좋아보이는 활몸까지 가지고 있었으니까.


“좋아, 한 번 쏴 보지.”


쏘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400미터짜리 표적이 준비가 되자 나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퉁 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은 힘차게 하늘을 날았고...


“청기입니다!”


청기, 명중했다는 뜻이다.


크으... 만발사수 클라스는 어딜 가지 않는구나.


나는 곧바로 쇠뇌를 발로 밟고 염소발을 이용해 장전을 마쳤다.


“흠... 그렇게 큰 힘이 필요로 하지 않는군”


“예,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방에 도르래가 달려 있어 조금 더 편하게 장전이 가능합니다.”


마치 양궁 활처럼 말이지... 뭐, 나쁘진 않았다. 다만 전장에 가져가기는 힘들겠군


도르래를 단다고 치면 위력과 사거리, 혹은 장전속도에서 이점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그만큼 신뢰성이 수직하락한다.


전장에서 필요로 하는 무기의 요건 중 일정 수준 이상의 신뢰성은 필수였기에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었다.


“내구성이 그리 약하지도 않습니다. 보시며는 강철로 이루어진 도르래라서... 이걸로 근접전을 할 것이 아니면 충분히 야전에서도 써먹을 수 있을 겁니다.”


“그건 한번 실험을 해 보면 알겠지. 여튼... 대단한 성능을 가졌군”


신뢰성이고 단가고를 다 떠나고 나서 일단 쇠뇌 자체가 400미터의 사거리를 자랑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사람들은 쇠뇌가 활보다 무조건 사거리가 길고 파워가 셀 거라 생각하는데 막상 보면 그렇지도 않다.


쇠뇌가 활에 비해 뚜렷하게 우위에 있는 건 엄청나게 짧은 훈련시간과 병사들이 덜 지친다는 것, 그리고 조준이 쉽다는 것 정도였으니까.


장단점이 뚜렷한 무기라는 거다, 결국에는.


하지만 만약 예비군 제도를 본격적으로 운용할 것이라면 쇠뇌의 도입은 필수적이었다.


“하하... 저희 집안에 쇠뇌를 잘 만들던 분이 계셨습니다.”


“오호... 그런가?”


“예, 이 쇠뇌 역시 그때의 도면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지요.”


“자네의 선조가 누구시길래?”


“음... 아실지 모르겠습니다. 구진천이라고...”


“구진천? 천보노 구진천이 자네 조상이라고?”


“제 선조님을 알고 계십니까?”


“이름이야 유명하지. 여기 기계과학청장도 이름 정도는 알고 있을걸”


“예, 쇠뇌 제작에는 천재적인 인물이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 하하, 전 그분처럼 천 보를 가는 쇠뇌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나름 쇠뇌를 잘 만든다고 자부합니다.”


천보는 누가봐도 구라고.


내 알기로 그 정도 사거리에 접근한 게 그나마 베네치아 강철쇠뇌라고 알고 있다.


그리고 솔직히 천 보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뭐, 집단 운용을 할 거라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이긴 한데...


천 보 날아가서 살상력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래... 이 정도면 고용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지.”


“아, 그리고 이것도 있습니다.”


그는 보따리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연발쇠뇌라는 물건인데... 제 나름대로 만들어 봤습니다.”


연발쇠뇌...


내가 저거 탄창 옆으로 꽃아보겠다고 삽질을 했던 거 같은데... 아닌가?


다행히 그가 만든 쇠뇌는 탄창이 위에 있었다.


“그... 사거리야 전에 것보다 짧긴 하지만 대신 발사속도에 이점이 있습니다.”


“한 200미터 정도에 놓으면 되나?”


“그... 150미터 정도로... 아니면 100미터라던지...”


“흠 천천히 늘려나가 보도록 하지”


애초에 연발쇠뇌라는게 사거리에 중점을 둔 무기가 아니다.


사거리를 희생시키고 활과 비슷한 연사력을 가지기 위해 만들어진 무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120, 130미터의 사정거리를 보여주니 나름 나쁘지 않았다.


여기서 연사속도를 좀 희생시키고 사정거리를 한 170미터까지만 늘려도 쓸만은 해지겠는데...


적어도 수성전에서는 톡톡히 쓸만할 것 같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국방과학연구소를 새로 신설할 생각이야.”


“국방... 과학연구소”


“이름에서 알다시피 군수 분야 개발 부서를 따로 만들기로 했지. 워낙에 그 연구양 비대해지고 있으니... 그곳에 쇠뇌 분야 연구부장으로 앉혀주지.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한마디로 쇠뇌 분야에 있어서 그가 1인자라는 것을 인정하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감사합니다, 전하!”


“됐네. 실력에 맞게 자리 찾아가는 게 뭐 그리 감사하다고... 정 감사하면 실적으로 증명하게나. 아, 자네 이름이 뭐라 했었지?”


“구진현이라고 합니다.”


“구진현... 구진현이라... 기억하겠네”


작가의말

천보노가 나오는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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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남북전쟁3 +2 23.10.30 12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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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평화를 끝낼 준비5 +2 23.09.29 141 2 12쪽
244 평화를 끝낼 준비4 +2 23.09.26 13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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