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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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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2024.04.19 00:05
연재수 :
297 회
조회수 :
158,427
추천수 :
2,577
글자수 :
1,477,459

작성
22.07.15 08:05
조회
416
추천
9
글자
11쪽

건함 계획7

DUMMY

“그럼... 서연이의 임신을 축하하며... 건배!”


““건배!””


우리 셋은 동시에 잔을 깔끔하게 비웠다.


독한 술의 알싸함이 목구멍을 괴롭히는 이 감각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크으...”


“캬하! 술맛이 참 좋습니다, 전하”


“몇 병 없는 84년산이라네.”


와인을 비롯한 술을 대대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을 때, 진짜 극 초기의 작품이다.


이제는 몇 병 없는 유물이라고 할 수 있지.


“이봐, 혁이. 너무 달리지 말게나.”


“형님, 이럴 때 달려야지 언제 달린답니까?”


사혁은 낄낄 웃으면서 비워진 술잔을 빠르게 채웠다.


“장관의 말이 옳네. 다들 위치가 위치인지라 이런 자리를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 어찌 이런 날에 빼려고 하나, 총리?”


“크흠... 신은 나이가 있어...”


“오늘 취하지 않는 자는 내일 출근을 시킬 것인데... 괜찮겠나?”


원래는 내일은 특별 휴가를 주려 했는데 말이야


“어이쿠, 잔이 비어버렸군요. 허허허”


“형님, 너무 속 보이는 거 아닙니까?”


“내일 출근도 안 할 텐데 오랜만에 달리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겠나.”


설차는 껄껄 웃으면서 눈앞의 안주를 집어 먹었다.


“훌륭한 생각일세, 총리. 이런 술이 매일 있겠나?”


돈이 있어도 이런 명주는 구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나 한국에서는 더더욱


여튼 좋은 술과 좋은 사람들이 모이니 서로 빠르게 취해가기 시작했다.


대강 알고는 있었지만 전통주들도 독한 것이 상당히 많았던지라 내일 출근도 없다는 생각에 다들 고삐가 풀린 것도 있겠지.


“이런 자리를 좀 일찍 만들 걸 그랬군”


“저 역시 동의합니다. 이렇게 모인 것도 정말 오래간만인 것 같군요.”


“쩝... 미안하구만. 개국공신들한테 너무 신경을 못 써준 것 같아서.”


“허허허. 그동안 너무 바빴지 않습니까?”


“사람이 너무 없었지”


“솔직히 그때 좀 놀랐습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다 죽이실 줄은...”


“덕분에 몇 개 부서 장관직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명목상 두 개였지 실상은 거의 대부분의 일을 다 하고 있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허허...”


설차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려 했다.


술에 취해서 그게 거친 헤드뱅잉처럼 되어버려서 문제지.


“에잉, 누군 나를 반대하는 사람이 그리 많은 줄 알았나? 그리고 그때 반란분자를 모아준 영감도 있었고...”


“참된 충신이었지요...”


그... 런가?


마냥 그렇다고 하기에는 내가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심지어 이름도 모른다. 역사서 어딘가에는 쓰여 있을 텐데 정작 난 몰라.


하지만 아니라고 하기엔 자기 목숨 바쳐서 반란분자를 모은 정황상 징후가 워낙에 뚜렷하잖아?


“여튼 누군 죽이고 싶어 죽였겠나, 그 많은 사람들을?”


지금 10만에 가까운 사람이어도 인구의 거의 2.5% 정도에 해당하는 많은 사람이다.


그 때 당시에는 인구가 더 적었으니... 정말 엄청난 출혈이었지.


애가 많이 태어나지만 그만큼 많이 죽어나가는 지금 시대는 의외로 인구 증가율이 그리 높지 않아서 10만이면 우리나라 기준으로 몇 년은 기다려야 나오는 인구수다.


이제는 영유아 사망률이 조금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내 눈에는 높게만 보이고 있지.


“추리고 추리다 보니 많아진 거지...”


이때 호족은 지방의 작은 왕이다.


그나마 동아시아쪽은 중앙 집권화가 잘 되어있는 편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이 시대 기준.


말만 중앙집권이고 황제지 사실은 결속력 어느정도 있는 연방국이나 다름없는 상태다.


그래서 군권 잡자마자 몰아서 싹 다 죽여버린거지.


내란죄와 반역죄라는 훌륭한 명분으로,


증거? 만들면 된다. 아직 재판도 제대로 없는 시대이니만큼 ‘상황이 상황이라 죽이고 증거 밝힘’이라고 박아버리면 그만이지.


어차피 지금 시대의 일반 백성들이야 지나친 수탈이나 지나친 선정이 아니고서야 중앙 정부에 별 관심도 없으니까 잘 되었다 싶었다.


“에이, 이미 죽은지도 십몇 년이 지난 사람들일세. 어차피 쳐내다보면 반수 이상이 갔을 거고.”


“하긴... 그도 그렇군요. 것보다 전하께서 진짜로 아버지가 되시는군요. 다시 한 번 경하드립니다.”


“허허... 이제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이지요.”


“그럼 뭐 지금까진 애였나?”


“생각을 해 보면 전하의 춘추가 그리 적은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그건... 그렇지?


나 이래뵈도 현대, 과거 합쳐서 마흔 넘은 지 오래다.


아니, 이제 마흔 초반을 넘어서 마흔 중후반, 몇 년 지나면 쉰을 바라볼 나이지.


타고난 시스템 동안이라서 그렇지 인생 꽤 오래 살았다는 거다.


“그렇게 말일세... 그런데도 아직 어색하다네. 내가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다.


알고는 있지만 그걸 알고 있는 것과 직접 체험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이야기 아닌가.


“허허... 뭐든지 처음이 어색한 법이지요. 저를 닮은 조막만한 아이가 생긋생긋 웃어줄 때면 세상 모든 근심이 사라지고는 합니다. 제가 이번에 손주놈을 봤는데 요놈이 어찌나 영특하고 귀엽던지 이 할애비를 바로 알아보고는 제 손을 꽉 잡고 놓아주지를 않더군요. 그 손이 또 어찌나 작고 하얗던지, 그 꼬물거리는 손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릅니다. 얼마 전에는 저를 가르키면서 무어라 웅얼대는데 사실 우리 손주놈은 천재가 아닐까... 그렇지 않습니까? 태어난지 얼마 안되 갓난이가 벌써 말꼬를 트려고 입을 웅얼대는데 그 볼이 정말로 토실토실해서 쫘악 잡아당겨주면 또 좋다고 배시시 웃으면서 저에게 달라드는데 그게 정말이지 보고 있자니 흐뭇합니다. 허허 이래서 늙으면 애나 보면서 사는게 낙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손주놈이 이렇게 예쁜데 자식은 오죽하겠습니까?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제 첫째놈이 태어날 때...”


“어휴... 형님 또 시작 하셨네...”


고봉밥 시발아... 배터져 뒤지겠네, 진짜로.


사혁은 익숙하다는 듯이 술잔을 들어 퍼마셨다. 나도 한 잔 주라, 저거 맨 정신으로 듣고 있기 참으로 힘들다.


“... 자네도 저랬나?”


“제 자식놈들이 하나같이 예쁜 건 맞지요. 그건 어느 부모라고 다르겠습니까마는... 제가 감히 맹세컨대 전 저정도는 절대 아닙니다.”


“확실히... 저 정도는 흔치 않지.”


“... 그래서 그 갓난뱅이가 얼마나 영특했던지 기저귀에 변을 보고도 제가 미안해서는 제 어미를 울먹이며 그 손을 꼭 잡는데 크하~! 진짜 그 장면을 못 보여드리는 게 한입니다. 벌써 몇십 년 전 이야기인데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합니다. 제가 셋째, 넷째를 쌍둥이로 낳았는데 이 쌍둥이라는 것이 키우기는 힘들어도 쑥쑥 커가는 것을 보면 그 모든게 잊혀질 정도로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릅니다. 허허... 쏙 빼닮은 것들이 양쪽에서 매달리는 걸 보며는...”


음... 지치면 알아서 멈추겠지?


“하하... 형님이 오랜만에 너무 달렸나 봅니다. 최근에 전혀 달리지 않았으니... 나이도 있고...”


“이해하네. 자기 자식 안 예쁜 부모가 어디 있겠나? 거기다 손주까지 봤다니 자랑하고 싶을 만 하지, 뭘. 아참, 이번에 고구려에서 미역이 잔뜩 왔더구만”


“미역... 확실히 산모에게 좋다고 듣기는 했습니다만 이제 임신했는데”


“그쪽 왕족들도 제정신 아닌 것 같네. 지난번에 처형이 왔을 때 얼마나 피곤했는지 아는가? 하아... 하기사 그쪽도 씨가 모자라니 이해는 한다지만 애초에 이쪽은 한 명인데...”


“하하...”


“아, 이야기가 샜군. 여튼 간에 미역이 더럽게 많이 왔다네. 농담 않고 나랑 서연이랑 일년동안 미역국만 쳐먹고도 남을 만한 미역이 왔단 말이야. 해서 이걸 좀 나눠주고자 하네. 우리 관료들 중에 또 임신한 아내를 가진 사람들도 있을 테니 해서... 아, 술자리에서 일 이야기 하는거 아닌데...”


“흐흐흐... 형님의 자식 자랑 듣다 보면 그러실 수도 있지요. 뭐, 전하께서도 아버지가 되신다며는 자연히 알게 되실 겁니다.”


“... 이리 들어서는 짐작도 가지 않네만”


내 말에 사혁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냥 세상을 얻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 여긴 어디지?


“우욱... 씨발...”


속에서 올라오는 역함에 나는 더 참지 못하고 바닥에 속을 게워냈다.


“우웨엑... 우욱...”


“전하! 괜찮으십! ...아, 해장할 거라도 가져오겠습니다.”


빨리... 빨리 가져와...


내 머릿속을 울리는 듯한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이짐과 함께 나는 있는 힘 없는 힘 다 짜내서 서랍 위에 놓여있던 세안용 냉수를 냅다 부었다.


“푸흐...”


냉수의 차가움이 머리에 후두둑 쏟아지니 아주 조금은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씨발 설마 술쳐먹고 임신한 서연이한테 술주정 한 건 아니겠지...?


주위를 홱홱 둘러 우욱... 우웨엑...


나는 마치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언데드 드래곤처럼 알기 싫은 빛깔을 하는 액체를 사방으로 뿜어내고서야 겨우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고 다행히, 그리고 정말 불행히 여기는 내 방이었다, 시발.


“전하, 여기 시원한 꿀차라도 조금 드시지요.”


“으읍...”


달다...!


이게 천상의 맛?


달달하면서도 시원한 꿀차가 내 목을 타고 내려갈때마다 활화산의 마그마처럼 요동치는 내 속이 조금은 가라앉는 것 같았다.


... 그것도 얼마 가지 않았지만


어느새 한 그릇을 비운 나는 그가 가져온 접시에 그릇을 턱 올려놓고는 말했다.


“더...”


그렇게 세 그릇의 꿀차를 해치운 나는 비로소 내 방의 꼬라지를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 제가 시종들을 시켜 말끔하게 정리하겠습니다.”


“... 미안하네”


“아닙니다, 사내가 술을 마시다 보면 이렇게 될 수도 있지요.”


그렇게 말하기에는 내 기억 중 일부가 없는데요?


“끙... 그럼 미안하지만 부탁 좀 함세. 아, 그리고 지금이 몇 신가?”

“제가 마지막으로 시간을 보았을 때가 한 시 이십 분이었습니다.”


존나게 퍼질러 잤구만


나는 고개를 끄덕... 이려다가 또 다른 참사를 막기 위해 손만 까딱이고는 방을 나섰다.


이대로 아내들 보러 가기도 좀 그러니까 바람이나 쐬면서 술기운이나 좀 가시게 해야겠다.


나는 궁전 안의 정원을 가만히 거닐었다.


왜 예전 왕들이 정원을 거니는지 잘 몰랐는데 이젠 조금 알 것 같기도?


이모저모 시간을 보낼 때 참으로 좋았다.


나는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멍하니 정원을 거닐었다.


작가의말

술 취하면 있는 자식 자랑 다 꺼내는 타입...


오탈자 지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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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남북전쟁3 +2 23.10.30 126 2 12쪽
250 남북전쟁2 +3 23.10.20 14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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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평화를 끝낼 준비6 +2 23.10.06 122 2 11쪽
245 평화를 끝낼 준비5 +2 23.09.29 141 2 12쪽
244 평화를 끝낼 준비4 +2 23.09.26 13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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