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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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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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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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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범선은 낭만을 싣고14

DUMMY

건국력 140년(서기 919년) 봄

서울, 왕립 중앙대학교


“이,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국왕께서는 하늘이 내려주신 분이거늘! 어찌 감히!”


“하지만 이 논문은 정식으로 출간된 것일세! 폐하께서도 이 논문을 어느 정도는 긍정하기에 나온 것 아니겠나!”


신강의 논문은 철학계에 거대한 충격을 일으켰다.


군주란 무엇인가. 천자, 즉 하늘의 아들로 시작한 군주의 존재는 이윽고 주변국에서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거기에 대놓고 ‘군주는 계약의 산물이다!’라고 외치며 엿을 박아버리니 당연히 난리가 날 수밖에.


“말이 되는 소리를 하게!”


“말은 되지 않는가! 신민이 아무도 없다면 결국에 왕이고 황제고 무슨 소용인가 이 말이야!”


하지만 이 논란은 생각보다 빠르게 사그라들었는데 그 이유란 것이


“그런데 왜 폐하께선 이 논문을 금지하지 않으시는가?”


“민심이 천심이라지 않나!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확실히 일리가 있네!”


왕인 지영이 나몰라라 해버리니 자연스럽게 사그라들고 만 것. 당사자 본인이 암묵적으로 인정해버렸는데 더 논의해봐야 나올 것도 없었다. 그러고 나니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


“모든 권리를 양도한다고 하였는데 그렇다면 헌법은 왜 만들어졌으며 감히 폐하 위에 있는가? 그 논리대로라면 헌법은 필요가 없지 않나?”


“그건 아니지 않나. 헌법이 있는 나라는 오로지 우리뿐일세. 그렇다면 신민을 가엾게 여긴 폐하께서 질서를 유지하되 일부 권리를 다시 돌려주셨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헌법의 형태를 취할 것도 없지 않나.”


“그의 말은 옳지 않다! 우리는 생명과 안전만을 보장받고 있나? 그렇다면 우리 집의 재산은 대체 왜 그대로 있단 말인가?”


예상외의 건설적 토론에 되려 당황한 건 신강이었다. 사실 지나가다 썩은 달걀 하나 정도는 맞을 각오를 했건만 학자들과 학생들은 질문이라는 예리한 칼로 그를 난도질했다.


“애초에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재산은 있어야 하지 않나! 그대는 옷과 밥 없이 살 수 있는가?”


“그렇다면 기업들의 막대한 재산도 생존을 위해서라고 할 셈인가? 생존과 안전만을 위한다면 기업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지 않나!”


““““대답하시오, 신 교수! 그대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돔황챠!”


학문적 열정에 불타오르는 그들을 보며 신강이 택한 것은 도주였다.


“학장님, 저를 좀 살려주십쇼!”


“... 화제의 주인공의 부탁이라기엔 너무 안쓰러운 부탁이로군.”


“...”


“하지만 뭐 답이 없지 않나. 도가 넘지 않게는 할 테니 이리저리 떠들고 다니게나. 하다 보면 더 좋은 의견들도 나올 테니 좋지 않나.”


“목욕탕까지 들어가서 말입니까? 제발 좀 살려주십쇼!”


눈물 젖은 그의 애원에도 학장은 고개를 저었다.


“토론회 한 번 한다고 결론 날 사안도 아니잖나. 그럴 거였다면 논문 발표회 때 이미 결론이 났어야지. 좋게 생각하게. 어쨌건 신 교수는 철학에 한 획을 그은 거야.”


신강은 자신의 미래를 직감했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건국력 140년(서기 919년) 봄

서울, 왕립 서울 조병창


“이게 신형 소총입니까?”


“정확히는 이전 소총의 개량형입니다.”


“아, 그 욕을-”


“크흠... 그 부분은 넘어갑시다.”


지영은 그 공을 기리겠답시고 24년형 소총 서-태규 라고 이름 붙인 덕에 한 사람은 성이, 한 사람은 이름이 그야말로 이래저래 날리게 되었다.


아마 한동안은 개량형들에 가까울 테니 이런 행운(?)을 누릴 수 없다는 말은 덤이었다. 그 덕에 총기 설계자로서 이름을 날리게 되었으니 좋다면 좋고, 역사책에서 쓰일 테니 가문의 영광이라면 영광이겠지만...


“자, 이 총을 봐 주십시오.”


태규가 내민 총은 그야말로 파격적인 디자인이었다. 바로 몸체 전체가 철로 되어 있고 개머리판 한가운데는 너무 시원하게 뻥 뚫려있었다.


거기에 개머리판에서 볼이 닿는 윗부분은 목재로 덧대고 있는 그 모습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었다.


“통짜 철이니 개머리판이 약하다는 소리는 더 안 나올 겁니다. 덧붙여 생산성이 향상되고 인건비도 줄었습니다. 뭐, 그만큼 재료 값이 약간 더 들어가기는 합니다만, 그 정도야.”


의외로 총몸도 막 만드는 물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냥 철제 주물로 찍어내면 그 문제가 바로 해결되어 버린다. 피부에 닿는 부분은 동계나 혹시 모를 열을 걱정해 나무 조각을 덧대주면 해결되는 부분이기도 했고.


“아니면 이 방법도 있습니다.”


그가 내놓은 소총은 아까와 같은 소총이었지만 총열 덮개 하부에 목재 보강부가 없고 손가락 없는 장갑이 조용히 있었다.


“어차피 총검술을 하다 보면 손바닥이나 손에 부상을 입는 경우가 있잖습니까?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을 겁니다.”


“흠... 음? 그리 무겁지는 않군요?”


“내구성을 보장하는 선에 이리저리 타공이 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철로 만들었음에도 초기형 소총보다 더 가볍지요.”


“어느 쪽이 되던 더이상 개머리판 문제는 없는 것이 맞겠지요?”


의외로 초기형 소총의 문제점은 바로 개머리판이었다. 창총방진을 사용하는 것은 좋았으나 어쨌건 전투를 하다 보면 이래저래 뒤섞여서 총병들도 어쩌다 백병전을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그런 백병전 상황에서 기존의 개머리판은 솔직히 쓸 데가 없었고 결국 보조 무기로 지급 받은 검을 뽑아야 했는데 사실 검을 뽑기 전에 적의 공격이 들이닥치기 일쑤였다.


그러니 최소한 급할 때 개머리판을 휘두를 정도는 되어야 했고 조병창에서는 겸사겸사 그 문제도 해결할 겸 총몸을 철로 만드는 시도를 한 것이었다.


“걱정 마시지요. 어지간한 상황에선 문제없을 겁니다.”


“좋습니다. 그럼 우선 양쪽 모두 삼십 정씩만 주십시오. 군용 시험 후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건국력 140년(서기 919년) 가을

서울, 경복궁 국무회의실


“다들 자기 자리엔 다 적응했소?”


이번 여름휴가가 끝나고 개각을 단행했기에 나온 질문이었다.


“예, 문제없습니다.”


“인수인계도 다 마쳤고 이제 적응했습니다.”


“흠, 좋소. 날도 시원해졌으니 이제 열심히 일해야지. 보고할 사람이 있다면 보고하시오.”


“폐하, 신 시종장입니다. 한 마디 올려도 괜찮겠습니까?”


시종장의 발언에 장차관들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발언해보시오.”


지영은 흥미로운 기색을 띠고 그에게 발언을 허락했다. 원래 시종장이 회의에 참여하기는 하지만 발언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품계와 상관없이 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시종장이나 시녀장이 굳이 국무회의에서 발언할 일이 없기도 했다.


“감사합니다, 폐하. 개각 후 첫 국무회의부터 이런 안건을 올리기는 싫지만... 궁궐을 확장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 말에 신임 재무부 장관 왕건의 얼굴이 어두워졌지만, 그와는 별개로 반대의 의견을 던지지는 않았다.


‘궁궐... 하긴, 좁긴 했어?’


‘넓힐 때가 되긴 했지...’


‘왕 장관만 안쓰럽군. 속에 좋은 약이라도 하나 차려줘야 하나.’


경복궁이 지어진지도 어언 백 년이 넘었다. 그때보다 이런저런 부서도 더 많이 생겼고 부서의 크기도 커졌으니 당연히 건물들이 비좁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궁궐의 확장은 확실히 국무회의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 맞았다. 다른 건 다 제쳐두고서라도 왕이 기거하는 곳이니 한 번 공사를 했다 하면 그 비용이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흠... 궁궐이 좁다는 의견은 많이 들었지... 짐 역시 공감하오. 아예 새로 지어야 할 건물들도 몇 있고 하니.”


그 대답을 끝으로 시종장은 자신의 할 말이 끝났다는 듯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반대가 없다면 이건 그대로 진행하리다. 추후에 각부에서 협의해 계획을 올리시오. 아, 그리고 산자부 장관?”


“예, 폐하.”


“일본에서의 구리 수급이 조금 불안정해졌다고 들었소. 이에 대한 대응책은 있소?”


“간도 지방의 구리 광맥 몇 개를 찾아놨습니다. 또한, 항시 일년 분의 비축분을 준비하고 있기에 그 정도라면 광산을 개발하기 전까지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그 일 년이라는 분량은 전시를 가정한 상황이오, 아니면 평시를 가정한 상황이오?”


“... 평시를 가정한 상황입니다.”


“전시를 가정하고 일년 분의 비축분을 준비하는 것이 좋겠소. 당장 대포를 찍어내게 되면 구리가 부족하지 않겠소?”


지영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살짝 찌푸렸으나 그가 신임 장관임을 깨닫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구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철제 대포의 개발은 어찌 되어가고 있소?”


“죄송합니다, 폐하. 서두르고는 있지만 도저히 성능이 나오질 않습니다.”


“청동 대포의 삼 할 정도의 성능만 나와도 괜찮다지 않았소?”


“삼 할은커녕 시험 발사조차 견디지 못하고 깨져버립니다.”


그 말에 지영도 할 말이 없는지 입이 꾹 닫혔다. 시험 발사조차 견디지 못했다는 건 그들이 감도 못 잡았다는 걸 의미했고 지영도 이에 조언할 말이 딱히 없었다.


“반사로 연구가 진행되면 연철의 생산이 가능해지오. 그렇다면 연구에 진척이 있겠지. 일단 계속 노력하시오.”


여러 안건이 모두 마무리 된 후 지영은 은근히 자신이 묻고 싶었던 것을 물었다.


“그런데... 경들 모두 이번에 새로 나온 논문 이야기를 들었소? 한창 뜨거운 주제던데.”


“신 교수의 논문... 말입니까?”


“듣기야 했습니다만...”


“경들은 그 논문에 대해 어찌 생각하오? 경들은 발해를 이끄는 자들에 속하니만큼 이 논문에 대해서도 생각해 두었으리라 생각하오만.”


그 질문에 관료들은 목이 타는지 냉수를 들이켰다. 참으로 애매하기 그지없는 주제였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이해가 갑니다만 너무... 투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다수 있었고요. 다만, 그의 사회계약은 사고의 전환점을 제시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왕 장관의 말처럼 사고의 전환점을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논문은 당나라의 학문에 기반하지 않은 것 아닙니까? 충분히 존중받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관들의 반응에 지영은 나쁘지 않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사회계약이라는 주제는 잘못하면 역적의 헛소리 정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데 적어도 그런 모습은 없잖은가?


작가의말

잘못하면 반역으로 몰리기 딱 좋은 사상이죠. 실제로 불쾌해 했다는 기록도 있으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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