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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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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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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6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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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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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양면4

DUMMY

808년 1월, 유구국 임시기항지



“아니, 난 이해를 할 수가 없네”


중대장은 진심으로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책상을 두들겼다.


“머리 회전도 빨라, 실전 경험 풍부해, 훈장도 받았어... 앞길이 탄탄한데 왜 자꾸 전역하려는 거야, 박 중사?”


“그건...”


박병구의 힘빠지는 목소리에 중대장은 오죽 답답했는지 곁에 있던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중대장님, 답답한 척하시면서 술 드시지 마십쇼.”


“거 알면 좀 적당히 넘어갈 것이지”


작게 투덜거리며 이미 반 정도 비어버린 술병을 내려놓으며 중대장은 박병구를 노려봤다.


“아니, 그래. 전역할 수 있다 쳐. 전역하고 뭐할 건데? 뭐, 땅 받아서 농사짓게?”


“예”


“그래~ 아니지, 뭐? 예? 예에에에? 이거 완전 미친놈이네. 야, 너 정도면 장교 전환 가능해, 알잖아. 너 이대로만 하면 대위는 물론이고 영관장교 올라가서 대대장도 노려볼 수 있는 놈이란거 네가 더 잘 알잖아?


아니, 대대장까지 가지도 말자. 박 중사, 연봉 얼마 받아?”


“백미 열다섯 석... 아니지, 이제 천 오백 원입니다.”


“이런 시발, 우리가 쳐받는 생명수당만 기본 월급에 5할 추가로 처먹을 텐데 헛소리를 정성스럽게도 하네. 너 내가 모르긴 몰라도 네 실수령 연봉은 못해도 삼천 원은 될 거다, 내 말이 틀려?”


이게, 군인을 하려는 가장 큰 이유기도 했다.


명예도 명예거니와 물질적인 보상이 결코 작지 않았기 때문.


그리고 어쨌건 일반 병사로 입대하는 건 체력만 좋고 의지만 있으면 부족한 부분은 입대해서 굴려지면서 습득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굉장히 좋기도 했고.


“아니, 내가 너 진짜 동생 같아서 하는 말이야. 박 중사, 아니 병구야. 너 농사지어서 백미 삼십 섬 벌 수나 있냐? 너 농사짓는다 하면 너희 가족 싹 다 고생해야 해, 알잖아. 농사는 뭐 쉽나?”


“...”


“너희 가족 싹 다 동원해서 농사 지어봐야 지금 네가 받는 연봉 나올까 말까 할 건데,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그리고 연봉도 지금 기준이지, 너 대위만 달아봐. 대위부터는 주무관이 아니라 사무관으로 인정받아서 기본 연봉이 삼천 원이야. 내가 지금 실수령 연봉이 사천 오백 원 정도 한다고.


그리고 명예도 보장되고. 야 너희 동네 딱 갔는데 시벌 중대장 나으리 오셨다 하면 어깨 딱 피고 힘 딱주고 다닐 거 아냐? 얼마나 신나냐 응? 딱 어? 니 자식 앞에서 ‘봤지? 아빠 존경받는 사람이야.’ 얼마나 좋냐, 좀”


그 달콤한 유혹에 박병구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확실히 하급 관료로 구분되는 주무관과는 다르게 사무관쯤 되면 그래도 ‘능력 좀 있다?’ 정도로 취급받으며 대우 또한 여실히 달라졌다. 당장 주무관 때 한 급수당 오백 원씩 오르던 연봉이 사무관 때는 천 원씩 오르는 것부터가 이미 말 다 했지 뭐


물론 군인의 경우에는 중대장부터는 죽을 확률이 줄어들어 생명수당이 조금 감소하기는 한다만 그래도 기본 월급 자체가 굉장히 높지 않은가. 애당초 생명수당 5할 추가라는 것 자체가 부족한 하급 장교들, 부사관들 돕기 위한 장치였으니까.


“...뭐, 이렇게 말해도 내가 박 중사 전역하겠다는 걸 막을 순 없지. 누구 모가지 날아갈 일 있나? 난 영관장교 달고 싶다고.”


중대장은 전역신청서를 흔들며 말했다.


“딱 열흘 남았거든? 이거 제출하기 전까지? 열흘 안에 안 찾아오면 이거 제출할게. 근데, 찾아오면 파기할 거야. 무슨 이야기인 줄 알지, 박 중사”


“예, 중대장님”


“그래... 음, 아까 이야기는 내가 박 중사 진짜 아껴서 그런 거니까 너무 언짢게 여기진 말고. 충분히 생각해서 결정하도록”


“알겠습니다, 중대장님”


“어, 그래. 이만 나가봐”


“충성”


손을 올려 대충 경례를 받아준 중대장은 박병구가 나가자마자 머리를 벅벅 긁었다.


“하... 이 새끼들은 농사가 좆으로 보이나.”


중대장, 실망만 할 것 같은 이 사람도 원래는 농사꾼이었다.


하지만 도시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 부모님한테 실컷 징징댄 다음에 약간의 여비를 얻어내어 도시에 올라왔다.


근데... 솔직히 시골 청년이 여비 좀 가져왔다고 도시에서 할 만한데 뭐가 있겠는가. 이리저리 허드렛일이나 하다가 우연히 본 것이 여단을 추가 편제하면서 건 병사 모집 공고였다.


중대장은 ‘에라 모르겠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해 보자!’라는 열정 어린 마음 하나로 군에 지원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시험에 합격하고 훈련을 받던 도중 자신의 완력이 상당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는 그걸 깨닫고는 즉시 병서나 지휘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자신의 완력은 상당한 편인 것 같고, 훈련하면서 자연히 늘어날 것이니 위로 올라가려면 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뭐... 그래서 중대장이 되었고 이번에 소령 진급을 앞에 두고 있는데... 여튼 중요한 점은 그가 경험한 농사일은 쉬운 일이 절대로 아니라는 것. 그리고 중대장쯤 다니 원래도 좋았던 시선이 더욱 강렬해진다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병장만 해도 9급 주무관과 동일한 대우를 받았고 아무리 말단 중의 말단이라 할지라도 일반인에게는 ‘관리 나으리’라고 할 만했다. 하물며 지금은 6급 사무관과 동일한 대우를 받은 엄연한 장교다. 그것도 초급 장교티를 벗은 숙달된 위관장교. 당연히 일반인으로서는 ‘높으신 군인 나리’, 혹은 ‘높으신 관리 나리’로 여겨졌다.


5급부터는 사실 일반인이 볼 일은 잘 없으니 모르겠다마는(구청장, 선임비서가 이 직급에 위치한다.)여튼 이런 좋은 기회를 스스로 내버리고 나가는 사람들이 참으로 어리석게 느껴졌다. 그것도 그가 아끼고 유심히 보던 장교나 부사관이라면 더욱 그렇고.





808년 1월, 한국의 수도 서울



현재 한국에서 일반 신민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누가 있을까?


뭐, 국왕 이지영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있겠지만 놀랍게도 그와 비슷할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인물들이 있었다.


“스... 님?”


이때 당시 한국은 불교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강했던 때였다. 대표적인 예로는 무덤을 만들고 제사를 지내는 것보다 화장을 더 많이 했었다는 것이 그 근거의 일종이다.


그 외에도 왕실에서 승려들을 초청해 강의를 열고 설법을 듣는 등의 일이 있었다. 그런 만큼 유명한 고승, 혹은 그의 제자들의 경우에는 그 명성이 대단한 경우가 많았다.


지영이 종교계에 대해 터치를 하지 않아 딱히 국가 단위에서 불교가 부흥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탄압받은 것도 아니지만 불교는 꾸준히 교세를 넓혀 나갔다.


그리고 대승불교가 주류인 한국 불교의 특성상 어진(?) 정책을 펼치며 백성들이 굶주리지 않게 하고 난리가 났을 때 적극적으로 구원 활동을 펼치는 지영은 나름대로 좋은 왕으로 여겨졌다.


물론... 자신이 환웅의 자손이다, 라고 말하는 일부 헛소리 비슷한 이야기도 나돌기는 했으나 그걸 무조건 믿으라고 강요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너희 신민들이 믿는 것을 믿어라. 너희가 일 열심히 하고 깨끗한 믿음으로 기도하면 좋은 곳에 갈 거다’ 정도로 끝내니 그냥저냥 넘어갈 만했다.


오히려 저 말 중 일부가 대승불교의 사상과 맞아떨어지는 것도 있었기에 일부는 ‘국왕이 친 불교적이다’라고 주장까지 했고 어쨌건 간에 옆 나라처럼 주기적으로 탄압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 보였다.


여성 문제? 그들은 그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애초에 속세의 일이고 불법에서 막는 일도 아니었으니(어쨌건 석가모니는 여성의 출가를 용인했다) 구태여 개입할 필요가 없었다.


여튼 이런저런 이유에서 불교계의 일부 인원들은 양열을 비롯한 유학자들의 주장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유명한 승려 충담사부터 의상대사의 제자인 진정 스님의 제자 몇 명 등, 나름 굵직굵직한 승려들이 나오자 양열은 물론이고 주위에 모인 사람들까지 웅성거렸다.


한국 유일한 대학의 교수라는 신분과 명성도 낮은 건 아니지만 반대하고 나선 고승들은 말 그대로 전국에 이름이 알려진 이른바 전국구들이다.


그런 이들이 양열의 주장에 반대하고 나서자 양열의 말에 ‘어 그랬던가?’ 하던 사람들도 ‘이게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 불자가 어찌 속세의 일에 신경을 쓰시오?”


“뭇 중생을 구원하는 일을 가로막는데 어찌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있답니까?”


“무너진 강상의 도를 바로잡자는 것이 어찌 중생의 구원을 가로막는 일인지 도통 모르겠구려”


“허허... 회의실에서 하신 말씀은 잊으셨나 봅니다.”


“... 학장님?”


왕립 중앙대 학장까지 등판하자 어수선함은 더욱 심해졌다.


왕립 중앙대 학장, 관리관의 말단에 있는 정교수와는 다르게 차관급 관료에 속하는 고위관료단의 인물. 흔히들 말하는 진짜 높은 사람의 등장에 무언가 일이 커지는 것을 느낀 사람들은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여가의 종류가 모자란 지금, 이런 상황을 구경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여갓거리였다.


“회의실에서 한 발언에 따르면 양 교수는 전하께서 펼치신 토지 개혁의 근본부터 부정하셨지 않소이까?”


그 한 마디에 좌중은 뒤집어졌다.


일반 대중들이야 ‘대숙청’이 어떤 이유에서 벌어졌는지 그 내막은 모르지만 ‘부패한 관료들과 반역자를 벌하고 토지를 정확히 파악해 농민들에게 세금만 받고 농사지을 땅을 빌려준’ 토지 개혁은 모두 다 알고 있었다. 당연히 대숙청이 선행되지 않았다면 이런 토지 개혁도 없었으리라는 것도 알았고.


그러니 대숙청을 부정=토지 개혁도 부정=농사지을 땅을 받는 걸 부정이라는 공식이 성립해버리는 것이고 농민이 대다수인 한국에서 이런 주장을 한다는 건 있을 수가 없었다.


“이... 이 미친놈 아녀?”


“에잉, 교수씩이나 돼서 땅 파먹는 사람들 땅이나 빼앗으려 하다니...”


“무슨 소리십니까, 학장님! 제가 주장한 것은 그저 도리를 찾자는 것뿐인데 그게 어찌 농민들의 토지를 빼앗자는 말이 된다는 말씀입니까!”


“내 그때 양 교수께서 했던 말씀을 그대로 읊어야 인정하시겠소이까?”


어느새 둘의 언쟁으로 번지자 승려들은 슬며시 언쟁에서 빠졌다. 대화의 주제가 점점 출타한 자신들이 끼어들 주제가 아닌 것 같아서였다.


“내 양 교수께서 왜 이러시는지 도통 모르겠구려. 천년도 더 지난 성현의 말씀만 맹목적으로 좇는 유자의 밥그릇이 줄어들 것 같아 이러는 거요, 아니면 새로이 진출하는 여인들에게 자리를 빼앗길 것 같아 이러는 거요? 어느 쪽이든 교수의 품위에 걸맞지 않게 추하구려”


왕립 중앙대 학장은 관료 시절에 보고 배운 정치질을 아주 능숙하게 선보였다. 순식간에 양열을 향한 눈초리가 ‘찌질한 무언가’를 보는 눈초리로 변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작가의말

???:내가 진짜 동생 같아서 하는 말인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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