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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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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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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6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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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백색의 가루27

DUMMY

대강 심문 결과를 보고받고 확인한 김창헌은 정말이지 간결한 답을 내렸다.


“지금... 매수라 하셨습니까?”


정현의 어이없다는 듯한 물음에 김창헌은 뭘 그러냐는 듯이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매수라 하긴 뭐하고 진실의 일부만을 판결한다고 합시다.”


“그걸 보통 날조라 합니다만”


“요야 어찌되었건 살인자 아닙니까?”


그 능청스러운 말에 정현은 정떨어진다는 듯 노려보았다.


“신임 장관이시니 이 일은 불문으로 덮지요. 더 하실 말씀이 없으시다면 나가주셨으면 합니다.”


“법무부나 행안부... 두 부서가 하는 일은 같지 않습니까? 서로 친해야 할 부서끼리 이리 차가운 태도시라니요.”


“지금껏 중앙, 그것도 장관급 관료가 이렇게까지 대놓고 청탁한 적은 없었습니다.”


“지금 텃세 부리시는 겁니까?”


“허, 스스로가 떳떳하질 못하시니 텃세라 여기는 것이겠지요.”


김창헌은 불쾌하다는 듯 혀를 쯧 찼지만 어쨌건 그는 부탁해야 하는 입장인지라 짜증을 눌러 참고 말했다.


“그러니 법대로 하자는 것 아닙니까. 애초에 충분히 사형까지도 선고할 수 있는 상황이고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의성도 있으니-”


“고의성... 과거에 다투었던 적이 있으니 원한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라는 거 말씀하십니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조사 결과가 그렇습니다만. 그리고 원한이 없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 않습니까? 장관께서는 그걸 다 밝혀내실 수 있는지요.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넓게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말 같지도 않은 궤변에 정현의 입이 다물어지자 김창헌은 쐐기를 박듯이 말했다.


“그리고 지금 상황은 비상이나 마찬가지인 거 아시지 않습니까? 약간의... 미심쩍음이 있다고 하나 단순 원한에 따른 살인으로 사형시키는 게 장관님이나 저한테나 나을 겁니다.”


“이젠 협박까지 하시는 겁니까?”


“그럼 이번 재판의 결과를 장관님의 이름으로 발표하시지요. 얼마 뒤 신문이 어떻게 쓰여질지, 그리고 그 결과가 정말 기대됩니다만”


그 말에 정현의 얼굴이 거무죽죽 해졌다. 진실 그대로 신문에 나간다? 난리가 날 거다.


나라는 양 쪽으로 갈라져서 신나게 싸울 것이고 눈 앞에 서 있는 고까운 행안부 장관은 말 그대로 갈려나갈 게 뻔했다.


그리고 법무부에서는 얽힌 법이란 법은 다 고쳐야할지도 몰랐다. 일이 좀 안 풀리면 ‘여성은 관료에 임명될 수 없다’라는 법을 제정하라는 말까지 나올 게 뻔했고 지영의 큰 그림을 어느 정도 공유 받는 장관들은 굳이 앞날 창창한 국왕과 이런 식으로 마찰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았다.


“장관님, 우리가 하는 일이 무슨 일이신지 아십니까?”


“허, 또 무슨 말을 하시려고.”


김창헌은 정현을 지나치며 속삭였다.


“질서를 지키는 겁니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말이죠. 부디 그 의미를 잘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미치겠군”


정현은 김창헌이 나간 문을 바라보며 투덜거렸다.


김창헌의 말이 다 틀린 건 아니긴 하다. 어느 정도는 맞아떨어지는 구석도 있고 특히나 이번 사건 같은 경우는 판사의 재량으로 사형까지도 구형이 가능은 하다.


문제라면 평소같은 경우면 사형까지는 안 가고 노역형 정도로 끝낼 가능성이 굉장히 높았던 사건이었던 탓이다. 용의자도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고 무엇보다 고의성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가 없다.


단 하나 걸리는 거라면 하필이면 민감한 주제로 토론을 하다가 우발적으로 살인이 일어나 버린 것이겠지.


이 쯤 되자 정현으로서는 관련된 모든 것이 미워보일 수 밖에 없었다. 왜 하필 그런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했으며 왜 하필 이 시점에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야기를 길게 나눌 것이라면 집에서 조용히 나눌 순 없었는지 등등...


“좆같네, 진짜...”


누구에게랄 것 없이 욕을 한 정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담당 판사가 누구인지 확인했다.







북해도는 굉장히 큰 섬이다.


현대인에게는 겨울에 가서 이색적인 일본 여행을 즐기고 얼은 바다도 보고 가끔 돌고래도 나오고 뭐 하여간 그런 것으로 더 유명한 홋카이도라는 섬은 정말 섬 답지 않게 더럽게 큰 편이었다.


그 면적이 무려 남한의 대략 5/6 정도일 만큼 엄청난 땅덩어리를 가지고 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어가자면 한반도 면적의 대략 40~45% 크기이며 현재 한국 영토에 비하면 대략 30% 정도의 면적을 자랑한다.


물론 이 시대에 그 얼어붙은 똥땅이 가치가 있냐 하면... 답이 쉽게 나오지 않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역사에서의 이야기.


지영의 눈으로 볼 때는 홋카이도는 비어있는 꿀땅중의 꿀땅이었다.


아무튼 중요한 건 홋카이도는 정말 더럽게 큰 땅이고 그곳에 사는 아이누는 적으니 당연히 빈 땅은 넘쳐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빈 땅에는 당연하겠지만 한국군이 이곳 저곳에 거점들을 조심스레 세우고 있었다.


“아니 보병이라면서”


“닥치고 밭이나 갈지?”


그리고 그 말은 무 밭과 식량을 어느 정도는 자급자족할 만한 밭을 경작하고 있다는 것과 같았다.


배로 수송하는 것은 분명 효율적이고 편하긴 하나 과거나 현재나 물류 과정에서 하역은 노동력을 굉장히 많이 잡아먹는 과정 중 하나였다. 그나마 현대에는 기계나 시스템이 발달해서 그나마 낫지만 여기에 있는 것이라고는 인력으로 움직이는 어설픈 크레인과 나무로 만든 소형 컨테이너들이 전부다. 뭐, 그것마저 없는 것보다야 낫지만.


그리고 솔직히 여기서 무슨 일이 터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식량을 실어가지고 오다가 운 나쁘게 배가 배(였던)로 바뀔 수도 있고 기후 등의 이유로 아예 출항조차 못 하는 계절이나 시간이 있을 수도 있고 심지어는 여기서 원주민들한테 식량을 나눠주다가 모자란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물론 마지막 사항은 중앙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식량을 좀 여유있게 보내주고 있긴 하나 그렇다 해도 자체적으로 식량을 생산할 수 있냐 없냐는 차이가 좀 컸다.


그리고 어쨌건 여기를 점령하면 농사를 짓게 될 것 아닌가. 미리 어떤 품종이 잘 자라는 지 시험해 볼 필요가 있었다.


뭐, 그 덕에 자랑스러운 한국의 병사 중 반은 창과 칼 대신 괭이 등의 농기구를 들고 있지만 원래 군대라는 곳이 총 대신 삽을 더 많이 드는 곳이니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10분간 휴식!”


“야들아, 휴식이란다!”


“아이고야 아이고, 허리야!”


“뭐 벌써 허리가 아프냐 넌?”


“넌 공병 오지 마라. 진짜로”


병사들과 농민들은 왁자지껄 떠들며 각자 농기구를 내려놓고 휴식을 만끽했다. 10분이라고는 했지만 사실상 그걸 믿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런 곳에 그 비싸디 비싼 시계도 없는데 어떻게?


그냥 관리자가 대략적으로 적당히 쉬었다 싶으면 다시 노동으로 복귀하는 게 ‘10분간 휴식’의 정체였다. 굳이 10분인 이유는... 지영만이 알고 있겠지.


“작업은 잘 되어가나?”


“아, 충성. 지금 보시다시피 마을 건설은 어지간히 완료되었습니다. 현재는 방어를 위한 임시 기지와 식량 생산이 가능한 밭을 경작중입니다.”


보병대대장은 날카로운 눈으로 주위를 주욱 훑더니 이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 되어가고 있는 것 같군. 무는 심어 봤나?”


“아직입니다. 하지만 곧 심을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래, 시기 맞춰서 잘 심도록. 병사들 너무 무리하게 작업시키지는 말고.”


“예, 충성!”


그는 손을 까딱거림으로서 경례를 대충 받아주고선 그 자리를 떠났다. 옆에 붙은 병사 하나가 이것 저것 설명하고 있는데 그게 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아무튼 홋카이도의 한국인 정착지는 점점 그 세를 불려가고 있었다. 마을을 건설하고 항구를 건설하며 차근차근 도시를 키워나갔다. 한국 본토에서 무려 이만 명이 넘는 이주민을 선정해 이주시키고 있고 지원 또한 엄청났다.


아까도 언급되었지만 고작해야 중간 기착지, 혹은 일부 작물의 실험장, 혹은 해군 기지 등의 목적으로 쓰일 유구와는 다르게 홋카이도는 정말 넓은 땅이니 한국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게 당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에게 좋았던 것은...


아직까지는 아이누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아이누도 부족이 다 다르고 모든 부족을 다 만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만난 부족과는 평화롭게 교역도 하고 그랬으니 잘 풀리고 있는 건 맞았다.


“이쪽은 가지 말라 이거지?”


“예, 총독님. 그곳에서 당분간 이주 작업이 있을 예정입니다. 연관되면 안 되니 접근하지 말라 하십니다.”


“쯧, 적당히 좀 할 것이지.”


총독은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연해도인들은 약탈에 특화된 족속들인 것 같았다. 아니, 어떻게 하면 살아남은 사람 없이 다 납치하거나 흔적을 없애는지 참.


“그래도 수가 적어지면 적어질수록 우리의 통치는 그만큼 빨라집니다.”


“그것도 적당히 해야 할 것 아닌가. 벌써 다섯 차례일세. 이러다가는 우리도 한 패로 몰릴 셈이야.”


“그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라고는 하니 이제는 괜찮지 않겠습니까.”


“그래, 제발 그러길 빌어야지.”


물론 강제 이주 당한 사람들도 섞여 살면서 동화되어 결국 인구가 늘어나긴 할 것이다.


하지만 효과만 따지자면 북해도 총독부가 커져서 아이누들을 평화적으로 흡수하고 차분히 동화시켜서 한국의 열 번째 도가 되는 게 훨씬 나은 선택지였다.








댕- 댕- 댕-


기상을 알리는 아침 종소리. 듣기로는 저게 일곱 시 자명종이라고 했던가.


진소화는 멍 하니 일어나 머리를 묶고 세안을 했다. 아직은 겨울이라 그런지 차가운 물이 정신을 확 들게 하는게 마음에 들었다.


잠이 어지간히 깨자 겉옷만 대강 걸친 진소화는 부얶으로 향했다.


“아, 마님. 일어나셨습니까.”


“예, 주방장도 잘 주무셨나요?”


“편안하게 잘 잤습니다. 식사가 준비되어 있으니 식당으로 가시지요. 오늘은 좀 든든하게 드셔야 한다고 하셔서 평소보다는 더 많이 차려놨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식당에 가 식탁에 앉았다.


과연, 대충 보니 자신이 좋아하는 고기반찬이 두둑히 쌓여 있었다.


한 입, 두 입 삼키다 보니 어느새 그릇은 바닥을 드러냈고 밥을 닥닥 긁어먹은 그녀는 미리 데운 물로 몸을 씻고 머리를 감았다.


매일 몸을 씻는다는 게 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기는 했지만 안 씻으면 지영의 안색이 썩 좋지가 못하니 어쩔 수 없긴 했다. 우선은 진소화 본인도 여자인지라 그런 시선을 받으면 창피하기도 했고 국왕한테 밉보여 좋을 것도 없지 않은가.


뭐, 덕분에 매일 아침을 개운하게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부유한 상인 출신인 그녀에게 씻는 비용 따위가 문제될 리도 없고.


대충 몸을 꺼낼 즈음에 다시한번 댕댕거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이제 8시, 슬슬 나갈 준비를 해야했다.


기왕 씻은 김에 속옷을 깨끗한 것으로 갈아입은 그녀는 그 위에 옷가지를 걸치고 맨 위에 그녀의 자랑이기도 한 한국의 고위 관료임을 나타내는 보라색 관복을 조심스럽게 걸쳤다.


그 다음 신분증을 챙기고 꼭 봐야 할 서류들을 가방에 넣은 뒤 잊은 물건이 없는지 확인하면 출근 준비 완료.


이렇게 나가서 출발하면 아홉 시 전에 도착하겠지. 늘 그랬으니까.


작가의말

홋카이도 한 번 놀러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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