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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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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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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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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백색의 가루26

DUMMY

지영은 손을 꼭 잡고 자신을 바라보는 두 인간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하...?”


“공작, 이 일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른다는 건 아니리라 믿네”


“알고 있습니다.”


지영의 말을 예상했다는 듯이 설차는 담담하게 답했다.


“제대로 알고 있는 게 맞나? 겨우, 겨우 잠재운 상태일세. 그것도 언제까지 갈 지 모르겠고.”


지영은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지만 불안한 기색이 목소리에 묻어나오는 것 까지는 숨길 수 없었다.


분명 여성 관료 임명으로 인해 발생한 혼란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지만 누가 봐도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그저 다음 세대가 되면, 혹은 그 다음 세대가 되면 반발이 누그러지길 기대하며 뒤로 미룬 것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이게 되는 이유는 지영의 숙청으로 인해 국내에 대규모로 세력을 일으킬 만한 인물이 몇 없다는 점과 그동안 국내의 생활환경이 크게 증가했고 기회만 된다면 매우 어려운 일이긴 해도 일반 신민도 관직에 도전은 해볼 수 있다는 것 등의 정치적인 업적 덕분이었다.


“굳이 돌을 던져야겠나?”


“잘못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아직 세상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걸세”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자 설백은 설차의 손을 꼭 잡았다.


“... 물론 내가 막을 일은 아니란 걸 잘 아네. 불법적인 일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참으로 기특한 생각이지.”


아직까지는 여권이 비교적 높은 시기이기는 해도 여인의 몸으로 관료가 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생각이고 모험이었다. 그리고 지영의 입장에서 보면 어쨌건 선례를 이어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한 일이기도 했고.


“막지는 않겠네. 막을 수도 없고 이유도 없으니까.”


지영은 그렇게 말하면서 걱정을 담아 한 마디 더 덧붙였다.


“다만, 얼마만큼의 대못이 박힐지는 알아서 고려하시게”


아무리 법이 막지 않고 설차의 가문이 한국의 초대 공작가이며 가주인 설차가 최초의 공작이자 총리일지라도 엄청난 지탄을 받게 될 게 뻔했다. 그나마 설차는 지금까지 파벌에 속하거나 딱히 흠 잡힐 부분이 없어 욕을 먹는 일은 없었으나... 이제부터는 달라질 게 뻔했다.


어차피 지영이야 현대에서도 욕 많이 먹고 지옥의 참혹한 형벌을 보고 온 사람인지라 어지간하면 견디고 버틸 수 있었으나 설차가, 아니 설백이 견뎌낼지는... 의문이었다.


“여튼, 경의 요청에 따라 비서관들과 차석비서를 파견하지. 차석비서까지 파견 나갔는데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미친놈들은 없을 걸세.”


지영은 안타까운 눈길로 둘을 훑더니 이내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마무리지었다.


“합격을 기원하네.”







“... 여긴 나름 발전한 지역 아니었나...?”


“처참하군요. 한국에 산다는 게 참으로 다행으로 여겨집니다.”


한국에서 온 지원단은 처참한 모습에 입을 떡하니 벌렸다.


무역항과 가까운 위치라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던 도시였지만 지금은 이게 과연 도시인가 싶은 모습이었다.


무너져 내려 천을 덧댄 집은 그나마 멀쩡한 편이었고 대부분은 잔해로 변해 있었으며 우물은 우물(이었던 것)으로 변해 사람들이 잔해를 어떻게든 제거하고 있었으며 길은 갈라지고 무너져 도저히 다니기 힘들 지경이었다.


거기까지만 하면 그나마 봐줄만 하겠지만 부모를 찾으며 애타게 우는 아이들에 아이들을 찾으며 애타게 우는 부모들, 어디 한 군데 부러져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사람들에 시름시름 죽어가는 사람들까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런 폐허에 몇 십대가 넘는 수레를 끌고 오니 당연히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겐 다행스럽게도 일본에서 병력을 호위로 붙여서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쯧, 떠들 시간에 일부터 하자. 적당한 공터 찾아서 빨리 의료 천막부터 치자고. 식량도 좀 풀어서 죽이라도 끓이고”


그 말에 지원단은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천막을 칠 장소 정도는 있었기에 어느새 천막들과 간이침대들이 하나 둘 놓이기 시작했다.


“물 퍼왔습니다!”


“솥 준비 다 됐다! 바로 끓여!”


“빨리 죽 끓이고 도구들 소독해!”


“중환자부터 침대에 누이겠습니다!”


지원단은 정말 숨 돌릴 새도 없이 움직여야 했다. 우선 기본적으로 간이 병원을 세우고 그 도구들을 준비해야 했으며 급하게 끼니를 때울 죽도 끓여야 했다. 그 뿐만이 아니라 가져온 자재도 정리해야 했으며 무엇보다 천 몇 명이 잘 만한 숙소도 만들어야 했다.


캠핑을 취미로 하거나 군대에서 훈련 한 두 번 해 보면 알겠지만 주둔지 만들고 전투식량 까는 것도 일이다. 하물며 이 시대에는 그렇게 편한 물건도 없으니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지원단에는 호위로 붙은 천 명 정도의 일본군이 있었기에 저녁노을이 질 때쯤 되자 천막을 다 치고 짐 정리도 대강 끝낼 수 있었다.


“단장님”


“응?”


“의료진들 피로가 너무 심해서 오늘 수술은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 말에 강일우 단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빠르게 오느라 급하게 짐을 꾸리고 이 주 정도 되는 항해를 한 다음에 거의 달려오다시피 해서 짐을 꾸리고 천막들을 치고 일을 했으니 피곤할 만도 했다.


“그럼 응급처치만 대강 하고 쉽시다. 그 정도는 괜찮죠?”


“아, 예. 괜찮습니다.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그나마 날씨가 따뜻한 축에 속했기에 그들은 천막만 치고서 편히 잘 수 있었다.





“장관님, 일 났습니다.”


김창헌은 서류를 훑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그렇게 고개 끄덕이실 때 아닙니다. 진짜 일 났습니다.”


보좌관의 다급한 말에 김창헌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초췌한 눈빛, 축 늘어진 다크써클이 김창헌이 얼마나 피로한지를 잘 보여주는 듯 했지만 그는 익숙한 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살인사건입니다.”


“...”


다시 고개를 서류에 쳐박으려는 김창헌을 향해 보좌관이 외쳤다.


“여성 관리에 대해 토론하다가 젊은 남성이 노인을 밀쳐 죽였습니다! 지금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


김창헌은 곧바로 관련 서류를 받아들고서 외투를 걸쳤다.


“어딥니까, 거기”


“하남시 5주거구입니다.”


“목격자는요.”


“상가라 한 두 명이 아닙니다.”


“조용히는 못 덮겠군요.”


목격자가 적으면 어떻게든 소문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 금전적인 보상을 하던지 아니면 무력과 권위로 협박을 하던지. 그도 아니면... 대를 위해서 희생시키던지.


하지만 그것도 한두 명 정도 되어야 가능한 일. 상가에서 일어났다면 덮는 건 불가능하다.


“경찰은요?”


“우선 사건 용의자를 체포했고 현재 구금 및 취조중입니다.”


“그렇군요.”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노인과 청년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워낙에 민감한 주제다 보니 말이 서로 격해졌고 화가 난 청년이 노인을 밀치고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너무 세게 밀치는 바람에 머리가 부딪혀 노인은 치료를 받았지만 사망, 청년은 그 자리에서 떨다가 체포되었습니다.”


“운이 더럽게 없군요.”


김창헌의 말대로였다. 피해자와 용의자의 신상을 보니 용의자가 그리 늙지도 않았다. 아니, 정정하자면 적어도 밀쳐져서 머리가 부딪혀 죽을 정도로 힘없는 노인은 아닌 것 같았다.


그 용의자에게도, 김창헌에게도, 그리고 한국에게도 모두 운이 더럽게 없는 사건이라 할 수 있겠다.


“우선 해당 경찰청으로 가봅시다. 가서 어떻게 할지를 정해보자고요.”


“그거야 재판을...”


“오, 제발. 이 사건을 그저 ‘재판’이라는 절차를 통해 해결할 생각은 아니시겠죠. 최대한 무리 없이 지나가게 해야 합니다. 날조를 하던, 협박을 하던, 뭘 하던 말이죠.”


그나마 지금까지 여성 관료 임명 사건으로 인해 살인 사건이 일어난 적은 없었다. 서로 치고박고 싸우기는 했어도 그냥저냥 한 때의 치기로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죽으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감정의 골이 파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늘 그렇듯 감정싸움이야말로 제일 답 안 나오는 문제이기도 했다. 거기에 신문이 있고 상업이 활발한 한국의 특성상 이 소식은 얼마 안가 어지간히 깡촌 산골 마을이 아닌 이상 대충은 들어본 일이 되리라.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일은 지영의 귀에도 들어갔다.


“골치 아프군...”


“그래도 행안부 장관이 직접 현장으로 갔다니 괜찮을 겁니다.”


“그래... 똑똑한 친구니 알아서 잘 할 걸세”


지영은 그렇게 말하며 편지에 단 한 줄만을 쓰고는 봉했다.


“행안부 장관에게 전해주게나”


“예, 전하.”


그리고 지영의 편지는 하루도 안 되어 김창헌에게 도착했다.


‘장관의 판단 하에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여 이 일을 해결하게나’


“전하께서도 같은 생각이시군”


김창헌은 그대로 편지를 불태웠다. 본래라면 감히 왕이 보낸 글을 불태우는 것 자체가 불경한 일이었으나 이런 내용이 담긴 글이 유출되는 게 더 불경한 일이다.


“전하께 잘 알겠노라고 답했다 전해주시오.”


“알겠습니다, 장관님”


자신의 답이 정답임을 깨달은 김창헌은 막힘없이 움직였다. 이 순간에도 일은 쌓여가고 있었기에 그는 최대한 빠르고 조용히 이 일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김창헌의 일을 머리에서 지운 지영은 바로 다음 서류를 집어들었다.


“요새... 이주민들은 어떻게, 잘 지내고 있나?”


“저항하는 자들도, 받아들이는 자들도 있습니다.”


지영은 짜증난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어차피 거기에 있었어도 비참했을 삶인데, 거 더럽게 튕기는군”


활빈당의 힘으로 대려온 이주민, 그 중 대부분은 노예, 부랑민 등의 하층민이었으나 그 중 일부는 그냥 잘 살던 일반인도 섞여있었다. 당연히 자기 집에서 잘 살고 있는 사람 납치해 왔으니 화가 나는 건 당연했다.


“저항하는 남자들은 모두 노역에 밀어 넣고 여자들은 이주민 중에서 결혼 못한 남자에게 주도록”


“괜찮겠습니까? 여자들이 괜히 밤에 헛바람을 집어넣으면...”


“이주민들 대부분이 밑바닥 인생 아니었나. 오히려 지금 삶에 만족하고 있으니 오히려 당에 대한 반감만 심해질 걸세. 원래 버리고 나온 자기편을 더 싫어하는 게 사람 아닌가. 아, 그리고 한국어 교육은 잘 시키고 있나?”


“예, 열심히 배우면 관료가 될 수 있다고 하고 실제로도 우수한 몇 명을 뽑아 하급 관료로 앉혀놓으니 열심히들 배우더군요.”


지영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우리는 사람이 모자라니 이렇게라도 인구를 늘려야 하네. 이렇게 한 세대, 두 세대만 지나도 저들은 한국인이 되지 않겠나?”


작가의말

할머니 수술하고 재활 무사히 끝났습니다.
이제 대학병원에서 퇴원하시고 요양병원에서 몇 달 재활하면 될 것 같아요.
간병일이 하루이틀은 괜찮은데 몇 주 단위가 되니 정말... 힘들더군요...
아무튼 돌아왔으니 이제 다시 열심히 연재할게요!
기다려주신 분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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