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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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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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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30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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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백색의 가루25

DUMMY

“... 내가 지금 뭐 꿈을 꾸고 있나?”


“불행하게도 아닌 것 같습니다.”


지영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허허 웃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인가?”


“... 인간이 어찌 자연을 가늠할 수 있겠습니까”


지영은 그 말에 격하게 공감하며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생각해 보면 슈퍼컴퓨터로 계산하는 기상청 날씨예보도 반 이상은 안 맞았던 것 같기는 하다. 그냥 날씨 보고 동전 던져서 결정하는 게 더 정확할 정도로.


“그렇다 해도 지진... 지진이라...”


“다행히 우리의 피해는 거의 없습니다... 만 일본 쪽은-”


“개판이겠지. 뻔하잖나.”


그 피해가 현대보다는 덜하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지진의 위력이 약한 건 아닌지라 큰 피해가 났을 가능성이 높았다.


“개인적으론 일본에 약간의 지원을 하고 싶은데 총리랑 장관은 어찌 생각하나?”


“전 찬성입니다. 고구려와의 관계가 살짝 냉각된 지금 일본은 우리의 우방이고 이번 기회에 돈독한 관계를 맺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우리한테 씌워져 있는 ‘예의도 모르는 것들’이라는 선입견도 한 꺼풀 벗겨내면 좋겠죠.”


유학을 배척하고 그 힘을 약화한 것까진 좋은데 그 대가로 당나라에서 한국의 인식은 ‘아 그 예의 밥 말아 먹은 것들?’에 가까웠다.


고구려와는... 지난 회담 이후 관계가 살짝 미묘해졌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지난 전쟁의 혈맹이고 든든한 우방이긴 하지만 전보다 거리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저 역시 나쁠 것 없다고 봅니다. 송구하오나 아국의 의료 수준은 높지 않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실전 경험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봅니다.”


“흠... 하긴, 경험에서 나오는 정보는 무시할 수 없지. 총리는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번 이후로 재정의 상황은 좋습니다만 전폭적인 지원은 불가능할 겁니다. 현재 신항로 정책으로 보유한 수송선을 상당수 차출했고 해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적절한 수준의 지원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 알겠네. 적절한 수준의 지원만으로도 저들은 고마워할테지. 각 부서의 의견이 일치하니 이건 내가 직접 대사를 만나고 전하겠네. 다들 나가보게나”


텅 빈 집무실 안에서 지영은 홀로 중얼거렸다.


“지진... 지진이라... 당분간 일본의 외부 활동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 같은데...”


장점으로는 북방항로정책을 조금 더 시간을 들여 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단점으로는 만일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경우 일본의 도움을 얻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었다.


“그걸 단점이라고 볼 수는 없고... 직물 요구량이 늘어나겠군. 공장에 말을 좀 해놔야겠어...”


곧 겨울이다. 일본이 한국보다는 따뜻한 기후라고는 하지만 집도, 밭도 없어진 자들이니 직물 등의 생필품은 수요가 높아질 터. 보유한 재산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똑똑


“전하, 주한 일본대사-”


“음, 들어오게나”


타카키 대사와 간단히 안부를 나눈 지영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내 듣자니 일본 열도에 불행한 일이 있다 들었네. 일본 신민과 천황께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하는 바네”


“감사합니다, 전하.”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인이야말로 인간과 사회의 근간이라 하였네. 작게는 가족과 형제의 우애부터 크게는 사회 및 국가에도 적용되겠지. 비록 우리가 유학을 타국보다는 중요치 않게 여긴다지만 그 안에 담긴 기초적인 도덕 관념마저 내던진 건 아니라네.


내 천황의 공주와 맺어졌으니 작게는 두 군주가 이어진 것이고 크게는 두 국가가 서로 가족과 같은 관계가 된 것 아니겠는가? 헌데 아국에 여유가 있음에도 가족의 불행을 두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하네. 하여, 귀국이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약간의 의료적 지원과 인력, 물질적 지원을 하고 싶네만... 어떤가?”


지영의 말에 타카키는 낯빛이 환해지면서도 약간은 머뭇거리며 답했다.


“허나... 전하. 아국은 고난에 빠진 백성들을 구하는 게 우선이라...”


지영은 무슨 말이 나올지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대가가 어쩌고 하는 소리겠지.


“흠, 대사. 착각하는 것 같아 말하오만 이건 어디까지나 인도적 지원이오. 대사께서는 길 가는 노인을 도와주고 무언가 받기를 원하시오? 그것과 비슷한 이치요.”


“위급할 때 돕는 이야말로 진정한 벗이라 하였습니다. 전하와 한국의 우애에 감히 천황과 일본 백성들을 대신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좋소. 대사께서도 그리 말씀하셨으니 내 쾌속선을 수배해 최대한 빠르게 지원을 보낼 수 있게 하겠소. 괜한 오해가 없도록 대사께서 본국에 잘 좀 전해 주시오.”


“여부가 있겠습니까? 염려치 마십시오.”


그렇게 일본으로 향하는 한국의 피해지원단은 의사 100명, 간호사 500명, 건설 인력 1,500명, 잡곡을 포함한 양식 3만 석, 건설용 목재 50톤, 그 외 의약품, 구호 천막 등으로 이루어졌다.


사실 원래는 콘크리트나 벽돌 등의 물자를 포함해 그 규모가 더욱 컸으나 콘크리트나 벽돌은 지진이 자주 나는 일본의 특성과 무겁다는 점을 고려해 기각, 그리고 의사와 간호사는 고급 인력이며 건설 인력도 나름 숙달된 노동자인 점을 생각해 논의한 결과 이 정도의 규모면 적당할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건설용 목재가 조금 적은 것 같다는 말도 나왔지만, 건설은 한국만 할 것도 아니고 반년, 짧게는 이번 겨울만 버틸 임시 숙소 정도는 충분히 지을 수 있다고 결론지어져 50톤이라는 적다면 적은 양으로 정해졌다. 어차피 일본에도 나무는 있을 거니까.






진하 대장은 만감이 서린 눈길로 자신의 갑옷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체형에 맞게 제작된 갑옷이 대장임을 상징하는 별 세 개를 영롱하게 빛내고 있었다.


“하... 내가 다시 갑옷을 입게 될 줄은 몰랐는데”


사실 본부 참모로 있으면서 갑옷을 입을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물론 손질이야 꾸준히 하고 항상 입을 수 있게 준비야 해 놓지만 입지는 않았다. 그냥 군복만 입으면 되는 걸 굳이 갑옷을 입을 필요는 없었으니까.


물론 일선에서 뛰는 진하의 입장에서는 썩 좋은 건 아니었지만... 뭐, 어쩌겠는가. 팔이 이 모양이 되었는데.


그런 진하에게 이번 1군단 군단장이라는 직책은 몇 번 정도 고쳐 생각하니 나름대로 매력적이었다. 일선에서 휘젓고 다니기는 힘들겠지만, 후방에서 똥이나 싸는 것보다는 나아 보였다.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자신은 참모라기보다는 야전 지휘관이 더 편하고 어울리는 것 같았으니까.


“군단장님, 곧 압록강 일대에 도착합니다.”


“음, 알겠네”


진하는 대충 대답해주고는 작계를 훑어보았다.


‘압록강에 1차, 청천강에 2차, 평양에 최종 방어선 겸 사령부... 기병여단은 기동예비대로 뺀다고 하면... 병력이 충분한가?’


물론 지킬 지역이 그리 많지는 않다. 어차피 한반도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후대에 잘 알려진 강동 6주 지역을 통과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외 지역이 넓지 않냐고? 넓긴 한데 사실상 다 똥땅이다. 아무리 유목기병이 현지 조달을 하면서 간다고 해도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데 무슨 현지조달을 한단 말인가. 유목기병은 어느 민족처럼 초식동물이 아니었다.


그 증거로 한반도에서 일어난 전쟁은 대부분 침략군의 진격 루트가 엇비슷했다. 고구려-당나라 전쟁도, 고려-거란 전쟁도, 고려-몽골 전쟁도, 정묘호란, 병자호란도. 왜 천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침략군이 그 길로만 왔겠는가? 침략군이라 해서 우리나라가 이 곳을 지킨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알면서도 온 것이다. 길이라고 할 만한게 이 길 밖에 없으니까. 어디 이름도 모를 산에서 나물 캐먹으면서 전진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 길로 와서 수비군을 뚫거나 아니면 우회해서 가는게 나으니까.


그래도 한 개 방어선에 한 개 여단을 배치한다고 하면 사령부에 배치할 병력이 부족해진다. 그렇다고 당이나 고구려가 한국보다 병력이 부족하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진하로서는 병력이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전선 시찰하고 모자라면 한 개 여단 정도 더 빼달라 해야겠군’


만약에 침략군이 온다고 하면 못 해도 오만 명 이상은 올 게 뻔했다. 두 개의 보병 여단과 한 개의 기병 여단으로 어디까지 대항할 수 있을지 진하로서는 의심스러웠다.


만약 공세에 나선다면? 서북 국경은 그대로 텅 비게 될 터였다. 물론 육군부 장관이나 지영이 그걸 가만히 두고 볼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잘 알았지만 진하로서는 자신의 관할 구역인 만큼 철저하게 대비하고 싶었다.


“군단장님, 도착했습니다. 여기가 압록강 일대입니다.”


진하는 푸르른 강물이 넘실대는 걸 보고 짧게 말했다.


“더럽게 넓군”


“겨울엔 다 업니다.”


“흠...”


확실히 강물이 언다면 기마병이나 대규모 병력이 건너오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것 같았다.


“한번 둘러보지. 지도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어”


“예, 안내하겠습니다.”







신하로서 최고의 영예를 쥔 자, 한국의 엄연한 이인자, 유일한 공작 등등 수많은 칭호를 가진 설차는 간만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학교에 가고 싶다고...?”


“예, 할아버님. 학교에 가서 관료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칭찬해 마땅한 상황이다. 스스로 배우고자 하고 출세하고자 하는데 말릴 부모가 어디에 있겠는가? 거기에 설차는 최고위 관료이자 귀족이어서 자식들이 하고자 하는 건 뭐든지 뒷받침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임명된 한국은행 총재께서도 여인이라 들었습니다. 소녀가 못할 게 무어라 말입니까?”


문제라면 눈앞의 인물이 고작해야 열세 살 소녀라는 점이었다. 날 때부터 뽀얀 피부를 가지고 있어 백 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설차를 마주하고 있었다.


“후우... 그런 일이라면 나에게 상담할 일이 아니지 않느냐”


설차의 한탄에 백은 배시시 웃으며 설차에게 다가왔다.


“에이... 할아버님두, 다 아시면서?”


평소에 담담한 그녀가 사근사근 웃으면서 재롱을 피우자 설차는 입이 씰룩거리는 걸 억누를 수가 없었다. 은퇴하고 손자 손녀만 보고 사는 그에게 사랑스러운 손녀의 애교는 너무도 위력적이었다.


“크흠... 아무리 이런다 해도....”


설차는 애써 눈을 떼면서 실눈으로 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거기엔 눈망울을 초롱초롱히 빛내며 자신을 바라보는...


“걱정 말거라. 할애비가 알아서 하마”


“정말요? 정말이죠! 할아버님 최고!”


쪽 소리와 함께 볼에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자 설차는 허허 웃으면서 생각했다.


이건 팔불출이 아니다. 그저 우수한 인재가 될 피붙이를 학교에 보내기 위한 행동일 뿐이라고. 암, 그렇고 말고.


작가의말

오늘 할머님께서 무릎 수술을 하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주 정도엔 이차 수술이 있을 예정이고요.
제겐 또다른 부모님같은 분이시라 며칠 정도 간병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휴재공지는 아니고요... 그냥 한 일 이주간 연재 날짜가 좀 제멋대로일 것 같습니다.
최근 많이 쉬었는데 또 이렇게 될지 몰랐네요;
간병 다 끝나면 다시 열심히 하겠습니다 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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