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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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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2024.04.19 00:05
연재수 :
2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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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77,459

작성
22.12.28 03:11
조회
277
추천
6
글자
11쪽

백색의 가루15

DUMMY

“죄송합니다만... 제가 물류 쪽은”


“아마 그럴 거야. 우리나라에 아는 사람 몇 없거든. 아직은 실현 가능한 것도 아니고 그냥 이론일 뿐이니까. 뭐, 간단히 설명하자면 무조건 물건을 빨리 만들어서 내놓는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거야. 고객이 원할 때 내놔야지 우리만 물건 빨리 만들어서 내놔봐야 그 물건은 창고에서 썩기만 하잖나? 그럼 그건 손실이지, 안 그런가?”


“확실히...”


“그럼 이 일을 그대로 대입하자고. 우리에게 최상의 길은 우리가 충분한 힘이 갖추어졌을 때 당이 분열하는 게 최상이야. 최악의 길은 지금 혹은 근시일 내 분열해서 후에 우리가 적당한 힘을 갖추었을 때 다시 통일돼서 강력한 적으로 떠오르면 그게 최악이고.


그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당나라의 분열이라는 상품을 빠르게 완성하지 않고 우리가 그 분열이라는 상황을 맛있게 이용하기 전까지 그 최종 생산을 미뤄야 하지 않겠나? 공급자도 우리, 소비자도 우리기는 하다만 중요한 것은 우린 아직 당나라의 분열이라는 상품을 만들 때가 아니야. 이건 다른 상품과는 다르게 창고에서 썩는 게 아니라 그대로 사라져서 어찌 될지 모르는 상품이란 말일세.


아니, 오히려 우리를 위협하는 괴물이 될 수도 있지. 내 말 알아듣겠나? 분열이라는 상황을 일찍 만들면 무조건 우리에게 득 될 것이라는 상상은 헛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지.”


“아... 과연 대단하십니다, 전하!”


김진의 감탄을 대충 넘긴 후 지영은 설명을 마무리 지었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최대한 분열을 미루고 미루게 해야 하네. 저들이 계속해서 내부의 상황에만 온 힘을 쏟을 수 있게. 분열의 씨앗은 심고 또 심되 그것이 싹이 피어서는 안 된다네. 그렇다고 분열의 씨앗이 땅속에서 죽어서 당이 다시 건강해지는 것도 안 될 말이지. 실로 어려운 일이다만 자네와 중원정보부가 해야 하는 일이 그걸세”


“걱정 마십시오. 이미 현지 공작원들은 완벽히 현지화를 마쳤고 훈련되는 요원들도 모두 선배들의 우수한 경험을 전수받고 있습니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고 전하의 전략적 목표도 파악하였으니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영은 가만히 김진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이제부터는 일종의 타임어택이라고 봐도 좋았다. 김진과 정보부가 최대한 당의 분열을 아슬아슬한 상태로 유지하는 동안 자신은 최대한 빠르게 홋카이도와 유구를 먹고 할 수 있으면 대만과 루손까지 진출해야 했다. 당의 분열 동안 많은 것을 이루면 이룰수록 동아시아의 패권을 잡을 때 그만큼 피와 돈이 절약될 테니까.


지영이 자연스럽게 타자기를 유기했음에도 기계과학청의 인원들은 열심히 타자기 개발에 힘쓰고 있었다.


“이거, 노선 틀자”


“예?”


수석연구원이자 설계 조장을 맡은 김형조의 말에 한 연구원이 얼빵한 답을 내놓았다.


“노선 틀자고. 이거 이렇게 하다간 몇백 년간 이것만 해야 할 꼴이야.”


“무슨 해결 방법이 있으십니까?”


“크기 키우자”


“그것도 한계가 있지 않습니까? 책상 위에 올려놓고 쓰는 물건인데...”


부품이 크면 대체로 개발 난이도가 쉬워지는 편이기는 하다. 작은 부품에서 문제가 되는 오차도 큰 부품에서는 문제없이 굴러가는 경우가 꽤 있었으니까. 다만 이 경우엔 그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 타자기라는 물건이 책상 위에서 키보드를 이용하듯 이용해야 하는 물건이기 때문에 무작정 크기를 키울 순 없었다.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타자기를 아예 책상만큼 크게 만들어서 책상처럼 쓰면 되지 않나? 어차피 타자기 쓰면 계속 타자기만 쓸 거 아냐? 그럼 높낮이만 맞춰가지고 거기에 의자 하나 가져다 놓고 쓰면 되지?”


“자판 크기는...”


“에이, 그거야 큰 자판에 다시 작은 자판을 연결해도 되는 부분이고 아니면 기존 자판에서 이어지는 부분을 좀 길게 빼서 이용할 수 있게 하면 되는 부분이지. 여튼, 이거 이대로 못 만들어. 불만 있으면 부품 다 깎아 오던가. 특히, 저거. 용수철 저거 어떻게 만들 거야? 저렇게 작은 크기로? 크기가 작아서 대체품도 못 써, 저건”

김형조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진짜 필요한 기능 아니면 확 다 쳐내자. 구조 최대한 단순히, 부품 싹 쳐내고. 제일 중요한 건 용수철 좀 안 쓰게, 최대한 대체 가능하게. 대체 글씨 쓰는 기계에 뭐 이리 기능이 많은데? 뭐, 타자기에 야시장 차리나?”


“...그거 전하께서 허락해 주신답니까?”


“... 허락해 주시겠지”


김형조는 그날로 바로 청장에게 보고 후 지영을 만났다.


“어렵다?”


“정말 송구하지만...”


지영은 그럴 수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상 지영으로서는 그저 던져본 것에 불과했다. 제대로 설계를 아는 것도 아니고 타자기라는 물건이 간단한 물건도 아닐 것이라 생각된 까닭이었다.


그나마 지금껏 삽질을 하며 대충 어떻게 설계할지는 감을 잡았지만 그걸 만들 수 있냐 없냐는 또 다른 문제였다.


“그래, 그럴 수 있지. 발명품이 뚝딱하고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런 이유로 설계상의 변경점이 있습니다.”


“가져왔나?”


“아직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대략적인 길은 잡았습니다.”


“말해 보게”


김형조는 차분하게 설계의 변경점을 말했다. 그 크기부터 조금 불편할지 몰라도 배제해야 하는 기능들, 부품의 간소화 등등 김형조가 생각하기엔 꼭 필요한 조치들이었다. 사실 이렇게 해도 만들 수 있을지 확신은 불가능했으나 그래도 이전 설계도보다는 가능성이 올라가리라.


지영이야 몰랐지만 타자기는 의외로 상당히 정밀부품이 많이 들어가는 물건이었다. 원본 그대로의 물건을 만드는 것은 적어도 이 시대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한 그런 수준이었다.


“그리 하게나, 설계도 만들어지면 보여 주고”


여기 오기 전의 김형조의 고민거리는 정말 헛된 짓이었다는 듯이 지영은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하게 답했고 오히려 김형조가 어안이 벙벙해서 되물었다.


“어... 정말 그것으로 괜찮으시겠습니까?”


“현장 판단을 존중해야지, 기실 내가 뭐 타자기에 대해 아는 게 있나, 그냥 구상만 했지 세부적인 설계야 다 그대들이 하는 건데. 그대들 눈이 내 눈보다 정확하지 않겠나. 뭐, 일이 어찌 돌아가는지는 알고 싶으니 나도 설계도 한번 보자고 한 거고. 그래도 나름대로 구상했으니 내가 보면 또 나름 괜찮은 무언가가 떠오를 수도 있고 말이야. 뭐, 그러니 너무 부담가지지 말게나.”


“감사드립니다, 전하. 그럼 변경된 설계안으로 다시 제작에 착수하겠습니다.”


“음, 부디 힘써 주게나. 만들어지기만 하면 정말이지 유용할 테니”


불편하더라도 ‘타이핑’이 가능하기만 하면 된다. 그게 가능하다는 것만으로도 업무 효율은 손으로 글자를 쓰는 것보다는 훨씬 빠르리라고, 지영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예, 그럼 우선 포경선부터 지원을...”


“포경선? 고래 잡는 것 말인가?”


고래의 수염은 탄성이 좋아서 적당히 용수철 대용으로 써먹을 수 있는 재료였다. 부품의 정밀도를 비롯한 많은 것들이 문제였지만 가장 골머리를 앓게 하는 것이 바로 용수철 문제였기 때문에 김형조를 비롯한 타자기 개발 인원들은 대체품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었다.


“예, 전하. 고래수염이 좀 필요합니다.”


“그럼 고래수염을 달라고 하면 될 것 아닌가. 내 말을 해서 조달해줄 터이니 그대들은 설계와 개발에만 힘써주게나”


그 후로 몇 달도 되지 않는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여름이 시작되는 7월이 되었다.


푸르게 우거지는 수풀과 제 모습을 실컷 자랑하는 태양이 어우러지며 푸르고 시린 계곡물과 강물은 유유히 흐르며 뭇 사람을 품어주고 있었다.


물론, 그 아름다운 광경은 대회의실에 모인 이들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전하께서 오십니다.”


한 비서관의 말에 모인 관료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지영은 그걸 대충 받아주고서는 발걸음을 바삐 옮겨 상석에 앉았다.


“다들 앉지. 오늘은 이야기할 것이 많으니”


지영의 말대로 오늘은 중요한 날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오늘 한국 정부 구성원이 크게 바뀔 테니까. 첫 정부 구성과 두 번째 정부 구성과는 달랐다. 그동안 키워온 젊은 인재들이 이제 충분한 경험을 쌓고 올라올 수 있는 시기이다.


“우선 지난 시간 동안 고생 많았네. 지난 십 오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이뤄냈지. 경들이 불철주야 노력한 덕분이야. 참으로 감사한 일이지”


그 말에 관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지영의 덕분이라 찬사를 했지만, 지영은 그걸 대충 듣고 넘겼다. 어차피 영양가 없는 대화니까.


“우선 이차 정부 개각에 앞서... 발표할 것이 있네. 총리, 앞으로 나오게나”


설차가 앞으로 나오자 대부분의 관료도 대강 짐작을 하고 있었기에 몇 명은 착잡한 눈빛으로, 몇 명은 앞으로 펼쳐질 출셋길이 열린다는 기대감으로 설차를 바라보았다.


“대강 짐작하고 있었겠지만, 총리는 연로함과 건강상의 문제를 들어 사직 의사를 밝혀왔네. 나 역시 그걸 수락했고. 나이도 환갑이 되었으니 이제 쉴 때도 되긴 했지.”


지영은 비서실장에게 눈짓하더니 크고 화려한 상자를 받아들었다.


“허나, 내 어찌 이십 오 년간의 일등공신을 이리 보내겠는가. 관직이야 이제 총리가 원치를 않는다지만 그 공은 기려야 하지 않겠는가. 하여, 전 내무총리 설차를 원로대신으로 대우하고 그 공작에 임하며 국가수훈장을 수여하겠네”


지영은 설차가 뭐라 반응할 틈도 없이 한국의 국장이 화려하게 장식된 정장을 두르고는 부장을 가슴팍에 매달았다. 설차가 정신을 차려보니 공작의 권위를 상징한다고 들었던 두 마리의 매가 화려하게 날개를 펼치고 있는 지팡이가 손에 들려있었다.


“누가 뭐라 하든 경이 없었으면 지금의 한국도, 나도 없었을 걸세. 그동안 이리저리 싸돌아다니는 국왕 모시느라 정말 고생했네. 경의 공로는 국가가, 내가, 신민이 모두 기억할 테니 이제 노년을 보내며 편히 쉬게나. 가끔 술 한잔 먹으러 놀러 오면 더 좋고”


지영은 그렇게 말하며 설차를 꽉 끌어안았다. 지영의 말마따나 비어있는 행정 공백을 메꾸기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했던 그였고 지영의 가장 큰 지지세력이었다. 원하든 원하지 않던 한국에서 가장 정이 많이 든 사람을 한 명만 고르라면 주저 없이 설차를 고를 자신이 있었다.


지영은 파르르 떨리는 설차의 어깨를 몇 번이고 계속 토닥여 주었다.


작가의말

타자기를 향한 멀고도 험한 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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