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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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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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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6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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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백색의 가루14

DUMMY

지영은 그 이후에는 정말이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만 했다.


원래는 숙소를 내주려 했지만, 일본의 요청으로 한국인 학우와 함께 사용하는 2인실을 배정했다는 것.


학교 근처에 있는 싸고 맛있으면서도 양 좋은 맛집에 관한 이야기들.


서울에서 가볼 만한 장소들.


경기장에서 경마나 검투 경기 등이 있으니 기분도 전환할 겸, 보러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


분위기가 매우 부드러워지자 유키시 일행에서도 몇 마디 주도적으로 하는 경우도 나왔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점심 식사가 끝나고 유키시 일행은 임시로 배정받은 숙소로 돌아왔다.


몇 명은 산책하러 간다며 나갔고 몇 명은 학교를 미리 둘러보러 간다며 떠났다.


숙소에 남은 게 유키시와 교우 관계가 있는 몇 명만 남자 유키시는 조용히 말했다.


“일개 신민으로서 타국의 군왕이라도 함부로 말할 것이 아니나... 한국왕께서 이토록 한국을 발전시킨 이유를 알 것 같았네”


그 말을 유키시의 친구였던 하라미치 타메타케(原道為剛)가 받았다.


“동의하네. 전하의 말씀에는 깊이가 있더군. 처음에는 영 불만스러운 게 없는 것도 아니었으나... 이런 분이 다스리는 나라라면 분명 우리가 얻어갈 게 많을 것이네. 오면서 보지 않았는가? 부산부터 이곳까지, 철도라고 불리는 것이 깔렸었네. 한국의 힘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시겠지.”


“확실히... 그건 좀 경이롭긴 하더군. 그 귀한 강철을 고작해야 수레 몇 대 움직이는 데 쓴다니... 참.”


유키시와 타메타케는 동시에 고개를 내둘렀다. 가뜩이나 일본은 철이 귀한데 저렇게 수레를 움직이기 위해 철을 쓴다? 농담 않고 문자 그대로 맞아 죽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문을 두어 번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학생 여러분, 잠시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아, 예 물론이지요. 어서 들어오십시오.”


유학생 둘이 문을 열자 남자 몇 명이 책을 들고 들어왔다.


“아이고, 반갑습니다. 교육부 소속 이진헌이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초등학교 중학교의 책을 가져왔습니다. 다음 학기 고등학교에 입학하시기 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부탁드려야 할 것을 이렇게 먼저 가져다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하, 아닙니다. 교육부 관료 된 몸으로 당연히 해야죠. 교과서는 여기에 두고 가겠습니다.”


남은 유학생들은 간단하게나마 교과서를 훑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전혀 다른 학문들을 가르치다 보니 이전까지의 교육과정을 익힐 필요가 있었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얼마나 어려운지를 가늠해야 했기 때문이다.


유학생들이 그렇게 교과서를 훑고 있는 동안 지영은 누군가와 만나고 있었다.


“전하, 정말 괜찮으신 거 맞지요?”


“안 괜찮을 이유가 있나?”


그 말에 돌아온 것은 옅은 웃음이 섞인 대답이었다.


“걱정돼서 그러지요. 이거 잘못하면 역풍이 상당할 건데...”


지영은 책상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역풍은 무슨.”


“전례가 없는 일 아닌가요?”


“그거, 내가 학교를 지었을 때도 들었던 말이지. 기술자들에게 이 정도로 관직을 줄 때도 들었던 말이고. 철도를 깔 때도 그랬지... 원래 새로운 것에는 전례가 없는 법이야. 전례가 있는 것만 한다는 건 기존의 제도만을 유지 및 보수하겠다는 말이 되는데... 그리한다면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나? 난 아니라 생각하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지가 아니라 혁신이야. 그리고 엄연히 따지자면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닐세. 몇 년 전 일을 기억하게나”


“흠...”


“현 관료들 대부분이 그 ‘전례가 없는 일’의 수혜자라네. 특히나 하급, 중급 관료 쪽으로 가면 대부분이 그렇지. 이건 그대가 걱정할 일이 못 되네. 오히려 한국은행 총재가 되고 나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걱정하는 게 옳지 않겠나? 재무부만큼 중요한 관청이 될 것인데. 그리고 이미 두 개의 수를 깔아 놨으니 나머지는 그대가 모두를 설득하는 것 뿐이야.”


“흠... 전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야”


“헌데, 이제 와서 묻는 것이다만 아깝지 않았나? 유복정육, 한국 내에서 축산업계의 최고를 달리던 기업 아닌가? 거기 부사장 자리까지 올라가는 게 쉽지 않았을 건데?”


“그걸 포기하게 만든 게 전하 아니신가요?”


“아니, 궁금해서 그렇지.”


“어차피 관료 되어도 풍족하게 살 자신 있어요, 저는. 돈 모아놓은 것도 많고. 기왕 노릴거면 더 높은 곳을 노려야죠.”


“높은 곳?”


“총리”


너무도 당찬 대답에 지영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푸흐...크흫...하하하하! 이야, 이거 놀랍구만! 총리... 그래, 총리라! 자신 있나?”


“한국은행 총재 자리, 3급 예정 아닌가요? 직위도, 중요도도 절대 어지간한 부서의 장관 자리에 밀리지 않을 텐데요?”


“맞지! 맞아. 결코 밀리지 않지. 실적만 받쳐준다면 총리 자리도 노려볼 만해!”


“그럼 충분해요.”


“좋아, 아주 좋아! 이 친구 깡이 있구만!”


“깡이요...?”


“그래, 그 정도 깡은 있어야 온갖 견제 다 견디며 일을 할 수 있겠지! 우리 관료들을 설득하는 것도 할 수 있겠고! 아, 참 관복하고 정복은 몸에 맞나?”


“아...예, 잘 맞던데요.”


지영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로군. 알다시피 그들도 처음이라서 결과물이 애매하게 나왔을 수도 있는데 잘 나왔다니 참 다행이야.”


그나마 정복이야 큰 행사 때나 한두 번 입는 옷이니 급한 것은 아니었지만 관복은 출근할 때 입는 옷이라 굉장히 중요했다.


“좋아, 그럼 이제 이상한 걱정하지 말고 나가 보게나. 능력만 충분하다면 뒤는 내가 봐 줄 테니”


“전하의 은혜에 감사드려요. 그럼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지영은 문을 물끄러미 보다가 이내 다음 업무를 위해 서류를 넘겼다. 어차피 저 사람은 알아서 잘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목화 재배에 성공했다 들었네”


이제 막 꽃봉오리가 만들어지는 목화들을 보며 김정국이 얼빠진 표정으로 답했다.


“...예?”


“... 아닌가?”


“아... 그 최근 들어서 상황이 좋다고는 했습니다. 이제 기르는 법에 대해서도 대강 감이 잡힌 것 같기도 하고 저리 꽃봉오리가 만들어지는 목화들도 늘어났습니다. 아직 성공까지는 아닙니다만 이제 일 이년이면 성공할 듯도 싶습니다.”


“이런 씨... 기대했건만. 감히 왕 앞에서 구라를 섞어? 대가리를 조져버릴...”


그 말에 기겁한 김정국은 재빨리 손수건과 시원한 물을 가져오게 해 지영의 더위를 식히게 했다. 목화 소식이 들려오자마자 달려온 것인지 머리는 산발이 되어 있었고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확실히... 몇 년, 아니 거의 십 년째 기다리던 사업이 성공을 거두려 한다는 보고를 듣고 왔는데 ‘아직 아닌데요?’ 같은 말이나 듣고 있으면 자신도 저렇게 거친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며 김정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나 유달리 더운 오늘이면 더더욱.


“아무래도 전해지는 과정에서 좀... 과장이 있던 듯싶습니다. 확실히 처음에 비하면 지금의 광경은 성공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지요.”


“하아... 그래. 그래도 전혀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 다행이군. 오랜 시간을 기다렸는데 고작 일 이년을 못 기다릴까.”


현대인이 중세로 오면 모든 분야에서 열악한 학문의 상태를 느낄 수 있지만 그중 육종학은 좀 심한 편이었다.


이 시대 육종학 관련 인프라는 말 그대로 처참한 수준이었는데 문자 그대로 주먹구구 그 자체였다. 그냥 수확해서 잘 나온 놈 골라내는 것 정도?


문과라서 이쪽 관련 지식이 멘델의 유전 법칙 정도 수준에 머물러 있는 지영이 봐도 한숨만 나오는 정도였다. 심지어 그 지식도 균형 잡혀 있는 것도 아니고 들쭉날쭉한데도.


덕분에 지영은 여러 농사꾼의 도움을 받아 직접 잡종강세로 대표되는 전통육종을 대가리 깨져가며 할 수 있었고 현재도 대학과 연구원들이 하염없이 작물들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지영이라고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이들도 이런 식의 육종학은 처음 접해보는 것인지라 난항을 겪고는 있지만, 이전의 아주 원시적인 분리 육종만을 행하는 것보다는 몇백 배 낫다고 할 수 있었다.


“목화가 재배되기만 한다면 생활 수준이 확 높아질 걸세. 이제 진짜 머지않은 미래니 잘 좀 부탁하네”


“예, 전하. 곧 성과를 보고드릴 수 있을 겁니다. 그때는 장관 복장을 갖춰 입고 가지요.”


“후! 그래, 실적 하나는 끝내주겠구만?”


목화의 재배 성공 및 대량 재배!


상상만 해도 달콤했다.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목화들이 내는 소리가 성과급이 부르는 소리처럼 들릴 만큼. 지영은 김정국이 지금 매우 바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 했으나 쉰다섯이나 먹은 아저씨의 품격을 지켜주기 위해 그냥 비켜주기로 했다.


항상 좋은 소식만 들려올 수는 없는 법, 살짝 묘한 소식도 하나 들어왔다.


“어이구, 황제 폐하께서 쓰러지셨다고?”


“예, 전하.”


“참 내... 홍삼 그리 가져가더만... 이러면 홍보가 안 되잖아. 아이, 이 양반이”


당 덕종 이괄이 들으면 피를 토하면서 울부짖을 소리였지만 지영은 진심이었다. 원래가 1kg에 백미 오십에서 육십 섬 하던 홍삼은 당나라 황제가 마구 먹어서 차도가 있자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내 여기저기서 효과를 보고는 현재는 한국에서 ㎏당 백 섬에서 백 이십 섬 사이에 거래되고 있었다.


그리고 거리가 있다 보니 중국 지역에서 적게는 세 배에서 네 배, 많게는 예닐곱 배까지 가격이 뛰다 보니 홍삼은 그야말로 효자 상품이나 다름없었다.


막말로 중국 덕택에 오십 섬 하던 홍삼을 몇 년 지나니까 최대 구백사십 섬까지 받아 처먹을 수 있는데 효자가 아니라고 하면 그게 더 이상할 지경이었다. 참고로 한국산 비단이 품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통상 백미 삼백사십 섬 전후에서 왔다 갔다 하는 걸 고려한다면 홍삼 1kg는 많게는 비단 세 필에 비견되는 엄청난 고부가가치 상품인 셈이다.


그런데 그런 홍삼의 가격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보고가 들어오자 지영에게는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나 다름없었다. 당 덕종에게는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지영의 태도를 보아하니 사람 하나가 죽어간다는 내용에는 별로 안타깝지 않은 것 같았다.


“쯧, 그래. 그래서? 죽었다던가?”


“아... 그건 아닌 듯합니다.”


“진이, 말해봐. 지금 당 황제가 죽고 새 황제가 즉위하면 당이 분열하겠나?”


김진은 서류를 참고하며 여러 가지 자료를 뒤져보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닐 것 같습니다. 분명 혼란 정도는 올지 모르나 어지간히 무능력하지 않으면 분열하지는 않을 겁니다. 거기에 그 활빈당... 으로 인해 강남 지역의 민심은 나쁘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굶주림을 활빈당이 채워주었으니 불만이 없어졌다고 하는 편이 맞겠지요. 물론 마찰 정도야 있고 억울하게 빼앗기는 이들 정도는 있지만, 대규모로 불만을 가진 이들은 없습니다. 외부에서의 압력이 없다면... 분열은 없을 겁니다.”


“잘됐군”


의외의 말에 김진이 눈만 동그랗게 뜨고 지영을 쳐다보자 지영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하하!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인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이유를 알아도 괜찮은지...”


지영은 그 까짓 것 뭐가 어렵냐는 듯이 시원하게 답했... 아니 되물었다.


“자네, 혹시 물류 기법중에 유예라고 아나?”


작가의말

크리스마스는 잘들 보내셨나요?
전 가족들이랑 같이 나름대로 잘 보냈습니다.
시험은... 영 좋지 못했구요.
여튼 오래 기다리신 만큼 다시 열심히 연재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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