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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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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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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82,298

작성
22.11.30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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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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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백색의 가루9

DUMMY

“철의 추가적인 수입을 원한다고요?”


“그렇습니다. 위대한 카롤루스께서 즉위하신 뒤로 전쟁이 워낙에 많이 터져서 철의 수요가 급증했거든요. 사실 로마도 이번에 옛 땅을 되찾기 위해 전쟁을 계속 벌이면서 무기가 많이 필요합니다.”


시마는 능숙한 한국어로 이훈의 말에 답했다. 이훈도 시마가 이 정도로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구사할 줄은 몰랐던 탓인지 살짝 놀란 기색이었다.


“하하, 여러 언어를 자연스레 구사하는 것은 상인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입니다. 아무래도 통역을 하면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있거든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너무 자연스러운데...”


“몇 년에 한 번이긴 하지만 한국과의 거래는 제 주요 수익원 중 하나입니다. 실패하는 법이 없죠. 이제 와서 말하는 것이지만 제가 제일 잘하는 외국어가 한국업니다, 하하하!!!”


시마는 벌꿀주를 맛나게 들이키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제대로 한몫 잡는 게 어떤 것인지 보여드리려고 있는 배 싹싹 긁어 왔습니다. 다음부터는 제 아들놈이 오겠죠.”


“다음엔 오시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저도 늙었지요.”


쓰게 중얼거리는 시마의 말에 이훈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얼굴의 주름 하며 새하얘진 머리카락은 그의 나이가 늙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차, 제 아들놈 이름은 셉티무스라고 합니다.”


“그러면 셉티무스라고 부르면 됩니까?”


“그렇지요.”


“진짜 궁금한 게 하나 있었습니다만”


“말씀하시지요?”


이훈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혹시 로마인들은 이름만으로 사람을 구별합니까? 성씨나 그런 건...”


시마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무언가를 기억해내고는 답했다.


“그거 아십니까?”


“어떤 것을...”


“이건 저도 오래된 이야기라면서 들은 건데... 원래는 우리 로마인들의 이름은 세 개였답 니다.”


“...예?”


“그러다가 점점 줄더니 이내 이렇게 이름만 덜렁 쓰게 되었죠. 이유야 모릅니다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이훈은 궁금한 점이 대강 해소되자 약간 난처하다는 기색으로 말했다.


“헌데... 강철의 추가적인 판매는 제 독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국왕 전하께서 결정하실 문제이신데 문제는 전하께서 고구려를 방문하셔서 현재 부재중이십니다.”


철이야 어느 나라든 안 중요한 나라는 없겠지만 한국에는 특히 그 의미가 남달랐다. 현재 한국이 만들고 있는 수많은 무기와 방어구, 여러 생활용품과 농업기구, 정밀기계, 철도 등 오만 곳에 쓰이고 있었고 이 강철을 적이 입수할 경우 상당히 골치 아파지기에 강철은 지영이 관리하고 있었다.


특히나 예비군이 만들어지며 무기와 방어구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에 여러 부서는 어떻게든 강철을 더 할당받기 위해 기를 썼다. 물론 그만큼 무기와 방어구 생산도 늘어 갑옷의 경우에는 일년에 이만 벌까지 생산해내며 무려 두 배가 늘었고 다른 무기들도 방어구 생산에 발맞춰 일 년에 이만 명을 무장시킬 수 있게 생산량이 늘어난 상태였다.


당연히 강철은 부족해졌고 한국은 이미 남양주와 춘천의 제강소를 각각 이천 오백 톤씩 증축하여 삼천 톤의 규모로 만들고 있었으며 이것도 모자라서 개성에 추가로 사천 톤 규모의 제강소를 찍어내고 있었다. 원래도 안 되지만 상황이 이런 와중이라 강철의 추가적인 유출은 절대 이훈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고구...려?”


“아, 북쪽에 있는 나라입니다. 거리는 가까우니 아마 금방 다시 돌아오실 겁니다.”


“흐음... 그렇습니까? 그러면 기다려야지요.”


“괜찮으시겠습니까?”


“이곳에 올 때 일 이년은 훌쩍 지나갑니다. 한두 달 정도 기다리는 거야 아무렇지도 않지요. 오히려 한국의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조사를 할 시간도 있으니 좋게 생각하겠습니다, 하하하!!!”


시마는 배를 많이 끌고 와서 많이 사가야 한다며 껄껄 웃었다.


“숙소를 내어드립니까?”


“어이쿠, 아닙니다. 금과 은이라면 충분히 있으니 저희가 알아서 해결하지요.”


“그러시다면야... 제 명의로 통행증을 내어드리지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이훈은 종이를 받아서 멋들어지게 통행증을 쓰고 인장을 쾅 찍어 주었다.


“인천과 서울 일대에서는 자유로이 돌아다니실 수 있을 겁니다. 보안 구역에만 가지 않으신다면요.”


“호의, 감사드립니다.”


시마는 잘 몰랐지만, 이훈의 통행증이라는 것은 상당한 권위가 있는 것이었다. 국왕 이지영-내무총리 설차에 이어 당당히 권력 서열 3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아직 비서실이 분할되기 전이라 그렇다) 사람이라 일반적인 신분증보다 윗줄에 있는 은각이 되어있는 신분증(하급귀족 혹은 일정 품계 이하의 관료들이 쓰는)과 비교할 만했다.


조금 더 덧붙이자면 지금 이훈이 저 통행증에 ‘이 통행증을 가진 시마라는 인물은 책임자의 동행하에 3급 보안 시설 및 구역에 출입할 수 있음’이라고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도였다.


아무튼 얼마 뒤 돌아온 지영의 답은 상당히 간결했다.


“얼마나 살 생각인가? 많이 사면 할인 정도는 해 주지”


그 말에 이훈은 입을 떡 벌리고 지영을 쳐다보았다. 지영은 그 시선에 왜 그러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괜찮습니까?”


지영은 왜 안 괜찮냐는 듯이 되물었다.


“철이 금으로 바뀌는데 나쁠 이유는 없지. 제강소 빨리 완공해야 한다고. 여튼 배 많이 끌고 왔다 했지? 그럼 잔뜩 사 가야지. 쩨쩨하게 십 톤, 이십 톤 이야기하지 말라고”


시마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하하하! 역시 전하께서는 통쾌하십니다! 허면 100톤 어떻습니까?”


“전쟁 하루 이틀 하나? 거 좀 많이 사 가서 홍보도 좀 해 주고 그래. 어차피 남는 거 많을 거 아닌가?”


“비단이랑 모피 등등도 사야하는지라...”


“에이, 우리 비단 가격이 그리 비싸진 않잖나?”


한국의 비단 대부분은 가성비였다. 물론 가성비라고 해도 비단 중에서 가성비라 일반 옷감보다는 확실히 비쌌지만 ‘비단’을 산다고 생각하면 감수할 만한 가격이었다.


모피 역시 마찬가지. 분업화된 공장에서 생산된 모피는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았다. 대도시에 사는 시민들이면 모피로 된 겨울옷 한두 벌씩은 가지고 있을 정도니까.


시마는 가만히 셈을 해 보더니 이윽고 철을 더 사 가는 것이 이익이라 생각했는지 화끈하게 질렀다.


“200톤 가능합니까?”


“자네, 여기가 어디라 생각하나? 강철의 나라 한국이야, 한국. 그 정도 비축분은 있네. 200톤이면... 1할 5푼 정도는 할인해 주지”


“어이쿠, 감사드립니다. 우연히 이곳에 온 것이 제 상행 중에 최고의 축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뭘 그러나. 우리야말로 좋은 거래처를 만나 굉장히 기쁘다네.”


“대금은 금과 은을 혼합하여 드려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아무래도 금과 은 한쪽으로만 지불하기엔 많은 양이기에.”


“아아, 물론일세.”

시마가 철과 비단 등을 가득 실어 돌아가자 지영은 흐뭇한 표정으로 뒤에 쌓인 금과 은의 산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면 제강소 증축 예산은 아득히 채우고도 남겠군”


“대신 여러 부서의 장관들이 난리가 나겠죠...”


“뭘, 강철 생산량은 많이 올라왔을 텐데?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이 삼천 사백 톤이었나... 오백 톤이었나”


“현재 삼천 오백이십 톤 정도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그래, 기존의 천 톤에 비하면 무려 세 배가 늘었다고. 아직 갈 길이 멀긴 하네만”


한국의 전로는 베세머의 전로를 이용했지만, 그 크기는 아주 작았다. 이유야 뭐 동력원의 부족으로 많은 양의 공기를 쏘아 보내기가 어려웠고 그러다 보니 전로를 크게 만들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의외의 장점을 만들었는데 제강소의 증축이 진행되는 중에 완성되는 전로를 써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즉, 만약 춘천의 제철소를 삼천 톤 규모로 증축한다 하면 증축 이전에 오백 톤, 증축 이후 삼천 톤 이런 식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증축 중에 오백, 육백, 칠백... 이런 식으로 실시간으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었다.


그런 이유에서 한국의 제강소들은 현재 목표 생산량인 연간 만 톤을 목표로 열심히 증축에 들어가고 있었고 기존의 천 톤 남짓한 규모에서 생산량이 차차 늘어나 현재의 삼천 오백이십 톤의 강철을 생산하게 된 것이었다.


“아니, 그러니까 누가 건물에 철 기둥을 박아넣습니까, 대체”


미래에서는 표준화된 철근 콘크리트 공법을 이훈은 침이 마르도록 까댔다. 지영은 그 광경을 미묘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고


“... 왜 그러십니까?”


“음? 아, 아무것도 아닐세. 여튼... 철근 콘크리트 공법은 대규모 건물을 증축할 때 참으로 좋다는 건 잘 알지 않나. 그거 아니었으면 하남시 굴러가지도 않았어”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대규모의 공장, 병력의 막사, 하남시의 다가구 주택 등 철근 콘크리트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최근에는 서울의 여러 구역에서도 철근 콘크리트 공법으로 지어진 다가구주택이 지어지고 있었다.


거기에 수송함의 식량 보관소는 얇지만, 철로 보강되어 있었고 식량을 담은 상자들도 철제 상자(물론 이 상자들은 강철은 아니다)를 이용해 쥐를 막기 위한 노력(혹은 삽질)이 이어지고 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강철은 정말 오만 곳에 쓰이고 있었다.


다른 나라가 보면 대체 왜 철을 저런 데다 쓰는지 궁금해할 정도로.


“아차, 일본 친구들에게도 철의 수출량을 늘려주는 건 어떤가? 한 오 톤에서 십 톤 정도?”


“아니, 얼마 전에 로마 상인에게 강철 이백 톤 파시던 분은 어디로 가셨습니까?”


지영은 당연한 것을 왜 말하냐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로마는 멀고 일본은 가깝잖나. 조심해야지.”


“아니... 뭐, 그렇긴 합니다만”


“그리고 우리처럼 일본 내 수요는 좀처럼 팍팍 늘어나질 않는단 말이지... 그럼 차라리 고급지게 팔아먹는 게 낫지 않겠나?”


“기왕 이번에 유학생들 오는거 그 철근 콘크리트...”


“거긴 지진이 자주 나서 힘들 거다, 아마.”


“그것참 아쉬운 일이군요.”


강철의 판매로 인한 세입은 전체 세입의 약 5~10%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이 이훈은 입맛을 다셨다.


“뭘 그러나. 이번에 우리 친구들이 또 금은보화를 가득 실어 올 텐데”


지영은 상상만 해도 흐뭇해진다는 듯이 서쪽을 바라보았다.


작가의말

두 골 연달아 넣길래 이길 줄 알았지...ㅠㅠ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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