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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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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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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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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건함 계획24

DUMMY

“아니, 일본에는 철을 빨아들이는 귀신이라도 있단 말이오?”


“음... 전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일본 제철 기술이 워낙 낙후되어있지 않습니까?”


“그야 그렇다고 해도 일상생활에서 쓸 도구 하나 만들지 못할 정도이겠소? 진정 그리하다면 저 에조인들과는 도대체 무슨 무기와 방어구로 싸우고 있단 말이오?”


이해가 영 안 가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 해도 일본의 철에 대한 집착은 정말 질릴 정도였다.


“되었소. 내 직접 일본 공사를 만나 이야기하리다. 어차피 철과 관련된 일은 외교부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지 않소?”


정확히 말하면 철의 반출에 대한 명확한 훈령을 내리지 않은 상태지. 훈령을 내리면 처리할 수 있겠지만... 철은 우리나라의 효자 상품 중 하나고 이곳저곳 쓰일 곳이 많아서 아직까지는 최종적으로 내가 검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외신이 한국의 국왕을 뵙습니다.”


“음, 오래간만이오, 타카키(貴樹) 공사. 아니지, 지난번 신임 공사로 부임한 이후에 처음이던가?”


“그렇습니다, 전하.”


이번에 새로 부임한 라쿠타니 타카키(楽谷 貴樹) 공사는 내 예상보다 훨씬 젊은 남자였다. 듣기로는 뭐 미래가 창창한 인재라던가 뭐라던가. 그래서 많은 경험을 할 겸 주한일본공사로 부임했다고 들었었다.


“그래, 한국밥은 좀 입맛에 맞소?”


“전하께서 보살펴 주시는데 불편할 게 무에 있겠습니까?”


“그게 뭐 내 덕인가. 공사가 적응을 잘 하니까 그런 거지. 그래도 잘 지내고 있다니 다행이구려. 원래 타향에서는 밥알 하나, 물 한 모금도 고향 땅과는 다른 법이라 적응을 못 하는 사람도 많던데”


“하하, 한국의 음식이 맛있고 관사는 덥지도, 춥지도 않게 난방이 되니 적응을 못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거 다행이로군. 자랑은 아니라지만 우리가 또 한 미식 한다오.”


지금 이 시대에 너희가 실질적으로 서양 음식을 먹어볼 수 있는 곳은 한국밖에 없거든. 니들이 빵맛을 알어?


“내 왕비도 한국의 미식을 아주 마음에 들어하더군. 참으로 다행인 일이지”


“국왕 전하와 왕비 마마의 금슬이 이토록 두터우니 외신으로서는 참으로 기쁠 따름입니다.”


“음, 사돈께선 잘 지내시오?”


“지난번에 들려온 소식으로는 무탈하고 정정하시다 들었습니다.”


“그거 다행이로군. 이제 사돈께서도 적지 않은 나이니 건강에 특히 유의하여야 할 것이오. 내 이번에 자연삼으로 만든 홍삼을 내어줄 테니 연락선을 통해 사돈께 전해드리시오.”


“국왕 전하의 은혜에 실로 감사드립니다. 천황께서도 크게 기뻐하실 것입니다.”


“음, 가족끼리 서로 챙기는 건 당연한 것 아니겠소?”


“실로 전하의 말씀대로입니다.”


분위기가 훈훈해지자 나는 슬쩍 운을 띄웠다.


“그저저나 공사”


“말씀하십시오.”


“내 아까 말했던 대로 한국과 일본은 한 집안이라 할 수 있지. 하여 여러 가지 철제 물품에 있어서 일본에 약간의 우선권을 주었소. 그렇지 않소?”


“실로 전하의 말씀대로입니다.”


“그 정도라면 넉넉지는 않아도 크게 모자라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소만?”


“사람이라는 동물이 원래 더 좋은 물건이 있으면 쓰고 싶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지난날 일본으로 향한 철제 도구의 무게만 대략 100톤 정도였소. 그 수가 아주 많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적은 숫자는 아니라 생각하오만”


시발 농기구 하나에 1킬로씩 잡아도 100톤이면 십만갠데... 적을 리가 있나. 뭐, 일본 인구에 비하면 적긴 하겠지만...


“음... 이해는 하오만.”


우리도 철이 넉넉한 건 아니란 말이지.


롱코트 형태의 브리간딘과 해군용 갑옷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철은 결코 적지 않다. 거기에 철도망에 들어가는 철은 정말이지 항상 부족할 지경이지. 그럼에도 낙타철도는 일반 수레에 비해 월등한 효율성을 가지고 있기에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질 좋은 강철이라는게 그리 쉬이 만들어지는게 아니오. 그건 공사가 더 잘 알지 않소?”


조금이라도 좋은 철을 만들기 위해 남들 하는 삽질의 열 배는 하는 일본이니까.


“그러니 한 가족인 한국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양국의 우의를 보아서라도 조금만 수출량을 늘려 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있지도 않은 철을 어찌 판단 말이오? 제철소를 새로이 건설한다고 해도 적어도 일 년은 걸릴 것이오.”


위치 선정부터 교통망 깔고 철저한 안전책까지. 의외로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그 건에 대해서 말입니다만... 제안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말해보시오.”


“한국이 일본에 제철소를 지어주신다면 이러한 철 부족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말 유감이지만 제철소는 군사, 산업, 과학 분야에 있어 특급 기밀이오. 공사가 외교부 장관과 대화를 하지 않고 직접 나에게 온 이유이기도 하지. 내 맹세컨대 그 어느 나라도 제철소에 간섭할 수는 없을 것이오.”


“그렇습니까...”


“미안하게 되었소. 하지만 이해해주리라 믿소이다.”


“아닙니다, 그동안의 특혜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래도 새로운 제철소가 설립된다면 그만큼 일본에 향하는 철의 양도 더 많아질 터이니 조금만 참고 기다려주시오.”


“전하의 은혜에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정말 유감스럽지만 그 날은 조금 멀 것 같긴 했지만


왜냐하면 한국의 제철소는 통폐합 과정을 거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제철소는 워낙에 이곳저곳에 세워져 있어 관리가 쉽지 않았다. 해서 제철소 증축 및 통폐합 계획을 통과시켰고 계획에 따르면 남양주에 연간 생산량 500톤짜리 제철소 하나와 춘천에 연간 생산량 500톤짜리 제철소 하나로 통합될 예정이었다.


이 둘은 한강을 따라 연결되어 있어 서울이나 하남에 철을 공급하기도 용이했고 물길을 따라 가면 강원도 인제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즉, 철광석을 공급받기도 생각 이상으로 쉽다는 뜻이다.


괜히 한반도 한정으로 서울이 수도로서 최적인 게 아니었다.


남한강과 북한강을 시작으로 한반도의 주요 강들에 빠르게 수운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건 전근대에 엄청난 장점이었다.


아무리 철도를 깐다고 하지만 증기기관차가 나오기 전까지... 아니, 나와도 육상수송능력은 절대 해상수송능력을 이기지 못한다.


하물며 전근대에는 오죽할까. 작은 돛단배 하나 띄워도 수레 몇 대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그런 이유로 강원도 지방의 개발이 늦어지는 것이기도 하고.


북한강-소양강으로 이어지는 우수한 수로가 있기에 도로를 그렇게 길게 깔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물론 강원도가 지금 경제적으로 딱히 개발할 메리트가 없다는 것도 크지만.


일본 공사와의 만남을 잘 마무리 짓고 다시 업무를 보려는 찰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전하”


“무슨 일이냐?”


“하남 산업단지 의류 공장장이 전하를 뵙고자 합니다.”


의류 공장장?


의류 공장장이 왜?


나는 의아해하면서도 무슨 이유가 있겠거니 싶어 들여보내라 했다.


“전하를 뵙습니다.”


“음. 우선 앉으시오, 공장장”


그가 의자를 적당히 끌어다 앉자 나는 궁금한 것을 물었다.


“헌데 나는 왜 보자고 했소? 공장에 무슨 문제라도 있소?”


“공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허면... 왜?”


공장장이 공장에 문제가 없다면 나를 보고자 할 이유가 뭐가 있지?


어지간한 일은 재량껏 처리할 테고... 임금이 적은 것도 아니니 노동자의 반발이 일어날 확률도 높지는 않을 텐데.


내 나름대로 이유를 추리하고 있자니 그가 그 이유를 밝혀주었다.


“사실 원자재가 모자랍니다.”


“원자재?”


“예, 정확히 말하자면 실이 모자랍니다. 직조 공정의 속도를 방적 공정이 받쳐주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아... 그럴 만 하지.


플라잉 셔틀은 기존의 베틀에 비해 거의 4배에 달하는 효율을 가진다. 그런 직조기를 고작해야 물레가 뒷받침 할 수는 없겠지. 일종의 병목현상인 셈이다.


“허면 방적 공장의 확대를 요하는가?”


“아니면 신형 방적기의 개발이어도 좋습니다. 오히려 그 편이 훨씬 편할 듯 싶습니다만”


이 양반이... 기계가 뚝딱 나오는 건줄 아나...?


지금 당장 시도해 볼 만 한건 제니 방적기이다.


산업혁명을 이끈 기계기도 하지.


헌데... 내가 그 설계를 전혀 모른다는 게 문제다.


“우선... 내 직접 방적 공정을 보고 싶네. 안내해줄 수 있겠나?”


“물론, 그리하겠습니다.”


“그리하면 좋네. 비서실장, 기계과학청 과학자들을 소집하게. 그들과 함께 공정을 보고 방안을 생각해 봐야겠어”


“예, 전하”


가서 본 방적 공정은 생각보다 단순한 구조였다.


고치의 끝을 물레 가락에 감아 고정시키고 바깥쪽으로 물레바퀴를 돌리면 실이 가락에 감기는 구조였다.


“흠... 한 번 개발을 해 봐야겠군. 그대들은 대충 어찌할지 감이 좀 잡히나?”


“음...”


“난 대충 감을 잡았다네.”


나와 과학자들은 물레와 고치들을 들고 실험실로 향했다.


“일단 각자 재량껏 개량해보세나.”


나는 그리 말하고는 물레 두 개를 챙겼다.


물론 제니 방적기를 뚝딱하고 만들면 참 좋겠지만...


세상일이 그리 쉬울 리가 없지.


나는 정말로 제니 방적기에 대해 아는게 하나도 없다.


그렇다고 한국의 기계공학이 제니 방적기를 공장처럼 깔아놓고 돌릴 정도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물론 한국의 기계공학은 지난 이십 년 전에 비해 눈부시게 발전한 것은 맞다.


뻑하면 말썽을 일으키지만 기계식 시계까지 만들어 내기는 했으니까(물론 일부 장인들이 말 그대로 뼈를 깎아서 만든 것이기는 하지만)


즉, 내 생각에는 물레에서 엄청난 개량을 기대하기란 힘들다는 것이다.


흔히 우리 속담에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 말을 반대로 해석하면 ‘몸이 고생하면 머리가 나빠도 된다’정도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과연 우리의 방적공정에서 우리 노동자들이 주어진 몸을 다 썼는가 하면 나는 의문을 표할 수 밖에 없다.


인간은 생각 이상으로 지구력이 뛰어난 동물이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태초부터 함께해온 믿음직하며 영원한 동료인 두 다리가 있지.


물레바퀴를 굳이 손으로만 돌릴 필요는 없지 않나? 페달을 연결시켜 물레바퀴는 다리의 힘으로 돌리면 한 사람이 능히 두 개의 물레를 돌릴 수 있는 것이다.


기존의 방적 공정을 크게 방해하지도, 시설을 크게 개량할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효율은 두 배 가까이 증가한다. 물론 이것으로 플라잉 셔틀의 수요를 감당할 수는 없겠지만 정 문제가 되면 방적공정의 인원을 두배로 늘리면 된다.


그러면 2x2=4라는 간단한 계산식이 성립하지 않은가.


역시...


몸을 쓰면 머리가 좀 나빠도 될 것 같다.


옛 어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작가의말

물레를 두 배로 효율적으로 개량하는 방법은 물레 두 개를 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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