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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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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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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5.1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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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농업혁신64

DUMMY

내가 나름 많이 배우고 이곳에 와서 많은 경험을 해봤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 참으로 많았다.


예를 들자면 내 눈앞에 하얀 꽃을 달고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는 저 나무라던가.


“저게... 기름이 난다고요?”


“예, 전하. 옛적부터 기름을 내고 약재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 왜 나는 몰랐지?”


저게 그렇게 기름이 많이 난다고 한다. 난 처음 알았는데. 그래서 내게 익숙한 나무를 보여줄 때 그냥 어이가 없었다. 저거 천변에서 운동하다 보면 보였던 나무거든. 나름 꽃이 핀 게 예쁘장하게 생겨서 기억에 좀 남았지.


그리고 내가 멍청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드러난 것은 기름에 목말라 했으면서 유채꽃은 생각도 못 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저거야 이름조차 몰랐던 나무니 그런가 보다 해도 유채꽃은 워낙에 유명한데...


“그리고 저게 꿀이 그렇게 많이 납니다.”


“... 좋은 나무였군요.”


모든 나무가 그렇지만 저 쉬나무라는 나무는 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틀림없다. 기름에 꿀에 목재에...


“저거 좀 많이 심어 봅시다. 저걸로 양봉도 좀 하고 기름도 짜고 하면 되겠네요.”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기름이라는 것은 굉장히 많이 필요했다.


비누를 만들 때, 열처리를 할 때, 음식을 튀길 때...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이런데. 특히나 열처리를 하거나 비누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양의 기름이 필요했다. 그리고 뭐가 되었건 기름이 많으면 좋았다. 어지간하면 많아서 나쁠 건 없었다.


“예, 장소랑 묘목을 수배해 보겠습니다.”


“아, 그리고 저거 자라기 전에 유채꽃도 찾아서 좀 심어 봅시다. 나무는 자라려면 시간 좀 걸리잖아요?”


거대한 정원 형식으로 어디 한 곳에 커다란 유채밭을 만들어 놓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제주도 유채꽃밭처럼 좀 예쁘게 꾸미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물론 꾸미는 것도 일이고 돈인지라 지금 당장 할 생각은 없었지만.


“유채... 알겠습니다. 그것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음, 제대로 정착이 되면 이제 비누나 열처리 관련해서 기름 부족하다고 징징댈 일은 없겠지? 그랬으면 좋겠는데.


“저... 전하?”


“예?”


“그...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뭔가요?”


비서실장은 잠시 머뭇거리고는 말했다.


“그... 얼마 전에 1군단에 보낸 물건 말입니다만...”


“아... 그게 무슨 문제라도?”


“그... 모두가 질색하길래 뭐인지 궁금해서 한 번 여쭤봤습니다.”


“아... 그건 말이죠”








“... 이걸 먹을 수 있다고? 장난해?”


진하는 상부에서 보내준 사각형 모양의 무언가를 노려보았다.


“저... 이게 뭐길래 그러십니까?”


“아...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사휴는 고개를 기웃거리더니 이내 ‘그 물체’를 보고 웃었다.


“하하, 아 신형 보존식량이 나왔다더니 바로 이거군요. 한 번 먹어 봐도 되겠습니까?”


“아직 안 먹어 봤나?”


“나르기도 힘든데 먹을 시간이 어디에 있습니까? 곧 나눠줄 시간이 올 테니 그 때 병사들하고 같이 먹으려고 했습니다만”


“... 정말 훌륭한 결정이야, 아니 이걸 훌륭하다고 해야 하나?”


“...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그럽니까?”


그 말에 진하는 울화통이 터진다는 듯 가슴을 두드리며 한탄했다.


“지금 이게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의 표정으로 보이나? 진심으로? 만일 그렇다면 지금 즉시 군복을 벗는 걸 추천하지. 이건 모양만 그럴듯할 뿐 나무 조각보다도 맛이 없단 말이야!”


“에이, 저도 그게 뭔지는 대충 알고 있습니다. 그거 밀가루 반죽해서 만든 빵, 이라기보다는 과자랑 비슷하게 생겼군요. 여튼 그거 아닙니까? 그냥 먹어도 고소한 맛이 날 텐데 나무 조각보다도 맛이 없다니요? 정 그러시다면 제가 다 먹겠습니다.”


진하는 그 말에 눈을 빛내며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떠넘기듯 넘겼다.


“약속 지키게. 많이 먹게나, 실컷 먹게.”


사휴는 웃으며 그리하겠다고 하고는 귀퉁이가 살짝 부서져 있는 그것을 받아 입속에 넣고 씹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씹으려 했고 실패했다. 그것은 낯선 사람의 이빨 따위는 받아들이지 않는 견고한 벽을 가지고 있었다.


“...”


아무리 강하게 깨물어 봐도 흠집조차 날 기색이 보이지 않자 사휴는 한숨을 내쉬며 그것을 입 밖으로 꺼냈다.


“이거... 먹는 거 맞습니까?”


“많이 먹게”


“... 먹을 수 있어야 먹지요. 씹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먹습니까?”


사휴는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막사 밖으로 나가더니 이내 무언가를 가지고 왔다.


“이건 뭔가?”


“뭐... 설명서라고 했습니다. 처음엔 먹는 것에 무슨 설명서인가 싶었는데 이제 이해가 가는군요.”


사휴가 죽간을 주르륵 펼치자 그곳에는 참으로 명랑하게 ‘딱딱한 건빵! 부드럽고 고소하게 먹어보세요!’ 라고 쓰여 있었다.


“이 제목을 쓴 사람을 패버리고 싶군”


“...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제목을 쓴 건지...”


그곳엔 건빵을 끓여 먹는 법이 적혀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건빵을 단단한 곳에 부숴서 그 조각을 끓여 먹으라는... 내용이었다.


“... 부숴서 먹으라고?”


“... 으음... 보존식량이니... 그럴 만도... 한... 으음...”


그리고 그 밑에 작게


‘곰팡이가 피지 않는 한 안전하게 먹을 수 있어요!’


라고 쓰여 있었다.


“... 이거 제조일자가 대략 반년 전입니다.”


“미친 음식이군”


“이번에 새로 배급받은 염장 고기랑 같이 넣고 끓여 먹는 것 같군요. 이 정도 크기면 전투가 없다고 가정할 때 보급대 없이 빠르게 행군할 수 있을 겁니다. 아니면 도저히 지나갈 수 없는 길을 먼저 지나갈 수도 있을 거고요. 맛은... 아니, 먹을 수 있냐 없냐는 둘째치고 전술, 전략적으로 폭넓어진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진하는 단단한 건빵을 보기도 싫다는 듯이 던져버리며 말했다.


“차라리 미숫가루에 염장고기를 주는 게 낫지 않겠나?”


“저도 이제 안 사실인데 맛은 미숫가루가 더 좋을지는 몰라도 이 건빵이라는 게 더 압축이 잘 되어 있어 동일한 양을 들고 다닐 때 더 많이 먹을 수 있답니다. 원래는 해군용으로 개발된 건데 이번에 날이 더워서 한 번 보내줬다는군요.”


“이런 썩을, 해군 먹을 건 해군한테나 주지 왜 우리한테 짬처리를...”


건빵의 유용함이 어떻고 전술적인 이득이 어떻고 간에 먹는 입장에서는 맛도 더럽게 없는데다가 먹기조차 힘든 애물단지였다.


“아니, 근데 이걸 굳이 그렇게 쇠로 된 상자에 넣어서 가져와야 하나? 보니까 나무 상자 안에 쇠를 발라놨더만?”


“음... 쇠를 발라놓고 단단하게 잠그지 않으면 벌레가 이곳저곳을 파먹는다는군요.”


실제로 그렇게 들어간 벌레로 닭을 키운다던지 혹은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 된다던지 하는 썩 유쾌하지 못한 사례가 원 역사에서는 실존했으니 지영은 포장에 굉장한 공을 들였다. 물론 그걸 이들이 알 리도 없고 이해 할 리도 없었지만


“병사들 반응이 기대되는군요.”


“오늘 외출을 해야 하나...”


그 후 건빵을 나눠 받은 병사들은 이걸 비상시에만 섭취한다는 것에 있어 안도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이거 시멘트에 부딪히면 깨지는 거 아닙니까? 이리 줘 보십쇼”


“에이, 병구야. 그냥 끓여 먹자니까?”


“궁금해서 그럽디다, 궁금해서.”


박병구 병장은 웃으면서 건빵을 들고 힘껏 시멘트에 내리쳤고


콰직!


명쾌한 소리와 함께 건빵이 사방으로 튀며 시멘트에 금이 생겼다.


“...이런 쉬...불...”


...내가 잘 못 들었나? 혹시 몰라서 나는 다시 한 번 물어봤다.


“뭘로 뭘 부쉈다고요?”

“그... 건빵으로 시멘트 벽돌을 부쉈답니다.”


... 이런 미친


그게 부서진다고? 아니 애초에 어떻게 하면 건빵으로 시멘트 벽돌을 내려칠 생각을 한 거지?


내 표정이 어지간히 궁금한 표정이었는지 비서실장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내 궁금증을 해소했다.


“단단한 것을 찾다가 나뒹구는 시멘트 벽돌이 보였답니다. 덕분에 그 병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지경입니다.”


“그래요? 한 번 보고 싶네... 이름이 뭐라고요?”


“박병구 병장입니다.”


“병구라... 박병구... 예, 기억해 두죠. 그가 무사히 돌아오길 빌어야겠군요.”


내가 이름을 알게 된 이상 무사히 돌아와 줬으면 좋겠다. 물론 나는 모두가 무사히 돌아와주었으면 좋겠지만 솔직히 전사자 없는 전쟁은 없다고 해도 좋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은 분명 슬픈 일이기는 하지만 내게는 크게 와닿는 일이 아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그들을 위해 예우와 사후 처리를 해 주고 그들의 죽음과 희생을 존중하고 슬퍼하기는 하나 그 정도가 전부라고 해야 하나? 분명 슬퍼하기는 하지만 그건 단편적인 감정에 지나지 않는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나는 그들의 이름도 모르지 않나. 내가 현대에 있을 적에 이름 모를 아프리카 사람들이 기아로 죽어가도 신경 쓰던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연찮게 봉사단체의 tv 광고에 나오면 ‘어머, 어떡해’ 정도의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분명 슬프고 안타까운 일은 맞지만, 대부분은 찰나의 감정으로 끝나 버린다. 나중에 그 순간을 되돌이키면 ‘어머, 그랬었지. 정말, 안타깝다’ 정도의 반응이 나오는 게 전부겠지.


하지만 이름을 알게 된다면 다르다. 비로소 숲에서 벗어나 나무를 보게 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기억에 남게 되고 그 사람을 그리게 된다.


한 사람의 군인이 아니라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오빠,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 그저 나와 같이 평범한 삶을 영위하던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다.


나는 참으로 이기적인 동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하는 일은 분명 다르지 않을진데 이름 하나 알고 그가 누군지에 대해 단편적인 정보를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내가 느끼는 감정이 이렇게나 달라지다니.


하지만 그래도, 돌아와서 나를 이기적이라고 욕을 해도 좋으니, 살아서만 돌아왔으면 좋겠다. 돌아와서 이번의 헌신에 대한 마땅한 보상을 받고 술 한잔하며 건빵으로 벽돌을 깬 위대한 일화와 기타 자질구레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낄낄대다가 소중한 가족의, 전우의 곁으로 돌려보내주고 싶다.


이 정도면 썩 괜찮은 결말 아닐까. 그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부디 무사히 돌아오길...”


작가의말

맛있는 건빵 드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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