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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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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2024.04.22 13:25
연재수 :
2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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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82,298

작성
22.04.23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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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농업혁신59

DUMMY

처음에 한국군이 쳐들어 왔을 때는 큰 걱정이 없었다. 그냥 좀 깔짝이다 돌아가리라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한국군은 강했다. 생각해보면 한국 내전, 고구려 의용군 경험까지 있는 군대가 밥만 먹고 훈련을 받고 전투에 임하니 생각 그 이상으로 강했다.


거기다 이주민을 데려와 회색 벽을 단기간에 쌓아 올려서 보호하고 있는 한국군을 보면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분명 아무것도 없는 곳에 성벽은 아니지만, 이상한 회색 벽으로 나름 마을을 만들어놓으니 기병 위주인 그들로서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제대로 된 공성 병기를 가져오면 그렇게 어렵지 않게 공략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문제는 이들에게 공성 병기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한국군에는 공성 병기가 있어 성벽 위에 올려놓고 쏜다면 사정거리가 더 길기 때문에 이쪽의 손해가 컸다.


그렇기 때문에 말갈과 한국은 다시 한번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진하는 말갈족 추장을 둘러보며 말했다.


“제가 여러분께 여러 번 말씀 드렸지만 우리 한국의 입장은 전과 같습니다. 서로 잘 살아보자는 거죠.”


그 말에 백발이 성성한 추장이 헛웃음을 터뜨리며 답했다.


“허어, 이 늙은이가 아는 서로 잘 살아보자는 것과는 그 의미가 사뭇 다르구려? 요즘은 잘 살아보자는 말을 이웃의 터전을 강탈할 때 쓴답니까?”


“이 땅은 우리가 정당한 피를 흘리고 고구려에게 합법적으로 얻어낸 땅입니다. 강탈이라는 표현을 쓸 수는 없지요.”


“이곳은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땅이요, 우리가 살아온 땅을 왜 남에게 얻어낸단 말이오?”


“과거에는 고구려의 영토였고 그 고구려가 부활하여 땅을 얻어냈으니 당연히 그들의 영토지 않습니까? 그리고 국왕 전하께서는 여러분들이 한국을 인정하기만 한다면 한국의 신민과 동등한 대우를 약속하셨습니다. 정말 강탈할 생각이셨다면 그런 조건을 내걸지도 않았겠지요.”


“허, 말 한 번 잘하는군. 하지만 결국 밑에 들어가서 노예처럼 살라는 것을 좋게 풀은 것 아니오?”


“이곳에도 여러 부족을 이끄는 부족장이 있고 그렇지 않은 부족장이 있지 않습니까? 이 땅의 모든 것을 이끄는 부족장이 한 분 생긴다고 보면 되지 않습니까?”


진하는 한숨을 내쉬면서 덧붙였다.


“이대로 계속 전투를 이어나간다면 양측에 큰 피해가 있을 겁니다. 우리는 우리대로 물자를 소비할 것이고 그대들은 그대들대로 억울한 사람이 목숨을 잃고 점차 땅을 빼앗기겠지요.”


“그대들의 힘으로 그게 가능하다 보시오? 자신감이 넘치시는구려.”


“지금까지는 가능했지요. 그리고 앞으로도 가능할 것입니다. 직접 부딪혀 보아서 알지 않습니까? 우리 한국군은 머릿수만 긁어모은 나약한 군대와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충분한 실전경험을 가지고 그 실전경험을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서 후대들에게 계속해서 전수 및 숙달시킨 훌륭한 정규군이다. 더구나 실전경험을 겪은 세대들은 아직 은퇴하지도 않았고 새로 모집한 병사들은 체계적인 훈련에 지금 실전경험을 어느정도 겪어서 더욱 강해져 있었다. 진하의 자신감이 결코 근거 없는 헛소리는 아닌 셈이다.


“이유를 붙이면서 싸우자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서로 좋은 조건에 마무리를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솔직히 나쁘지 않지 않습니까? 한국 신민으로서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그대들의 무공을 살리면 장군도 가능하다는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지금처럼 유목을 하면서 평화롭게 교역을 하면 그만입니다.


물론 허가받지 않은 약탈은 금지되겠지만요. 적어도 그대들이 한국인으로서 성실하게 지금까지 해왔던 일만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아니, 솔직히 고구려랑도 잘 지내시지 않았습니까? 한국과 고구려는 사돈지간이니 한 번 믿어 보시지요.”


“...”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지만... 쓸데 없는 피는 그만 흘리는 게 좋지 않습니까? 양 측 합쳐서 벌써 천이 넘는 젊은이들이 다치거나 죽었습니다.”


천 명이라고 하면 적어 보이지만 현대의 고등학교 중 사람이 많은 학교의 정원이 천 명이 안 된다는 걸 생각해보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거기다 유목 민족은 항상 인구수가 부족하지 않던가.


“물론 고민이 되실 겁니다. 하니, 이 주의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이 주가 지나기 전까지는 아군은 선제적 적대 행위를 금지하고 방위 조치만 취할 터이니 신중히 고민하시길 바랍니다.”


대충 회담이 끝나고 진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군단장님, 그렇게 유화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습니까? 아니, 물론 이들을 교화시키려는 전하의 깊은 뜻을 미처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만 이제 아군 측이 우세하니 조금 더 압박을 넣었어도 될 텐데요.”


“여기서 한 십 년 썩고 싶나?”


“... 예?”


“정착하고 개발하는 게 한 순간에 뚝 딱 이루어지는 게 아니잖나. 마을 만들고 씨 뿌리고 수확하고... 결혼하고 애 낳고 그러면 순식간에 십 년이야. 그 동안 약탈 안 당하게 우리는 콘크리트로 방어벽 만들고 보급로 지키고 그래야 한다고. 그 동안 우리 계속 이렇게 죽치고 있어야 하는데... 그걸 원해?”


“어... 아닙니다.”


아무리 공훈을 세우고 싶은 궁기병 여단장이라도 아무것도 없는 이 곳에서 십 년이나 썩기는 싫었다. 그렇다고 이곳에 있어봐야 눈에 띄는 공훈을 세울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진하가 말한 건 최소 십 년이라는 뜻이었다. 남연해주, 그 광활한 지역에 방어선을 치고 국경을 형성하고 자신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일 군단이 최소 이십 년은 돌아다니며 방어선을 치고 이주민 마을들을 지켜야 했으며 이십 년이 지나 안정적이 되더라도 계속해서 방위군을 주둔시키며 국경을 안정시켜야 했다.


괜히 고대, 중세 시대의 국경이 산과 강을 따라서 형성되는 게 아니다. 생각해 보라, 아무것도 없는 뚫린 평야에 마을이 있고 이걸 지키고자 한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만일 약탈이라도 당한다면 민심은 흉흉해지고 이주민들은 그 마을로 이주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 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전하의 뜻도 전하의 뜻이지만... 우리가 계속 여기서 썩을 순 없지 않나? 그건 생각만 해도 지옥이야. 술도, 닭튀김도, 빵도, 여자도, 도박장도 없는 이런 산골 구석이라니!”


“형수님께서 아시면 슬퍼하실 겁니다.”


“자네가 여기서 썩느라 제수씨를 만들지 못한다는 가정은 떠올리지 않나?”


“하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빨리 수도로 돌아가서 열심히 보급체계에 대한 연구와 개량을 계속해야지 않겠습니까?”


진하가 의외라는 듯이 사휴를 바라봤다.


“야전에 나갈 생각은 없나? 지난번에 모의전 하는 것도 그렇고 전술을 짜는 것도 그렇고 가다듬으면 충분히 훌륭한 지휘관이나 참모가 될 수 있을 텐데?”


“필요하다면 해야겠지만 제가 잘 할 수 있는 걸 해야지요. 자랑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화물 상자의 운용에 대해서 저보다 잘 아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겁니다.”


“하긴... 보급이 훨씬 좋아지긴 했지.”


하역과 적재에 드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면서 보급 사정 역시 원활해졌다. 그리고 그건 그대로 전투력 유지와 사기 향상에 큰 기여를 하고 있었다. 아무리 한국군이 보상 체계가 확실하고 여러 복지가 시행되서 기본적인 사기가 높다지만 그런 군대도 산골짜기에 계속 쳐박아두면 힘든 법이다.


진하가 말했듯이 이곳은 한국에 비해 낙후된 지역 아니던가. 더구나 군대는 혈기 왕성한 남성들의 집단, 성욕을 해소할 수단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 중 하나였다. 그게 단기간이면 상관이야 없겠지만 년 단위로 장기화되면 어떤 식으로든 해소해야 할 문제였다.


“하지만 올라갈 수 있는 자리에는 한계가 있을 텐데.”


“정 안되면 특기를 살려서 과기부나 국토부 쪽으로 빠질까도 생각 중입니다. 어차피 수송 분야는 두 부서 지원이 가능할 테니까요. 그래도 제 집이 좋으니 육군부에 끈질기게 붙어 있을 거기는 합니다마는”


“육군장관은?”


“제가 할 수 있으려나요?”


“왜 이렇게 자신감이 없어? 한국 보급계의 희망 아닌가. 한 번 도전 정도는 해 봐야지.”


“하하... 노력 하겠습니다.”






“이게 그 위대하던 당나라의 모습이란 말인가?”


토번에 의해 갈아치워진 황제, 당 대종 이예가 죽고 황제가 된 덕종 이괄은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관의 서류는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었고 몰래 잠행을 나가보니 백성들의 얼굴에는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나마 당의 수도라는 장안이 이 정도인데 다른 곳이야 더 둘러볼 필요도 없었다.


거기다 가장 큰 문제점은 당의 수도 장안이 토번의 국경과 굉장히 가까이 위치했다는 점이다. 토번이 아무렇게나 퍼먹는 아이스크림처럼 한 스푼 푹 하고 영토를 뜯어갔고 그 결과는 당의 수도 장안은 토번 국경 인근에 위치하게 되어버렸다.


이괄은 진지하게 천도를 고민했으나 지금 민심과 재정을 고려하면 천도를 했다가는 그대로 반란군과 성난 백성들이 자신을 저잣거리에 목만 대롱대롱 걸어놓는 현실이 펼쳐질 것 같아서 불안한 마음을 감추고 어찌어찌 황좌를 지키고 있었다.


그렇다고 주변국의 상황이 좋냐? 하면 그것도 또 아니었다. 당의 엄청난 졸전과 수모로 인해 남조국에서는 완연한 독립을 하자는 이야기가 스멀스멀 나오고 있었고 위구르는 토번군에 의해 작살이 나는 중이었으며 동방의 동이족, 특히 한국이란 파렴치한 소인배들은 축하 사절이랍시고 와가지고 돈을 왕창왕창 뜯어갔다.


거기에 고구려는 각잡고 만주를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일본까지 한국, 고구려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세 나라가 더욱 끈끈해지고 있었다. 평소대로라면 어떠한 견제라도 나와야 했으나 지금 당나라는 견제를 날릴 힘조차 없었다.


심지어 지금 장안도 토번놈들이 ‘치안을 위해’ 주둔하면서 분명 당나라의 영토는 맞지만 토번놈들은 장안을 제집 드나들 듯 오가며 간간히 사람, 특히 여인 한 둘씩 보쌈해 가는 꼬라지를 보면 울분이 터져 돌아가실 지경이었다.


명목상은 당의 영토이고 수도였지만 토번이 실효지배를 하고 있었고 당은 토번에게 그 무엇 하나도 감출 수가 없었다.


“우선은... 민심을 안정시키고 재정을 회복해야 한다.”


지금은 몸을 납작 웅크리지만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눈 앞에서 신하들을 매질하며 백성들을 수만 명씩 노예로 끌고간 건방진 위구르 놈들부터


지엄한 천자를 폐위시키고 꼭두각시를 앉히며 장안에서 패악질을 저지르고 있는 토번 놈들도


호시탐탐 동방의 국경을 노리는 건방진 고구려 놈들과 건수 터졌다 하면 찾아와서 삥 뜯어가는 황금에 미친 한국 놈들도


감히 은혜를 저버리고 반역을 논의하는 남조국 놈들까지


단 한 놈도 남김없이 대당의 천자 앞에 무릎을 꿇리리라.


작가의말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여러분!
시험 결과는... 애매하게 망한 것 같습니다.
분명 초1때부터 지금까지 시험을 봐온 것 같은데 시험 보는 실력은 늘지를 않는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52 현금술
    작성일
    22.04.23 19:11
    No. 1

    개꿀잼 잔잔하지만 끝까지 보게 만드는 마력을 다진 대역물 상태창도 가독성 좋게만듬 굿굿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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