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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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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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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2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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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혁신37

DUMMY

“그래, 한국의 조공사절이 온다고...”


새로 즉위한 황제 당 대종 이예는 온다는 한국의 사절단을 뜯어말리고 싶었다.


정치적으로는 나쁘지 않다. 그만큼 위세가 서기는 할 테니까. 하지만 이곳저곳에서 일어나는 반란이나 최근 연전연패를 거듭하고 있는 토번 전선을 생각하면 한숨만 푹푹 나올 뿐이었다.


“폐하께서 원하신다면 하사품을 조금 줄이는 것으로...”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오? 그러면 오랑캐들이 중원을 어찌 보겠소?”


“절대로, 절대로 당나라는 하사품의 양이나 질을 줄이지 못할 겁니다. 아니, 오히려 호화롭게 준비하겠지요.”


이 와중에 하사품의 양을 줄인다? 자신들이 어렵다고 사방에 광고하는 꼴이나 다름없다. 자신들의 위신이나 내부, 외부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칠 리 없지.


“하지만 사정이 어려우면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분명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그게 맞지만... 그걸 실행에 옮길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지.


“원래 강자가 약해지면 체면에 더 신경을 쓰는 법입니다.”

그리고 이걸 당나라가 체면만 따진다고 탓하기도 뭣하지. 조공 책봉은 무역의 성질도 있지만 동아시아를 장악하는 중국의 권위이기도 하다.


거기서 제후국을 소홀하게 대하면 그 권위는 땅바닥에 떨어지겠지. 일종의 가불기인 셈이다. 무너진 권위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이번 조공 사절단은 크게 한 탕 하겠군요.”


“흠흠...”


수석비서는 애써 못 들은 척 하며 헛기침을 내뱉고 있었다. 아니, 이제 내 성격은 대충 알지 않나?


“그럼 제대로 뽕을 뽑아야겠죠?”


우리는 그동안 많은 연구를 해 왔다. 당연하게도 저들의 허영심을 채워 줄 고귀하고도 쓸모없는 물건들이 많다. 아니면 싸고 실용적이지만 우리밖에 없어서 비싸게 팔아먹을 물건들이라던가.


“그래서 수석비서님이 지금 내 보좌를 하는 겁니다. 어차피 나중되면 해야 하기도 하고요.”


“성심을 다해 보좌하겠습니다, 전하.”


“그래요, 우선 당나라를 벗겨먹을 물건들을 조금 준비해 볼까요?”


“그렇게 말하니 마치 순진한 처녀를 범하려는 불한당 같지 않습니까...”


비서실장이 조그맣게 웅얼거렸지만 글쎄... 틀린 말도 아니잖아? 굳이 따지자면 순진한 처녀가 아니라 싸가지 없는 부잣집 따님 정도 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리고 세상에 만고불변의 진리가 있다.


“내가 하면 사랑이고 남이 하면 불륜입니다, 실장.”


자, 어서 나에게 금을 바치도록.






[존귀하신 한국의 국왕 전하께


저희들이 전하께서 내리신 명령을 수행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허나 그 시간동안 감히 전하를 계속 기다리게 할 수는 없기에 우선 전하께서 명하신 면화 종자를 보냅니다. 전하께서 말씀하신 기술자들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죄스럽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하의 사람들은 이제 능숙한 뱃사람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신의 가호로 작게 다친 사람은 있어도 크게 다치거나 죽은 사람은 없습니다. 굉장히 능숙한 선원으로 성장하였으니 몇 년만 기다리시면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사전의 편찬이 상당부분 진행되었습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전하께서 봐 주시면 굉장히 기쁠 것 같습니다...


한국과 전하께 무궁한 영광과 번영이 계속되길 바라며 미천한 상인 시마]


그러니까... 한 마디로 나는 일을 잘 하고 있으니 중간 결산을 하겠다... 이런 뜻이네.


“대가는 금, 은 둘 중 어느 것으로 받겠습니까?”


아, 그렇다고 돈 떼먹겠다는 소리는 아니고...


이들이 보내준 것은 분명 목화 종자가 맞았다. 그것도 상당히 많은 양을 신경써서 보내주었고 심지어는 지금 유럽에서 기르고 있는 재배법까지 번역본과 원본 두 가지를 모두 보내주었지.


당연하게도 나는 대금을 지불할 용의가 차고 넘쳤다.


“반반... 됩니까?”


여기가 무슨 치킨집이냐? 금 은의 시세가 바뀌니 둘 다 쟁여놓겠다... 뭐, 생각은 이해가 가는데...


“그대가 원한다면 그리하도록 하죠.”


나는 그 즉시 금은을 꺼내와 대금을 치렀다.


“남은 일도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하. 감히 전하께 비견될 바는 아니나 제 사촌 시마는 굉장히 발이 넓고 수완도 좋습니다. 감히 장담컨대 로마 제국 최고의 상인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 정도였어? 시마... 시마라...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인데? 일만 잘 하면 그만이기는 하다마는


그건 그렇고 이렇게 되면 국토부의 일이 너무 바빠지는데... 조금 부서를 나눌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제가... 농업부 장관이 되는 겁니까?”


왜, 싫어? 남은 장관 자리 앉지 못해서 안달이던데.


“그... 것이 아니라, 조금 의외라서 말입니다.”


“국토부가 너무 비대해지고 비효율적으로 되기 전에 나눈 것 뿐입니다. 그 장관 자리에 알맞은 것은 바로 김 장관이고요.”


국토부는 지도 만들고 도로 깔기에도 바쁘다. 농사 일은 따로 분리해서 농업부에 맡기는 게 맞겠지.


농업부도 일이 좀 적은 것도 아니고... 종자 개량, 면화 제배, 비료법 등등... 할 게 많다.


“여튼 농업부와 국토부는 예산 심사를 다시 받은 다음에 보고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전하 이것이 새로운 수송선의 모형입니다.”


수조에 둥실둥실 떠 있는 작은 배 하나, 누가 보면 장난감 배라고 무시할 만한 것이었지만 내 신발 세 개 정도를 합친 크기의 저 모형은 이 나라의 조선공과 학자라고 할 수 있는 자들을 긁어모아 만든 나름 기술의 결정체였다.


겉모습만 보면... 서양의 범선, 플류트를 닮았다. 겉모습은.


“흠흠... 우선 설명을 드리자면 이 수송선은 돛을 이용해 전진하는 범선입니다. 해서 노잡이가 필요 없지요.”


그야 당연하지. 당나라면 몰라도 사람 없는 한국에서는 노잡이로 쓸 인력이나 식량 하나하나가 아깝다.


“최대한 바람의 영향을 덜 탈 수 있도록 세로돛 하나와 가로돛 두 개를 배치했습니다. 또한 돛을 조정하는 일에는 도르래를 사용하여 인력을 최소화 했고요. 도르래가 좀... 자주 고장나기는 합니다만...”


그야 그렇겠지. 사실 내 구상의 40 퍼센트 정도만 따라와도 성공적이다. 뭐니뭐니 해도 첫 수송선이고 앞으로 개량할 여지는 충분하니까.


“하, 하지만 모든 부품이나 자재가 균일하여 유지 및 보수가 쉽습니다. 심지어 돛대도 조립식이라서 나무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미쳐있는게 표준규격 같은 건데 그건 당연히 해야지.


“용골은요?”


“그것은...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하긴, 그건 바라지도 않았다. 더군다나 배가 아직은 소형선에 불과한지라 지금 당장 필요한 기술도 아니고.


한 몇천 톤 짜리 전열함 같은 걸 찍어내야 한다면 필요하겠지만... 그 전 까지는 투자만 해도 충분하겠지.


근데... 아저씨가 저렇게 작은 배를 들고 설명을 하니까 프라모델 설명회 같아서 살짝 웃기긴 하다. 물론 웃으면 굉장히 기분이 나쁠 것이기에 꾸역꾸역 참고는 있다마는


“무엇보다도 이 배의 최고 장점은 바로 전하께서 말씀하신 화물상자를 적재할 수 있다는 것과 굉장히 안정적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만들어봐야 알겠지, 그건. 그래도 몇 년동안 계속 실험하고 만들고 해서 나온 모형일 테니 아주 근거없는 자신감은 아닐 테지만.


결정적으로 새로운 수송선은 평저선의 형태에 가까웠다. 확실히 속도보다는 안정성과 화물 적재에 중점을 두었다고 한 소리가 맞긴 맞았나 보다. 평저선은 첨저선보다 확실히 풍랑이나 이런 것에 강하니까.


물론 나중에 원양항해를 나가기 위해서는 개량이 필요하겠지만 우선 내해에서 써먹기에는 상당히 좋은 배가 될 것 같았다.


내가 목표로 하는 배는 바로 플류트다. 속도가 빠르고 유지비, 건조비가 싸다. 거기에 바다가 얕은 네덜란드가 원조이기 때문에 비슷한 환경인 한국 내해에서도 쏠쏠히 써먹을 수 있고 안정적으로 원양항해에 나갈 수 있었다.


...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대체 언제쯤 크고 아름다운 범선을 볼 수 있으려나.


“... 전하?”


“아, 미안합니다. 잠시 생각할 것이 있었는지라”


쓸데없는 생각이기는 했지만


“지금 당장 수송선 생산에 착수하세요. 지난번에 말한 조선소는 다 준비가 되었습니까?”


“예, 전하. 이미 인천의 조선소는 배를 건조할 수 있습니다.”


웃기는 이야기이긴 한데 사실 지금까지는 배를 만드는 것보다 시설, 즉 조선소와 항구를 만드는 데 든 비용이 더 많다.


나름 첨단 기술인 크레인부터 드라이 독 까지 적용시키고 규모 또한 상당히 컸기 때문. 이제 배를 뽑아내는 일만 남았다.


“좋군요, 우선적으로 수송선 다섯 척을 건조하도록 하지요.”


분명 몇 년간 연구한 결과물이 저 모형이기는 하다. 확실히 체급에 비해 좋은 안정성과 적재량을 보여주었고.


하지만 이걸 실제로 바다에 끌고 나가 항해하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 않나. 당연히 1차 생산을 한 후에 부족한 부분을 개량해서 생산해야 했다.


“허면 그 배의 이름은...”


어... 그건 생각해 둔 적이 없는데?


근데 도망치자니 모두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수식까지 열심히 생각해보겠습니다.”


내 작명센스가 괜찮기를 빌어야겠군.





정말 안타깝게도 내게는 새로운 선박의 이름을 생각할 만한 시간따위는 주어지지 않았다.


“나보고 결혼을 또 하라 이런 소립니까?”


왜냐하면 그보다 더 골치아픈 고민거리가 생겼으니까.


외교장관의 말에 따르면 일본은 우리의 조건을 수락하였다. 다만 조건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혼인동맹이었다.


사실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국토와 관련된 것이니 신중하고 싶었겠지. 그리고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혼인동맹이고.


하지만 현대인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는 나로서는 두 부인을 두는 것 자체가 굉장히 꺼려졌다. 그리고 정말 불행스럽게도 우리 관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고


“나쁘지 않은 조건입니다. 왕실의 후사를 늘리기 위해서도, 양 국의 동맹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요. 만일 성사되기만 한다면 삼국동맹이 체결될 겁니다.”


결정적으로 나와 서연이의 사이는 굉장히 좋았다. 사이가 나빴고 강제적인 결혼이었다면 생각 좀 해볼 문제였겠지만 우리 부부는 이제 서로에게 사랑 비스무리한 것을 느끼고 있었다. 단순한 정략 결혼의 사이는 지났다는 거지.


“법으로도 일부일처제가 명시되어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걸 전하께도 적용시키겠습니까.”


그냥... 적용시켜주라...


작가의말

즐거운 설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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