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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권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을지문덕이 김정은에게 ^^

을지문덕이 김정은에게 ^^


김정은 위원장. 을지문덕이오. 나를 모르지는 않을 거라 믿소. 나쯤은 되는 사람이 이야기를 해야 일국의 최고지도자인 당신이 귀담아들을 거 같아 내가 나선 것이라오. 

지난날 내가 살던 고구려는 경제대국이었고 우리 고구려 사람들은 부자였소. 빈부격차는 어느 나라든 생기는 법이니 고구려인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하면 풍족하게 살았다는 말이라오. 우리 고구려는 금은과 철이 많이 나는 곳이었소. 지금도 북한은 지하자원만큼은 타국에 뒤지는 편은 아니잖소. 북한이 언제든 경제대국으로 도약할 기본 토대는 마련돼 있는 셈이니 기쁠 따름이오. 북한주민들이 여느 나라 국민들보다 못한 게 무엇이 있소? 

우리 고구려인은 드넓은 평지 가운데 재배하기에 적합한 땅을 골라 콩, 보리, 쌀, 밀을 경작했소. 널따란 들판은 목동들이 수십만 마리의 가축을 길렀고, 바다는 다시마, 대게, 문어, 숭어 같은 해산물을 어부들이 힘닿는 만큼 수확했소. 유실수는 얼마나 되는지 헤아릴 수조차 없이 많았소. 이렇듯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까닭을 짐작할 것이오. 이 많은 것들이 우리 고구려인의 배를 채워준 소중한 음식들이었다오. 

식량 자급자족이 가능했어도 우리 고구려는 외국과 교역을 활발히 했소. 요서지역 유성(柳城)에는 돌궐 상인 수만 명이 찾아오는 국제시장이 개설돼 있었다오. 이 시장을 오고간 상인이 돌궐상인뿐이었겠소? 우리 고구려의 특산품을 거래하기 위해 거란, 말갈, 수나라의 대규모 상단도 수없이 드나들었다오. 바다 건너 왜국과도 교역 또한 끊이지 않았소. 우리 고구려의 수출품을 일일이 거론하지는 않겠소. 그러하오. 개방적이었던 고구려와 달리 북한의 폐쇄적인 경제를 잠시 비교한 것이오.

그때와 지금은 제반여건이 다르지 않느냐고, 북한은 내가 살던 시절보다 영토가 작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소. 북한이 과거 고구려보다 땅덩어리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오. 대신 그사이 농업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해 왔잖소. 농업기술이 뒤떨어져서, 비료가 부족해서 식량난으로 굶주리는 주민이 대규모로 발생한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오. 

나 때도 작금의 북한주민처럼 수많은 백성들이 굶주린 적이 있었소. 가뭄, 홍수, 태풍 등 자연재해는 늘 있어 온 것들이라오. 그래서 나라에서 백성들에게 식량을 빌려주는 진대법을 시행한 거잖소. 모름지기 나라의 곳간에는 백성들이 먹을 비상식량은 항상 저장해두고 있어야 하는 법이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의 제일 임무잖소.

김정은 위원장,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타국으로 월경하는 북한주민들이 있음을 모르진 않을 것이오. 현재의 북한은 나와 나의 동무들이 목숨을 걸고 지킨 나라잖소. 바라건대 나와 내 동무들의 후예들, 북한주민들이 굶주리는 모습을 더 이상 보지 않게 해주오.

당신이 잘 알다시피 나는 수나라의 113만 대군을 물리칠 때 대장노릇 한 사람이오. 하지만 승리는 전쟁의 부산물일 뿐이오. 내가 수나라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고구려에 태어난 것이 아닌 것처럼 북한주민들 또한 다른 나라와 전쟁을 하기 위해 북한에 태어난 것은 아닐 것이오. 당신이 호전적이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오. 

맞소. 적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한 군대와 무기는 필요하오. 무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라오. 불행하게도 평화는 영원하지 않소. 끝나지 않은 전쟁이 없는 것처럼 영원한 평화 또한 없소. 그래서 군사는 국가 존립에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는 말은 지당하오. 하지만 내가 당신에게 꼭 묻고 싶은 것이 있소. 무기가 먼저인 것이오, 식량이 먼저인 것이오? 이 질문은 당신과 미국 대통령이 협상하기 전에 물어보고 싶은 것이었소. 

이제 외교 이야기를 해야겠소. 지난날 우리 고구려가 외교력이 부족해서 패망한 것이 아니라오. 외교력으로 정평이 난 북한처럼 우리 고구려도 나름 외교를 잘했다고 자부하오. 나에게 패퇴당한 수나라에게 화해의 손을 먼저 내민 것은 우리 고구려였소. 위풍당당한 승자 고구려가 왜 그리했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소? 아까 언급했듯 인간의 삶이 전쟁이 목적이 아닌 것처럼 국가의 존재 가치 또한 전쟁이 아니기 때문이오. 전쟁보다 평화가, 북한주민들의 행복이 우선이라 나는 굳게 믿소. 그렇다고 해서 우리 고구려가 항상 저자세 외교를 하지 않았음은 잘 알고 있을 것이오.

지구상에 존재했던 나라 중에 망하지 않은 나라가 없었다오. 현존하는 나라 빼고, 헤아릴 수조차 없이 많은 나라들이 단 하나도 예외 없이 모두 멸망했소. 그런데 혹시 핵무기가 있으면 나라가 망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것이오? 현실은 반드시 그러하지 않을 것이오. 핵무기가 있는 나라가 망할지언정, 핵무기가 없어도 어느 국가의 구성원 모두가 사랑하는 나라는 오히려 망하지 않을 것이오. 온 국민이 애국하는 국가는 영원할 것이오. 왜냐하면 그 나라가 망한다 해도 그것은 잠시일 뿐, 애국자들이 분명 다시 나라를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오. 핵무기가 없다고 더 불안해 할 이유는 없다는 의미요.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천오백 살쯤 되었을 내가 등장한 까닭이 있소. 인간의 삶은 유한하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오. 길지 않은 당신의 인생을 전쟁의 공포 없이 행복하게 살라는 것이오. 당신의 부친이 사용했던 용어 ‘통 크게‘를 써서 한마디 더하고 당신에게 하는 조언을 마무리하겠소. 통 크게 비핵화 하고 경제 개혁·개방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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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작성일
» 내 일상 | 을지문덕이 김정은에게 ^^ 19-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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