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전에 이곳에 백제유장(百濟遺將)의 초안(草案) 『제가신검전(濟家神劍傳)』을 연재중단 한 바 있다.
그때는 제호(題號)를 한문 투의 제목으로 정하는 것이 유행하였고, 나 또한 한문 투의 제목을 썼다. 지금 흐름으로 제목을 짓는다면 명색이 무협을 표방하였으니 백제유장(百濟遺將)은 『멸망한 백제의 장군이 강호에 감』 정도가 되겠다.
지금, 선호작들의 문체는 아주 간결해졌고, 활동적이며, 직관적이 되었다. 변해가는 세상에 나름 잘 적응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한 십 년 만에 돌아온 문피아 환경이 이렇게나 무섭게 달라졌단 말인가?
나는 돌아오지 말아야 할 곳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도 일종의 상품임이 틀림없는데, 나는 아직 변화하는 고객의 필요(needs)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 틀림없다.
세태를 관찰하고 따라가려 노력하겠지만 제 버릇 남에게 못 주듯이 굳어버린 습관과 사고는 영영 깨뜨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달라진 세월에 느낀 바 있다고 말해야지 격세유감(隔世有感)이다라고 말하면 왜저래? 하는 말을 당연히 들을텐데,
유감(遺憾)이다. 유감(有感)이 아니다.
2023. 1. 30.
유려(裕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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