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화. 시청률 대전 (3)
76화. 시청률 대전 (3)
아레스의 파격적인 키스 신은 당연 화제를 모았다. 그 장면이 방송이 되자마자 모든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검색 순위 1위를 점령해버렸다.
- 여기가 미국이냐? 이런 드라마 쓸 거면 미국이나 가라!
- 아이들이 보는데 생각이 있는 거냐? 고소할 거다.
- 이렇게 망측한 장면을 드라마에서 보다니. 실망이다. 다시는 아레스 안 볼 거다.
- 그냥 야동을 찍지 왜?
- 남자와 남자가 키스할 때는 토 나오는 줄...
이처럼 부정적인 의견들이 실시간으로 SNS에 올라왔다. 물론, 긍정적은 의견들도 많았다.
- 뜬금없는 키스 신에 당황했지만 그래도 재밌었음.
- 여자들끼리 키스한 거 봄? 완전 미쳤던데. 존나 꼴림.
- 야동인줄. 오늘 밤은 이거다!
- 몸매 대박! 몸 연기 쩔었음.
- 울 오빠들 키스할 때 심장 멎는 줄 알았다는.
그 외에도 남자 배우들의 근육질 몸매와 여자 배우들의 아름다운 굴곡적인 몸매를 칭찬하는 내용도 많았다.
이처럼 아레스의 파격적인 키스 신이 인터넷에서 핫이슈로 떠오르자 방송으로 보지 못한 사람들은 편집되어 올라온 짧은 동영상을 봤다.
사람들이 아레스의 파격적인 장면을 좋아했건 안 좋아했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건 사실이었다. 여 대표의 작전이 성공한 셈이었다.
문제의 장면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덕분인지 아레스의 11화 시청률은 10화 보다 0.2% 상승하여 19.5%를 기록했다. 여 대표의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시청률이 반등했다며 긍정적인 기사를 뿌릴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하지만 파티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레스에 관한 긍정적인 기사보다는 너무 자극적이었다며 부정적인 기사들이 훨씬 많았다.
한편, 아레스의 시청률이 상승한 여파인지 멜로디의 7화 시청률은 방송이 시작한 지 처음으로 하락하며 9.2%를 기록했다. 9.5%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6화 보다 0.3% 내려간 수치였다.
쭉쭉 상승하던 멜로디의 시청률이 처음으로 제동이 걸리고 그와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아레스에 관심을 주자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지수였다.
“작가님! 우리도 오늘 밤에 방솔 될 편에 아주 격동적인 키스 신 추가해요. 지금 당장 대본만 적어서 보내면 오늘 안으로 촬영해서 편집할 수 있을 거예요. 아니면 더운 여름날에 악기 연주하는데 얼마나 덥겠어요. 그러니 옷 좀 벗어주면서 노출하는 장면을 넣는 건 어떨까요? 어때요? 좋죠?”
뭐가 좋다는 건지... 지수는 마치 마성의 매력이라 불리는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눈을 뜨고 있었다. 지금 두 사람은 언제 나와 같이 혁준이 일하는 카페의 구석자리에 앉아 대본을 작업하고 있었다. 태성은 지수의 대답에 차분하게 답했다.
“우선, 저희 드라마의 소재는 클래식입니다. 노출이 아니고요. 그리고 오늘 방송될 8화에는 키스 신이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그건 서지수 작가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죠. 하지만 작가님이랑 저랑 고민하다 보면 분명 넣을 수 있을 거예요. 자리가 없으면 만들면 되죠!”
“차라리 그 시간에 지금 집필하고 있는 13화 대본에 집중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저희 시청률이 하락했다고요! 아레스의 그 키스 신 때문에!!”
“그 장면 어제 봤습니다. 작가로서 너무 어이가 없던 장면이었습니다. 도대체 작가는 무슨 생각으로 대본을 쓴 건지...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화까지 났습니다.”
“저도 어이가 없긴 했어요. 내용과 상관없이 그렇게 자극적인 장면이 나오다니. 하지만 파급력은 있잖아요. 지금 저희는 하루라도 빨리 아레스를 따라잡아야 하는 처지라고요. 그런데 오히려 차가 벌어졌어요.”
지수는 지금 당장이라도 누가 자신을 잡으러 오는 것처럼 매우 다급해 보였다. 태성은 그녀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시청률 때문에 작품성을 버리자는 거였으니.
“아레스의 시청률 상승은 아주 일시적일 겁니다. 결코 그렇게 저급한 장면으로 시청률이 상승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랬다 아레스의 시청률이 계속 오르면요? 저희 드라마 이제 겨우 시청률 두 자릿수를 앞두고 있어요. 지금 분위기 타야 한다고요.”
“누가 보면 저희 시청률이 아주 큰 폭으로 하락한 줄 알겠습니다. 저희 겨우 0.3% 하락했습니다. 0.3%요! 그리고 어제 7화는 지금까지 중에 가장 재밌었습니다. 분명 시청률이 다시 오르기 시작할 겁니다.”
아주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그런 태성을 보며 지수가 물었다.
“정말로 그렇게 확신하세요?”
“네. 확신합니다. 만약 시청률이 계속 떨어지면 서지수 작가님의 말대로 격정적인 키스 신 찬성하겠습니다.”
“정말이죠?”
“네.”
태성의 말을 들은 지수는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시청률이 하락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거지만 만약 더 하락한다면 그래도 다음에 격정적인 키스 신을 넣을 수 있으니. 응? 다음에?
“잠시 만요! 9화에는 이미 키스 신이 포함되어 있잖아요. 설마 그거 약간 격동적이게 바꾸시려는 거예요?”
“하하. 맞습니다.”
“그걸로는 부족해요. 저희도 파격적인 걸 준비해야 한다고요!”
“서지수 작가님. 그럼 이렇게 하시죠.”
“어떻게요?”
“우선 내일을 기다려봅시다. 오늘 밤 시청률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고 다시 얘기하는 겁니다. 제 생각엔 지금 이 시간에 13화에 온전히 집중하는 게 저희에게 더 좋을 거 같습니다. 어떠십니까?”
태성은 매우 진지하면서도 차분하게 하지만 힘이 느껴지게 말했다. 그러자 지수도 더 이상 말을 꺼내기 힘들었다.
“알겠어요. 그렇게 해요.”
“좋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멜로디의 12화 대본에 집중했다. 하지만 온전히 집중하고 있는 태성과 달리 지수는 그러하지 못했다. 눈은 노트북 화면에 그리고 손은 타자기 위에 마지막으로 머릿속에는 멜로디만 생각하려고 했지만 계속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파격적인 장면에 대해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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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아레스의 12화, 멜로디의 8화, 그리고 희망의 4화가 같은 시간에 방송되었다. 아레스 측은 11화에 소폭 상승했던 것처럼 연속해서 시청률이 상승하기를 기대했다. 전편에서 시청률이 하락했던 멜로디와 희망은 이번 화에서 시청률이 반등하기를 소망했다.
다음날 이른 아침, 세 드라마의 시청률이 공개되었다. 현재 꼴찌인 희망의 4화 시청률은 3.6%였다. 희망은 1화부터 지금까지 3.0%대의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전날 아주 근소하게나마 시청률이 반등했던 아레스의 12화 시청률은 전편보다 1.4% 하락하며 18.1%를 기록했다. 17.1%를 기록했던 1화 시청률 다음으로 두 번째로 낮은 시청률이었다. 즉, 까딱하다가는 자체 최저 시청률을 기록할 위기였다.
“시발.. 또 내려갔잖아!!”
여 대표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고함을 질렀다. 이놈의 시청률은 어떻게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지.
처음 제작비 200억을 받았을 때 자신감 넘쳤던 그의 모습은 온데 간 데 사라졌다. 지금은 시청률을 어떻게 해서든 올려야 한다는 마음에 똥줄이 타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제작비를 생각한다면 18.1%라는 시청률은 결코 유쾌한 성적표가 아니었다. 이렇게 시청률이 하루가 다르게 하락한다면 분명 박 회장의 호출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역겨운 얼굴과 목소리로 꾸중을 들어야 한다는 거잖아.”
그건 생각만 해도 싫었다.
“앞으로 남은 건 8개란 말이지...”
이제 한 달 뒤면 드라마가 종영하게 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안에 시청률을 반등시켜야만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 여 대표였다.
“흠.. 방법이 없어 보인단 말이야.. 그렇다면...”
시청률을 상승시킬 대책이 떠오르지 않으니 이제는 반대로 시청률이 하락하게 된 이유가 뭔지 생각해 볼 차례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장 큰 문제는 멜로디였다.
“분명 1화에서 3.0%의 시청률을 기록했단 말이지...”
만약 지금 멜로디의 시청률이 계속해서 3.0%이고 나머지 시청률이 아레스로 유입이 되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분명 아레스는 지금쯤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을 거다. 생각만 해도 짜증이 올라오는 여 대표였다.
“역시 문제는 멜로디였어. 멜로디만 없었으면 지금 이런 걱정도 안 하잖아.”
그 순간, 여 대표의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다. 메시지가 왔다는 알림이었다. 곧바로 확인해보니 박 회장의 한 비서가 보낸 문자였다.
“내 이럴 줄 알았어! 미친 노인네한테 연락 올 줄 알았다고!”
그는 씩씩 거리며 문자를 확인했다.
[회장님께서 부르십니다.]
“왜 맨날 나보고 오래!? 보고 싶으면 지가 올 것이지. 드라마 만드는 게 얼마나 바쁜 일인데...”
말은 쌔게 하지만 사실 지금 그는 매우 겁먹은 상태였다.
“이번엔 또 얼마나 지랄을 할까...”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아무리 생각해도 멜로디였다. 멜로디만 없었다면 지금쯤 시청률 30%를 눈앞에 두고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멜로디를 좀 방해해야겠군.”
뭔가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는지 여 대표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
한편 멜로디의 8화 시청률은 전편보다 무려 2.7% 상승하며 11.9%를 기록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이었다. 심지어 두 자리 수의 시청률이었다. 방송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한 자릿수의 시청률에서 탈출한 셈이었다.
“우아아아아아!!”
아침에 일어나 시청률을 확인한 지수는 집안을 방방 뛰어다녔다. 다 큰 여자가 집에서 이렇게 뛰어다니다니. 어지간하게 좋은 게 아니었다. 지금 그녀는 너무나도 행복했다.
“11.9%라고! 11.9%!!!”
객관적으로 봤을 때 결코 높은 시청률은 아니었다. 하지만 3.0%로 시작한 드라마가 11.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면 그건 다른 이야기였다. 무려 4배나 높아졌으니.
“아레스는 점점 떨어지고 우리는 점점 오르는구나!!”
얼마나 기뻤는지 절로 어깨춤이 처졌다.
[삐비비빅. 삐빅.]
지수의 전화 소리였다. 핸드폰의 화면을 확인해 보니 엄마라고 적혀있었다.
“역시 엄마야. 벌써 시청률 오른 거 기사 보셨구나.”
그녀는 싱글벙글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엄마! 어제 방송 봤어? 시청률 엄청 올랐다!”
[지수야...]
“응? 오빠?”
지수의 첫째 오빠였다.
“왜 엄마 핸드폰으로 전화하는 거야?”
[급하게 집에 오느냐고 전화기를 놓고 왔거든.]
“오빠 지금 본가야?”
[응.]
“왜? 무슨 일인데?”
[그게... 아빠가 너한테는 아직 말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너도 알아야 할 거 같아서.]
그 순간, 지수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뭐야... 뭔데 그래. 말해봐.”
[엄마가 쓰러지셨어.]
“뭐라고? 언제? 왜?”
[오늘 아침에 쓰러지셨다네. 주방에서 물 마시다가 갑자기. 아줌마 말로는 수술 받았던 부분이 갑자기 아프셨대. 그래서 지금 병원에 가셨어. 이제 나도 가보려고.
“잠시만. 수술 받은 부분이 아프셨다고?”
[응.]
그 순간, 지수는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설마... 암이 재발한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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