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레벨이 지배하는 세상
2화. 레벨이 지배하는 세상.
“아니요.”
태성은 차분하게 거절했다. 그의 대답에 박사는 아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유감이구만. 자네의 패시브 스킬이 궁금하지 않은가?”
“제가 궁금해야 하는 겁니까?”
“인간이라면 자신을 알고 싶은 게 당연하지. 궁금하지 않은가? 자네의 한계가?”
“아니요. 전 궁금하지 않습니다.”
태성의 대답은 단호했다.
왜 그는 이토록 자신을 알기 싫은 걸까? 50년 전 그는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분명 그는 과거의 자신을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그를 만든 건 확실했다.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안 박사는 컴퓨터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검사실의 바닥이 위로 열렸다.
“뭡니까?”
태성은 의심 가득 한 눈빛으로 바닥을 쳐다봤다.
“밖으로 나가는 문일세. 이곳에서 나가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니깐 왜 저를 밖으로 내보내는 겁니까? 제가 최초로 깨어난 냉동인간이라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전 분명 박사님의 귀중한 연구 자료 입니다.”
“맞는 말일세.”
“그렇다면 왜 절 밖으로 내보내는 겁니까?”
“내 맘이네. 자네는 나의 연구 자료이니. 자네를 내보내는 것은 나의 선택이지.”
“틀리셨습니다.”
자신이 틀렸다는 말에 박사는 흥미로운 눈으로 태성을 바라봤다. 그를 향해 태성은 말을 이어갔다.
“이곳을 나갈지 안 나갈지는 제가 정합니다.”
태성의 말에 박사는 피식 웃었다.
“뭐. 좋을 때로 하게. 어차피 자네는 이곳을 나가고 싶지 않은가?”
태성은 조심히 의자에서 일어나 열린 바닥으로 향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밑으로 연결되는 사다리가 보였다.
“그곳으로 내려가면 되네.”
태성은 천천히 자신의 발을 사다리 위에 올려놓았다.
“혹시라도 나를 다시 찾고 싶거든 언제는 내게 전화를 하면 되네.”
박사는 태성의 손에 자신의 스마트 폰을 쥐어줬다.
“이게 뭡니까?”
“스마트 폰이라고 하는 최신형 핸드폰일세. 자네는 똑똑한 사람이니 사용법은 알아서 터득할거라 믿네. 그럼 잘 가게.”
안 박사는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갔다. 이내 그는 검사실 밖을 나갔다.
방 안에 홀로 남은 태성은 사다리 끝을 응시했다. 막상 밑으로 내려가려고 하자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레벨이라...”
세상의 모든 것들이 수치화 된 세상은 어떤 곳일까? 이곳을 나가면 어떤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지 전혀 감히 오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서있던 그는 마음을 먹었는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는 몰랐다. 검사실 구석에 위치한 카메라가 자신을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
.
.
처벅. 처벅.
긴 터널의 끝에서 하얀 빛이 보였다. 태성은 그 빛을 따라 걸어갔다. 그리고 터널에서 나온 그의 눈앞에 빽빽한 빌딩들로 가득 찬 도시가 나타났다.
입이 떡 벌어지는 관경 이었다. 이렇게 높은 건물들이 한곳에 모인 모습을 처음 보는 태성이었다.
한눈에 봐도 달라진 세상을 보자 그동안 흘러간 50년의 세월이 느껴졌다.
태성은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갔다. 어느새 그는 도심 속을 걷고 있었다. 거리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런 사람들 사이로 환자복을 입고 걸어가는 태성은 눈에 띄었다.
“옷을 좀 사야겠는 데...”
하지만 그에게는 돈이 없었다. 지금 그가 갖고 있는 거라고는 안 박사가 준 스마트 폰이 전부였다.
“스마트 폰이라... 스마트라면 똑똑하다는 뜻의 영어 철자인 데. 핸드폰이 똑똑하다고? 그나저나 이게 정말 핸드폰이야?”
태성의 기억 속에 남은 핸드폰의 모습은 성인 남자의 손보다 큰 검은색 휴대전화였다. 그 시절의 핸드폰과 비교하자면 지금 태성의 손에 있는 스마트 폰은 너무나도 가벼웠고 얇았다.
분명 이 핸드폰에 스마트 폰이라는 이름이 붙었을 때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한 태성이었다. 핸드폰의 넓은 화면에 손을 갖다 대보니 어두웠던 화면이 밝아졌다.
“오호.”
화면으로 보이는 어플들의 모습을 구경했다. 그 중 눈에 띄는 어플이 있었으니 지갑 모양의 어플이었다.
“이 안에 지갑도 들어있나 보네.”
지갑 모양의 어플을 누르자 여러 개의 카드가 화면으로 보였다. 그러자 태성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나한테 쓰라고 준 핸드폰이니 이 정도는 써도 괜찮겠지.”
이제 돈도 생겼으니 옷을 고를 차례였다. 요즘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는지 주변을 살폈다. 살랑살랑 부는 시원한 가을바람에 어울리는 옷차림이었다.
특히 많은 남자들은 하얀 셔츠에 검은색 긴 바지를 입고 있었다. 태성의 눈에 그들 모두 같아 보였다.
“요즘은 저게 유행인 건가?”
블랙과 화이트의 깔끔한 조합은 시크 하면서도 남자다운 매력을 어필했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태성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렇다면 나도 유행을 따라야겠군.”
거리를 둘러봤다. 많은 옷가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검은 외벽에 넓은 창. 거기에 황금으로 꾸며진 옷가게가 태성의 눈에 가장 띄었다.
“오케이. ”
가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양복을 입은 건장한 젊은 남자가 태성의 앞을 막았다.
“잠시 레벨증 좀 확인하겠습니다.”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 태성은 순간 멈칫 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주머니에서 자신의 레벨증을 꺼냈다.
태성의 레벨증을 확인한 양복의 남자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직업이 작가세요?”
“네. 맞습니다.”
“이상하다... 작가 전직 레벨은 60으로 알고 있는데... 잠시 만요.”
젊은 남자는 잠시 어디로 가더니 이내 나이가 조금 들어 보이는 매니저를 데리고 왔다.
매니저는 공손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저기. 손님. 정말 직업이 작가 이십니까?”
“네. 맞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저희는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오직 레벨 60이 넘는 분 들만 출입을 할 수 있는 곳이죠. 하지만 작가님의 레벨이...”
“제 레벨이 1 이라 출입이 안 된다는 겁니까?”
“네. 근데 작가 전직을 하려면 레벨이 최소 60은 되야 하니... 정말 직업이 작가 시라면 레벨 1은 에러인가 봅니다. 가끔 일어나는 일이니. 들어오시죠.”
매니저는 안으로 안내했다. 그를 따라 태성은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를 확인하자 아무나 들어 올 수 있는 옷 가게가 아니라는 말이 곧바로 납득이 갔다.
고급스러운 조명아래 전시된 옷들은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태성은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몸에 갖다 댔다.
큰 키에 잘 생긴 얼굴이 더해지자 모든 옷이든 잘 어울리는 듯 보였다. 거울 안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분명 과거에도 옷을 좋아 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태성이 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매니저와 문을 지키던 젊은 남자는 태성을 주시했다.
“메니저님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레벨이 1인데 작가라니 요.”
“그치? 레벨증을 보니 이름이 한태성이더군. 얼른 가서 확인해봐. 한태성이란 이름에 직업이 작가인 사람이 있는지.”
“알겠습니다.”
젊은 남자는 계산대로 향했다. 그는 곧바로 전화기를 들어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경찰서죠. 혹시 사람 조회 좀 해주실 수 있나요? 수상한 사람이 있어서요.”
그는 전화를 하며 태성의 눈치를 살폈다.
태성은 뒤에서 남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채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그는 마음에 드는 옷을 골랐는지 피팅룸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던 젊은 남자가 매니저에게 다가왔다.
“매니저님. 대한직업회에는 한태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작가는 없다고 합니다.”
“그래? 그럼 저 사람은... 하이에나구나.”
“그런가 봅니다.”
특정 레벨 이상이 되야 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생기면서 신분을 속여 입장을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하이에나라고 불렀다.
“당장 경찰에 신고하도록.”
“네.”
젊은 남자는 얼른 계산대로 향했다.
매니저는 피팅룸에서 태성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가 나오면 시간을 끌며 그를 붙잡을 생각이었다.
스스로 자신의 레벨을 높이기 위해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평소에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에게 허락된 사치를 탐내다니. 매니저는 태성이 괘씸했다. 그렇기에 그를 혼내주고 싶었다.
“넌 오늘 죽었다.”
레벨증을 위조하는 일은 최소 징역 10년을 받는 중범 죄였다. 거기에 평생 기록에 남아 다른 직업으로 전직할 때 많은 제약을 받는다.
지금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른 채 태성은 매우 만족한 표정으로 피팅룸에서 나왔다.
“이 옷으로 하겠습니다. 환자 복은 버려 주시구요.”
애초에 환자복도 너무나도 의심스러웠다. 환자복을 입고 옷 가게로 와 환자복을 버려달라고 말하다니. 신분을 속인 게 분명한 상황에서 매니저의 눈에 태성의 행동은 신분을 세탁 하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옷이 매우 잘 어울리시네요. 혹시 다른 옷도 보여 드릴까요? 손님에게 저희 옷이 잘 어울릴 거 같아서요.”
“고맙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이것만 사고 싶네요. 필요한 거 이상으로 사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잠시 구경이라도 하시죠. 아까 보니 옷을 매우 좋아하시는 거 같은데.”
“네. 저도 몰랐네요. 제가 이렇게 옷을 좋아하는 줄. 그럼 잠시 구경 좀 하다 가겠습니다.”
태성은 천천히 가게 안 을 둘러봤다. 그가 옷에 집중하는 사이 매니저는 고개를 돌려 계산대에 있는 직원을 쳐다봤다. 그러자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태성은 다양한 티셔츠를 구경했다. 깔끔한 검은색의 티셔츠부터 화려한 패턴이 프린트된 셔츠까지 다양한 옷을 구경하는 일은 재밌었다.
잠시 후, 가게 안으로 두 명의 경찰들이 들어왔다. 소란스러운 소리에 태성은 고개를 돌려 그들을 쳐다봤다.
그들이 입고 있는 유니폼은 확실히 과거 경찰의 유니폼과 달랐지만 누가 봐도 경찰 임을 알 수 있었다.
“경찰이 여기는 웬일이지? 무슨 사고가 터졌나?”
“신고 받고 출동했습니다. 레벨증을 위조한 사람이 누구입니까?”
경찰의 질문에 매니저는 손가락으로 태성을 가리켰다.
“바로 저 사람입니다!”
경찰들의 시선이 태성에게 향했다.
응? 나?
“잠시 신분을 확인하겠습니다. 레벨증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경찰은 질문을 하며 태성에게 다가왔다. 태성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그 순간, 직원들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기억이 났다.
- 이상하다... 작가 전직 레벨은 60으로 알고 있는데... 잠시 만요.
- 저희는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오직 레벨 60이 넘는 분 들만 출입을 할 수 있는 곳이죠. 하지만 작가님의 레벨이...
분명 자신의 레벨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지금 저 경찰들에게 생기면 매우 곤란한 입장이 될 거 같았다. 짧은 순간 이었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 만약 여기서 잡히게 된다면 경찰은 자신의 신분을 확인할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가 들고있는 레벨증은 오히려 자신의 수상함을 키웠다. 그렇다면 분명 경찰서로 연행이 될 터. 그렇다면 더 답이 없었다. 만약, 자신을 냉동인간에서 깨워준 박사에게 연락을 한다면 일이 해결될것도 같았지만 그에게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그였다.
그렇다면 지금 태성이 해야 할 일은 도망이었다. 하지만 현재 그의 레벨은 1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체력도 힘도 매우 약했다. 태성은 경찰을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과연 내가 이곳에서 도망칠 수 있을까?
체력이 약하다는 말은 오래 뛰기 힘들다는 뜻이었다. 즉, 짧은 시간 안에 도망을 가야 했다.
‘잠시라도 경찰들의 눈을 돌려야겠는데... 그렇다면...! ’
태성은 천천히 다가오는 경찰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당신들이 보고 싶어 하는 제 레벨증, 여기 있습니다.”
태성은 경찰들을 향해 뭔가를 던졌다. 그러자 경찰들은 잠시 멈칫했다. 이내 바닥에 떨어진 네모난 것을 확인했다. 옷의 태그였다.
바로 그 순간, 태성은 온 힘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다행히 경찰들이 바닥에 떨어진 태그에 신경을 쓰고 있었기에 잠시의 틈이 있었다.
태성은 옷가게를 빠져나와 미친 듯이 달렸다.
“저 놈 잡아라!!”
[삑삑]
경찰들의 외침과 다급한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지금 잡히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에 태성은 미친 듯이 뛰었다.
헥헥.
숨이 턱밑까지 차 올라왔다. 태성의 뛰는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뛰는 게 50년 만인 태성이었다. 힘든 게 당연했다. 부족한 체력을 채우고 싶었다.
바로 그 순간, 태성은 자신의 레벨증에서 봤던 기본 액티브 스킬이 생각났다.
[기본 액티브 스킬]
[1. 체력 업! (Lv 1.) - 5분 동안 체력 5% 상승]
[2. 천운 (Lv 1.) – 5분 동안 운 5% 상승.]
체력 업!? 이걸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태성의 모든 의식이 ‘체력 업!’으로 향하자 스킬이 발동되었다. 갑자기 힘이 솟구치는 느낌이었다. 강한 힘은 아니었지만 지금 뛰어야하는 그에게는 큰 힘이었다.
“이야!!”
태성은 젖 먹던 힘까지 뛰었다. 눈앞에 보이는 큰 건물을 돌아 골목으로 들어가자 멀리에 있는 작은 간판이 보였다. 하늘출판사. 간판에 적힌 이름이었다. 시력이 무려 2.0이 되니 가능한 일이었다.
태성은 작가라는 자신의 직업 때문인지 출판사로 들어가면 안전할거 같았다. 그렇기에 그는 있는 힘을 다해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아!!”
출판사를 나오던 한 여자와 마주쳤다. 그녀는 갑자기 튀어나온 태성을 보고 매우 놀란 듯 보였다.
그녀를 보며 태성은 다급하게 얘기했다.
“저기요. 잠시 몸 좀 숨겨 주실 수 있을까요? 걱정마세요. 전 작가입니다.”
테성은 다급하게 자신의 레벨증을 꺼내 보여줬다. 여자는 태성의 레벨증을 확인했다. 정말 작가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레벨은 1이었다.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여자의 직업은 편집자였으며 레벨은 88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스킬을 사용하였다.
‘편집자의 눈.’
편집자의 눈은 레벨 80이 넘는 편집자들 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고급 스킬 로서 자기 눈앞에 있는 작가의 가능성을 볼 수가 있다. 그렇기에 눈앞에 있는 사람이 작가인지 아닌지 식별도 가능했다.
여자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레벨은 낮지만 정말 작가시네요. 그것도 매우 높은 가능성을 가지고 계신. 알겠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숨겨드리죠. 들어오세요.”
여자는 출판사의 문을 열었다. 태성은 얼른 안으로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골목 끝에서 경찰들이 뛰어왔다.
“아가씨. 혹시 여기로 뛰어가던 남자 못 보셨나요? 키 크고 하얀색 셔츠 입고 있던.”
“아. 봤어요. 저기로 뛰어갔습니다.”
여자는 골목 끝을 가리켰다.
“감사합니다.”
경찰들은 여자가 가리킨 곳을 향해 뛰어갔다. 경찰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여자는 출판사의 문을 열어 안에 숨어있는 태성에게 말했다.
“경찰들 갔어요. 이제 그만 나오세요.”
그녀의 말에 태성은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왔다.
“감사합니다.”
“그쪽이 무슨 일로 경찰에게 쫓기는 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하면 저랑 약속 하나 해줘요.”
여자는 자신의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태성에게 건넸다.
“제가 지금까지 봤던 작가들 중에 가장 높은 가능성을 가지고 계시네요. 나중에 꼭 한번 연락주세요. 그럼.”
여자는 인사를 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약속시간에 늦을 거 같았지만 괜찮았다. 엄청 난 것을 눈으로 확인했으니. 편집자의 눈으로 그녀가 본 것은 뭐였을까?
한편, 태성은 멀어져 가는 여자를 보며 그녀의 명함을 확인했다. 방금 태성이 숨었던 하늘출판사 소속 편집자인 그녀의 이름은 정은우였다.
Comment ' 23